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귤암리 금강산귤빛부전나비
귤암리 금강산귤빛부전나비
2018.07.11종자가 고르게 들어가지 않은 것인지, 장맛비 탓인지.. 콩대 올라오는 것이 영 시원찬허다. 메꽃만 엄청나게 퍼올라온다. 약통 짊어지고 나섰으나 땅은 질고 콩은 너무 어려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예보를 보니 한 이틀 더 지짐거리겄다. 하던 일 작파하고 길 떠날 궁리를 한다.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나 느적느적 길을 나선다. 내 오늘 가겠노라 전화는 이미 걸어놓았다. 강원도 땅에 들어서자 비가 내린다. 갈수락 굵어지던 비 작살나게 퍼붓는다. 집주인 비 몰고 왔다 타박한다. 이짝은 비 없을까 하고 온 건데 일이 영판 잘못 돼얐다. 쏘주 두어 병 깠을까? 내린 비가 급류가 되었다. 이날 밤 나는 격류 속에서 바위 우는 소리를 들었다. 바위 구르는 소리라 했다. 날이 밝았다. 비는 그쳤으나 산골짝 가득 우당탕 물소리..
노련한 뜸부기
노련한 뜸부기
2018.07.10논이라고 달랑 다섯 배미뿐인데.. 물꼬를 자른다는 것이 하나를 빼먹었다. 농사 많은 사람 어찌고 그 많은 물꼬 관리하며 농사짓는지 모를 일이다. 뙤밭 하나 풀이 많이 났다. 콩밭이나 뙤밭이나 메꽃이 말썽이다. 잠시 쭈그리고 앉아 풀을 매는데 저 멀리 저수지 가상에서 뜸부기 소리 간간이 들린다. 뜸부기 소리 크지 않지만 울림이 깊어 멀리까지 간다. 뜸부기 우는 모냥을 볼작시면 혼신의 힘을 다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소리를 토해낸다. 좌우튼 왔으니 봐야지.. 소리까지 들었는데 그냥 말 수 없다. 300미리 망원렌즈를 장착한다. 실로 오랜만이다. 뜸부기 은신처로 짐작되는 곳에 차를 세우고 뜸부기 울음소리를 튼다. 반응이 없다. 왜가리한테 묻는다. 뜸부기 못 봤냐? 왜가리, 고개를 외로 꼰다. 찰나.. 뜸부기 ..
동림 들판 밭종다리
동림 들판 밭종다리
2018.02.20명절 뒤끝 텅 빈 마을은 중 떠난 절간보다도 고요하다. 맹칼없이 틈 밑 들판으로 차를 몬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텅 빈 들판, 한무리의 작은 새들이 떼 지어 날아다닌다. 관심없이 보면 그저 참새떼겠거니 하겠다. 하지만 이래 저래 노는 품새가 다르다. 잠시 차를 멈추고 새들을 기다린다. 약간의 인내심만 발휘한다면 새들은 굳이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다. 어지러이 날아다니던 녀석들이 내려 앉는다. 밭종다리다. 몸 윗면은 회갈색이며 불명확하게 가는 흑갈색 줄무늬가 있다. 눈 앞은 엷은 색. 턱선이 뚜렷하다. 다리는 붉은색을 띠는 살구색, 허리에 줄무늬가 없다. (겨울깃) 머리, 등이 갈색이며 불명확한 줄무늬가 있다. 몸 아랫면은 흰색 기운이 강하며 검은 줄무늬가 여름깃보다 더 뚜렷하고 진하다. 흰색 날개선이 ..
혹독한 겨울, 굶주린 가창오리
혹독한 겨울, 굶주린 가창오리
2018.02.10급격히 날이 풀어지고 눈이 마구 녹아내린다. 오는 봄을 어찌 막을쏘냐. 하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파의 위력은 어마 무시했다. 얼어붙은 저수지, 눈 덮인 들판은 월동 중인 가창오리들에게는 꽤 큰 시련이었을 것이다. 지금 동림 저수지에는 가창오리들이 없다. 아마도 해남 방면으로 더 내려갔겠지.. 그런데 눈 덮인 논바닥에 내려앉아 먹이활동 중인 가창오리 한 무리를 보았다. 신림 들판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변 농사가 잘 되지 않아 수확을 포기한 채 방치된 논이었다. 누가 보건 말건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가창오리는 본래 밤에 먹이 할 동을 한다. 지금 이 시각이면 드넓은 호반에 모여 앉아 한가로이 휴식을 취할 때이다. 하지만 강추위와 폭설이 불러온 위기상황에서 녀석들은 대규모 군집생활과..
