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이야기
관음사 - 산천단
관음사 - 산천단
2019.06.07화산도를 읽는 동안 몹시도 제주도에 가보고 싶었다. 5월 3일, 못자리 낙종을 마치고 그 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목포발 0시 30분 배를 예약해두고 2박 3일 일정을 짰다. 하루쯤은 어디가 되었건 밖에서 잘 요량으로 야영 짐을 꾸려 짊어지니 등짝이 묵직하다. 어린이날을 낀 황금연휴 탓에 타고 다닐 차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어떻게든 되겠지.. 배에 손님이 가득하다. 먼저 눕는 게 임자라고 비좁은 객실 바닥을 차지하고 일찌감치 다리를 뻗었다. 비좁고 무덥고.. 꽤 고역이었다. 제주항에 도착하니 아침이 환하게 밝았다. 버스 편을 알아볼까 하다 마침 호객 중인 택시에 올라타고 관음사로 향한다. 관음사에서 산천단까지 걷는 것으로 제주 유랑의 첫발을 내딛는다. 산천단에서 관음사로 오를까 생각도 했..
쳇망오름
쳇망오름
2019.03.01제주에 간다. 하지만 제주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는 정하지 못했다. 이른 아침 영실에 데려다 달라 했다. 어디로 넘어갈 것인지는 올라가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내심 돈내코 방향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젯밤 꿈 속에서는 하늘다람쥐가 날아다녔다. 상쾌한 출발, 조짐이 좋다. 영실 오름길 솔 숲은 참으로 좋다. 곧게 뻗은 소나무의 기상이 하늘을 찌른다. 손톱만치나 남아 있던 술기운이 개운하게 가신다. 그런데 그만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개울 건너 샛길이 보였다. 붉은 표지기의 치명적인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오름나그네](김종철 선생의 저서)에 따르면 영실 오름길 도중에 이스렁오름으로 가는 길이 있다 했다. 틀림없이 그 길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돌아와 책을 뒤지니 "영실 등산로 접어들어 처음 만나는 맑은..
이덕구 산전
이덕구 산전
2018.01.12제주도에 가시거든 가시리에 가보시라. 가시되 교래리 산굼부리 지나 녹산로를 타고 가시라. 가시리가 나는 참 좋다. 가시리에 가야 비로소 "아.. 여기가 제주도로구나"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가시리는 참으로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제주도 어느 한 곳 예외가 있겠는가마는 그중에서도 가시리는 4.3.. 항쟁과 피의 학살 그 한복판에서 중산간 마을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이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를 확보하라" 이것은 미국의 명령(미 군사고문단장 로버츠가 경무부장 조병옥과 국방경비대 사령관 송호성을 불러놓고 지시)이었다. 당시 자행된 어마어마한 학살극의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시리의 올레, 올레를 전라도식으로 표현하면 '고샅'이 되겠다. 더 정확하게 ..
한라산 깊은 곳, 흙붉은오름
한라산 깊은 곳, 흙붉은오름
2017.07.16흙붉은오름, 이런 이름 좋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이름 그대로 흙이 붉은 오름. 흙이 왜 붉을까? 붉은 화산송이가 오름 등성이 지면에 노출돼 있어서 그렇다네. 송이는 뭐지? 왜 그게 그대로 노출돼 있다냐? 머릿속에서 의문이 꼬리를 문다. 송이는 화산이 폭발할 때 공중으로 높게 뿜어지며 잘게 부스러진 용암이라 보면 되겠다. 한자로는 분석(噴石)이라 하는데 噴(뿜을 분) 자를 쓴다. 그러고 보니 흙이 아니라 돌이네. 시뻘건 용암이 하늘 높이 분출되는 광경을 상상해보시라. 공기 중에 분출되다 보니 공기를 많이 머금어 가벼워지고.. 이게 지표면에 퇴적되니 식물이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모양이라.. 흙붉은오름은 백록담(부악) 동쪽 가장 가차이, 가장 높은 곳(표고 1,381m)에 자리한 오름이다. 성판악에서..
한라산 깊은 곳 이스렁오름
한라산 깊은 곳 이스렁오름
2016.05.28몇 해 전 5월 영실에서 윗세오름으로 가는 오름길에서 바라본 이스렁오름과 그 주변 경관을 가슴속 깊이 간직해 두었더랬다. 언젠가는 가고 말리라.. 그리고 4년이 지나 그곳을 다녀왔다. 그것도 연중 가장 바쁜 농사철 고동목에 작정하고 집을 나섰다. 선거를 마친 이후 장거리 여행을 꿈꿔왔다. 본래 흑산도를 벼르고 별렀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한데 왕복 6만 900원 하는 비행기 삯이 나를 결단케 했다. 흑산도보다는 제주도가 심리적으로나 물질 기술적으로 훨씬 가깝다. 오후 늦게 출발해서 아침 일찍 돌아오는 짧은 2박 3일, 다녀와서 정밀하게 다시 고증해보니 몇 해 전 내 시선을 잡아 끈 오름은 쳇망오름이었다. 쳇망오름을 이스렁오름으로, 이스렁오름을 어스렁오름으로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 쳇망오름은 다시 기회를 ..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바라보이는 기막힌 술자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바라보이는 기막힌 술자리
2013.05.09바닷바람 불고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해녀할망들이 썰어주는 해산물 한쟁반에 동지들과 나누는 술잔... 취해부렀다는 거
제주도, 한라산, 탐조.
제주도, 한라산, 탐조.
