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우리집에 동박새가 왔어요.
우리집에 동박새가 왔어요.
2009.12.05동박새는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만 볼 수 있는 새로 알았다. 선운사 동백숲에도 가보고 꽃 피는 봄날 매화가지도 살펴보았으나 허사였다. 남도의 바닷가나 제주도에서 먼 발치로 한두번 본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동박새가 우리집에 왔다. 집을 나서는 길 들릴 듯 말 듯 낯선 새소리가 들린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니 동박새 두마리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금평할매네 동백나무에 앉았다. 미처 촛점 맞출 틈도 주지 않고 다시 뾰로롱 날아가버린다. 행방이 묘연하다. 찾기를 포기할 즈음 어디 갔었냐는 듯 다시 날아온다. 탱자울타리 밑 감이 탐난 모양이다. 한참 감을 파먹던 녀석 울타리 옆에 선 산수유나무를 올려다보더니 나무에 올라앉는다. 내년에 필 꽃봉오리를 미리 파먹는다. 두마리가 함께 다닌다. 이 녀석들도 가시버시일까? ..
가창오리의 오묘한 태극무늬
가창오리의 오묘한 태극무늬
2009.11.25가창오리 수컷의 얼굴에는 오묘한 태극무늬가 있다. 어찌해서 이렇게 묘한 무늬를 지니게 되었을까? 그것이 진화의 결과라고 한다면 필시 가창오리의 생존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얼굴의 이 오묘한 태극무늬 때문에 북에서는 태극오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명품과 짝퉁. 쇠오리의 얼굴 무늬와는 품격이 다르다. 고개를 박고 쉬고 있어도 정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고 있어도 깨어 있는 듯.. 머리 부위의 오묘한 무늬는 천적의 눈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눈을 감으면 더 흡뜬 것처럼 보이는 가창오리의 눈. 암수가 공히 그렇다. "다 보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 또한 생존과 직결된 오랜 진화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고개를 박고 쉬고 있는 무리 한가운데 한떼의 가창오리가 흘러간다..
가창오리의 황홀한 군무
가창오리의 황홀한 군무
2009.11.25제 블로그에서 '가창오리'를 검색하니 꽤 많은 사진과 글들이 보입니다. 제가 새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동림저수지 가창오리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요즘 가창오리가 농식품부 등 방역당국과 언론으로부터 '웬수것'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에서는 '철새는 오히려 피해자'라는 입장을 내놓아습니다. 고병원성 AI는 일반적으로 집단사육되는 가금류에서 발생되었으며 지금까지 한번도 야생조류에서 발생되었다고 보고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철새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눈을 돌릴 때입니다. 제 블로그 속 가창오리에 대한 사진과 글을 틈날때마다 소개할까 합니다. 2009년 것이니 5년전 사진입니다. 전세계 가창오리의 절대다수..
뿔논병아리 - 정말 아까운 사진
뿔논병아리 - 정말 아까운 사진
2009.11.24동네 앞 저수지에 겨울 철새들이 날아들면서 저수지 가상에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목적지를 오가다 들르기도 하고 때로는 저수지 가상이 목적지가 되어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요즘 저수지 풍경의 압권은 가창오리 떼가 보여주는 군무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드물게 와 있는 여러 종의 새들을 구분하고 확인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는 일이다. 그중의 하나, 늘 먼 거리에서 잡힐 듯 말 듯 약 올리듯이 돌아다니는 녀석이 있으니 뿔논병아리가 그 놈이다. 늘상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다가올 듯 말 듯하다 멀리 가버리는 얄미운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가까운 거리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 정도 거리만 해도 꽤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녀석이 잠수하는 틈에 방향을 짐작하며 거리를 좁히던 중.. 잠수한 사..
우아한 녀석들.
우아한 녀석들.
2009.11.21동네 앞 저수지에 우아한 녀석들이 모여들고 있다. 저수지 이짝 저짝 한적한 곳에 내려앉아 쉬고 있는 녀석들. 11월 12일 처음 눈에 띈 이후 겨울이 깊어가면서 그 수가 차츰 늘어 100여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다 큰 녀석들은 흰색, 어린이들은 검은색이 도는 회색이다. 우아해보인다. 이 녀석들 날 때는 꽤나 시끄럽게 꽥꽥거리면서 난다. 때문에 다른 일에 몰두해있다가도 고니 날아가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진 속의 비행은 역시 우아해보인다. 구름 많이 낀 날 역광으로 잡힌 비행 모습이 다소 환상적이다. 마치 하늘에서 강림하는 듯한.. 두 무리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꽥꽥거리면서 두 무리가 자연스럽게 섞인다. 정말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보인다. 꽤나 시끄럽다. 날개는..
은둔을 꿈꾸는 새 흰눈썹뜸부기.
은둔을 꿈꾸는 새 흰눈썹뜸부기.
2009.11.16호사도요가 은신의 귀재라고 한다면 이 녀석은 거의 은둔자 수준이다. 제 스스로 내켜 수풀 속에서 걸어나오지 않는 한 절대 볼 수 없으니 한번이라도 보지 않으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은둔자. 지난 한달이 넘는 기간을 통틀어 거의 매일 마음만 내키면 호사도요를 보면서도 단 세번밖에 볼 수 없었던 녀석이다. 홀연히 나타났다 다급하게 사라지는 그 이름 흰눈썹뜸부기. 호사도요를 관찰하고 있던 어느날 홀연히 나타나 나를 놀래킨 후 호사도요에 쫒겨 사라진 후 단 한차례도 볼 수 없었다. 독한 녀석이다. 이 녀석은 늘 갑자기 나타나 잠깐을 두리번거리고는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몸을 낮추고 잽싸게 다시 사라져버린다. 녀석에 비하면 호사도요는 착하기 그지 없다. 이 녀석도 호사도요와 함께 살고 있다. 우리가 현장에 당도한 ..
