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논바닥에 내려앉은 기러기떼
논바닥에 내려앉은 기러기떼
2009.04.09동진강 하구 근방이었을 것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변 보리논에 기러기가 떼로 몰려와 내려앉는다. 가창오리 등 철새들에 의한 농작물 피해 소식을 들어왔지만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 아마 사료작물을 갈아놓은 논인 듯 하다. 총체보리가 아닐지.. 기러기들은 계속 내려와 앉고.. 왜 유독 그 논에 집중하여 앉는지 모르겠다. 그 논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많이 어작내지 말지어다.
바닷가에서 본 바다직박구리의 다양한 자태
바닷가에서 본 바다직박구리의 다양한 자태
2009.04.08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온 산을 헤집고 다니는 직박구리와 달리 바다직박구리는 노랫소리도 들을만 하고 자태도 곱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녀석 눈매가 보통이 아니다. 흔히들 하는 말로 한카리스마 한다. 제주도 바닷가, 우리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녀석들이 해변 곳곳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깃털이 별볼일 없어 보이는 이 녀석은 암컷일 것이다. 어디를 바라보시나?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삐뚤어진 부리를 가진 솔잣새.
삐뚤어진 부리를 가진 솔잣새.
2009.04.04열흘 남짓 되었을까? 희여재 넘어 산길 걷는 중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솔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청설모인가?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비로소 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솔방울을 따고 물고 분주한 녀석들, 짹 소리도 내지 않고 솔방울 까기 삼매경에 빠져 있다.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잡자고 부시럭거리고 왔다 갔다 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언제부터 솔방울을 까먹기 시작했을까? 솔방울 까먹기 좋게 진화를 거듭한 것인지, 너무 까먹어서 고장난 것인지 부리가 틀어져 있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잘 까먹는 것이 고장난 부리는 아닌 듯한데 틀어진 부리가 솔방울 까는데 유리한지 어떤지는 선뜻 감이 오질 않는다. 따서물고발톱으로 꽉 붙들고 입으로 송방울을 까서 솔씨를 꺼내먹는다. 나뭇가지와 솔방울을 동시에 잡..
한봄, 밭에서 만난 딱돌이와 딱순이.
한봄, 밭에서 만난 딱돌이와 딱순이.
2009.04.01깨밭에 방치해놓은 비닐을 걷는다. 비닐이 묵어 잘 걷히지 않아 일이 속도가 붙지 않는다. 밭 한쪽에 심어놓은 매화가 흐드러지다 이제 시들기 시작하고 있다. 매화향이 그윽하다. 눈은 자꾸 꽃으로 가고 비닐을 걷자 새로 드러난 흙 속에 있는 먹잇감을 노리는 딱새 부부가 어지러이 날아다닌다. 때는 바야흐로 한봄이다. 집안 곳곳에 둥지를 틀기도 하는 딱새는 사람을 그리 경계하지 않는다. 이맘때면 번식기가 닥치는지 꼭 암수가 한쌍으로 달아다닌다. 단아하고 새초롬한 암컷에 비해 옷치장이 그럴듯한 수컷이 사진기 안으로 잘 들어온다. 포리똥나무에 박새가 앉아 그럴듯한 화조도가 되었다. 좀 있으면 숲속을 온통 헤집고 다닐 물까치들이 전기줄에 떼로 앉아 있다. 서산일락 해떨어진다. 이제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굴뚝새의 청아한 노랫소리에 반하다.
굴뚝새의 청아한 노랫소리에 반하다.
2009.03.29굴뚝새를 처음 본 날은 그냥 눈으로만 보고 만족해야 했다. 주섬주섬 사진기 꺼내고 렌즈 갈아끼우는 동안 종적을 감춰버린 탓이다. 꽃이건 새건 처음 보기가 어렵지 한번 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묘하게도 눈에 잘 뜨인다. 그날 이후로 계곡에 가면 여지없이 바위 틈에서 굴뚝새가 튀어나와 저만치 달아나 바위틈을 비집고 다니며 부지런히도 움직인다. 세상에 굴뚝새보다 부리나케 움직이는 새는 보지 못하였다. 사진기를 눈에 갔다 대면 이미 그 자리에 없다. 계곡을 여러차례 오르내리면서 첫날 잡은 녀석은 이렇다. 굴뚝새가 계속 눈 앞에서 어른거려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이튿날 다시 가보았으나 날이 너무 저물어서인지 보이지 않는다.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왔는데 그냥 갈 수 없어 금선계곡으로 들어가보았다. 얼마를 올랐을까 ..
왜 개똥지빠귀일까?
왜 개똥지빠귀일까?
2009.03.29요즘 논밭에 흔하게 날아다니는 새, 개똥지빠귀다.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잘 흉내 낸다는데 들어보지 않아서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자세도 의젓하고 깃털도 깔끔한 녀석을 왜 하필 '개똥'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지빠귀들과 구별하였을까? 여기저기를 뒤적거려봐도 신통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지빠귀 중 가장 흔한 것이 이 녀석이라서.., 길가에 굴러다니는 개똥처럼 흔한 녀석이라서 개똥지빠귀가 되었다는 설명이 가장 그럴듯하다. 다만 그럴 정도로 흔한 녀석인지는 아직 확인한 바가 아니라서 이 또한 흡족한 답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딱샛과의 새. 편 날개의 길이는 12~14cm, 꽁지의 길이는 8~10cm이며, 대체로 검은 갈색이다. 배는 희고 옆구리에 검은 갈색의 무늬가 있다. 다리가 길며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잘 흉내..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상모솔새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상모솔새
2009.03.24처음 보는 녀석인데 이 녀석도 나를 처음 보는 녀석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도무지 사람 무서운 줄을 모른다. 겁도 없이 렌즈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온다. 오해하지 마시라. 검불 속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아주 작은 녀석이다. 상모솔새 수컷, 머리 깃이 화려하다. 누가 새대가리라 하였는가? 호기심 어린 눈망울, 진지한 표정, 우수에 젖은 듯한 눈매.. 정말 영리해보이는 녀석이다. 꽤 보기 힘들 뿐더러 보더라도 이렇게 차분히 사진에 찍히는 녀석이 아닌 모양인데 좀 별나다. 상모솔샛과의 텃새. 몸의 길이는 9cm, 편 날개의 길이는 5~5.7cm, 꽁지의 길이는 3.6~4.2cm이다. 등 쪽은 누런빛을 띤 녹색, 허리는 노란색, 아래쪽은 엷은 황색이다. 뿔털은 암수 모두 황색으로, 수컷의 뿔털은 금빛 상모..
