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쇳빛부전나비
쇳빛부전나비
2020.05.17회문산 바람꽃 보러 간 날 찻길에 나와 나를 맞이한 기특한 녀석.. 내 어찌 너를 잊을소냐? 번데기로 겨울을 나고 한 해 한 번, 4월에서 5월까지.. 조팝, 꼬리조팝, 진달래, 철쭉을 먹이식물로 한다. 활엽수림 주변 관목지대에서 살며 수컷은 빈터의 풀잎 위에 앉아 점유 활동(텃세 행동)을 강하게 한다. 이른 봄 차가운 날 해를 향해 날개를 접어 수평으로 누인 다음 볕을 쬔다. 그러니 이 녀석도 볕 쬐러 나왔던 모양이다.
갯벌 나그네
갯벌 나그네
2020.05.09어제가 보름, 오늘쯤이면 물이 높아 도요새들 보기 좋겠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만조에 맞춰 갯벌에 들어간다. 갯등은 섬이 되었다. 거기 도요들이 모여 있다. 간혹 큰뒷부리가 섞인 중부리도요 무리, 여름옷을 입어 배가 까맣게 된 민물도요 무리, 소수의 꼬까도요, 노랑발도요 몇 마리, 개꿩, 갯등에서 번식 중인 쇠제비갈매기 무리, 왕눈물떼새, 종종거리고 뛰어다니는 흰물때새, 의젓한 검은머리물떼새.. 그러나 나의 관심사는 오직 좀도요 무리에 섞여 있을 넓적부리도요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다 붙잡고 물어봐도 없더라. 다들 외면하고 제 볼일만 보더라. 얘들아 넓적부리 못 봤냐~ 몰라요. 바뻐요. 건들지 마요. 도요들은 바쁘다. 다시 먼 길 떠나야 하니.. 내 분명히 봤어~ 넓적부리 나와! 안 나와~ 없네.. 내..
각시멧노랑나비
각시멧노랑나비
2020.05.03이른 봄, 숲 속은 온통 뿔나비 세상.. 낙엽과 더불어 겨울을 난 뿔나비들이 발에 걸린다. 그란디 이상한 놈 하나 아무 히마데기 없이 바람에 실려간다. 열심히 따라가 보는디 금방 앉은자리를 확인했는데도 븨들 안 헌다. 그러기를 몇 차례.. 비로소 보인다. 보호색이 장난이 아니다. 도감 첫들머리에 나오는 녀석, 각시멧노랑나비. 한 해에 한 번 6월 말에 나타나 이듬해 4월까지 활동한다 하니 이 녀석은 겨울을 나고 생의 막바지에 와 있는 셈이다. 낙엽 색에 맞춰 보호색을 띠려고 날개에 갈색 점이 생긴다 한다. 청춘 시절에는 연노랑이었던 모양이라.. 찬바람 부는 적상산, "나도 바람꽃이다" 여봐란듯이 피어 있을 줄 알았드만 너무 일렀어.. 바람꽃 대신 너를 보고 간다.
숲새
숲새
2020.05.02나른한 봄날 숲길 가다가 난 데 없는 풀벌레 소리 들리거든 유심히 귀 기울여 보시라. 겨울 뻐꾸기도 아니고 웬 가을밤 풀벌레라더냐 유심히 귀 한번 기울여 보시라. 거기 새 한 마리 있을 것이니 이마에 돋는 땀 훔치며 유심히 귀 기울여 보시라. 그 모습 쉽사리 보이지 않더라도 가던 길 멈추고 가만히 앉아 귀 한번 유심히 기울여 보시라. 숲새(Asian Stubtail) 다소 흔히 번식하는 여름 철새. 4월 초순에 도래해 번식하고 10월 하순까지 남하하는 무리를 볼 수 있다. 어두운 숲 속의 땅 위에 서식한다. 놀라면 나무 사이로 낮게 날아 가까운 거리에 앉는데, 울음 소리로 그 위치를 알 수 있다. 꼬리가 매우 짧다. 옴 윗면은 갈색이며 긴 흰 눈썹이 있고 눈선은 흑갈색이다.
들꿩
들꿩
2020.04.28바래봉 가는 길 오래된 헬기장 햇살 따스한 양지 암컷은 소스라쳐 몸을 감추고 그 자리 얼음으로 시간 벌던 녀석 슬그머니 숲 속으로 들어가 낯선 침입자를 감시한다. 추적자는 아쉬움에 입맛만 다신다. 일락서산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애호랑나비
애호랑나비
2020.04.23내가 나비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운곡습지에서 한국뜸부기 소리를 채록한 이후 여름내 틈만 나면 그곳에 갔다. 가뭇없이 사라져 버린 한국뜸부기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무더위 끝 가을이 시작될 무렵 팔랑거리는 나비들한테 사진기를 들이댔던 것이다. 나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하여 애호랑나비를 알게 되었고 봄이 오면 별렀다. 이번에야말로 너를 보고야 말리라. 봄날이 가는 건 순간이더라. 덧 없이 세월은 흐르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을 내 과연 몇 번이나 맞을 수 있단 말이더냐? 때 이른 절박함을 가슴에 품고 길을 나섰다. 무등산 중봉에 가면 너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세워 두었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중봉으로 가는 능선은 몹시 추웠다. 키 작은 관목림 속 자태를 뽐내는 진달래들도 추위..