입춘대설, 눈 속의 새
입춘대설, 눈 속의 새
2018.02.05입춘대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봄이 왔으되 봄이 아니다. 얼어붙은 날씨에 눈까지 내리니 새들이 고달프다. 물닭들이 얼어붙은 저수지를 뒤로 하고 길바닥에 나앉았다. 몹시 지친 녀석들 사람이 다가가도 잘 도망가지 않는다. 떼거지로 조문 가는 문상객 같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더라고 물닭 본 김에 들판을 잠시 돌아본다. 기러기 한 떼 눈 쌓인 논에 망연자실 앉아 있다. 참새만 한 녀석들은 그래도 뭘 좀 먹는다. 주로 쑥새들이지만 드물게 이것저것 섞여 있다.
곰소만 황새
곰소만 황새
2018.02.03동림지 아래 들판에서 방달이(솔개)를 보고, 내친김에 수앙리 들판으로 간다. 갈곡천 하구 갯벌에 바닷물이 그득하다. 엊그제 보름달이 떴으니 때는 마침 사리 물때로다. 황새를 볼 수 있겠군.. 아니나 다를까, 예의 그 자리에 그린 듯이 앉아 있다. 망원으로 당기니 바다 건너 줄포가 손에 잡힐 듯하다. 한 마리 먼저 훌쩍 날아간 빈자리를 가늠하면 녀석들 정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물이 차오르면서 한 마리 두 마리 자리를 뜬다. 바다 건너 줄포와 이짝 고창 갯 뚝 곳곳에서 황새들 날아다닌다. 10마리 이상은 되어 보인다. 많이도 와 있군.. 어지러이 날던 녀석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중 한 녀석 수앙리 들판 논에 내려앉았다. 무수한 왜가리, 백로 떼들 사이에서도 한눈에 띄는 녀석들, 군계일학이라고나 할까..
방달이 떴다.
방달이 떴다.
2018.02.03하늘 높이 솔개가 난다. 그 옛날 '애국조회' 시간이면 틀림없이 떠 있던 녀석들, 주로 나른한 봄이었을 것이다. 하늘을 뱅뱅 도는 솔개를 보고 있노라면 교장선생 말씀 따위는 귓전에 와 닿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녀석들이 정말 솔개였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늘 높이 떠서 뱅뱅 도는 녀석들을 우리는 통칭 '방달이'라 불렀다. 예전엔 솔개가 흔했다 하니 아마도 솔개였겠지.. 혹은 더 흔했을지 모를 길 떠날 채비하는 말똥가리였을 수도.. '방달이'를 검색하니 이런 글이 걸린다. "매와 비슷하면서 가슴이 붉고 등이 희며 눈이 검은 것을 방달이(方達伊)라 하는데 매도 죽일 수 있다." 조선시대 사람이 쓴 '한죽당섭필'이라는 책에 나오는 우리나라 맹금에 대한 묘사 중 한 대목이다. 딱 솔개다. 매도 죽이는지는..
눈 쌓인 들판, 들판에 머무는 새
눈 쌓인 들판, 들판에 머무는 새
2018.01.15동림 저수지 아래 눈 쌓인 들판을 간다. 뚝 너머 저수지 가득 가창오리 떼 웅성거리고, 하얀 들판 너머 두승산 떠 있는 곳,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가창오리는 엊그제 눈 오는 날 다시 왔다 한다. 불가촉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가창오리, 그러거나 저러거나 가창오리 떼는 창공을 자유로이 오간다. 오히려 사람들이 발이 묶였다. 지금 우리 동네는 아무나 들어오지 못한다. 물론 형식적인 것이지만.. 실로 오랜만에 눈 내린 들판에 새 둘러보러 간다. 눈 쌓인 논바닥을 뒤지는 한 무리 새떼를 발견했다. 그냥 보기엔 참새떼, 그런데 덩치가 좀 크다. 나는 품새에 지저귀는 소리까지 다르다. 음.. 종다리들이로군,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와 살펴보니 비슷하지만 제각각이다. 헷갈리는 멧새류, 들여다보자니 눈이 침침해진..
