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경기전의 가을
경기전의 가을
2008.11.08전주에 드나든지 3년이 되었으나 경기전을 한번도 가보지 못하였다. 제주에서 올라온 경록이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경기전과 한옥마을, 남부시장 일대의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가장 낫지 않겠는가 생각되었다. 마침 홍규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전주 나들이에 나서니 오후 2시가 되었다. 홍규형은 남부시장에서 우선 막걸리를 한잔 하고 경기전과 한옥마을을 둘러본 다음 베테랑 칼국수로 마무리하자고 한다. 남부시장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5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은 개국 이후 모든 시장을 없애고 오로지 '관영시장'만을 허용하였으나 성종임금(1460년~1494년) 시절 대기근에 굶주린 백성들이 성 밖에서 좌판을 벌이고 식량 교환에 나섰다 한다. 처음에는 사람이 모이는 것을 금하고 억압하..
선운사, 단풍이 불탄다!
선운사, 단풍이 불탄다!
2008.11.06제주에서 손님이 왔다. 술 한잔이나 먹었다 치면 한번 오겠노라고 전화 꽤나 해쌌더니 기어코 왔다. 밤새 마신 술기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선운사에 가자 한다. 새로 뚫린 길을 쏘아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선운사 동구에 도착한다. 매표소 입구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려 하니 아주 가지고 들어가라 한다. 단풍이 거의 절정인 듯 하다. 선운사 절 마당과 계곡마다 사진기 든 사람들이 겁나게 많다.
조개구이와 해물라면에 해 떨어지는것도 몰랐다.
조개구이와 해물라면에 해 떨어지는것도 몰랐다.
2008.11.03도연맹 처실국장들 용케 한자리에 모인날 단합대회를 빙자하여 급하게 향한곳. 지평선으로 해가 떠 바다로 떨어진다는 김제 망해사. 우선 소주 한잔 하고 해떨어지는건 찬찬히 보자고 해놓고 해떨어지는건 고사하고 망해사 그림자도 보지 못하였다. 심포항 조개구이에 한잔 간단하게 하자는 술이 해넘어가는지도 모르게 길어져버린 탓이다. 심포항은 동진강 하구로 예전에는 바다였으나 이제는 새만금 방조제에 막혀 담수호가 될 운명에 처해 있다. 그래도 아직은 물도 파랗고 보기에는 여전히 바다다. 멫조금이나 갈까? 걱정이 앞선다. 조개구이를 시키니 한상 가득 술상이 차려진다. 생으로 먹을것 생으로 먹고 구워먹울것 구워먹으니 소주병이 딸린다. 백합은 생으로 먹는것이 더욱 좋고 구워먹는 키조개, 대하 또한 먹을만하다. 낙지도 구워먹..
옆집 할매
옆집 할매
2008.11.03우리 옆집에 허리가 팍 꼬부라진 할매가 한분 사신다. 올봄까지만 해도 하나씨랑 함께 사셨는데 하나씨가 먼저 돌아가시고 인자 혼자 사신다. 하나씨는 96세인가 드셨었고 할매는 88세다. 하나씨는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정하시기 이를데 없었다. 길을 가다 한번씩 태워드리면 "인자 나이 먹응게 어깨도 쑤시고 허리도 아프고 죽겄단말이" 하시며 팔 다리 아픈것이 새삼스러운양 말씀하시곤 했다. 90을 넘어 잡순 양반이 하시기에는 꽤나 때늦은 푸념이 아닐 수 없다. '하나씨 허리는 나도 아프요' 속으로 그러고 만다. 그렇게 정정하셔서 괭이질, 삽질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더니 넘어져 다치시기를 몇차례 반복하시다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할매는 그런 하나씨를 두고 옆동네 초상 소식만 들어도 하나씨는 어째 안돌아가..
간도 안봐서 맛이 한개도 없는 김치
간도 안봐서 맛이 한개도 없는 김치
2008.10.27어스름 저녁에 아랫집 아짐이 뭘 싸들고 숨가뿌게도 오신다. 아짐이라 하나 연세가 80이 넘은 할매다. 누가 지꺼리를 가져와서 담갔다고 한보새기 가져오셨단다. "간도 안봐서 맛이 한개도 없을 것이여"라는 말씀을 남기고 또 부리나케 가신다. 방에 들어와 열어보니 군침이 확 돈다. 씻지도 않은 손으로 집어먹어보이 웬걸 간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할매들 말짱 거짓말중의 하나 "간도 안봤어". 또 하나 "맛이 한개도 없어". 그러나 간도 잘 맞을 뿐더러 맛도 겁! 나게 좋다. 밥 생각이 왈칵 없어 고민하던 차였으나 구미가 동하여 얼른 압력솥에 밥을 안친다. 하도 간만에 하는 밥이라 다소 질게 되었다. 김치 걸쳐 먹다보니 한그릇이 금새 비었다. 한그릇 더. 과식하고 말았다. 오늘 저녁 돌아가신 어머니가 몹시..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유인촌 일행과 마주치다.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유인촌 일행과 마주치다.
2008.10.26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직불금 부당수령 규탄 농민대회에 참가하고 홍규형과 함께 서울에 잔류하였다. 이튿날 홍규형은 국립 중앙박물관에 꼭 봐야 할 작품이 있다며 오랫만에 문화생활 좀 하자 한다. 박물관에서는 '유물 속 가을이야기'라는 특별 전시가 진행중이었다. 형이 보고자 하는 건 거기에 전시된 '강산무진도'. 길이가 9m에 달하는 대작으로 김홍도와 동시대를 살았던 화가 이인문의 작품이라 한다. 그림에는 산수와 더불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야 뭐 그림보는 안목이 있는것도 아니고 홍규형의 감탄에 그저 열심히 호응할 따름이다. 전시장의 많은 작품들을 지나 타작하는 농민들을 그린 김홍도의 그림 앞에 서 있을 무렵 갑자기 전시장이 소란스러워진다. 후레쉬가 연신 터지고 ..
