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2017.06.24바닷가 옆 간척지 논에 도요새들이 가득하다. 메추라기도요, 학도요, 흑꼬리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꺅도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 북상 중인 도요새 무리들은 영양보충에 여념이 없다. 귀한 손님 안 계시나.. 휘리릭 둘러보는 눈길 저 멀리 호사도요 한쌍 눈에 들어온다. 단언컨대 어지간해서는 좀처럼 집어내기 어려운 거리, 하지만 나는 호사도요만큼은 금세 찾아낼 수 있다. 있기만 하다면.. 호사도요와 나의 인연은 길고도 각별하다. 10여 년 전 논에 앉은 황로 무리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호사도요 암컷, 참 특이하게 생긴 오리가 다 있다 싶었다. 두어 달간의 망각기를 지나고서야 오리 이름이 궁금해졌고 탐조 사이트에 문의한 바 오리가 아니라 몹시 귀하게 관찰되는 도요류임을 알게 되었다. 그..
소쩍새, 그라고 솔부엉이
소쩍새, 그라고 솔부엉이
2017.04.24밤마다 귀찮게 울어대던 녀석들을 오늘은 내가 불러내 귀찮게 한다. 소쩍새나 솔부엉이나 거의 같은 시기에 도래한다. 녀석들은 이동 초기에 소리를 많이 낸다. 이 시기에는 심지어 낮에도 운다. 밤새인 주제에.. 아마도 짝을 찾거나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등의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다. 이때가 녀석들을 관찰할 수 있는 적기, 소쩍새 소리를 내면 소쩍새가 솔부엉이 소리를 내면 솔부엉이가 나타난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깊은 산중보다는 동네 낭깥이 좋다. 녀석들은 거짓말같이 홀연히, 그리고 바람처럼 나타난다. 짝으로 오인하는 것인지 침입자를 물리치러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소쩍새를 먼저 불러낸다. 소쩍새는 우렁찬 소리에 비해 몸집이 작다. 매미보다 좀 크다는 생각이 들 정도.. 좀 심한가? 좌우튼 작다. 이 녀..
수리부엉이(Eurasian Eagle-owl)
수리부엉이(Eurasian Eagle-owl)
2017.03.02하얗게 손짓하는 덕유산 주릉을 제대로 눈에 담아보겠다고 인근 야산을 오르다 만난 수리부엉이. 주위를 둘러봐야 둥지가 있을만한 서식환경이 아닌데 대낮에 나타난걸 보니 아마도 새끼가 딸린 듯.. 산 아래 우사에 드글거리는 쥐를 잡으러 오지 않았나 싶다. 훌쩍 날아 소나무에 앉는다. 그 자리 가만 있으라 하고 먼지 앉은 망원렌즈를 달고 돌아오니 역시 그 자리 그대로 있다. 그 언젠가 아침 나절 멧돼지 사냥길에 찜해둔 긴점박이올빼미를 해질 무렵 그 자리에서 사진에 담은 적이 있다. 하루 종일 꿈쩍 않고 있었던 모양이라..반갑다 수리부엉이새들의 아련한 시선이 좋다.안보는 척 나를 본다.그래 그렇게 대놓고 보자고.. 안잡아묵는다. 너 닥도 잡아묵제? 폐닥은 안묵는다고? 그려.. 닥은 우리가 잡으마..주식인 쥐로 하..
노랑부리저어새(Eurasian Spoonbill)
노랑부리저어새(Eurasian Spoonbill)
2016.12.17저수지보다는 작고 둠벙보다는 큰 우리 동네 방죽에 한 무리 새떼가 내려앉았다. 노랑부리저어새, 귀하신 몸 천연기념물 205-2호. 300마리 미만의 적은 수가 10월 중순 도래하여 3월 하순까지 머물며 월동한다는데 30여 마리가 모였으니 대략 10%. 물 빠진 방죽, 짠질짠질 미세하게 일렁이는 얕은 물속에 주뎅이를 처박고 연신 휘휘 저어가며 식사 중이다. 비는 내리고.. 배가 고픈 겐가 차가 지나가건 말건, 누가 쳐다보건 말건 제 볼일에 열중이다. 다소 까칠한 녀석들인데.. 녀석들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사진기에 망원렌즈 달아본다. 렌즈 후드에 서린 거미줄을 걷어냈다. 진짜로.. 고맙다. 노랑부리야.