깽깽이풀
깽깽이풀
2020.04.14자생지에서 깽깽이풀을 만나는 것, 오랜 바람이었다. 그란디 유독 이 녀석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올해는 보고야 말겠다 마음먹은 지 몇 해 만인가.. 나도 봤다. 아쉽게도 도움을 받았다. 너 참 이쁘다. 그래 너라도 보니 반갑다.. 오늘도 헛방인갑다 했다. 순간.. 거짓말처럼 너를 본다. 반갑다 깽깽이풀.. 가슴이 벅차올랐다. 적잖이 흥분했다. 아무리 귀한 녀석들도 자생지에서는 흔하다. 자생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구름장이 두텁다. 빛이 사라져 아쉽다. 이 놈 저 놈 구부다 보며 각을 잡아 사진기에 담는다. 안녕~ 좀 이른 듯하여 며칠 있다 다시 가보자 해놓고 가지 못했다. 봤으니 되얐다.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무탈하길..
참매
참매
2020.03.08며칠 전 만났던 흰죽지수리 생각에 저수지 아래 들판을 공연히 돌아보곤 한다. 예상대로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이동 중인 나그네였던 것이 확실하다. 해 질 무렵 잔디밭 농약 치고 홀가분해진 마음에 다시 들판을 찾았다. 길 가상 논 속에 뭔가 있다. 음 참매로군.. 새를 잡았는가? 뜯어먹느라 여념이 없다. 누가 오거나 말거나, 쳐다보거나 말거나.. 차 안에 있는 나도, 두런거리며 지나가는 할매들도 안중에 없다. 새들의 앞모습은 무척이나 무뚝뚝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심지어 사납기조차 하다. "예, 형씨.. 가던 길 가소", 짜식 한칼 하네.. 훌쩍 날아가버린 자리, 희생자는 어떤 녀석일까? 처참한 잔해만 남았다. 훌쩍 날아갔던 녀석, 저 멀리 논두렁에 다시 와서 앉았다. 너무 멀다.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다..
흰죽지수리
흰죽지수리
2020.03.05부안 갔다 돌아오는 길 동림지 아래 들판, 커다란 맹금 한 마리 자그마한 녀석한테 쫓기고 있다. 멍청한 독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끈질기게 따라붙어 되게 못살게 군다. 얼핏 까마귀로 보이는데 설마 까마귀가 이렇게 용맹스러울까 싶다. 말똥가린가 했으나 크다. 머리 쪽이 하얗다. 큰말똥? 도감을 뒤져 알아내고 싶지만 몹시 바쁘다. 이럴 때는 전문가한테 물어보는 것이 쉽다. 이런 패턴은 우리나라에 매우 드물게 온다는 말과 함께 흰죽지수리 아성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4년생 정도로 추정된다고, 5년은 커야 성조로 본다 한다. 귀한 녀석을 본 게로군.. 아마 이동 중일 게다. 너나 나나 이동 중, 이동 중에 만난 귀한 녀석.. 이런 게 조복이라는 거다. 그 날 이후 녀석은 보이지..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2020.02.25갑자기.. 꽃바람이 불었다. 선운사에서.. 내장산에서.. 변산바람꽃은.. 전국 도처, 사방천지에 있다. 때를 맞추는 게 힘들 뿐..
만경강 느시
만경강 느시
2020.01.18몇 해 전이었던가? 여주 논벌에 느시가 나타났다. 강원도에서 내려오는 길, 달려갔으나 허탕.. 빈 들판을 맴돌다, 아쉬움에 돌고 돌다, 막걸리만 댓 잔 걸치고 내려왔더랬다. 그리고 어제, 느시가 나타났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그것도 만경강.. 오늘 그 위치가 파악되었다. 그래서 달렸다. 강변에 설치된 여러 문의 대포, 강 건너 모래톱, 유유자적 혹은 태연자약 거닐다 쉬다, 그곳에 느시가 있었다. 쉽게 찾았다. 새를 보다 이런 날도 온다 싶다. 그러나 멀다. 겁나 멀다. 맨 눈으로는 보일락 말락.. 대포를 난사하고 집에 와 겁나 크롭,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서식 이베리아 반도, 동유럽, 중동 부근에서 러시아 중부, 몽골, 중국 북부, 아무르 지방에 분포. 매우 희귀한 겨울 철새. 행동 광활한 평야, 초지,..
초랭이 방정 굴뚝새
초랭이 방정 굴뚝새
2020.01.17굴뚝새는 정말 굴뚝을 좋아하는 걸까? 금방 굴뚝에서 나온 것처럼 까맣다 해서 굴뚝새라던가.. 높은 산 위에서 번식하고 평지로 내려와 겨울을 나는 굴뚝새, 어릴 적 기억으로 굴뚝 주변에서 자주 목격이 되곤 했었다. 화목 보일러에 나무를 넣다 보면 녀석이 나타나 주위를 맴돌곤 한다. 마치 연기 냄새라도 맡는 것처럼.. 몹시 작은 몸집에 들릴 듯 말 듯 짹! 짹! 하지만 이른 봄 번식기가 다가오면 청아한 노랫소리로 계곡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꼬리를 치켜세우고 초랭이 방정.. 새들의 앞모습은 너나 할 것 없이 몹시 무뚝뚝하다. "뭘 봐여 아자씨, 굴뚝새 첨 봐?" 귀여운 녀석.. 노래하는 굴뚝새 산지와 평지를 오가며 생활하는 굴뚝새. 여름철에는 높은 산지로, 겨울철에는 평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늦가을과 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