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먹는이야기
머위비빔밥
머위비빔밥
2015.04.09오랫만에 집에서 밥을 먹는다. 먹을 것이 있을까? 걱정할 일이 아니다.때는 바야흐로 봄이 아니던가? 이것저것 귀찮을 때는 단 한가지 반찬에 쓱쓱 비벼묵어버리는 것이 장땡이다. 집 주변 언덕마다 머윗잎 퍼나기 시작한다. 언제부터 올라왔는지 제법 컸다. 막 올라온 머윗잎은 대칠 필요 없이 쌩으로 무쳐먹어야 한다. 그래야 쌉싸름한 머위의 참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적당량 뜯어서 깨끗이 씻었다. 고추장에 된장 약간, 산야초효소 살짝, 참깨가루 조금 넣었다. 하! 무쟈게 맛나다. 밥이 다 되었다. 순창 대가리 오색쌀에 정읍 기장, 율무, 귀리 등이 섞인 잡곡밥이다. 내가 생산한 게 하나도 없군..씹는 맛이 좋다. 아뿔싸 머위 무친것이 좀 부족하다. 한주먹 쯤 더 뜯을 것인데..좌우튼 밥과 머위무침을 비빈다. 들..
세상 쉽게 무치는 배추너물
세상 쉽게 무치는 배추너물
2015.01.19속깡은 고추장, 된장 볼라 우적우적 씹어묵고 쌩으로 묵기는 벅차지만 그렇다고 떼어내버리기도 아까운 큼지막한 배추 잎사구들을 어찌할 것인가? 요사이 식당에 가면 간간이 내오는 배추너물을 눈여겨보며 언젠가 나도 한번 해묵어봐야겠다 생각해왔다. 까짓 요리라는 것이 실상 별거 없다. 멸칫국물 만들 줄 알면 대부분의 국을 낋여낼 수 있고, 간장, 된장, 고추장만 지대로 이용하면 못만들어낼 반찬 없다. 갖은 째 다 내서 겉보기만 그럴싸한 묘한 것들보다는 늘상 옆에 두고 사는 재료로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짜 요리가 아닐까 싶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은 내가 가장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을 가지면 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상 내가 만든 요리에 놀라고 감탄한다. 사실 요리랄 것도 없지만서도.. 약간 ..
쉽게 하는 계란찜.
쉽게 하는 계란찜.
2014.12.14계란찜을 어떻게 하는지 꽤나 궁금했었다. 음.. 핵심은 멸치국물이로구만. 다소 의외지만 따라해보는 수밖에..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등을 넣고 팔팔 끓인다. 멸치 국물이 끓는 동안 양파, 고추, 대파 등을 다지는데 이것저것 구애받을 것 없이 냉장고 뒤져 있는 재료로 하면 되겠다. 매운 것 좋아하는 내 식성대로 청양고추를 양껏 다져놓는다. 계란 네개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풀어놓고 다진 것들을 투여하여 다시 한바탕 젓는다. 계란을 채에 거르라, 믹서기에 갈아라 하는 지침이 있으나 무시하고 그냥 숟가락으로만 저었다. 새우젓으로 간하면 좋다 하나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그냥 소금으로 간을 맞촸다. 뚝배기에서 끓고 있는 멸치국물 한대접에 계란 한대접을 투여하고 휘휘 젓다 적당히 굳었다 싶으면 불을 끈다. 불 세기..
애호박찌개
애호박찌개
2014.08.24장마통에 호박 크듯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은 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몸소 실감해보기는 처음이다. 그저께 지녁에 해묵을라다 말았던 호박이 이틀 사이에 큰애기 머리통만해져부렀다. 그대로 늙은호박 되야부러라 하고 놔놓고 풀숲을 뒤져 주먹댕이보다 약간 큰 놈 하나를 땄다. 칼을 받는 호박의 감촉이 좋다. 나박나박 잘도 썰어진다. 절반만 잘랐는데도 한냄비 가득하다. 파, 마늘, 양파, 고추 각기 적당량 다지고 썰고..냉동실 뒤져 하릴없이 매물라가던 돼야지고기 썰어 고추장에 버물러 먼저 익힌다. 물 부어 끓이다가 맨 먼저 호박 넣고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나머지 몽땅 몰아넣고 자갈자갈 끓인다. 고춧가루 좀 더 넣고 조선간장에 소금에 멜치, 새우 가루낸 것으로 간을 맞촸다. 전라도식이라고 소개된 애호박찌개 끓이는 법을 ..
