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산굴뚝나비
우리나라에서 산굴뚝나비는 오직 한 곳,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다.
함경도, 양강도 등 북부 고산지대에서도 볼 수 있다 하나 지금 우리 형편에서 이 나비를 볼 수 있는 곳은 한라산이 유일한 것이다.
이 나비가 이리 된 데에는 기후 변화의 영향이 크다.
빙하기 이후 기온이 상승하면서 제주가 섬으로 되고 한랭한 지역에 살던 산굴뚝나비는 한라산과 북부 고지대의 산봉우리에 갇히게 됐다.
분단이 이 시대 우리 겨레의 삶을 갈라놓은 것처럼..
하여 더 보고 싶었다, 산굴뚝나비.
날로 가속화되는 기후변화 속에서 한라산 산굴뚝나비의 운명도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영실에서 윗세오름으로 오르려던 계획을 바꿔 백록담으로 간다.
성판악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허나 곧 그칠 비, 오늘 날씨 참으로 좋을 것이다.
일기예보 덕이긴 하나 예상이 딱 들어맞았다. 숲은 청량하기 짝이 없다.
좀처럼 땀조차 흐르지 않는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아고산대에 진입한다. 황폐해져 가는 구상나무 숲 사이로 이따금 가락지나비들이 날아다닌다.
구상나무 숲이 황폐해져 가는 것도 기후변화의 징표라 했다.
구상나무 숲을 지나니 사방이 확 트인다.
눈향나무를 비롯해 나무들이 죄다 땅바닥을 긴다. 지표면을 장악한 조릿대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나비가 많다. 대부분 가락지나비, 드물게 산굴뚝나비, 표범나비..
드디어 우리 땅에서 산굴뚝나비를 본다.
한반도에는 북부 고산지대와 제주도 한라산 1,300m 이상의 고지대에 국지적으로 분포한다. 남한지역에서는 천연기념물 제458호 및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으로 지정된 보호 대상 나비이다.
연 1회 발생하며, 5월부터 9월 상순에 걸쳐 나타난다. 제주도 한라산에서는 7월~8월에 볼 수 있으며, 7월 하순에 개체수가 가장 많다. 높은 산지의 초지대나 숲 가장자리에서 천천히 활동하며, 바위나 땅바닥에 잘 앉는다. 꿀풀, 금방망이 등의 꽃에서 흡밀 한다.
먹이식물은 벼과에 속하는 개밀, 김의털, 사초과에 속하는 한라사초이다.
- 한국의 멸종위기종
이제 이 설명이 수정돼야 할 날도 머지않았다. 산굴뚝나비는 이제 1,700미터 이상 백록담 주변에나 가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다들 바위 위에 앉아 있다.
바위에 앉아 잘 쉰다 했다.
제주 현무암과 잘 어울린다.
몽골에서 만났던 산굴뚝나비와는 색감이 사뭇 다르다.
백록담은 잘 있더라.
한라산은 주로 겨울에만 다닌 터라 여름 백록담은 처음이다.
나비 덕에 존 구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