2012.01.08지난 연말 고창 농민회 회원들과 한라산을 올랐다. 산 아래 날씨는 좋았으나 산정 날씨는 좋지 않았다. 살을 에이는 눈바람만이 가득한 산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겨울 아닌 다른 날에는 가보지 못하고 네 차례를 올랐으나 백록담은 단 한번 보았을 뿐이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정상이 가까워지면 나무가 사라지면서 거대한 설산을 오르는 느낌이 된다. 선등자의 발걸음이 수도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정상 사진 찍기에는 녹두장군이 함께 하셨다. 산을 내려와 고창 회원들은 배로 떠나고 나만 섬에 남았다. 늘 가는 곳 가시리 석대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나는 어째 가시리에 가야 비로소 제주에 왔다는 실감이 날까? 해 뜰 무렵 새들의 쉼터 하도리로 향한다.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가 종 구분 없이 함께 쉬고 있다...
백약이오름, 일단 올라보시라.
백약이오름, 일단 올라보시라.
2010.06.26약초가 많아 백약이오름이라.. 오래 전 이야기일 따름인지, 보고도 모르는 것인지 여느 오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 탓인지 느릿하게 풀 뜯고 있는 소들 때문인지 오름 초입의 모습은 평범하다 못해 권태롭기까지 하다. 표선면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어디에서 보아도 매끈한 몸매로 위용을 과시하는 다랑쉬를 비롯하여 이름난 오름들이 주위에 포진하고 있다. 주위 오름들을 조망하는 맛이 좋겠다. 본격적인 오름짓이 시작되는 지점, 어디서 왔냐고 소가 묻는다. 좌보미오름이 배경이 되어주었다. 능선에 오르는 순간 탄성이 터진다. 오르는 동안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움푹 패인 커다란 굼부리와 굼부리를 둘러싼 다양한 기복의 능선에 눈이 번쩍 뜨인다. 직접 올라보지 않고 섣불리 평가해서는..
제주도, 몸국이 있어 살아 돌아왔다.
제주도, 몸국이 있어 살아 돌아왔다.
2010.06.24'모내기만 끝나믄..' 큰일 하나 치르고 나면 다른 일이 꼬리를 물기 전에 벼락같이 하고 잪은 일을 해치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모내기 끝나먼 제주도 한번 갔다 오세" 하고 버릇처럼 말해두었었다. 평일, 휴일 가릴 것 없는 농사꾼 처지이기는 하나 공부방 일을 하고 있는 각시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휴일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장맛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으나 지금이 아니면 한정없이 미루어지거나 아예 없던 일로 되겠다 싶어 제주행을 결행하였다. 각시와 함께는 딱 거의 1년만이다. 이번에는 술을 몽땅 마시고 돌아다녔다. 아니 술을 이겨먹지 못하였다. 콩 갈고 논마다 물 틀어놓고 헐레벌떡 마감 직전 포도시 올라탄 제주행 막비행기, 내리자마자 한시간을 달려가 술을 먹기 시작하였으니 한라산 정기받으며 사는 ..
곶자왈, 정물오름.
곶자왈, 정물오름.
2010.05.11곶자왈이 안덕에 있는 지명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형이었다. 제주에만 있는.. 제주 친구들한데 곶자왈에 한번 가자 하고서야 곶자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직도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하겠다. 다만 제주 친구들은 곶자왈을 제주의 허파, 숨골이라 하였다. 그리고 빗물이 스며들어 해안에서 용출하는 제주 지하수맥의 원천이 되는 곳이라 하였다. 이렇게 생겼다. 양치식물과 남방계 상록수목이 울창하여 한낮에도 어두침침하고 습한 듯 하면서도 공기가 상쾌하다. 바닥에는 커다란 돌들이 얼키설키..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제주 특산식물, 생태계의 보고라 하였다. 자생란이 많게 생겼다. 팔색조, 삼광조 등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새들도 스며 살기 좋게 생겼다. 기회가 되면 길게 더듬어보고 싶다. 그런데 곶자..
중산간에 비가 내린다.
중산간에 비가 내린다.
2010.05.06가시리 총각 석대와 서귀포 열리 총각 경록이와 함께 마신 술이 거나하여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해가 솟았다. 표선 해수욕장은 제주바다답지 않게 간만의 차이를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마치 서해의 작은 해수욕장같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들여다보니 좀도요, 민물도요 등이 이리저리 종종거리며 몰려다니고 있다. 새우란을 보러 중산간 마을 가시리로 올라가니 금방이라도 비가 올 양으로 날이 겁나게 우중충하다. 정석항공관 근처 유채꽃길이 곱다. 길은 이렇게 휘어지고 돌아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요사이 새로 뚫는 길은 너무나 폭력적이다.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잡목 숲으로 들어간다. 전혀 길이 없을 것 같은 숲 속에 길이 사방팔방으로 뚫려 있다. 고사리꾼들 덕이다. 고사리꺾기가 한창일 때는 고사리보다 사람이 더 많..
뱃길로 가는 제주도.
뱃길로 가는 제주도.
2010.05.03제주도에 한번 가고 싶던 차에 전화가 왔다. 어린이날 행사에 쓰일 어린모가 필요한데 어찌해야겠는가 하고 묻는다. "걱정을 마시라" 하고 직접 가져다주겠다 대번에 약속하였다. '울고 싶자 뺨 때린다'더니 딱 그 짝이다. 미나리깡에 심으려고 육묘중인 모판 20장을 구해 두고 여러모로 연구하였으나 트럭에 싣고 가는 방법 외에 딱히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판 20장을 적재함 바닥에 깔고 바람타지 않게 포장으로 잘 덮었다. 왕복 도선비 24만여원, 배보다 훨씬 큰 배꼽이 부담스럽긴 하나 도리가 없다. 이른 해장 길을 나서 목포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꽤나 북적거린다. 차를 먼저 선적하고 표를 끊으러 가는데 수학여행길에 나선 까마귀들이 엄청나게 몰려온다. 감당하기 힘들것 같은 무리들을 피해 침대칸을 요구하니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