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먹는이야기
강진읍내 흑산홍탁
강진읍내 흑산홍탁
2015.12.31강진에 갈 때마다 어지간하면 들러오는 집, 강진읍내 흑산홍탁. 이름은 흑산홍탁이지만 칠레산을 쓴다. 그런데 칠레산으로도 이렇게 깊은 맛을 낼 수 있구나 싶게 식감과 맛이 좋다. 냄새만 코를 찌르고 먹어보면 헛방인 경우가 꽤 있는데 그와는 정반대라고 보면 되겠다. 씹을수록 입안 가득 홍어향이 퍼진다. 제법 찰지기까지.. 묵은김치 맛은 예술이고 막걸리 맛도 그윽하니 좋다. 홍어는 삼만원어치, 막걸리는 한통에 2천원이다. 강진 병영설성 막걸리라는데 달거나 쏘지 않는 그윽한 맛이 좋다. 수입산을 쓰지 않고 강진산 친환경쌀로 빚는다 하니 밥쌀수입에 혈안이 되어 있는 박근혜와 무척 대비된다. 박근혜 정권이 매국정권이라면 병영 주조장은 애국기업이다. 홍어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그냥 홍어에 소금만 찍어먹는게 가..
매움하면서 약간 새콤한 감자 양파 파스타
매움하면서 약간 새콤한 감자 양파 파스타
2015.12.26내가 파스타를 만들어 먹게 될 줄이야.. 몇 년 전 '파스타'라는 드라마를 꽤 재미나게 보고는 호기심에 두어 번 먹어봤을 뿐 그 맛이 어땠는지조차 기억하기 힘든 음식인데 말이다. 며칠 전 다녀간 딸래미가 장을 봐와서 새우 하고 바지락 넣고 해물 파스타를 해 먹고 갔다. 후라이팬에 올리브기름 붓고 볶아먹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해두었다. 딸래미가 해준 해물 파스타, 딸래미는 실패했다고 말했지만 맛있게 싹싹 긁어가며 먹어주었다. 면이고 뭐고 좀 뻣뻣하고 메마른 느낌이 들었다. 장작 한 트럭 뽀개고 가창오리 날려 보내고 들어오니 밥해먹기는 다소 늦은 시각이 되고 말았다. 술 한잔 하자던 양반은 전화도 안 받고.. 파스타 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저걸 먹어 없애자. 쓸만한 재료라고는 감자, 양파뿐인지라 '..
겨울날 홍어탕
겨울날 홍어탕
2015.12.203차 총궐기대회를 마치고 나니 딱 저녁먹을 시간이 되었다. 시간 참 예술로 맞췄다. 겨울값 하느라 날이 꽤 차다. 으실으실한 몸을 덥히면서도 속을 확 풀어줄 먹을거리가 무엇이 있을까?이런저런 모색 중에 마지막 순간 홍어탕이 떠올랐다. 홍어탕이라면 찍찍거리는 코까지 뻥 뚫어주지 않겠는가고 다들 반색한다. 전주 속초홍어, 홍어탕에 관한 한 조선 팔도에서 최고 수준이라 감히 확신한다. 꽤 오랫만에 찾았다. 완주군청이 이사가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세우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골목 맛은 영 달라졌지만 홍어탕은 변함없이 한결같은 맛이다. 눈꼽만큼의 변화도 없어 좋다. 어떻게 이처럼 일관된 맛을 낼 수 있는지 재주가 용타. 뱃 속에 홍어꽃이 활짝 피니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가슴이 상쾌하게 열린다. 용가리같은 콧바람을 ..
군산 뽀빠이 냉면
군산 뽀빠이 냉면
2015.08.02요사이 군산 갈 일이 잦았다. 어쩌다 보니 점심 무렵 혼자가 되었다. 짬뽕을 좋아하지만 줄지어 기다릴 수는 없다. 날도 더운데.. '군산 냉면'을 검색하니 뽀빠이 냉면이 나온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복성루 앞을 지난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자그마한 짬뽕집을 에워싸듯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뽀빠이 냉면집은 복성루를 지나 길 좁은 구도심에서도 작은 골목 속에 있었다. 줄은 없지만 사람이 많다. 늘 먹는 물냉면, 닭가슴살을 고명으로 얹었다. 닭을 고와 육수를 낸 모양이다. 좋다. 잘 만든 막국수와 일면 상통하는 맛이 있다. 정통 평양냉면보다는 다소 강한 맛, 이 육수로 군산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았나 싶다. 육수는 그렇고 면발, 메밀면 특유의 짤긋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이다. 대책 없이 질기기만 하고 형편없..
