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먹는이야기
민들레 반찬
민들레 반찬
2015.05.08뜰 안 곳곳에 민들레가 나서 자란다. 길 가상 민들레를 삽으로 질러 옮겨놓은지가 10여년은 족히 된 듯하다.이제야 좀 '많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노란색 꽃을 피우는 민들레는 이미 지고 없고 흰민들레는 아직 꽃이 남아 있다. 흰민들레만이 토종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사실과 다르다. 흰민들레는 토종 뿐이지만 노란꽃을 피우는 민들레 중에는 토종과 서양 것이 섞여 있다. 꽃잎과 꽃술의 풍성함과 성김 등의 차이로도 알 수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꽃받침 아래 총포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양 민들레는 아래로 발라당 제껴져 있는 반면 토종 민들레는 꽃받침을 조신하게 감싸안고 있다. 서양 민들레가 갈수록 많아지는데는 흔히 말하는 것처럼 공해로 인한 토양의 산성화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서양민들레가 번..
옻순잔치를 벌여보자.
옻순잔치를 벌여보자.
2015.04.29바야흐로 옻순 먹을 시절이 도래하였다. 때마침 비도 내린다 했다. 바쁜 농사철이긴 하나 잠시 손을 놓고 모이자 했다. 낮 12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다들 일하던 차림새 그대로 입만 가지고 왔다. 옻순은 굳이 데칠 일도 없이 생으로 먹는다. 찍어먹을 초장 하나, 쌈장 하나, 고기 좋아하는 사람 삼겹살 구워 싸먹는다. 후환이 다소 두렵기는 하나 옻 탈 염려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 옻 오르면 어쩌나 하는 아슬아슬한 두려움이 옻순을 먹는 또 다른 묘미가 아니겠는가? 옻이 지닌 독성과 달리 아삭한 식감과 달착지근한 맛과 향은 부드럽기 그지 없다. 1년에 한번뿐인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대부분이 농민들인 민주민생고창연대 회원들이 모였다. 이렇게 먹으면 끊임없이 들어간다. 비닐온상 한쪽에서..
뚝딱 차려먹는 촌사람 점심밥상
뚝딱 차려먹는 촌사람 점심밥상
2015.04.26어제 오늘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매우 드문 일인데 농사일이 바빠지니 오히려 한가한듯 집에 있게 된다. 점심시간이 다 되드락 일하다 들어와 있는 반찬에 뚝딱 차려먹는 촌사람들 점심밥. 그 옛날 어머니들은 짧은 순간 마술같은 손으로 뭔가 반찬 한가지씩은 만들어 상을 차렸다. 요즘도 물론 그런 사람 없지 않겠지.. 내가 한번 해본다. 아랫집 늙으신 아짐 파지랑 달롱개 째까 무쳤길래 맛이나 보라고 우리집 냉장고에 넣어놓으셨다 하신다. 맛이나 보라고 이렇게 몽땅 주셨으까? 째까 무쳤담서.. ㅎㅎ 겁나 맛나다. 밥 되는 동안 술 한잔 한다. 따다 놓은지 며칠 지나버린 다소 쇠야버린 두릅향이 좋다. 어쨌든지 살짝 데쳐야 한다. 여기까지가 어제 점심. 집모텡이에 퍼져나가던 참나물이 이제 바탕을 이뤄 밭이 되었다. 가..
머위비빔밥
머위비빔밥
2015.04.09오랫만에 집에서 밥을 먹는다. 먹을 것이 있을까? 걱정할 일이 아니다.때는 바야흐로 봄이 아니던가? 이것저것 귀찮을 때는 단 한가지 반찬에 쓱쓱 비벼묵어버리는 것이 장땡이다. 집 주변 언덕마다 머윗잎 퍼나기 시작한다. 언제부터 올라왔는지 제법 컸다. 막 올라온 머윗잎은 대칠 필요 없이 쌩으로 무쳐먹어야 한다. 그래야 쌉싸름한 머위의 참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적당량 뜯어서 깨끗이 씻었다. 고추장에 된장 약간, 산야초효소 살짝, 참깨가루 조금 넣었다. 하! 무쟈게 맛나다. 밥이 다 되었다. 순창 대가리 오색쌀에 정읍 기장, 율무, 귀리 등이 섞인 잡곡밥이다. 내가 생산한 게 하나도 없군..씹는 맛이 좋다. 아뿔싸 머위 무친것이 좀 부족하다. 한주먹 쯤 더 뜯을 것인데..좌우튼 밥과 머위무침을 비빈다. 들..
