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흥성회관 볼테기탕
흥성회관 볼테기탕
2016.01.28어쩌면 그토록 잊고 살았을까? 10년은 폴쌔 지나부렀으니 까맣게 잊었다 할 만하다. 별 얘기 아니다. 시데부데한 먹는 이야기. 그때만 해도 콤바인 옆구리에 매달려 푸대자루 잡아가며 나락 벨 때다. 아마도 11월 초였을 것이다. 눈발 날리는 무쟈게 추운 날 마지막 타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수리잡 바람 휘몰아치는 방죽 두럭을 걸어오는 세 아이를 발견했다. 엄마 아빠 찾아가겠다고 길을 나선 우리 집 애들이다. 큰 놈이 초딩 초년병이었을 것이고 막둥이는 인자 말문 터져 한참 종알대던 시절.. 녀석들은 꽁꽁 얼어 있었다. 죄다 감기 제대로 걸리겠다 싶어 차에다 싣고 바로 흥성 회관으로 달려가 볼테기탕을 먹였다. 당시에는 가끔 가던 식당이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한놈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무사했다. 볼테기..
눈 내리는 내소사
눈 내리는 내소사
2016.01.24밤사이 많은 눈이 내렸다. 바람이 세차게 치더니 마루에까지 눈이 올라왔다. 이 정도면 폭설, 지금 이 순간에도 하염없이 퍼붓고 있다. 참 많이도 온다. 눈이 내리면 한없이 싸돌아다니고 싶어지는 사람인지라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적재함 뒷쪽에 묵직한 호안블럭 대여섯개 얹고 체인을 걸었다. 이정도 채비면 어지간한 눈길은 까딱없이 헤쳐나갈 수 있다. 자만해서는 안되겠지만 고창 사람들은 눈길 운전에 꽤나 익숙하다. 눈길을 달려 부안으로 갔다. 폭설에 잠긴 주차장에서 차를 뽑아내느라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날 할라 춘디.. 위 모씨 내외와 내소사로..눈 내리는 내소사는 가히 선경이었다. 설경을 넘어선 선경. 전나무 숲길 지나 벚나무 가로수 그리고 사천왕문에 이른다. 벚나무에 쌓인 눈이 가히 환상적이다. 말 그대..
풍년 고드름
풍년 고드름
2016.01.22어릴적 어머니는 길게 자란 고드름은 따지 못하게 했다. "고드름이 질게 달려야 풍년 든다이"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눈도 올만큼 오고 어지간히 강치도 하고 그래야 내년 농사(아직은 설 전이니 농사는 내년 일이다)가 잘 된다는 것을 길게 자란 고드름에 빗대 말씀하신게다. 하지만 우리는 저마다 처마 끝에 달린 젤로 길게 자란 고드름을 따다 니께 크네 내께 크네 재기도 하고 칼쌈도 하고 놀았다. 입에 넣기 좋게 자란 고드름은 우두둑 우두둑 깨물어먹기도 하고..첫눈은 만병통치약이라 집어먹고 고드름은 깨먹고 그랬다. 문 맛이 있었을까 싶은데 그때는 맛나게 묵었다. 올해는 고드름도 못보고 넘어가나 했더니 요 며칠새 고드름이 제법 길게 자랐다. 그런데 말이다.풍년 들면 뭐 할건데.. 어쩔건데..풍년을 구가하지 못하..
저수지의 개들
저수지의 개들
2016.01.09동네 앞에 저수지가 하나 있다. 물 속에는 물고기가 살 것이고, 수면에서는 새들이 노닌다. 물 가에는 사람들이 살고 개들도 산다. 코도배기에 사는 진돌이 다섯마리와 새침한 진순이 한마리..녀석들은 아마도 생의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코도배기가 섬처럼 떠 있다. 코빡처럼 튀어나와서 코도배기다. 뒷산은 방장산 누가 됐건 사람이 나타나면 이렇게 우루루 몰려들어 바짓가랭이를 물어뜯고 흙을 발라댄다. 왜요? 강아지 첨 봐요? 틈만 나면 붕가붕가 연습..누가 가르쳐줘서 되는게 아닌 모양이다. 실은 나름 서열을 정하는 행동이라.. 녹색 목걸이를 한 새침한 진순이저 녀석을 데려오기로 주인과 약조가 되었는데 당췌 곁을 주지 않는다. 때론 분위기도 잡을 줄 아는.. 뭐냐 너는?
강진읍내 흑산홍탁
강진읍내 흑산홍탁
2015.12.31강진에 갈 때마다 어지간하면 들러오는 집, 강진읍내 흑산홍탁. 이름은 흑산홍탁이지만 칠레산을 쓴다. 그런데 칠레산으로도 이렇게 깊은 맛을 낼 수 있구나 싶게 식감과 맛이 좋다. 냄새만 코를 찌르고 먹어보면 헛방인 경우가 꽤 있는데 그와는 정반대라고 보면 되겠다. 씹을수록 입안 가득 홍어향이 퍼진다. 제법 찰지기까지.. 묵은김치 맛은 예술이고 막걸리 맛도 그윽하니 좋다. 홍어는 삼만원어치, 막걸리는 한통에 2천원이다. 강진 병영설성 막걸리라는데 달거나 쏘지 않는 그윽한 맛이 좋다. 수입산을 쓰지 않고 강진산 친환경쌀로 빚는다 하니 밥쌀수입에 혈안이 되어 있는 박근혜와 무척 대비된다. 박근혜 정권이 매국정권이라면 병영 주조장은 애국기업이다. 홍어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그냥 홍어에 소금만 찍어먹는게 가..