무쟈게 맛있는 고추장 멸치무침
무쟈게 맛있는 고추장 멸치무침
2015.06.16딸래미들이 집에 다녀가면서 잘 손질된 멸치를 놓고 갔다. 술안주하라고 놓고 간 모양이다.날름날름 집어먹다 보니 손질한 공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고추장으로 버무린 멸치반찬이 생각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고추장에 양념 좀 넣고 그저 버무리면 된다는 것을 금새 알겠다. 그러니까 이 멸치가 요리다 생각하고 의지를 모으면 인터넷이 나서서 도와준다. 기본에 충실하되 내 입맛과 취향대로 있는 재료 가지고 만들어본다. 웃집 아짐이 준 고추장 적당량에 청양고추와 양파, 마늘을 다져넣고 장흥에서 가져온 산야초 효소를 적당히 부어가며 다소 묽게 장을 만든다. 고추가 양이 많아보이는데 그게 내 입맛이다. 그리고 멸치 넣고 마구 버물러주니 끝이다. 들기름 좀 쳤다. 음식을 만들어먹다 보니 참기름보다 들기름을 더 쓰게 되더라는..
구수한 죽순들깨탕
구수한 죽순들깨탕
2015.06.06죽순이라는 것이 참 푸진 찬거리다. 두냄비 삶았을 뿐인데 아직도 많이 남았다. 초장 발라먹고, 된장찌개 끓여먹고, 볶아먹고.. 냉동실을 뒤지던 중 들깨를 발견했다. 떡 본 김에 지사 지내더라고.. 이제 다소 난이도 있어 보이는 죽순들깨탕에 도전한다. 들깨를 갈아넣어 진덤진덤하게 해먹는 나물을 우리 동네에서는 '짐너물'이라 한다. 어원을 짐작할 길이 없어 그저 들리는대로 적는다. 혹자는 즙너물이라고도 하고 듣기에는 진너물로 들리기도 한다. 각종 묵나물로 만드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머윗대를 주재료로 한다. 매우 좋아하면서도 어찌 만드는지 꽤나 궁금했다. 내 손으로 만들어보게 될 줄이야.. 세상 일은 모르는거다. 그런데 실제 해보니 실상 어려울 것 하나 없다. "그저 들깨를 갈아넣었을 뿐인데 맛이 있어지더라..
다들 해먹는 죽순요리 세가지
다들 해먹는 죽순요리 세가지
2015.05.26삶자마자 초고추장 발라 나수 먹어버리고도 죽순은 아직 겁나 남았다. 그것 참 숟헌 것이로구나. 그냥 맨 입으로 다 찍어먹기는 아깝기도 하고 다소 질리기고 한다. 요리를 해본다는디.. 요리라는 것이 얼렁뚱땅 5~10분, 길어야 20분 넘지 않게 해치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루 점드락 부엌에서 달그락 달그락 있는 냄새 없는 냄새 다 피우고 기다리는 사람 기함할 때쯤 내놓는 요리 별로다. 들일 마치고 돌아와 남들 씻는 사이 후닥닥 조물조물, 보글보글.. 우리 어매들 밥상이 늘 그랬다. 삶아놓은 죽순은 일이랄 것도 없이 맨손으로 잘 찢어진다. 늘 끓여먹는 된장찌개에 죽순 넣은 것 뿐이고.. 아삭하게 씹히는 건더기 많아져서 좋다. 죽순은 삶고 또 끓이고 해도 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유지되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죽순이 올라온다.
죽순이 올라온다.
2015.05.25우후죽순이라 했거늘 비가 오지 않아도 때가 되니 죽순은 올라오고 있었다. 먼저 올라와 커버린 놈, 이제 땅을 뚫고 막 올라오기 시작한 놈, 먹기에 적당한 놈.. 날이 무척 가문데도 죽순은 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 죽순의 기상이 삼상치 않다. 하늘이라도 찌를 기세.. 포세이돈이 가지고 다니는 삼지창같다. 삽으로 질러서 땅속 줄기까지 캐내야 한다는데 그냥 손으로 분질러 뜯었다. 금새 한아름, 웃옷을 벗어 싸짊어지고 나왔다. 손질법은 매우 간단하다. 밑둥에서부터 칼집을 내서 두쪽을 낸 다음 윗부분을 잡고 한꺼번에 벗기면 된다. 죽순의 형상이 대보름 달집 태울 때 밤하늘로 솟구치는 불기둥 모양이다. 손질을 마친 죽순을 바로 삶는다. 쌀뜨물을 넣고 삶으라는데 집에 현미뿐이라 고민 끝에 쌀을 통째로 반주먹 나마 넣..
