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오묘한 색감, 먹황새
오묘한 색감, 먹황새
2011.12.07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전남 모처에 먹황새가 도래하였으니 틈나는대로 다녀와보라는 지인의 전언에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달렸다. 바람끝이 시린 꽤나 추운 날이었다. 여러차례 전화 안내를 받은 끝에 지정한 장소에 도착하였으나 새는 보이지 않고.. 이리저리 둘러보던 차에 문득 하늘 높이 뜬 일단의 먹황새 무리를 발견하였다. 하늘을 빙글빙글 활공하며 내려앉을 곳을 찾는 듯한 우아한 비행이 까마득히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와지기도 하다가 홀연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어디로 갔을까? 한참을 기다리다가 차를 끌고 길을 따라 돌아가본다. 한 십리나 달렸을까? 댐 기슭에 내려앉은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꽤 먼 거리, 이 정도면 문제 없겠다 싶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녀석들 날아오르고 만다. 몸값을 아는지 경계심이 투철하다. ..
두루미를 보다.
두루미를 보다.
2011.09.30지난 겨울 해남에서 보았던 두루미. 철원에나 가야 볼 수 있다던 두루미를 뜻하지 않게 해남에서 만났다. 몹시 큰 몸집에 다른 새들을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가짜새인 줄 알았더랬다. 어찌나 흥분했던지 차분히 관찰하지 못하고 금새 날려보내고 말았다. 호수 넘어 멀리멀리 하염없이도 날아가버린 야속한 녀석이다. 이렇게 남쪽에까지 내려와 기록된 예가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귀한 두루미를 의외의 장소에서 보았으니 희귀한 만남이었다. 늠름한 자태가 눈에 선하다.
긴꼬리홍양진이
긴꼬리홍양진이
2011.09.30지난 겨울 본 긴꼬리홍양진이. 이름도 이쁜 놈들이 암수 서로 정답다. 더 이뻐보이는 놈이 수컷이라는 것 쯤이야 누구나 아는 사실일 터..
호랑지빠귀
호랑지빠귀
2011.09.30초여름에 보았던 호랑지빠귀,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지렁이를 무슨 수로 한입에 물고 있을까? 바로 옆에서 사진기를 눌러대도 모른척 하고 지렁이를 잡던 녀석 목표량을 채우자 쏜살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새깽이들이 기다리는 둥지로 달려갔겠지..
심원 만돌갯벌 새 사진.
심원 만돌갯벌 새 사진.
2011.09.20요새는 새 보러 다닐 새가 없었다. 오래도록 거른 탓에 막상 나가려니 귀찮아지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하루라도 새를 안보면 좀이 쑤시던 일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다. 추석 차례 모시고 처가집 가는 길, 심원 앞 갯벌로 에둘러 갔다. 도요새 이동시기가 시작된 지도 꽤 되었기에 적지 않은 새들이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많지 않다. 청다리도요사촌,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지느러미발도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희귀하게 보이는 녀석들을 찾아보지만 흔한 녀석들조차 희귀하게 보인다. 이미 썰물로 바뀐 바닷물은 빠른 속도로 빠지고 있었고 많지 않은 새들도 멀리멀리 너른 갯벌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상념에 젖은 괭이갈매기. 청다리도요가 난다. 덩치 큰 마도요 외로운 청다리도요, 니 사촌 얼굴 한번 보자고.. 마음씨 착..
[고창의 자연] 흰배뜸부기의 귀환.
[고창의 자연] 흰배뜸부기의 귀환.
2011.06.29흰배뜸부기(두루미목 뜸부기과) 암컷으로 추정해본다.산란기는 5~7월, 북한에서는 흰배물닭이라 부른다. 암수를 구분하는 특징은 명시된 바가 없어 사진에 보이는 뺨의 검은 반점이 암수를 구분짓는 특징이 될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소리 높이 짝을 부르던 녀석. 이를 근거로 수컷이라 짐작하였다.저수지 가상 습지 주변에 있는 우리 논에 흰배뜸부기가 다시 찾아왔다. 흰배뜸부기는 중국 남부, 동남아 등 아열대 지방에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문 나그네새로 남원과 수원에서 번식한 기록이 있다. 내가 이 새를 처음 본 것은 4년 전인 2007년의 일이다. 무더운 여름 논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귀에 낯선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얼핏 뜸부기 소리처럼 들렸으나 음정이 높고 박자가 빨라 다른 녀석임이 분명하였..
소쩍새 울면..
소쩍새 울면..
2011.05.08땅콩을 심어놓고 까치란 놈이 얼마나 극성스레 파먹어대던지 총을 들고 징벌한 적이 있었다. 낭깥 속으로 날아든 까치를 좇아 들어갔다가 문득 마주친 녀석, 소쩍새였다. 소쩍새나 나나 저으기 당황하여 빤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총이 아닌 사진기가 손에 있어야 했다. 그 후로 해마다 봄이 되어 앞산 뒷산에서 소 쩍 소 쩍 소 쩍 꿍 소 쩍 꿍 소리가 들린다 치면 저 녀석을 언젠가 다시 대면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잠을 설칠 지경이 되었다. 허나 야행성에 은신성까지 뛰어난 녀석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올해도 소쩍새가 울기 시작한 지 벌써 한달이 되어가지 않나 싶다. 간간히 소리가 들릴때마다 마루에 나가 위치를 가늠하며 기회를 엿보..