세상 쉽게 무치는 배추너물
세상 쉽게 무치는 배추너물
2015.01.19속깡은 고추장, 된장 볼라 우적우적 씹어묵고 쌩으로 묵기는 벅차지만 그렇다고 떼어내버리기도 아까운 큼지막한 배추 잎사구들을 어찌할 것인가? 요사이 식당에 가면 간간이 내오는 배추너물을 눈여겨보며 언젠가 나도 한번 해묵어봐야겠다 생각해왔다. 까짓 요리라는 것이 실상 별거 없다. 멸칫국물 만들 줄 알면 대부분의 국을 낋여낼 수 있고, 간장, 된장, 고추장만 지대로 이용하면 못만들어낼 반찬 없다. 갖은 째 다 내서 겉보기만 그럴싸한 묘한 것들보다는 늘상 옆에 두고 사는 재료로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짜 요리가 아닐까 싶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은 내가 가장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을 가지면 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상 내가 만든 요리에 놀라고 감탄한다. 사실 요리랄 것도 없지만서도.. 약간 ..
쉽게 하는 계란찜.
쉽게 하는 계란찜.
2014.12.14계란찜을 어떻게 하는지 꽤나 궁금했었다. 음.. 핵심은 멸치국물이로구만. 다소 의외지만 따라해보는 수밖에..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등을 넣고 팔팔 끓인다. 멸치 국물이 끓는 동안 양파, 고추, 대파 등을 다지는데 이것저것 구애받을 것 없이 냉장고 뒤져 있는 재료로 하면 되겠다. 매운 것 좋아하는 내 식성대로 청양고추를 양껏 다져놓는다. 계란 네개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풀어놓고 다진 것들을 투여하여 다시 한바탕 젓는다. 계란을 채에 거르라, 믹서기에 갈아라 하는 지침이 있으나 무시하고 그냥 숟가락으로만 저었다. 새우젓으로 간하면 좋다 하나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그냥 소금으로 간을 맞촸다. 뚝배기에서 끓고 있는 멸치국물 한대접에 계란 한대접을 투여하고 휘휘 젓다 적당히 굳었다 싶으면 불을 끈다. 불 세기..
애호박찌개
애호박찌개
2014.08.24장마통에 호박 크듯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은 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몸소 실감해보기는 처음이다. 그저께 지녁에 해묵을라다 말았던 호박이 이틀 사이에 큰애기 머리통만해져부렀다. 그대로 늙은호박 되야부러라 하고 놔놓고 풀숲을 뒤져 주먹댕이보다 약간 큰 놈 하나를 땄다. 칼을 받는 호박의 감촉이 좋다. 나박나박 잘도 썰어진다. 절반만 잘랐는데도 한냄비 가득하다. 파, 마늘, 양파, 고추 각기 적당량 다지고 썰고..냉동실 뒤져 하릴없이 매물라가던 돼야지고기 썰어 고추장에 버물러 먼저 익힌다. 물 부어 끓이다가 맨 먼저 호박 넣고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나머지 몽땅 몰아넣고 자갈자갈 끓인다. 고춧가루 좀 더 넣고 조선간장에 소금에 멜치, 새우 가루낸 것으로 간을 맞촸다. 전라도식이라고 소개된 애호박찌개 끓이는 법을 ..
까지너물
까지너물
2014.08.21며칠 집을 비운 사이 늦여름인지 초가실인지 때아닌 장마가 닥쳐 그 사이 가지만 쭉 늘어나부렀다. 저놈 크면 너물 한번 해묵겄다 눈여겨오던 판이다. 전라도닷컴 말바우장 할매의 요리강좌를 따라해 보는디.. 까지 쪼개서 찜솥에다 넣고 짐이 폭폭 들게 쪄. 다 쪄지문 식어라 허고 있다가 손으로 쪽쪽 찢어. 칼로 썰문 안맛나! 인자 주먹 안에 넣고 살째기 짜. 너무 뽈깡 짜문 물켜져부네 잉! 글고 팽야 조선장 넣고.. 조선장 넣야 맛납제. 마늘 넣고 찬지름 치고 조물조물 무쳐.. 나는 거기다 꼬칫가리, 풋꼬치를 더 넣었다. 그런 것은 이녁 취미대로 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옴마.. 그럴싸허네. 호박잎은 씻그기 전에 살망살망 비벼야 보들보들허니 좋네이.. 할매 나는 아직 젊은갑소, 그냥 까슬헌것이 좋네. 까지너물은 ..
