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먹는이야기
부산 덕천 냉칼국수
부산 덕천 냉칼국수
2016.06.24살다 냉칼국수는 첨 먹어봤다. 농활에서 맺어진 오래된 인연이 있어 멀리 부산 덕천에 있는 치과를 다녔다. 치과 옆 너댓 개 되는 식당이 모여 있는 골목에서 밥을 먹을라 치면 늘 줄이 있는 집이 하나 있어 저 집은 뭘 파는 집인가 했더랬다. 한산한 골목 안 늘 줄이 있던 집, 점심 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 줄이 없다. 이제야 제대로 간판을 본다. 홍천 칼국수, 음.. 칼국수 집이란 말이지.. '여름 별미 냉칼국수 개시!', 아 이거 좋은데.. 나는 이런 거에 심쿵한다. 총각 일지 유부남 일지 알쏭달쏭한 주방장, 밀가루 반죽 다루는 칼질이 가히 예술이다. 오래지 않아 한 그럭 빡빡한 냉칼이 나왔다. 국물이 남실남실.. 나는 밀가리 것을 징하게 좋아한다. 어지간하면 맛있게 먹지만 그렇다고 다 맛있어서 그리 먹..
김치된장찌개
김치된장찌개
2016.06.21된장찌개에 묵은지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이게 궁합이 맞나? 꽤 오래된 의문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것이 될 것 같아 시도해보지 못했다. 장마가 시작된 날, 잔디밭 맨다고 호미 들고 덤성거리다 비에 살짝 젖은 몸으로 집에 들어오니 만사가 귀찮다. 밥은 먹어야 되겠고.. 이럴 때는 된장찌개가 제격이다.된장찌개는 아무렇게나 끓여도 항상 맛있다. 어찌하면 된장찌개를 맛없게 끓일 수 있는지 그 또한 재주라고 생각하며 산다. 여느때처럼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상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보새기가 눈에 들어온다. 또 냉장고에 넣는 걸 잊어버렸군..저 보새기 속 묵은지는 이래저래 찬밥 덩어리만도 못한 신세로 풍미를 잃어가고 있다. 애라 모르겄다. 반보새기나마 되는 묵은지를 그대로 끓고 있는 된장찌개에 투여했다. 아...
갈치조림 이야기
갈치조림 이야기
2016.05.24주룩주룩 못비가 내린다. 때아닌 무더위 땡볕에 잔디들이 배배 꼬이기 시작했는데 여러모로 잘 내리는 비다. 비 소식에 잔디들 이발시켰는데 좋아라 하겠다. 잔디는 그렇다 치고 논로타리 초벌 조져놔야 하는데 가진 것이 뚜껑 없는 오픈카 뿐인지라 난감하다. 파라솔이라도 매달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며 세시간째 뭉그적거린다. 노느니 염불 하더라고 엊지녁 만들어 먹은 갈치조림 얘기를 잠시 할까 한다. 나에게는 멀리 장흥으로 시집간 절친이 하나 있다. 된장 좀 달라 했더니 된장 한되빡 가져다주면서 고사리하고 갈치 토막을 주고 갔다. "고사리 바닥에 깔고 죽순 있으면 ?&%$@# 해서 간장 붓고 꼬칫가리 어찌고 저찌고.." 뭐라뭐라 하고 갔다. 갈치를 다뤄본 적은 없고.. 인터넷을 뒤져볼까 하다 주고 간 성의를..
초간단 곤드레나물볶음
초간단 곤드레나물볶음
2016.05.23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물에 불리고, 들기름 두르고 볶다, 소금 간만 했을 뿐..이것 만으로도 곤드레나물은 자신이 지닌 맛과 향을 고스란히 내주었다. 요리라는 행위 그 순간보다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따름이다. 물에 담가놓고 바쁘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고..밥을 늘 집에서 먹는 것이 아니기에..그러다보니 또 이틀 밤을 재웠다. 물기 짜내고 적당히 칼질해서 들지름 두른 팬에 볶는다. 아차! 삶아야 하는데.. 이미 때는 늦었다. 물에 오래 불렸으니 그냥 하자고..요리에 무슨 법칙이 있나? 내 요리는 내가 한다.들지름 아까라 말자. 들들 볶다 소금 간을 했다. 끝- 간단명료한 말 그대로의 곤드레나물 볶음이다.곤드레나물 본연의 맛과 향이 구수한 들지름과 잘 어우러졌다.한번 해보시라. 정말 맛있다.
