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
삼정산에서 지리를 보다.
삼정산에서 지리를 보다.
2021.01.28운봉 지나 살래 가는 길 인월 못 미쳐 개울 바닥에 넓게 엎드린 붉은 반석, 피바위. 왜구와 얽힌 이성계 이야기 전해지는 곳, 비가 내린다. 멋진 배경, 아마도 삼봉산인 듯.. 살래 중기 마을 모처, 숯불에 고기 올려놓고 술잔을 기울인다. 쩌 산은? 아마도 삼정산.. 이른 아침 눈 앞에 펼쳐지는 지리 주릉을 본다. 며칠을 봄인 듯 비가 내렸어도 천왕봉은 눈 세상. 아침나절 숙취로 모대기다 점심 무렵에야 주섬주섬, 그냥 갈 수 있을까? 이토록 잡아당기는데.. 산이 잡아끄는 힘은 강력했다. 돌아서지 못하고 다시 돌아섰다. 삼정산으로 간다. 영원사 가는 길 따라 오르다 이쯤 됐다 싶은 곳에 차를 세우고 산으로 든다. 용코로 차를 세웠다. 거기가 바로 상무주암으로 가는 길목이더라. 산길 중간쯤에서 만난 약수터,..
시산제
시산제
2021.01.191월 17일 오늘은 시산제, 산으로 간다. 그 시절 산으로 간 사람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숱한 영령.. 만나 뵐 수 있을까? 오전 8시 백무동 주차장, 시간 반을 달려 딱 맞춰 왔다. 날이 몹시 차다. 장갑 속 손가락이 따락따락 아리다. 산으로 든다. 두터운 얼음짱에 갇혀 다소곳해진 한신계곡, 속삭이듯 재잘대며 흘러간다. 삐걱대던 몸이 산에 적응해간다. 걸음에 탄력이 붙는다. 눈이 많아지는가 싶더니 상고대가 나타나고 본격적인 깔크막이 시작되었다. 옷을 벗었다 입었다,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며 체온을 조절한다. 겨울 산에서는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이 좋다. 탄성과 한숨이 교차하는 고빗사위, 타박타박 묵묵히 산을 오르는 사람들. 이쯤 되면 산길은 수행 길이 된다. 저기만 지나면.. 따스한 햇살에 휩싸인 잔돌..
귀족 라면
귀족 라면
2021.01.17나는 라면을 참 잘 끓인다. 그 옛날 초딩 시절 곤로에 끓이던 라면부터 연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넣을 게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맛나게 잘 끓인다. 라면이라는 것이 물 잘 맞추고 면발 탱탱하게만 하면 나머지 맛은 제가 알아서 내준다. 그러니 라면 맛이야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하겠으나 의외로 맛없는 라면 또한 적지 않다. 내 라면 맛의 비결?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저 오랜 세월이 빚은 내공이라고나 할까.. 라면이 150원 하던 시절이 있었다. 계란 라면 200원, 오뎅 라면 300원, 만두 라면 400원, 모든 게 다 들어가는 짬뽕 라면 500원. 열 번에 한 번이나 됐을까? 짬뽕 라면 거하게 먹는 게..
난생처음 청국장
난생처음 청국장
2021.01.17연제부터였던가? 냉장고 서랍 속, 이따금 나와 마주치던 청국장 한 덩어리.. 지난여름이었네, 너는 순창농협 꾸러미 따라 예까지 왔다. 매우 오랜만에 먹는 집밥, 드디어 내 오늘 너를 간택 하노라. 난생처음이니 요리법을 검색한다. 참 복잡하고 친절하게 써놨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끓이듯 하면 되는 것을.. 멸치 넣고 물 끓이다 냉장고 뒤져 알맞춤한 묵은 김치 듬뿍 넣고 팔팔, 두부가 제격인 듯한데 고기밖에 없다.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진 마늘 넣고.. 팔팔 끓이다 청국장, 대파, 청양고추 넣고 잠시 후 불을 끈다. 간은 따로 맞추지 않아도 김치, 청국장 만으로 충분하네. 청국장을 맨 나중에 넣는다는 것이 꽤 중요하다. 내 맛나게 먹던 청국장은 늘 이렇게 끓였던 듯.. 청국장 만으로 한 끼를 잇댄다.