까지너물
까지너물
2014.08.21며칠 집을 비운 사이 늦여름인지 초가실인지 때아닌 장마가 닥쳐 그 사이 가지만 쭉 늘어나부렀다. 저놈 크면 너물 한번 해묵겄다 눈여겨오던 판이다. 전라도닷컴 말바우장 할매의 요리강좌를 따라해 보는디.. 까지 쪼개서 찜솥에다 넣고 짐이 폭폭 들게 쪄. 다 쪄지문 식어라 허고 있다가 손으로 쪽쪽 찢어. 칼로 썰문 안맛나! 인자 주먹 안에 넣고 살째기 짜. 너무 뽈깡 짜문 물켜져부네 잉! 글고 팽야 조선장 넣고.. 조선장 넣야 맛납제. 마늘 넣고 찬지름 치고 조물조물 무쳐.. 나는 거기다 꼬칫가리, 풋꼬치를 더 넣었다. 그런 것은 이녁 취미대로 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옴마.. 그럴싸허네. 호박잎은 씻그기 전에 살망살망 비벼야 보들보들허니 좋네이.. 할매 나는 아직 젊은갑소, 그냥 까슬헌것이 좋네. 까지너물은 ..
제사음식 자과대기, 전 찌개.
제사음식 자과대기, 전 찌개.
2014.08.08오늘은 뭇에다 밥을 묵어야 되나?냉동실을 뒤지니 제사때 쓴 전이 얼음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냥 데워묵을까 하다 찌개를 끓이기로 한다. 일단 뚝배기에 가둬 가열하여 얼음을 빼고 고추, 마늘 다지고 멸치 몇개 넣어 국물을 만든다. 된장보다는 고추장이 맞겠다 싶어 고추장 크게 한숟갈 넣고 고춧가루도 한숟가락 넣는다. 다소 싱거워 조선간장으로 살짝 간을 맞추고 팔팔 끓이다가 마지막으로 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투여한다. 끝. 음~ 맛나네..
비오는 날 호래비밥상
비오는 날 호래비밥상
2014.08.07밥 차려달라 인상 쓸 사람도 없고, 함께 겸상할 사람도 없는 외로운 처지가 되었지만 때가 되니 여지없이 배가 고프다. 여기저기 뒤지고 마당가상 훑어 된장을 지진다. 양파 한개, 다진마늘 한통, 풋고추 2개, 국물내는 멸치 대여섯마리에 북어 찢어넣고 된장, 고추장 크게 한숟가락씩 퍼 넣어 마구잡이로 끓인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집 속이 절간같다. 된장 지진거에 풋고추 몇개, 깐마늘 한쪽, 호박잎 그리고 현미밥 어제밤 전주에서 뺏어온 양송이를 굽는다. 도래도래 모아서 호박잎에 돌돌말아 입 안에 몰아넣는다. 밥상은 찌끄래기 없이 거덜내부러야 개완허니 설겆이하기 좋다. 하루 한번이라도 날마다 이런 밥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원 추어탕, 고향마루.
남원 추어탕, 고향마루.
2014.07.15한중FTA 12차 협상이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협상 첫날 전국의 농민들이 모여 한중 FTA 저지 전국 농민대회를 열었다. 언제 완공될 지 모를 확포장 공사가 진행중인 88 고속도로를 지나야 하는 험난한 여정. 무더운 날씨까지 겹쳐 여간 고역이 아니다. 돌아오는 길, 저녁 먹을 궁리를 한다. 이구동성 의기투합하는 것은 일단 경상도를 벗어나자는 것. ㅎㅎ해서 전라도 첫들머리 남원 추어탕이 낙점되었다. 더위에 지친 심신도 풀고.. 그래 이런 호사라도 누려야지. 음식 맛은 토박이들이라야 제대로 평가가 된다. 남원 농민회 회원에게 문의하여 고향마루 추어탕에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김이 폴폴 나는 뚝배기가 영판 맹탕으로 나왔다. 전화기 사진기로는 표현하기가 몹시 어려운 영역이다. 잡맛이 없는 깔끔하고 개운한 그야..