집에서 먹는 곤드레밥
집에서 먹는 곤드레밥
2016.05.18제사 때 사놓은 곤드레나물이 하릴 없이 늙어간다. 먹어 치워야지.. 그래서 작심했다. 곤드레밥을 해먹겠노라.. 그런데 그 준비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오래 걸렸다. 곤드레나물을 물에 불린 후 삶아 알맞은 크기로 잘랐다. 여기까지 2박3일, 한 삼십분 물에 불리면 되겠지 했다가 "아 그게 아니구나" 하고 하룻 저녁 재우고.. 그러고는 곤드레밥을 까맣게 잊었다가 그 이틑날에야 물에 담긴 곤드레나물을 발견하고 "아 곤드레밥.." ㅎㅎ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다. 좌우튼 오랜 기간 물에 불렸으니 삶는 시간은 좀 짧게 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맞지 않아 다시 냉장고에 넣어 하루를 더 재웠다. 곤드레나물을 꺼내 볶는다. 들기름 아까라 말고 볶다가 음식 싱거운 건 참지 못하는 성미대로 소금..
어머니가 해주시던 부추계란탕
어머니가 해주시던 부추계란탕
2016.05.17어릴 적 나는 약골이었다.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 사이면 여지없이 독감을 앓아야 했고 배앓이도 자주 했으며, 하도 넘어지기를 잘해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어쩌다 오늘날과 같이 상당한 건강 체질이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 옛날 심하게 앓고 나 기력이 없고 입맛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것이 있었으니 부추 계란탕이다. 원기를 북돋는데 좋은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부추를 솔이라 한다. 텃밭 한켠 은행나무 아래 어머니가 정성을 다해 관리하던 두세 평쯤 되는 솔밭이 있었다. 그야말로 솔잎처럼 가는 조선 솔이었는데 우리 식구는 물론 동네 아짐들까지 다 나눠먹기에도 충분해서 바구니 들고 와서 잘라가곤 했다. 어머니는 솔밭에 늘 재를 뿌려주시곤 했는데 이제는 ..
목이버섯 들깨탕은 왜 없을까?
목이버섯 들깨탕은 왜 없을까?
2016.05.13목이버섯을 먹다 보니 들깨가루 넣고 탕으로 끓여도 맛있겠다 싶다. 한데 이래저래 검색해봐도 그런 요리는 나타나지 않는다.어라,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데 그렇게는 해먹지 않나 보군.. 이상하네~남들이 안한다고 못할소냐 내가 하면 되지. 냉동실 속 돼지고기 한덤백이 자잘하게 썰어 들기름 두르고 볶으면서 소금으로 간 하고, 다진마늘 넣고 더 볶다가, 청양고추와 양파 넣고 또 볶는다. 적당한 시점에서 목이버섯 투여하고 멸치 다시물 부어 끓기 시작하면 들깨가루 넣고 휘휘 젓고 뒤적거리며 고루 익힌 후 마지막으로 대파와 솔(부추)를 넣었다. 들깨탕에는 왠지 간장보다는 소금으로 간 하는게 옳을것 같다. 들깨가루는 넣는것만으로 참으로 구수한 맛을 낸다. 고추가루나 기타의 매운맛을 내는 양념으로 대신할 수 없는 청양고..
목이버섯볶음
목이버섯볶음
2016.05.10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버린 사진기 기억장치를 찾느라 온 방안을 다 뒤졌다. 도저히 찾을 길이 없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대신 먹을거리를 찾았다. ,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3월 백두산 기행 때 조선족 가이드가 선물로 준 것을 잊고 있었다.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것인가..기억장치가 내 기억을 앗아 작심하고 영영 숨어버린 모양이다. 포장을 뜯으니 소포장 10개가 들어 있다. 사림 귀를 닮아 '목이'라 했다지.. 나무귀인 셈이다. 말려서 압착시켰다. 압착시켜서 말린건가?물에 불리면 원형으로 복구된다 하는데 양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 혼자 한끼 먹을 양이 아닐까 싶다. 반신반의했는데 예상이 맞았다. 물에 담근지 30여분 지나니 이렇게 몸집이 불어났다. 잘 행궈 채에 걸러 물끼를 뺀다. 다진마늘 먼저 ..