지리산 잣까마귀
지리산 잣까마귀
2017.08.18새재 마을에서 치밭목 거쳐 천왕봉을 오른다. 간간이 비가 내리고 산은 온통 구름과 안개에 갇혔다. 중봉에 다다를 무렵 앞서가던 등산객 우는 새소리 뭐냐 묻는다. 까마구 소리 아니냐 무심코 답하고 나니 까마구 아니다. '잣까마귀로구나!' 내심 이 녀석을 보게 되리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부리나케 렌즈를 갈아끼워 놈을 겨냥한다. 몇 해 전 이 녀석들을 보겠다고 설악산을 오른 적이 있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뚫고 오른 대청봉, 비에 젖은 흑백 사진으로 간신히 알현했던 잣까마귀.. 너하고 나는 어찌하여 뿌연 안개 속 흑백사진으로만 만나게 되는가? 다행히도 사람을 그리 경계하지 않는 녀석들, 가까이 다가와 나와 마주한다. '잣까마귀'라는 이름자는 깃털에 박힌 잣 모양의 흰 반점에서 비롯되었음이 분명..
흰뱀눈나비와 조흰뱀눈나비, 제주산 왕자팔랑나비
흰뱀눈나비와 조흰뱀눈나비, 제주산 왕자팔랑나비
2017.07.17무더운 여름 다랑쉬오름을 오르며 나비를 본다. 바람 한점 들어오지 않는 오름길, 땀이 줄줄 흐른다. 매실을 상상케 하여 갈증을 이겨냈다는 조조를 생각하며 등성이에서 맞을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털어낸다. 이 꽃 저 꽃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겁나 부럽다. 전혀 더위를 안타는 듯 날각지가 뽀송뽀송하다. 흰뱀눈나비는 주로 엉겅퀴에 앉아 꿀을 빨고 있다. 날개에 박힌 둥근 무늬가 뱀눈, 뱀눈을 가진 나비를 '뱀눈나비아과'로 분류한다. 조흰뱀눈나비를 고창에서 본 적이 있어 조흰뱀눈나비겠거니 생각해 두었는데 틀렸다. 운곡습지에서 보았던 조흰뱀눈나비, 다랑쉬 흰뱀눈나비와 어디가 다른지 찾아보시라. 이름에 들어간 '조'는 나비연구가 조복성 박사의 성에서 따온 것이라 하는데 그 양반하고 무슨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
나비 찾아 떠난 길에서..
나비 찾아 떠난 길에서..
2017.07.05정말로 나비가 보고 싶었을까? 아니면 어디든 가고 싶었던 것일까? 좌우튼.. 먼 길 다녀왔다. 강원도 정선 늘 가는 그 집.. 정선에서 다시 200여 리 오대산 상원사, 홍줄나비를 보러 갔으나 보지 못했다. 상원사 뜨락을 서성이며 한나절을 기다리다 그냥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귤암리, 골짝 묵정밭, 무덤가 풀밭을 뒤져 나비를 본다. 별박이세줄나비 튀어나오고 물 없는 골짝 돌팍 위에는 황줄나비 내려앉아 쉬고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부전나비들을 본다. 처음 튀어나온 녀석 범부전나비려니 했고 다 같은 녀석들이라 생각했다. 범부전나비도 아니려니와 같은 듯 다른 녀석들이 사진 속에 있다. 찍을 때는 몰랐다. 어째 그 차이가 안보였을까. 참 내.. 앗! 범부전나비, 열심히 쫓아다녔다. 까칠한 녀석 곁을 주지 않는다..
거꾸로여덟팔나비
거꾸로여덟팔나비
2017.07.04우리나라 나비 이름은 대부분 석주명 선생이 붙여준 것이다.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의 작명법은 매우 통속적이고 직관적이며 학술적이다. 그는 학명과 조선 이름, 일본 이름까지 비교해가며 나비의 형태와 무늬, 습성, 생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이름을 붙였다. 거꾸로여덟팔나비는 "거미줄이라는 의미를 지닌 학명보다는 나비의 형태를 더 잘 표현한 일본 이름에서 따왔다"고 밝히고 있다. 매우 활발하고 과격하게 날아다니며 점유활동을 벌이던 녀석은 꼭 나와 마주보고 앉아 나를 노려보느라 끝내 등을 보여주지 않았다. 날개 안쪽 기부의 무늬가 거미줄같기도 하다. 오뉴월, 칠팔월 연 2회 발생하며 번데기로 월동한다. 식초는 거북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