2019/10
오래된 담화문
오래된 담화문
2019.10.30오래된 벽장 속 케케묵은 것들을 치우다 발견한 고이 접힌 벽보. 1962년 정읍군수 담화문, 5.16 쿠데타 이듬해다. 농민들 보라고 붙여놓았겠는데 무지하게 장문이다. 글씨는 거의 깨알.. 장담컨대 끝까지 읽어본 사람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시대를 몇차례 뛰어 건너 쉰일곱 해 만에 내가 읽었다. 끝까지.. 요지는 이렇다. 1. 추심경 실시로 지력을 증진시켜 미곡 증산을 기하도록 총궐기하자. 추수기를 맞이하여 노고가 많으시다. 우리나라는 8할이 농민인 농본 국가로서 농민이 잘 살아야 나라가 부강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민은 빈곤과 기아선상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농민 자신의 구태의연한 영농으로 인한 낮은 생산성에 있다. 지금 혁명정부가 강력한 중농정책 아래 농산물 가격 유지법을 시행하고 ..
시인 김남주와 전봉준 정신
시인 김남주와 전봉준 정신
2019.10.221972년 10월 17일 박정희가 유신 쿠데타를 일으켰다.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했다. 전국의 모든 대학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해남에 내려가 있던 김남주 시인은 그 이튿날 광주로 올라와 친구이자 동지인 이강과 함께 박정희의 폭거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살포하기로 합의했다. 김남주 시인과 이강은 거사를 앞두고 전봉준 유적지(황토현 일대)를 답사하며 결의를 다졌다. - 가을걷이가 끝난 초겨울 들녘 - 황토현과 백산에 올라 창의문을 소리 높여 낭송하고 생가(단소) 방문 - (비문을 손으로 쓸어보고 물끄러미 들과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흰 옷에 갓을 쓴 노인들 목격 - 훗날 이 날의 심경을 형상한 시, (죽창가)를 남겼다. 이들은 이후 지 사건으로 체포, 구속되어 10개월여의 옥고를 치른다..
가을 호박
가을 호박
2019.10.11뙤밭에 호박이 넝쿨째.. 내 진즉 걷어낼까 했으나 밤톨만이나 한 애호박 키워 묵자 하고 내비뒀다. 제법 컸다. 오늘 점심은 호박이다. 호박에는 새우가 잘 어울린다. 새우, 마늘, 양파, 엊그제 따온 노루궁뎅이버섯 넣고 팔팔 끓인다. 아쉽게도 청양고추가 없다. 오직 새우젓, 간을 맞춘다. 강된장을 만든다. 넣는 것은 내나 같다. 마늘, 양파, 된장, 노루궁데이, 물, 거기에 쇠고기 , 북어 약간.. 어지간히 넣을만한 것 다 넣고 졸인다. 뚝딱 한 상 잘 처려졌다. 깊어가는 가을 애호박에 호박잎으로 한 끼를 잇댄다.
능이, 송이, 버섯 산행
능이, 송이, 버섯 산행
2019.10.10버섯 따러 가자는 친구 성화에 길을 나섰다. 모후산과 백아산이 앞뒤에 있는 곳, 화순 사람한테 물어서 갔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순전 못 먹는 버섯뿐, 발길은 그저 능선으로만 향한다. 버섯 산행 체질이 아닌 모양이다. 태풍 뒤끝 하늘이 몹시 어둡다. 주둥패기 노란 해서 새낀가 했더니 살모사 중에 가장 흔한 쇠살모사라네. 여기서 '쇠'는 작다는 의미가 되겠다. 가을은 독사의 계절,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친구가 딴 능이를 전리품으로 나눈다. 나는 세 송이.. 이번에는 걸음을 멀리 잡았다. 강원도 정선, 정선에서도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한참을 이동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데 강원 영동, 그중에서도 북쪽, 여기만 비가 안 온다. 난생처음 땅에 박힌 송이도 보고.. 구절초 흐드러졌더라. 노루궁뎅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