5분완성 양상추샐러드
5분완성 양상추샐러드
2016.05.09딸래미가 사놓고 간 양상추와 토마토가 눈에 띈다. 지금 먹지 않으면 필연코 버리게 될 것이다. 샐러드를 해 먹어야 되겠는데.. 양념장을 만드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딱히 정해진 바가 없다. '있는 재료로 내 입맛대로 하면 된다'는 요리의 기초에 충실하면 되겠다. 얼렁뚱땅 만들어 막둥이한테 먹어보라 하니 "맛있어!"를 연발한다. 내가 먹어봐도 맛있다. 내 입맛이나 막둥이 입맛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양상추 한통, 토마토 2개 조선간장, 산야초 효소, 올리브기름, 들기름, 칠리소스, 다진 마늘, 들깨 가루, 통들깨, 먹다 남은 햄 조각 약간. 각각의 양과 배합은 간 봐가면서 적절하게.. 요리가 뭐 별거 있나? 자신의 입맛과 손맛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팍팍..
부산횟집 미역지리
부산횟집 미역지리
2016.04.23종로3가 뒷골목, 피맛골..역사와 전통, 서민들의 숨결이 스며있는 곳. 뜨끈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는 이 아침. 그 골목에서 먹었던 음식 하나, 부산횟집 미역지리. 냄비가 차고 넘치게 담아주는 미역줄기 속에 광어, 우럭 따위의 생선이 다소곳하다. 흘러 넘치는 국물만큼이나 마주앉은 사람들과의 우정도 넘치고 주고받는 술잔에 마음이 그윽해진다. 미역줄기 건져먹다 보면 속이 차분해져 자칫 해장술에 다시 취하기 십상이겠다. 해장 석잔에 취하면? ㅎㅎ 낮도깨비 되는거다. 과음하지 마시라. 이 정도면 가히 진국이라 할 만하지 않겠는가? 잡내 없는 시원한 국물이 가히 일품이다. 따끈한 밥에 끼얹어 먹어주시고.. 못내 아쉽다면 미역줄기 추가. 음.. 이래 먹다간 배가 터지거나, 술에 취하거나..배창시 싸늘한 이 아..
북한식 떡국을 먹으며 개성공단의 운명을 생각한다.
북한식 떡국을 먹으며 개성공단의 운명을 생각한다.
2016.02.11정초에 발견한 기사 하나, 국물이 시원한 북한식 떡국, 그 비결은 뭘까요? 전하는 바 그 비결의 핵심은 꿩이나 닭으로 국물을 낸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는 순간 냉동실에서 1년 넘게 잠자고 있는 꿩 한 마리가 생각났다. 누구랑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하다 그 존재를 잊어버린 꿩 한 마리.. 그래서 기사가 알리는 바 그대로 재현해보기로 하는데 북한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니 말하자면 '종북'이다. 지금부터 종북 떡국을 끓여본다. 꿩으로 육수를 낸다. 중요한 것은 초벌 끓여낸 물을 미련 없이 버리고 재차 끓이는 것이다. 기사에는 없지만 피비린내를 제거하는 필수적 절차다. 파를 넣는 것이 육수를 맑게 하는 비결이라 하여 잊지 않았다. 푹 삶아졌다 싶으면 꿩을 꺼내 식힌 다음 갈기갈기 잘게 찢는다. 꿩이 의외로 고..
흥성회관 볼테기탕
흥성회관 볼테기탕
2016.01.28어쩌면 그토록 잊고 살았을까? 10년은 폴쌔 지나부렀으니 까맣게 잊었다 할 만하다. 별 얘기 아니다. 시데부데한 먹는 이야기. 그때만 해도 콤바인 옆구리에 매달려 푸대자루 잡아가며 나락 벨 때다. 아마도 11월 초였을 것이다. 눈발 날리는 무쟈게 추운 날 마지막 타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수리잡 바람 휘몰아치는 방죽 두럭을 걸어오는 세 아이를 발견했다. 엄마 아빠 찾아가겠다고 길을 나선 우리 집 애들이다. 큰 놈이 초딩 초년병이었을 것이고 막둥이는 인자 말문 터져 한참 종알대던 시절.. 녀석들은 꽁꽁 얼어 있었다. 죄다 감기 제대로 걸리겠다 싶어 차에다 싣고 바로 흥성 회관으로 달려가 볼테기탕을 먹였다. 당시에는 가끔 가던 식당이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한놈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무사했다. 볼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