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노래하는 굴뚝새
노래하는 굴뚝새
2010.03.27산지와 평지를 오가며 생활하는 굴뚝새. 여름철에는 높은 산지로, 겨울철에는 평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늦가을과 봄에 관찰하기 좋은 산지 계곡에 머무르는 듯하다. 지금이 딱 적당한 시기, 녀석이 있을법한 계곡에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계곡 바위틈으로 쏜살같이 사라지는 녀석의 뒷모습이 포착된다. 적당한 위치에서 여유를 가지고 잠시 기다리니 바위 틈새에서 고개를 내밀고 나와 깡총거리며 바삐 이동한다. 뭐가 그리 바쁜지.. 굴뚝새는 상모솔새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중에서 가장 작은 축에 낀다고 한다. 짧은 꼬리를 치켜들고 쉴 새 없이 자세를 바꾸며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녀석을 보면 귀엽기 짝이 없다. 과격한 도리도리.. 째도 엄청 낸다. " 흥~! 뭘 찍고 그러셔~ 이쁜 건 알아가지고.." 저 멀..
덕유산 향적봉 갈색양진이
덕유산 향적봉 갈색양진이
2010.03.23덕유산 향적봉에 새들이 몰려다닌다. 왁자지껄 몰려와서 한바탕 법석을 떨다 홀연히 사라지고, 또다시 몰려오고.. 이름도 생소한 갈색양진이. 영동에서 닭 농사짓는 수호 형을 만나러 간다는 핑계를 만들어 녀석들을 보고 왔다. 덕유산을 무참히 까뭉개며 건설해놓은 스키 곤돌라가 20여분이면 설천봉에, 다시 20여분이면 향적봉에 다다를 수 있게 한다.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디지게 땀 흘리고 헐떡거리면서 올라야 하는데.. 준비해 간 들깨를 뿌려두고 녀석들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향적봉 주위에 머무르고 있던 암수 한쌍이 이내 나타나 얼마간 들깨를 집어먹더니 나뭇가지에 앉아 한참을 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갈색양진이들이 몰려온다. 나뭇가지에 다소곳이 앉은 자태가 그지없이 곱다. 다람쥐 녀석도 나타나 포식을 ..
산닭? 들꿩!
산닭? 들꿩!
2010.03.22순창과 담양의 경계지점. 몇 해 전 전북도연맹 역사기행에서 찾았던 장소, 유격대의 후방기지가 있었다는 곳이다. 가파른 산길, 협곡을 차고 오르면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하고 아늑한 산자락이 느닷없이 열린다. 그 시절 비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학교도 있고 병원도 있고 공장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복수초와 얼레지가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꽃밭이 되었다. 그 흐드러진 꽃에 취해 산길을 걷는데 뭔가 푸드덕 날아올라 나뭇가지에 앉는다. 꿩도 아니고 닭도 아닌 묘한 녀석, 꿩처럼 날기도 하지만 닭처럼 숲 바닥을 허적거리며 걷기도 한다. 녀석과의 첫 만남은 그랬다. 이번에는 꽃이 아닌 이 녀석을 목표 삼아 다시 찾았다. 예의 그 장소, 이쯤이다 싶은 곳에서 녀석들을 다시 만났다. 낙엽 사이를 거닐고 있는 녀석..
청도요와의 짧은 만남, 긴 여운.
청도요와의 짧은 만남, 긴 여운.
2010.02.28꽤 빠른 속도로 언덕배기를 내려오던 나는 나를 응시하던 한마리 새를 보았다. 순간 머리 속에는 '청도요 아니면 멧도요'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차를 돌려 녀석에게 다가갔을 때 녀석은 납짝 엎드려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청도요다. 이 자세로 딸싹도 하지 않던 녀석, 20여분이 지나서야 서서히 몸을 일으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꼬리를 깝작거리거나 머리를 까딱거리는 여느 도요류와 달리 몸 전체를 위 아래로 흔드는 매우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밤새 내린 꽤 많은 눈을 헤치고 다시 찾은 청도요. 어제보다 약 100여미터 아래에서 녀석을 발견하였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녀석의 등에 소복히 쌓였다. 이틀 후 다시 찾은 계곡, 이번에는 처음 만난 곳에서 약 30여미터 위 쪽에 녀석이 있다...