석곡
석곡
2016.07.04석곡은 왜 이토록 위태로운 환경에서 자생하는가? 제아무리 바위를 기본으로 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다 하지만 사람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만 자생 석곡이 발견되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약용으로, 드물게는 식용으로, 근래에는 호사가의 관상용으로 자생지에서 뜯겨져나간 석곡. 날이 갈수록 보기 힘들어짐에 따라 귀한 것을 더욱 탐하는 사람들의 손길은 더욱 흉포해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리 되었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람의 손길을 피해, 눈길을 피해 멀리 달아나고 꼭꼭 숨은 석곡.자생지 석곡의 환경을 보면 한번 훼손되면 회복 불가능할 것임이 명백하다. 향후 석곡의 운명은 다름 아닌 우리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귀하게 여겨 우리..
새끼를 거느린 호사도요
새끼를 거느린 호사도요
2016.06.28이른 아침 호사도요가 살고 있는 논으로 간다. 이른 아침에 오길 잘했다. 녀석들은 사람 다니는 길 쪽으로 많이 접근해 있다. 이번에는 단박에 찾았다. 그간 익숙해졌는지 어미도 과히 나를 경계하지 않는다. 불과 1미터 정도를 후진했을 따름이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새끼들을 길게 자주 품는다. 이렇게 새끼를 품은 채로 서서 밤을 새우나? 논둑에 올라가지는 않을 터이고 그렇다고 따로 둥지도 없고.. 번식에 성공한 녀석들은 이 녀석들뿐일까? 암컷은 어디에 있을까? 새끼를 돌보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부근에 있을 터인데.. 많은 것이 궁금해진다. 좌우튼 고생이 많다, 호사도요. 호사도요는 암컷의 세력권 안에 여러 마리 수컷이 함께 서식하는 일처다부제 습성을 지니고 있다. 호사도요 암컷은 오로지 알을 낳아주는 것으로 ..
호사도요
호사도요
2016.06.26한창 모가 자라고 있는 논으로 들어간 호사도요는 어찌 살고 있을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고 망원경 챙기고 렌즈 초점거리 연장해주는 컨버터 장착하고 논을 찾는다. 녀석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포기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근심걱정 없이 살고 있다. 한숨만 늘어가는 농민들과 달리 녀석들은 태평세월을 맞았다. 어미는 연산 논바닥을 더듬어 먹을 것을 새끼에게 전해준다. 어미가 논바닥을 더듬는 동작은 주걱같은 부리로 물 속을 휘젓는 저어새의 부리질과 흡사하다. 구름이 끼고 날이 좀 쌀랑하다 싶으면 어미는 새끼들을 정기적으로 품에 넣어 체온을 관리한다. 비 오는 동안에는 어디 은신처에서 쉬는 것인지 한참을 더듬었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새끼들은 이제 날쎈돌이가 되었다. 모가 커 갈수록 관찰이 어려워진다. 망원경..
호사도요, 너 참 오랜만이다.
호사도요, 너 참 오랜만이다.
2016.06.23호사도요가 나타났다. 5년만에 다시 본다. 언젠가 소성 사는 농민회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 놈 보시거든 신고하라 했더랬다. 대뜸 우리 논에서 봄마다 본다 말하기에 믿지 않았다. 너무나 쉽게 대답하기에 아마도 꺅도요랄지 하는 녀석을 잘못 본 것일거라 생각했다. 애써 물어봐놓고 믿지 않은건 무슨 심보였던지 모를 일이다. 상대를 앝잡아 본거다.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몇년 전 일이다. 그런데 전화기로 사진이 날아왔다. 논에서 로타리 치는데 이 녀석들이 논바닥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호사도요다. 잘못 본게 아니었군..녀석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논에서 번식하고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차 트렉터 작업으로 은신처가 사라지자 이처럼 새끼를 달고 논바닥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기로 박은 것이니..