우리 동네에도 가창오리가 왔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가창오리가 왔습니다.
2009.11.1511월 14일 동네 앞 저수지. 흐린 날씨에 바람이 쌩쌩 분다. 이따금 눈발도 날리고.. 이른 아침 가창오리가 군무를 하고 있다. 올 들어 처음이다. 아직은 소수지만 그래도 많다. 해질녘 밥 먹으러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호사도요(Painted snipe)
호사도요(Painted snipe)
2009.11.13호사도요, 새를 찾는 사람들의 심장을 울렁이게 하며 불원천리하고 달리게 하는 매력적인 녀석이다. 흔하지 않은데다 은신술이 뛰어나 보일듯 말듯 애를 태우니 자신의 가치를 아는 모양이다. 호사도요는 특이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수컷보다 암컷이 더 크고 화려하며 암컷은 수컷을 순회하며 알만 낳고 다닐 뿐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건 온전히 수컷의 몫이다. 일처다부에 암수의 역할이 바뀌어 있으니 호사도요라는 이름은 딱 암컷을 위한 것이다. 그 동안 관찰 기록이 극히 적어 길잏은 새(미조)로 기록되기도 하였으나 1998년 이후 국내 각지에서 번식이 확인되고 있다. 매우 드물다고 하나 올 가을에만 세군데에서 10마리가 넘는 개체를 확인하였으니 드물기보다는 관찰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좀..
필사의 사투
필사의 사투
2009.11.13쇠백로 한마리 큼직한 미꾸라지를 물었습니다. 금방 꿀꺽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쇠백로 녀석도 "잡았다 요놈" 하는 양양한 표정입니다. 아~! 그러나.. 미꾸라지의 필사의 사투가 시작됩니다. 넘어갈 듯 하다가도.. 몸 비틀어 부리를 감으면.. 쇠백로는 속수무책이 되어버립니다. 미꾸라지의 필살기는 몸비틀어 부리감기입니다. 쇠백로는 손을 쓸 수도 없습니다. 미꾸라지의 몸부림은.. 용트림에 가깝습니다. 넘어가느냐.. 아~! 그러나.. 계속되는 필사의 저항에 쇠백로 당황하고 있습니다. 이러기를 10여차례, 잡았다 놓쳤다를 반복하던 쇠백로.. 머리털까지 곤두세우더니.. 순식간에 삼켜버립니다. 쇠백로의 목을 지나는 미꾸라지의 마지막 몸부림이 보입니다. 결국 승자는 쇠백로입니다. 미꾸라지의 필사의 탈출을 기대해보았지만...
은신의 귀재 '호사도요'를 소개합니다.
은신의 귀재 '호사도요'를 소개합니다.
2009.11.01논에서 노니는 백로 무리를 찍어놓은 사진 속에 우연히 잡힌 호사도요를 발견하면서 호사도요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사진을 정리하던 중 녀석을 보았고 "참 묘하게 생겼다"고 생각하고는 녀석의 존재를 잊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개월이 지난 후에야 녀석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꽤 귀한 몸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작년 5월 하순 번식기 암컷의 모습이다. 올 가을 호사도요가 다시 포착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호사도요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고 사진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호사도요를 매개로 꽤 많은 탐조인들과 알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호사도요의 생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전해듣게 되었다. 호사도요의 습성과 관련한 가장 큰 특징은 '빼어난 은신술'이 아닐까 싶다. 호사도요는 동작이 과히 빠르지 않으면서도 순식간에..
좋은데 구경시켜준다더니...
좋은데 구경시켜준다더니...
2009.10.30청다리도요가 개구리를 목욕시키고 있습니다. 깨끗해졌지? 좋은데 구경시켜줄테니 염려말라고 안심까지 시키더니.. (둘 다 표정이 흐뭇해보입니다. 동상이몽이겠지요.) 먹어버리는군요. 아 개구리 참.. 눈 앞이 캄캄했겠습니다.
각종 도요새가 왔어요.
각종 도요새가 왔어요.
2009.09.181년에 두번 우리를 스쳐가는 나그네 도요새. 모내기를 준비하는 4월에서 5월에는 북극의 툰드라 지역으로 알 낳고 번식하러 가는 길에, 벼베기가 시작되는 9월에서 10월에는 월동하러 남반구로 날아가는 길에, 머나먼 길을 쉼 없이 날아온 날개를 접고 쉬며 영양을 보충하고 다시 남은 여정을 떠난다. 때문에 중간기착지인 우리 한반도의 습지와 갯벌은 이들 도요새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로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의 습지와 갯벌이 오염되고 사라지면 한반도를 중간 기착지로 삼는 이들 도요새들도 절멸되어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 요즘 흥덕과 부안면에 걸친 갯벌에 가면 많은 수는 아니지만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며 다시 날기 위해 열심히 날개깃을 가다듬는 도요새를 볼 수 있다. 부리가 길고 위로 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