사라진 글들을 찾았습니다.
사라진 글들을 찾았습니다.
2008.10.16아차 하는 사이, 전라도 말로 '오매' 또는 '어~어' 하는 사이.. 관리자 하면에서 '데이터복원'이라는 단추를 별 생각없이 눌러버렸지요. 뭐라 경고하는 듯한 글줄이 보였지만 평소 어지간하면 무시하고 실행하는 터라 기냥 눌렀습니다. 그리하여 순식간에 날아가버렸던 글들이.. 그 후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보았으나 '복구불가'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랬던 글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곳을 찾았으니.. '한rss' 여기에 가입하고 블로그를 동록해두었었는데 거기 '내rss' 목록에 날아가버린 글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더군요. 사실 별것 아닌 소소한 것들이지만 매우 반가웠지요. 어찌할까 고민하다 몇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복구해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난 여름 이야기가 최근 글로 올라오는 등 시간의 흐..
등에 풍천장어가 내려왔다.
등에 풍천장어가 내려왔다.
2008.10.16(조선낫) 2008-09-06 23:39 작성 | 일상사, 장어, 장어구이 묏등 가상 소나무 몇그루 베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기계톱 가지고 의기도 양양하게 톱질을 해대다 썩은나무 둥치에 머리와 등을 얻어맞았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교만한 자세로 작업에 임했나 봅니다. 집에 돌아와 등을 보여주니 각시가 감짝 놀랍니다. 그러면서 "장어 한마리 제대로 내려왔네"라고 합니다. 완주에서 홍규형이 홍어 먹자고 예까지 왔는데 홍어집이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그야말로 '가는날이 장날'입니다. 그래서 짱어를 먹었습니다. 오늘은 짱어를 먹을 수밖에 없는 팔자였던 모양입니다. 선운사 앞 냇갈(인천강)에는 등에 올라타 귀때기 잡고 2박3일정도는 힘을 빼놓아야 겨우 잡을 수 있는 아나콘다만한 장어가 있다 합니다만 고창 사람들도 감히..
갑자기 들이닥친 가을
갑자기 들이닥친 가을
2008.10.16(조선낫) 2008-09-27 08:11 작성 | 일상사, 가울, 구절초, 늙은호박, 억새, 황금들판 하루아침에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까? 느닷없는 가을이다 싶다. 어제저녁에는 춥다는 딸들 성화에 화목 보일러에 불을 지폈다. 가을 기분을 어쩌지 못하고 들판에 나가봤더니..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었던 모양이다.
우리집 차례상
우리집 차례상
2008.10.16부산스럽지 않게 차례음식 차려내는 재주 하나는 출중한 각시 덕에 올해도 별 부담 없이 차례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대추는 유일한 우리 집 수확물, 오늘 아침에 따왔지요. 밤과 곶감은 한살림에서 주문한 것이고요. 명절처럼 과일, 생선 등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시기에는 오히려 한살림에다 주문하는 것이 싸답니다. 물건도 좋고.. 배, 사과, 포도 모두 추석 잘 쇠라고 주위에서 선물로 보내준 것들입니다. 저는 제상이나 차례상 차릴 때 바나나 같은 족보에 없는 수입과일 사들고 오는 사람을 가장 싫어합니다. 덩치만 커서 다른 음식들 놓을 자리를 빼앗는 품세가 수입 농산물에 밀려 벼랑 끝에 선 우리 농민들 처지를 보는 것 같아 속이 뒤집어지기 때문입니다. 대추, 밤, 감, 배를 기본으로 하고 제철에 맞는 과일 한두 ..
홍어
홍어
2008.10.16본래 홍어를 먹지 못했습니다. 홍어 특유의 맛과 향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홍어가 먹을만하다는 감이 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싱싱한 홍어의 비린내가 거북스럽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한 2년전의 이야기. 때를 같이하여 주 활동무대가 전주로 옮겨져 전주시내 홍어 잘하는 집 두세곳(탕이 좋은 집, 찜이 좋은 집, 국내산 홍어를 쓰는 집)을 자주 들락거리게 되었고 지금은 홍어를 매우 즐기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기회가 닿을때마다 여기 저기서 홍어를 먹어보았는데 아무래도 전주의 홍어맛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산포의 홍어가 다소 어중간한 맛으로 대중화되어 있다면 전주의 홍어는 여간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먹기가 다소 사나울 수도 있다 할 겁니다. 또 목포의 유명한 홍어집들마냥 엄청 비싸지도 않고 ..
된장 지지고 호박잎 찌고 청양고추 서너개면 한끄니 잇댄다.
된장 지지고 호박잎 찌고 청양고추 서너개면 한끄니 잇댄다.
2008.10.15드문 일이긴 하지만 집에 있는 날이면 각시 공부방 나가고 혼자서 낮밥을 먹게 된다. 무더위에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난 뒤에는 만사가 귀찮아 밥 먹는 것조차 힘겨운 노동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바로 이러한 때 맞춤인 밥상이 있으니 바로 호박잎 쌈이다. 까실한 터럭이 살아있는 호박잎이면 더욱 좋다. 된장 되직하게 지져 발라먹으면 흘린 땀을 보상받고도 남는다. 매운 것을 매우 좋아하는 터라 청양고추 뚝 끊어 얹어 먹거나 된장 찍어 비어 먹으면 입속이 개운해지는 것이 그지없이 좋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올여름 집에 있는 날이면 이렇게 끼니를 잇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