5월 갯벌, 도요물떼새
5월 갯벌, 도요물떼새
2016.06.19지난 5월 6일, 음력 그믐날이니 물이 높은 날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리 물때에도 완전히 잠기지 않는 갯등이 있으니 이 곳은 각종 도요물떼새들의 휴식처이자 쇠제비갈매기, 흰물떼새 등의 번식처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혹 여름깃으로 갈아입은 북상하는 넓적부리도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예의 갯등을 찾았다. 드넓은 갯벌이 물에 잠기고 갯등이 섬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점점이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던 도요물떼새들이 갯등으로 모여든다. 밀물이 최고조에 달하자 갯등은 기다란 섬이 되었다. 민물도요의 군무, 꽤 많은 녀석들이 이 곳에서 겨울을 난다. 배에 커다란 검은 반점이 있는 여름깃으로 갈아입었다. 이 녀석들이 번식을 위해 북상하고 나면 갯등은 몹시 한산해지게 될 것이다. 소수의 세가락도요 무리, 개중에 ..
중고딩 딱새
중고딩 딱새
2016.06.07둥지를 차고 나온 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을 본 것이 엊그젠데 그 사이 제법 컸다. 좀 더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먹이도 직접 챙겨 먹는지 더 이상 먹이를 물어오는 어미도 안 보이고 먹이를 보채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아직 단독생활보다는 형제간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다니거나 어린 딱새들을 근심스레 지켜보는 어미새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유아기를 벗어나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고나 할까.. 사람으로 치면 까칠한 중고딩쯤 되겠다. 전깃줄에 앉아 새끼들을 지켜보는 애비 딱새 쳇! 나도 이제 혼자 살 수 있다고.. 자 보라구! 이렇게 잘 나는데.. 이얍! 지붕 꼭대기에도 혼자 올라가고.. 까짓 세상 뭐가 무섭다고.. 근데 아자씬 뭘 보나? 딱새 첨 보나?
집 주변의 새들
집 주변의 새들
2016.06.02집 뒤 작은 낭깥, 솔밭이 있다. 몇 차례 태풍으로 많이 망가지고 사람 손이 가지 않아 대밭이 되다시피 했지만 여전히 소나무가 주인이다. 그리고 솔밭 가상 쭉나무(참죽나무) 몇 그루 집을 옹위하듯 푸르르고.. 많은 텃새와 철새들이 이 작은 숲에서 은밀하게 혹은 보란 듯이 살아가고 있다. 물까치, 개체 수가 많다. 조폭이라 이름난 까치도 당해내지 못하는 집단적 힘을 과시하는 녀석, 개사료도 다 퍼먹어버리는.. 한창 새끼들을 달고 다니더니 다 컸는지 좀 조용해졌다. 파랑새는 여름 철새다. 도착하자마자 창공을 휘저으며 주인 행세를 하더니 요즘은 기척이 없다. 아마도 포란 중인 듯.. 육추가 끝나면 불어난 새끼들까지 해서 이 녀석들로 다시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장서방 어딜 가시나.. 일상에서 꿩을 자주 보지만 ..
솔부엉이 내외
솔부엉이 내외
2016.05.30잃어버렸던 메모리카드를 찾았다. 이것은 기적에 가깝다. 정말 샅샅이 찾아도 없기에 다른 차원 세상으로 가버린 줄 알았더랬다. 그런데 포크레인이 밀어붙여놓은 흙이야 쓰레기야 뒤범벅되어버린 쳐진거리 밑에서.. 그것을 치우느라 삽질하는 도중 거의 찰라의 순간에 내 눈에 띄었다. 어쩌다 거기에 가 박혔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기적적으로 돌아온 메모리카드 속에 솔부엉이 한쌍이 들어 있다. 5월 8일, 내내 소리만 듣다 처음으로 녀석들을 만난 날이다.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것이 필시 내외간이다. 어떤 녀석이 수컷일까? 텁석부리를 연상케 하는군, 너냐? 아니면 눈매 사나운 너? 한번 맞촤 보시라. 모를 일이다. 도감에도 솔부엉이 암수 구별법은 나와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