봄비 내리는 날 호사도요
봄비 내리는 날 호사도요
2010.02.26비가 내립니다. 어김 없이 봄이 오는 것이지요. 봄비 치고는 많은 양입니다. 모진 겨울을 난 호사도요들 봄을 재촉하는 빗 속에서 어찌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물이 많이 불었습니다. 불어난 물을 보는 호사도요의 눈길이 심란해보입니다. 여간해서 날개를 펴지 않는 녀석들 헤엄쳐 물을 건넙니다. 이렇게.. 깃털까지 부풀리니 암수의 크기 차이가 꽤 커 보입니다. 미인의 눈썹을 아미라 하던가요? 호사도요는 감은 눈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이 녀석은 비 맞은 장닭꼴이 되어가는군요. 아마 깃털을 갈아입는 중인 모양입니다. 좀 심하네요. 추워 보입니다. 영락없는 비 맞은 장닭꼴입니다. 멀뚱해보이지요. 이쁘고 착한 눈매입니다.
새로 변신한 토끼, 부엉이 4종 꾸러미
새로 변신한 토끼, 부엉이 4종 꾸러미
2010.02.25어릴적, 솔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학교에 다녔다. 이따금 커다란 날개로 소리없이 미끄러지듯 활강하는 녀석들을 보아왔다. 놀랄 겨를도 없이 솔숲 어디론가 이내 사라져버리는 녀석들이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경이롭기 짝이 없었다. 부엉이 아니면 올빼미라 생각했을 뿐 정확히 어떤 녀석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들은 이제 깊은 산중에나 가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잊고 살아왔다. 새를 보는 눈이 새삼 커지고 있는 요즈음.. 녀석들이 여전히 우리 주위에서 강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년 여름과 올 겨울을 지나며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부엉이라 이름 붙은 녀석들을 모두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토끼가 수리수리마수리 하고 새로 변신하였으나 내공이 부족하여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가장..
바위종다리
바위종다리
2010.02.12이 녀석의 유전자에는 사람에 대해 어떤 정보가 박혀 있는걸까? 사람한테 이토록 들이대는 녀석을 보지 못하였다. 뭐라도 나누어먹을 것 좀 없느냐는 듯 사람 주위를 서성이고 사진기 렌즈를 향해 서슴없이 다가서는 녀석이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 겨울이면 이 녀석들이 남하한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고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선운산을 찾았을 때는 부러 사람없고 호젓한 사자바위 능선으로 올랐더랬다. 개미새끼 한마리 보지 못하였고.. 녀석의 존재가 머리 속에서 흐려질 즈음 선운산 천마봉에 녀석들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로지 녀석들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오른 천마봉, 등산객의 발길이 조금은 덜한 한쪽 귀퉁이에 앉아 녀석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던 차, "어머 얘는 무슨 새야?" "내가 아는 새는 딱 두종류야! 먹는 새..
유쾌한 고니들
유쾌한 고니들
2010.01.24줄포 가는 길, 길가 자그마한 방죽에 방죽을 꽉 채울 듯이 고니들이 앉아 있다. 정확히 말하면 큰고니, 나는 아직 그냥 고니는 보지 못하였다. 차를 돌려 살금살금 다가가는데 녀석들이 경계하지 않는다. 어인 일일까? 매우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섰는데도 경계는 커녕 왔으면 같이 놀자는 듯한 분위기이다. 깃털을 다듬거나 고개를 박고 쉬고 있는 녀석, 열심히 자맥질하는 녀석.. 제각기 제 할 일 하며 조용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이 때 멀리서부터 꽥꽥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고니 두마리가 새로이 방죽에 내려앉는다. 일순 방죽의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새로 합류한 녀석들 날개를 퍼덕이며 고개를 연신 꺼떡거리며 인사를 한다. 꽥꽥거리는 소리는 물론이다. 방죽에 앉아 쉬고 있던 녀석들 달려나가 반기며 환대를 한다. ..
