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먹는이야기
마포 을밀대 평양냉면
마포 을밀대 평양냉면
2013.09.19추석날 아침 음복 술에, 성묘 다니면서 마신 술에.. 술이 깰 무렵 시원한 평양냉면 생각이 문득 간절해진다. 남북 간의 왕래와 교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던 시절, 금강산에도 가보고 평양, 개성에도 가봤다. 아스라한 옛일처럼 느껴지는데 하물며 실향민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남북관계라는 것이 살얼음판과 같다는 생각에 기회가 올 때마다 놓치지 않았는데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급기야 개성공단조차 폐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가 최근 다시 열렸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는 여전히 꽉 막혀 있다. 추석 안에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나 싶었는데 당국 간의 협의가 너무 굼뜨게 진행된다. 내란음모네 뭐네 나라 안에 온통 난리 판굿을 벌여놓고 종북 마녀사..
매콤하고 시원하게 비벼먹는 라면, 뿔면
매콤하고 시원하게 비벼먹는 라면, 뿔면
2013.08.09매콤하고 시원한 라면, 이름하여 . 알만한 사람은 아는 감방 특식 화기가 허용되지 않는 조건에서 뜨거운 물로 불린 컵라면이 주재료가 된다. 언젠가 구치소에 다녀와 선보인 것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 아이들이 찾는다. 이번에는 며칠 후 있을 학교 캠프 요리 경연대회에 출품하겠다고.. 감방 음식 괜찮겠나 했더니 지네 학교 감방 다녀온 학부모 많아 흉 될 일 없단다. 날도 덥고 하니 한번 해 보는디.. 초장, 훈제 닭 혹은 오리, 묵은지는 필수 재료. 초장은 봉지 고추장에 사이다, 레모나 등을 섞어가며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는 바깥세상이니 알아서 정성껏 만들면 되겠다. 훈제오리는 뜨거운 물에 봉지째 넣어서 덥힌 후 잘게 찢으면 된다. 여기야 뭐 칼도 있고 도마도 있으니.. 묵은지도 잘게 찢..
여름을 이겨먹는 밑반찬의 힘
여름을 이겨먹는 밑반찬의 힘
2013.08.03아들놈은 통선대 가고 나는 휴가라고 집에 내려왔다. 하늘의 구름이 두텁고 소나기가 서너 차례 왕림하였다. 주구장창 매미는 울어쌓고 하루 점드락 뺑뺑이 도는 선풍기가 안쓰랍다. 대청마루에서 앙겄다 누웠다 하루가 그렇게 갔다. 휴간께..ㅎㅎ 뉴스를 보고서야 아들놈 통선대 간 것을 알았다. 미안하기도 해서 몇차례 전화를 건네봤지만 받지도 않고, 하지도 않고.. 새끼, 이 참에 살이나 쪽 빠져부렀으먼 쓰겄다. 끈적거리는 몸뚱아리, 어리둥절한 입맛 휴가랍시고 빈둥거리기가 쉽지 않다. 한여름 무더위에 어리둥절해져버린 입맛을 달래주는 밑반찬 새콤함과 매움함을 기본으로 입맛을 일깨우고 곰삭은 새우젓, 칼칼한 물김치가 더위를 물리친다. 그 무슨 별미로도 충당할 수 없는 강력한 밑반찬의 힘 이 맛에 집에 온다. 논으로, ..
문배동 육칼
문배동 육칼
2013.07.31무더운 여름, 입맛을 잃기 쉬운 시기이다. 어차피 늘 집밥을 먹을 수 없는 처지인지라 이것저것 먹을 것을 떠올리며 고민할 때가 많지만 막상 밥 먹을 때가 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럭저럭 때우게 되는 것이 일상사다, 밀가리것을 좋아하는지라 막국수, 칼국수, 짭뽕, 냉면, 매밀국수 등을 선호하지만 함께 생활하고 활동하는 사람들과 기호가 맞지 않아 의사와 달리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만에 내 의사에 따라 먹을거리를 정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삼각지에서 효창동 쪽으로 철길 넘어 고가도로 밑에 있는 '문배동 육칼'집.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 간판을 봤을 뿐인데.. 간판이 뿜어내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식당은 허름하고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몇개 되지 않는 탁자에 선풍기가 ..