제사음식 자과대기, 전 찌개.
제사음식 자과대기, 전 찌개.
2014.08.08오늘은 뭇에다 밥을 묵어야 되나?냉동실을 뒤지니 제사때 쓴 전이 얼음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냥 데워묵을까 하다 찌개를 끓이기로 한다. 일단 뚝배기에 가둬 가열하여 얼음을 빼고 고추, 마늘 다지고 멸치 몇개 넣어 국물을 만든다. 된장보다는 고추장이 맞겠다 싶어 고추장 크게 한숟갈 넣고 고춧가루도 한숟가락 넣는다. 다소 싱거워 조선간장으로 살짝 간을 맞추고 팔팔 끓이다가 마지막으로 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투여한다. 끝. 음~ 맛나네..
비오는 날 호래비밥상
비오는 날 호래비밥상
2014.08.07밥 차려달라 인상 쓸 사람도 없고, 함께 겸상할 사람도 없는 외로운 처지가 되었지만 때가 되니 여지없이 배가 고프다. 여기저기 뒤지고 마당가상 훑어 된장을 지진다. 양파 한개, 다진마늘 한통, 풋고추 2개, 국물내는 멸치 대여섯마리에 북어 찢어넣고 된장, 고추장 크게 한숟가락씩 퍼 넣어 마구잡이로 끓인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집 속이 절간같다. 된장 지진거에 풋고추 몇개, 깐마늘 한쪽, 호박잎 그리고 현미밥 어제밤 전주에서 뺏어온 양송이를 굽는다. 도래도래 모아서 호박잎에 돌돌말아 입 안에 몰아넣는다. 밥상은 찌끄래기 없이 거덜내부러야 개완허니 설겆이하기 좋다. 하루 한번이라도 날마다 이런 밥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원 추어탕, 고향마루.
남원 추어탕, 고향마루.
2014.07.15한중FTA 12차 협상이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협상 첫날 전국의 농민들이 모여 한중 FTA 저지 전국 농민대회를 열었다. 언제 완공될 지 모를 확포장 공사가 진행중인 88 고속도로를 지나야 하는 험난한 여정. 무더운 날씨까지 겹쳐 여간 고역이 아니다. 돌아오는 길, 저녁 먹을 궁리를 한다. 이구동성 의기투합하는 것은 일단 경상도를 벗어나자는 것. ㅎㅎ해서 전라도 첫들머리 남원 추어탕이 낙점되었다. 더위에 지친 심신도 풀고.. 그래 이런 호사라도 누려야지. 음식 맛은 토박이들이라야 제대로 평가가 된다. 남원 농민회 회원에게 문의하여 고향마루 추어탕에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김이 폴폴 나는 뚝배기가 영판 맹탕으로 나왔다. 전화기 사진기로는 표현하기가 몹시 어려운 영역이다. 잡맛이 없는 깔끔하고 개운한 그야..
강남 고속터미널 베테랑 칼국수
강남 고속터미널 베테랑 칼국수
2014.07.15지금은 센트럴시티라 부르는 강남고속 터미널, 정확히 말하면 강남고속 터미털 호남선 구역이 되겠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초현대적으로 새로 지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이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획기적인 개변이 아닐 수 없다. 그 곳에 전주 칼국수계의 명물 '베테랑 칼국수'집이 문을 열었다. 분점인지, 체인점인지, 언제 열었는지 알 수 없으나 전주 것이나 강남 터미널 것이나 맛이 전혀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 많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모양이다. 밀가리것 좋아하시는 분, 강남 터미널에 가시면 꼭 잡솨보시라. 색다르다. 전주 성심여고생들이 시집간 후에도 그 맛을 못잊어 찾곤 한다는.. 들깨가루와 통들깨의 구수함이 좋다. 해장되는 칼국수, 속이 확 풀린다. 맛있는 음식은 깨끗하게 비워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