눈 속의 호사도요
눈 속의 호사도요
2010.01.1012월 중순, 고창에 큰 눈이 내렸다. 이런 날을 기다려왔다. 눈 많은 고창에 터를 잡고 사는 호사도요들일진대 눈 속에서 생활하는 사진이 없어서야 쓰겠는가? 사흘간 내린 눈이 가장 많이 쌓인 날 더 이상 숨을 곳조차 없는 호사도요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강추위와 눈 속에서도 전혀 움추리지 않고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몸단장을 게을리하지 않는 녀석들이 볼수록 재미있고 예쁘기 그지 없다. 호사도요들에게는 시련일 수 있겠으나 이 또한 삶의 한 여정일 것이고 시련이 클수록 봄을 맞이하는 희열도 클 것이다. 845 이날 여섯마리의 호사도요들이 관찰되었다. 암컷 두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한참 아래쪽에서 관찰된 후 보이지 않는다. 눈이 녹은 이후 이 곳의 서식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눈에 눌려 납짝해져..
순천만 흑두루미
순천만 흑두루미
2010.01.10지난해 12월 초 고흥 가던 길, 순천만에 들렀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다양한 모습으로 순천만을 즐기고 있었다. 천문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살피니 육지 깊숙이 들어온 갯벌 끝부분과 인근 논에 흑두루미들이 모여 있고 이따금 흑두루미 떼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먼 거리에서도 '끼루룩 끼룩'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녀석들 꽤나 시끄럽다. 새들이 있던 방향을 짐작하고 농로를 통해 가깝게 접근해본다. 무성한 갈대가 배경이 된 갯벌 근처 논에 많은 수의 흑두루미들이 내려앉아 먹이를 주워 먹고 있다. 흑두루미들이 연신 내려와 앉는다. 사진으로 보니 평화롭고 고요해 보이나 실상은 꽤 다르다. 이날 초겨울임에도 상당히 추웠다.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 살을 에이고 가까이서 듣는 흑두루미들의 울음..
호사도요 목욕하던 날
호사도요 목욕하던 날
2009.12.18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고 비로소 겨울답다. 그런데 불과 1주 전만 해도 봄날같은 따스한 날씨였으니.. 봄을 부르는 듯한 비가 촉촉히 내린 어느날 호사도요들이 사는 냇갈이 부산스럽다. 자그마한 냇갈에 호사도요들이 바글거리며 목욕하고 몸단장하고.. 마치 봄맞이 꽃단장이라도 하는 듯 하다. 지그시 감은 눈이 예쁜 호사도요, 몸단장하는 데 온갖 정성을 다한다. 최소 30분. 날개도 한번 쭉 펴보고.. 깃털은 소중한 것이여. 확실한 암컷. 눈테가 하얗고 목 부위가 붉으며 부리가 붉은 특징을 보인다. 가장 확실한 특징은 하얀 눈테이다. 완전히 성장하여야 눈테가 하얗게 되는 듯 하다. 황금색 깃털은 유조의 특징. 성장하면서 황금색 깃털이 점차 줄어드는 듯 하다. 어린 녀석들은 암수 구분이 쉽지 않다. 아니면 다 수컷..
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09.12.17절대 이런 일 없을 줄 알았다. 집 앞 저수지에 오는 오리들을 찍으면서 시작한 새찍기가 호사도요를 만나면서 탐조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나 그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생각하진 못하였다. 그저 집 주변 고창의 새들이나 관찰할 요량으로 카메라를 품고 다녔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오로지 새를 보겠다는 목적으로 먼 거리를 다녀오기까지 하였다. 새를 찾아 떠나는 이른바 탐조여행.. 물론 내가 계획한 일은 아니다. 불러주니 다녀온 것일 뿐이다. 배를 타고 나가면 흔히 볼 수 없는 새들을 보러 간다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하여 불원천리하고 다녀온 것이다. 색다른 경험, 좋은 여행이었다. 동해바다에 오는 겨울 철새, 그 중에서도 여간해서는 해안에 접근하지 않는 녀석들을 보는 것이 이번 탐조의 목적이라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