백두대간 넘어 손님이 찾아오는 보신탕집
백두대간 넘어 손님이 찾아오는 보신탕집
2013.07.30정감록이 전하는 십승지 중의 한 곳, 무풍은 무주에 속해 있다. 무주에서도 무풍은 몹시 외진 곳이다. 무풍은 3개 도의 경계에 있다. 삼국시대에는 신라 땅에 속했다 한다. 무주에서 가자면 나제통문을 지나야 하고, 경북 김천과 경남 거창에서 오자면 백두대간을 넘어야 한다. 그 옛날에는 얼마나 오지였을까? 그곳 무풍에 잘하는 보신탕집이 있다. 무풍은 또한 무주군농민회의 요람이다. 무주 농민회 대부분의 역량이 무풍면에 집중되어 있고 무풍 회원의 주력이 나와 같은 말띠 갑장들이다. 그렇게 해서 맺어진 인연으로 알게 된 보신탕집이 무풍 면소재지에 있는 만복 식당이다. 오늘도 손님이 많다.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 박대하는 주인 양반을 설복하여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보신 전골을 주문하였다. 야무진 청양고추와 토종 조선..
멜국
멜국
2013.05.09큼지막한 생멸치를 통으로 넣고 국을 끓인다. 글쌔올씨다.. 비리지 않을까? 제주 사람들 국이라 하는 것에는 '퍼데기'라 부르는 배춧잎을 많이 넣는다. 갈치국도 그렇고 또 뭣이냐.. 잘 모르겄다. 퍼데기가 들어간 멀건 국물을 보면 이게 무슨 맛일까 싶다. 멜국을 뒤집으니 큼지막한 통멸치들이 나타난다. 국물을 한술 뜨니 웬걸 시원하다. 비린 맛에 민감한 사람들은 혹간 느낄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리 민감하지 못한 듯 비린 맛도 없다. 음.. 해장엔 딱이겠군. 한라산 하얀거 한병정도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 멜국이나, 갈치국이나, 각제기국이나 한결같이 비릴 것 같으면서도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비결이 뭘까? 퍼데기일까? 아니면 제주 사람만의 독특한 제주가 있을까? 좌우튼 시원한 맛이 별미다. 제주에 가시거든 ..
옻순 쌈밥
옻순 쌈밥
2013.05.09옻순 먹을 때가 되었다. 변덕스런 날씨, 맵찬 꽃샘추위가 영향을 미친 듯 작년에 비하면 1주일가량 늦었다. 고창 기준이니 중부 지방, 강원도 산간까지 감안하면 향후 열흘 정도가 옻순을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09년도 첫맛을 본 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옻순을 먹고 있는 바 해가 거듭될수록 옻에 대한 면역능력이 증강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1주일가량은 이래저래 고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니 첫손가락으로 꼽자면 독특한 식감과 뛰어난 맛이다. 식감을 표현하자면 '사각사각', 맛을 표현하자면 '달콤 살벌'이라 할 것이다. 옻이 지닌 독성에 비하면 맛은 매우 순하고 달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람은 옻 오를 것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기에..
메밀국죽, 메밀음식의 새로운 경지를 보다.
메밀국죽, 메밀음식의 새로운 경지를 보다.
2013.04.30정선 사람들과 인연을 튼지 불과 수개월, 멧돼지사냥에 동강할미꽃에 갖가지 핑계를 대고 참 많이도 들락거렸다. 저게 밭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파른 경사지의 돌밭만이 즐비할 뿐 아직까지 논을 보지 못하였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산골사람 특유의 솔직담백함이 두드러진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고 먹는 음식 맛은 어떨까?콧등치기에 곤드레밥에 늘상 밤새 술을 푸고 속풀이로 먹어온 터라 맛에 대해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다만 함께 먹는 사람들의 "아~ 좋다!" 감탄사와 이마와 콧등의 땀을 훔쳐가며 맛나게 먹었던 기억만이 선명하다. 이번이라고 다르진 않다. 밤새 마신 술이 강력한 속풀이를 요구한다. 정선사람 늘 가는 식당에 전화하더니 "해줄 수 있느냐?"며 뭔가 특별한 음식을 주문하는 듯 하다. 정선사람 덕에 메뉴판에는 ..