강남 고속터미널 베테랑 칼국수
강남 고속터미널 베테랑 칼국수
2014.07.15지금은 센트럴시티라 부르는 강남고속 터미널, 정확히 말하면 강남고속 터미털 호남선 구역이 되겠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초현대적으로 새로 지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이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획기적인 개변이 아닐 수 없다. 그 곳에 전주 칼국수계의 명물 '베테랑 칼국수'집이 문을 열었다. 분점인지, 체인점인지, 언제 열었는지 알 수 없으나 전주 것이나 강남 터미널 것이나 맛이 전혀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 많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모양이다. 밀가리것 좋아하시는 분, 강남 터미널에 가시면 꼭 잡솨보시라. 색다르다. 전주 성심여고생들이 시집간 후에도 그 맛을 못잊어 찾곤 한다는.. 들깨가루와 통들깨의 구수함이 좋다. 해장되는 칼국수, 속이 확 풀린다. 맛있는 음식은 깨끗하게 비워줘..
복분자의 효능에 대하여
복분자의 효능에 대하여
2014.06.16좀 더 맛나보이게 찍었어야는데.. 복분자 수확이 한창이다.예년보다 한 열흘 빠르다 한다. 자칫 장마철과 겹치는 수가 있는데 다행이다. 고창은 천지사방이 복분자밭이다. 손만 뻗으면 복분자니 쉴참에 맥주나 막걸리 한잔 할때도 안주 걱정이 없다. 그런데 요사이 복분자를 수확하는 농민들 얼굴에 시름이 가득하다. 농협 수매가가 하락한데다 수매량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소비가 줄어든데다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농협의 과오가 크다. 가격 문제는 따로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복분자의 효능에 대해 직접 체험한 바를 말하고자 한다. 나는 나무에 달린 복분자를 직접 따먹는것 외에는 거의 먹을 일이 없다. 복분자술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액기스니 뭐니 장기복용해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나..
만병통치 나숭개, 냉이를 먹자.
만병통치 나숭개, 냉이를 먹자.
2014.03.04봄 하면 냉이. 순창 사람 둘이 의견이 충돌한다. 순창에서도 험한 산중 쌍치 사람 '나숭개'라 하고, 순창에서도 가장 너른 들판을 끼고 사는 대가리 사람 '아숭개'라 한다. 고창 사람이 결론을 내린다. 냉이를 먹으면 뭣이고 잘 낫응게 '나숭개', 아무리 들판이라도 숭악한 보릿고개를 넘기기 힘들던 시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아숭 게 먹어서 '아숭개'로 불렀다는.. 뭐 믿그나 말그나.. 누가 캐다 줬을까? 깨끗하게 손질된 냉이가 밥상 위에 한웅큼 있다. 어떻게 먹어야 쓰까? 바로 이렇게.. 맛있는 고추장 듬뿍 얹어 벌겋게 비벼먹는 거다. 쌩 냉이 그대로 이렇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약간 질긴 듯 하지만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그야말로 봄을 느끼기에는 최상이다. 냉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성은 없..
예당 저수지 어죽
예당 저수지 어죽
2014.01.31예당 저수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내가 아는 가장 큰 저수지인 우리동네 동림 저수지의 약 3배 정도가 되니 커도 몹시 크다. 이름 그대로 예산과 당진, 예당평야의 젖줄이 된다. 그냥 바라만 봐도 붕어, 잉어 등 펄떡거리는 물고기들이 가득해 보인다. 군데군데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우리들이 무리를 이루어 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야생오리들이다. 저수지물이 발치에서 찰랑거리는 솜씨 좋은 음식점에서 붕어찜과 어죽으로 점심을 먹는다. 붕어찜은 일반적인 맛이다. 우리동네 아짐들이 끓이는 전라도 붕어찜에 비해 다소 쳐진다. 토막내지 않은 묵은지에 두툼하게 썬 무를 넣고 고추장 듬뿍 풀어 지진 붕어찜이 내가 아는 최고의 붕어찜이다. 제대로된 묵은지가 여의치 않다면 질 좋은 실가리가 2번 타자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