눈 내리는 날엔 떡볶이
눈 내리는 날엔 떡볶이
2021.01.11퍼얼 펄~ 눈이 나린다. 눈길 헤쳐 집에 돌아오니 뒤따라온 이장님 가래떡 들고 들어온다. 마을 회관에 나온 배급 쌀을 떡으로 뽑았노라고.. 코로나로 하여 회관에 모여 밥 먹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이 떡을 어찌할까. 자칫 방치했다간 두어 개 떼어먹고 버리기 일쑤다. 우선 떡볶이를 해 먹는 걸로.. 하여 만들어진 첫 번째 떡볶이, 평범하다. 료리 법이고 뭐고 그냥 하면 된다. 직관적으로.. 간을 잘 맞춘 장맛이 첫째, 설탕 대신 넣은 조청의 맛과 비율이 둘째라 본다. 나머지야 뭐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물.. 마지막에 넣는 대파 중요하다. 전체적인 맛을 조화롭게 하고 풍미를 더하게 되니.. 가래떡은 하룻밤 말려 갈무리했다. 그질 줄 모르는 눈은 밤을 새워 내리고 또 내리고.. 눈 나리는 밤 두 번..
바래봉에서 지리를 보다.
바래봉에서 지리를 보다.
2021.01.10바래봉을 오른다. 지난겨울 오르다 작파했던 바로 그 길, 이번엔 뜨는 해 말고 지는 해를 보자는 것이다. 팔랑 마을에서 바래봉 오르는 길은 매우 수월하다. 팔랑치에 오르면 지리 주릉과 서북 능선이 한눈에 잡힌다. 구름짱 두터운 곳, 그곳에 천왕이 있다. 운봉고원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동학 농민군의 비원이 서린.. 저 멀리 고리봉, 그 너머 만복대가 살짝 전라도에서는 반야가 주봉이다. 구상나무 조림지를 지나.. 바래봉을 오른다. 살래 사람 살래 보고 있겄지. 험악허네.. 살래 사람들 살기 팍팍허겄다. 나는 저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 눈 쌓인 저 산만 보면 지금도 울리는 빨치산 소리 내 가슴에 살아 들린다. 해 넘어가고.. 내려왔다.
일제 강점기 전주, 친일반민족행위자 5인의 기록
일제 강점기 전주, 친일반민족행위자 5인의 기록
2021.01.08이두황, 박기순, 박영철, 백남신, 백인기 전주 출신 혹은 전주를 주무대로 활동했던 친일 반민족 행위자 다섯 놈. 귀하는 이 중에 알만한 자가 몇이나 되는가? 나는 이두황, 이 자만 알 뿐 나머지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작자들이다. 놈들은 역사의 단죄를 받았을까? 아님 최소한 죗값이라도 치렀을까? 이 자들의 후손들은 지금 어찌 살고 있을까? 날조와 왜곡, 은폐와 조작으로 덧칠된 놈들의 행적, 화려한 변신, 부와 권력의 승계.. 대다수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은 그렇게 살아남았고 그 후예들은 오늘날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을 터,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놈들의 전모를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여전히 놈들의 발아래에서 굴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검증하고 파헤쳐 단죄하고 청산해야 한다. ..
기고만장 송하진 연하장
기고만장 송하진 연하장
2021.01.05도지사 송하진 씨가 연하장을 보냈다. 영정치원寧靜致遠, 본인이 직접 썼다는 한자가 크게 쓰여 있고 친절하게 풀이까지 달아 놓았다. 도청에 가 보니 대형 현수막으로 내걸었더라. 평안하고 안정되어야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다. 이를 두고 "2021년에는 코로나 19와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안정되고 평안한 도정을 만들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생태문명으로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도내 주요 일간지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도청이 던져준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썼을 터이니 이는 도청이 내세운 신년 도정의 지표라 보면 되겠다. 송하진 지사가 말하는 안정과 평안은 과연 누구를 위한 누구의 것일까? 그의 안중에 도민의 근간을 이루는 농민과 노동자가 있기는 한 것일까? 어제 전농 전북도연맹은 도청 앞 농성장을..
방장산 해맞이 심설 산행
방장산 해맞이 심설 산행
2021.01.02해가 바뀐다.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네, 내일이면.. 정말로 해가 바뀔까? 가서 봐야지, 그래야 알지. 해맞이 짐을 꾸린다. 이리 할까 저리 할까, 이 궁리 저 궁리. 생각이란 놈이 온종일 오락가락 열두 번도 더 바뀐다. 나이가 든 게지, 길을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해 질 녘이 돼서야 짐이 꾸려졌다. 빠진 것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차 안에서 또 한참을 뭉기적대다 이미 어둠이 내리고서야 산을 오른다. 장갑 한 짝이 온 데 간 데 없다. 목장갑 두 개 겹으로 끼고 간다. 모처럼 눈이 쓸만하게 내렸다. 능선엔 칼바람, 눈보라 거침없이 혹은 고요히, 오락가락.. 산이 온통 하얗다. 불 없이도 능히 오를 만하다. 사진 찍을 때 말고는 불이 필요 없다. 불 없이 오르는 하얀 산의 정취를 표현할 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