아리아리 정선 꼬들꼬들 곤드레밥
아리아리 정선 꼬들꼬들 곤드레밥
2013.04.25곰취가 곤드레나물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왜 이렇게 알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곤드레나물은 고려엉겅퀴의 다른 이름이다. 정선 읍내 장터에서 곤드레밥을 먹는다. 지난번 콧등치기를 먹었던 바로 그 집. 콧등치기는 그날 이후 정선역앞 다른 집에서도 먹어봤는데 이 집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드레밥이 나왔다. 들기름일까? 찰진 밥에 윤기가 흐른다. 코를 스치는 풍취가 구수하다. 참기름보다 낫다. 수선스럽지 않은 밑반찬 몇가지와 양념장, 강된장이 함께 나왔다. 정선사람 말씀하시길 곤드레밥을 반으로 나눠서 양념장 절반, 강된장 절반 비벼먹으란다. 하! 대처 맛이 다르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가지 맛을 동시에 본다. 역시 토박이들이 제 맛을 안다. 서울에서 먹었던 곤드레밥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그윽..
아이폰 속 묵잘것 사진
아이폰 속 묵잘것 사진
2013.04.13먹기 전에 사진을 찍어두는 버릇이 생겼다. 다소 어둡고 좋지 않은 조건에서도 아이폰은 그럴싸한 사진을 남겨둔다. 전화기속 사진을 덜어내다 보니 목젖 땡기는 그림들이 여러장 있다. 굴풋하니 술 땡길때 보면 침 깨나 고이겄다. 운대가 맞아야 먹을 수 있는 신길동 껍데기집 쭈께미 딸기 바지락칼국수 동죽 이사하던 날 청국장, 막걸리 행복레스트호프 홍어찜, 밥 ㅎㅎ 맛 좋은 선운산 생막걸리 버섯구이 버섯구이쌈 게장주먹밥 머웃대무침 달롱개장 봄너물비빔밥 말강막걸리 정선 콧등치기, 곤드레막걸리 미나리, 민들레, 달롱개, 쑥국, 막걸리 묵은지, 젓꼬치, 갓지 해남 백반
봄밥을 묵자, 쓱싹쓱싹 봄을 비벼불자.
봄밥을 묵자, 쓱싹쓱싹 봄을 비벼불자.
2013.03.23한 2주만인가? 오랫만에 집에 와보니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 산수유나무 밑에 서니 부지런한 벌들 붕붕거리며 부산하다. 꽃샘추위 맵다 하나 봄은 봄이다. 각시는 울타리밑 마당 가상을 더듬어 봄나물 한양판에 양념고추장을 장만해놓고 나갔다. 막 올라오기 시작한 머웃대에 돌미나리에 약간의 쑥, 참나물, 돌나물 등이다. 갓 올라오는 머웃대는 쌩으로 그냥 무쳐먹기 좋을 때다. 양념장 두어숟가락 넣고 버무리 버무리 내가 했지만 참 맛나보인다. 밥 두어주걱 얹어서 쓱싹쓱싹 비볐다. 내 너를 '봄밥'이라 명명하노라. 알싸하면서 쌉쏘롬한 머웃대의 향이 기가 막히다. 아삭아삭 씹히는 돌미나리는 또 어떻고..이렇게 한 댓끼니 잇대면 몸 말고 맘이 살지겄다.
조선 최고의 홍어탕, 전주 속초홍어
조선 최고의 홍어탕, 전주 속초홍어
2013.03.15홍어탕을 가장 잘 끓이는 집은 어디일까를 묻는다면 전주에 있는 '속초 홍어'집이라는 것에 나의 미각을 걸겠다. 전주 완주군청 옆골목에 있는 속초 홍어집 홍어탕은 잘 삭힌 홍어의 맛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면서 일체의 잡맛이 없는 깔끔함을 자랑한다. 정말 맛있는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홍어를 사랑하시는 분들 전주에 가시거든 꼭 가서 드셔 보시라. 감히 조선 최고의 홍어탕이라 추천하는 바이다. 사진은 다소 맛없어 보이게 나왔으나 실상은 정말 맛있다. 삭힌 홍어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삭히지 않은 것을 주문하거나 반반 섞어 주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왕 먹는 홍어 잘 삭힌 것으로 주문해서 드셔 보시길 권한다. 아래는 홍어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