갯벌, 먼 길 나선 나그네 도요새들의 오아시스.
갯벌, 먼 길 나선 나그네 도요새들의 오아시스.
2011.04.29수많은 생물들의 삶터이자 먹이터가 되는 갯벌, 우리는 흔히 생명의 땅이라 부른다. 다양한 종류의 무수한 생명들, 여기에 우리 인간들까지 가세하여 빚어내는 갯벌의 풍경은 때로는 부산하게, 때로는 고요하게 사시사철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70km가 넘는 고창의 해안선 대부분은 이런 갯벌이 드넓게 형성되어 있고 심원면, 부안면 일대의 갯벌은 지난 2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이는 고창 갯벌이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중요한 습지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음을 의미이다. 이런 갯벌이 북적거리는 새들로 인해 활기가 넘치는 시기가 있으니 바로 요즈음이다. 초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도요새들은 수천km, 심지어는 1만km가 넘는 거리를 거의 쉬지 않고 날아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간다. 이들은 4월에서 5월 사이 ..
[고창의 자연] 설원을 누비는 쇠부엉이와 삵
[고창의 자연] 설원을 누비는 쇠부엉이와 삵
2011.04.02한차례 매서운 꽃샘추위가 남아 있긴 하겠지만 무르익는 봄기운을 무시할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다. 속없다 할지 모르겠으나 문득 눈 덮인 하얀 들판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천지간에 눈이 덮이고 북극의 찬 공기가 엄습하여 ‘엄동설한’이란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실감하던 당시 동림 저수지 아래 눈 덮인 들판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새를 보았다. 독특한 외모에 큼직한 날개, 소리없는 비행이 주특기인 녀석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하얀 들판에서 용케도 쥐를 찾아 사냥에 성공하곤 하였다.쇠부엉이, 밤에만 활동하는 여타 올빼미류와 달리 쇠부엉이는 해가 떠오른 후의 아침이나 석양이 깃들기 시작하는 비교적 밝은 낮부터 사냥을 시작한다. 극지방 인근에서 밤이 대단히 짧은 여름철에 번식하면서 부족한 먹이를 충당하기 위해 낮을 밤 삼아..
[고창의 자연] 동림저수지 큰고니들의 겨울나기
[고창의 자연] 동림저수지 큰고니들의 겨울나기
2011.04.02연일 이어지는 강추위로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 우리나라 전래의 겨울 기후인 삼한사온 현상이 자취를 감추었다. “지구 온난화라 걱정들 하더니 어찌 된거야?” 하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한데 올 겨울 맹추위가 실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올라가 북극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와 생긴 현상이라 하니 과히 좋은 징조라 할 수 없다. 어찌되었건 모든 저수지들이 꽁꽁 얼어붙어 심지어 얼음낚시를 즐기는 태공들까지 등장하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지라 그제서야 저수지 얼음장 위에 올라가보니 얼마나 짱짱하게 얼었는지 얼음 갈라지는 쩡쩡거리는 소리가 심장을 울린다. 한 30년 하고도 오륙년은 족히 거슬러 올라가야 가능했던 일이다. 이 겨울 월동을 위해 저 위쪽 대륙 북부에서 남하한 새들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많은 새들이..
[고창의 자연] 선운산 천마봉 바위종다리
[고창의 자연] 선운산 천마봉 바위종다리
2011.04.02바위종다리는 추운 겨울이 되면 선운산 천마봉에 찾아오는 진객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의 관찰기록이 있으니 겨울을 온전하게 천마봉에서 지내는 것이다. 영명은 Alpine Accentor로 높은 산, 고산지대에 사는 새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바위종다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위지대에 서식한다. 바위종다리는 백두산 천지호반 주변에서 번식하는 유일한 새로 알려져 있으며 낮은 지대로 이동하는 겨울에 관찰된 곳도 대부분 북한산, 불암산, 금정산 등지의 바위지대이다. 그리고 거기에 선운산 천마봉이 추가되는 것이다. 바위종다리의 또 하나의 특이한 습성은 사람을 매우 가까이 한다는 것이다. 능선 곳곳 기암절벽이 즐비한 선운산에 꼭 올만한 새라는 생각에 바위종다리를 찾아 나선 지난해 겨울, 인적..
[고창의 자연] 베일에 싸인 가창오리 군무
[고창의 자연] 베일에 싸인 가창오리 군무
2011.04.02고창 지역신문 해피데이 고창에 연재되는.. 처음 써서 보냈던 글과 사진. 2009/11/25 - [새 이야기] - 가창오리의 황홀한 군무 2009/11/25 - [새 이야기] - 가창오리의 오묘한 태극무늬 2009/11/15 - [새 이야기] - 우리 동네에도 가창오리가 왔습니다. 2009/02/05 - [새 이야기] - 가창오리의 습격 2009/01/09 - [새 이야기] - 가창오리 황혼에 날다. 2008/12/11 - [새 이야기] - 가창오리 군무 연재를 시작하며… 들꽃이나 새나 우리 사람들 곁에서 친근하게 피고 지고, 날아다니고 새끼를 기르며 살아간다. 들꽃이라 함은 우리가 일부러 정성을 쏟지 않아도 저들 스스로 산과 들에서 살아가는 자생식물들, 그 중에서도 시절에 맞춰 꽃대를 피워올려 피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