매움하면서 약간 새콤한 감자 양파 파스타
매움하면서 약간 새콤한 감자 양파 파스타
2015.12.26내가 파스타를 만들어 먹게 될 줄이야.. 몇 년 전 '파스타'라는 드라마를 꽤 재미나게 보고는 호기심에 두어 번 먹어봤을 뿐 그 맛이 어땠는지조차 기억하기 힘든 음식인데 말이다. 며칠 전 다녀간 딸래미가 장을 봐와서 새우 하고 바지락 넣고 해물 파스타를 해 먹고 갔다. 후라이팬에 올리브기름 붓고 볶아먹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해두었다. 딸래미가 해준 해물 파스타, 딸래미는 실패했다고 말했지만 맛있게 싹싹 긁어가며 먹어주었다. 면이고 뭐고 좀 뻣뻣하고 메마른 느낌이 들었다. 장작 한 트럭 뽀개고 가창오리 날려 보내고 들어오니 밥해먹기는 다소 늦은 시각이 되고 말았다. 술 한잔 하자던 양반은 전화도 안 받고.. 파스타 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저걸 먹어 없애자. 쓸만한 재료라고는 감자, 양파뿐인지라 '..
겨울날 홍어탕
겨울날 홍어탕
2015.12.203차 총궐기대회를 마치고 나니 딱 저녁먹을 시간이 되었다. 시간 참 예술로 맞췄다. 겨울값 하느라 날이 꽤 차다. 으실으실한 몸을 덥히면서도 속을 확 풀어줄 먹을거리가 무엇이 있을까?이런저런 모색 중에 마지막 순간 홍어탕이 떠올랐다. 홍어탕이라면 찍찍거리는 코까지 뻥 뚫어주지 않겠는가고 다들 반색한다. 전주 속초홍어, 홍어탕에 관한 한 조선 팔도에서 최고 수준이라 감히 확신한다. 꽤 오랫만에 찾았다. 완주군청이 이사가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세우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골목 맛은 영 달라졌지만 홍어탕은 변함없이 한결같은 맛이다. 눈꼽만큼의 변화도 없어 좋다. 어떻게 이처럼 일관된 맛을 낼 수 있는지 재주가 용타. 뱃 속에 홍어꽃이 활짝 피니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가슴이 상쾌하게 열린다. 용가리같은 콧바람을 ..
2차 총궐기 농민 IS
2차 총궐기 농민 IS
2015.12.06마대옷에 밀대모자각종 가면을 쓰고 나타나종로 바닥을 휘젓고 사라진 테러집단농민 is. 박근혜가 망해야 농민이 산다농민에게 평화를..
저녁노을 지고 무지개 뜨고..
저녁노을 지고 무지개 뜨고..
2015.09.24오늘 하루는 제대로 집 한번 치워보자 맘 묵었건만..얼마만인가? 죙일 비가 내렸다. 그것도 자그마치 게으른 놈 딱 놀기 졸만치나 왔다. 회관밥 얻어묵고 돌아나오는 길, 서짝 하늘 붙은 불을 본다. 워매 소리 절로 나온다. 몸을 돌려 동짝 하늘을 보니 이건 또 뭔일이당가? 무지개가 떴다. 얼마만에 보는 무지갠가, 그것도 쌍무지개로..자연은 경이롭다. 무지개 따러 길 떠난 소년 이야기가 떠오른다. 나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이거이 모다 어제 일이다.
가을
가을
2015.09.11고추잠자리 여치 꿩, 몇마리? 도둑게
싱그러운 운곡습지의 아침
싱그러운 운곡습지의 아침
2015.08.27아침나절 운곡습지로 가는 길목 말끔히 단장해놓은 거미줄 복판에서 꼬마호랑거미가 볕을 쬐고 있다. 일광욕도 하고, 아침식사거리도 기다리고.. 이 자식 아침부터 1석2조를 노리고 있다. 가을분위기 물씬, 바짓가랭이에 채이는 이슬이 차갑다. 온통 팔랑나비(줄점팔랑나비) 천지다. 밤새 꿀물이 고였을까? 나팔꽃 깊숙히 고개를 쳐박은 팔랑나비는 누가 오는지 가는지 관심이 없다. 사위를 아끼는 장모의 사연이 깃든 사위질빵 꽃에 앉은 녀석은 이슬로 해장하는 모양이다. 속이 개완해지겄다. 습지로 접어드는 고갯마루 붉노랑상사화가 은은하게 번지는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숲길이 짙어지고 한 무리의 오색딱따구리 가족이 다소 요란스레 지나간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거미 한마리 열심히 집을 짓고 있다. 정교한 솜씨가 대..
군산 뽀빠이 냉면
군산 뽀빠이 냉면
2015.08.02요사이 군산 갈 일이 잦았다. 어쩌다 보니 점심 무렵 혼자가 되었다. 짬뽕을 좋아하지만 줄지어 기다릴 수는 없다. 날도 더운데.. '군산 냉면'을 검색하니 뽀빠이 냉면이 나온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복성루 앞을 지난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자그마한 짬뽕집을 에워싸듯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뽀빠이 냉면집은 복성루를 지나 길 좁은 구도심에서도 작은 골목 속에 있었다. 줄은 없지만 사람이 많다. 늘 먹는 물냉면, 닭가슴살을 고명으로 얹었다. 닭을 고와 육수를 낸 모양이다. 좋다. 잘 만든 막국수와 일면 상통하는 맛이 있다. 정통 평양냉면보다는 다소 강한 맛, 이 육수로 군산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았나 싶다. 육수는 그렇고 면발, 메밀면 특유의 짤긋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이다. 대책 없이 질기기만 하고 형편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