꽃보다 원앙
꽃보다 원앙
2009.03.20들꽃을 찾아나선 길, 바라던 꽃을 보지 못할 때 깜짝 나타나는 새들이 있어 즐겁다.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3월 초 바람꽃을 보러 갔다 부는 바람만 디지게 맞고 돌아오던 길 혼자 놀던 원앙 한마리를 보았다. 총각인지 홀아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바람 센 저수지에서 부는 바람 맞받아 헤엄쳐 나가던 원앙의 모습이 눈에 삼삼하다.
노루귀는 못보고.. 들꿩을 보다.
노루귀는 못보고.. 들꿩을 보다.
2009.03.10인터넷을 뒤져 청노루귀 자생지를 찾아 나섰다.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지만 그냥 가봤다. 늦은 시각인 데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건성으로 둘러보고 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뭔가가 움직이며 낙엽 밟는 소리가 난다. 다람쥐인가 싶어 들여다보니 꿩을 닮은 녀석이 할레 할레 돌아다니고 있다. 여직 보지 못한 녀석이지만 '들꿩'이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 맞다. 사람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는다. 집에서 놓아 멕이던 닭마냥 한가하게 움직인다. 아! 이쁘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계속 접근하자 나무에 훌쩍 날아오른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매우.. 가방 짊어지고 몇 걸음 옮기는데 바로 옆 잡목 숲에서 다른 녀석이 푸드득 날아간다. 필시 암컷일 것이다. 그 녀석은 가만히 숨어서 수컷을 따라다니는 ..
중앙저수지 큰고니 큰기러기.
중앙저수지 큰고니 큰기러기.
2009.02.19갑자기 추워진 날 아침 속살까지 파고드는 저수지 바람을 맞으며 삽질 한바탕 좋게 하고 돌아오던 길. 물가에 내려앉은 기러기와 고니 무리에 이끌려 차를 세우고 다가가보았다. 기러기들은 열심히 흙바닥을 뒤적이며 무언가를 찾고 있고 고니들은 제 몸에 목을 박고 쉬고 있다. 인기척을 느낀 기러기떼 물을 박차고 일순 날아오른다. 고니들도 날아가고.. 고니들은 한번 날아오르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하는데.. 이럴때는 많이 미안하다. 좀 더 큰 렌즈로 멀리서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생각만. 고니 한마리 무슨 일인지 안날아갔다. 정확히는 큰고니가 맞을 것이다. 이런 녀석들이 하나씩 있다. 우리동네 말로 '해찰'하느라 정신이 빠진 모양이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사진기에 꽉 찬다. 새들은..
댕기흰죽지
댕기흰죽지
2009.02.19차들이 쌩쌩 달리는 길가 자그마한 방죽에 오리들이 앉아 있다. 흰뺨검둥오리가 꽤 큰 무리를 이뤄 몰려다니고 있는 한 켠에 아직 본 적이 없는 오리 한쌍이 다정스레 유유자적하고 있다. '오리'로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더니 머리 뒷꽁지에 길게 삐져나온 깃이 있어 '댕기'로 찾아보니 나온다. 가슴과 배 부위의 흰색과 꽁지머리, 노란 눈이 골고루 매력적이다. 댕기흰죽지 기러기목(―目 Anseriformes) 오리과(―科 Anatidae)의 한 종(種). 겨울철새로서 한국 전역의 호수·하천·해안, 특히 강원도의 청초호와 경남의 낙동강 하구 등지에 많이 도래하여 월동한다. 중형종(中型種)으로서 유라시아 대륙의 아한대 지역에서 널리 번식한다.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생활하며, 잠수하여 채식하는 경우도 있다. 연체동물, ..
가창오리의 습격
가창오리의 습격
2009.02.05가창오리들이 쉬어가는 동네 앞 저수지. 요즘 많이들 오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가늠하기 힘들어 짐작만 할 뿐 그것이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그저 팔자려니 해야 한다. 그런데 자리를 제대로 잡았다. 지난 2일의 일이다. 빨갛게 지던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버려 석양도 없는 상황, 때가 되어 날아오른 녀석들이 저수지 상공을 선회하며 회전반경을 넓혀가며 저공비행으로 머리 위를 휘몰아치기를 여러차례. 그것은 습격이었다. 마음만 고쳐먹는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섬멸해버릴 것 같은 섬뜩한 공포감마저 들게 하는 새들의 습격. 수면에는 물결이 일렁이고, 녀석들의 날개짓이 만든 바람은 폭풍을 연상케 했고 몸에서 쏟아지는 물방울은 그 폭풍을 폭풍우로 완성시켰다. 환호성을 질러대던 딸래미들이 무섭다며 차 속으로 달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