된장찌개
된장찌개
2015.05.23무더운 여름이 다가온다. 땀 많이 흘리고 끼니 챙겨먹기도 귀찮고 입맛은 달아나기 십상이다. 이럴 때 된장찌개가 있어 좋다.가스불에 투가리 얹어 딱 한끼 먹을 만큼..요리가 뭐 별 것 있나? 멸치국물 낼 줄 알고 고추, 마늘, 양파, 대파 기본양념 다질 줄 알면 사실상 대부분의 국과 찌개는 끓여진다. 국물용 멸치 몇마리, 다시마 몇조각, 표고버섯 하나 넣고 멸치국물 되는 동안 양념을 다진다. 식성대로 입맛대로 매운것 좋아하는 나는 청양고추 나수 썰고 양파 2/3조각, 대파 반토막 다진다. 마늘은 믹서기에 몽땅 넣어 분쇄해놓고 한숟가락씩 나눠 쓰면 좋겠고.. 이것저것 건져내고 된장 적당량, 고추장 적당량 풀어넣는다. 무쟈게 짜고 맵게 먹는 나는 된장 한숟가락에 고추장 반숟가락..그리고 양념을 투하한다. 그 ..
민들레 반찬
민들레 반찬
2015.05.08뜰 안 곳곳에 민들레가 나서 자란다. 길 가상 민들레를 삽으로 질러 옮겨놓은지가 10여년은 족히 된 듯하다.이제야 좀 '많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노란색 꽃을 피우는 민들레는 이미 지고 없고 흰민들레는 아직 꽃이 남아 있다. 흰민들레만이 토종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사실과 다르다. 흰민들레는 토종 뿐이지만 노란꽃을 피우는 민들레 중에는 토종과 서양 것이 섞여 있다. 꽃잎과 꽃술의 풍성함과 성김 등의 차이로도 알 수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꽃받침 아래 총포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양 민들레는 아래로 발라당 제껴져 있는 반면 토종 민들레는 꽃받침을 조신하게 감싸안고 있다. 서양 민들레가 갈수록 많아지는데는 흔히 말하는 것처럼 공해로 인한 토양의 산성화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서양민들레가 번..
옻순잔치를 벌여보자.
옻순잔치를 벌여보자.
2015.04.29바야흐로 옻순 먹을 시절이 도래하였다. 때마침 비도 내린다 했다. 바쁜 농사철이긴 하나 잠시 손을 놓고 모이자 했다. 낮 12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다들 일하던 차림새 그대로 입만 가지고 왔다. 옻순은 굳이 데칠 일도 없이 생으로 먹는다. 찍어먹을 초장 하나, 쌈장 하나, 고기 좋아하는 사람 삼겹살 구워 싸먹는다. 후환이 다소 두렵기는 하나 옻 탈 염려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 옻 오르면 어쩌나 하는 아슬아슬한 두려움이 옻순을 먹는 또 다른 묘미가 아니겠는가? 옻이 지닌 독성과 달리 아삭한 식감과 달착지근한 맛과 향은 부드럽기 그지 없다. 1년에 한번뿐인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대부분이 농민들인 민주민생고창연대 회원들이 모였다. 이렇게 먹으면 끊임없이 들어간다. 비닐온상 한쪽에서..
뚝딱 차려먹는 촌사람 점심밥상
뚝딱 차려먹는 촌사람 점심밥상
2015.04.26어제 오늘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매우 드문 일인데 농사일이 바빠지니 오히려 한가한듯 집에 있게 된다. 점심시간이 다 되드락 일하다 들어와 있는 반찬에 뚝딱 차려먹는 촌사람들 점심밥. 그 옛날 어머니들은 짧은 순간 마술같은 손으로 뭔가 반찬 한가지씩은 만들어 상을 차렸다. 요즘도 물론 그런 사람 없지 않겠지.. 내가 한번 해본다. 아랫집 늙으신 아짐 파지랑 달롱개 째까 무쳤길래 맛이나 보라고 우리집 냉장고에 넣어놓으셨다 하신다. 맛이나 보라고 이렇게 몽땅 주셨으까? 째까 무쳤담서.. ㅎㅎ 겁나 맛나다. 밥 되는 동안 술 한잔 한다. 따다 놓은지 며칠 지나버린 다소 쇠야버린 두릅향이 좋다. 어쨌든지 살짝 데쳐야 한다. 여기까지가 어제 점심. 집모텡이에 퍼져나가던 참나물이 이제 바탕을 이뤄 밭이 되었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