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가막도
가막도
2009.07.19가막도는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 앞의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이었다.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 때면 배를 타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었고 썰물에 드러난 바위 틈새기에는 기(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가막섬 너머로 해 떨어지는 모습이 좋았다 하는데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내가 처음 이 곳을 알게 된 때만 해도 가막섬 앞 드넓은 백사장과 갯벌에는 김을 양식하기 위한 말목이 즐비하게 서 있었고, 이 근방 사람들이 철 따라 물때에 맞춰 조개 캐고, 맛 잡고, 새우 잡고, 게 잡고.. 시끌벅적하게 장이 서다시피 하였다. 벌써 10년은 훌쩍 넘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가막섬이 육지와 연결되었다. 구시포항을 국가어항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구시포항을 국가 1 종항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원전 핵폐기물 처리장 건..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으면..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으면..
2009.07.14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으면.. 이런 시를 썼을까? 사람이 그리웠거나, 아니면 사람과 함께 묻어올 술이 고팠거나.. 유배 (流配 ) 나는 발산리에 유배(流配)되었다. 논밭을 일구며 행여 누가 올까 두리번 거리지만 온종일 나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고 높은 산 힘겹게 오른 해는 쉬이 넘어간다. 그래도 갑작스레 나를 찾아 줄 그 누구를 위하여 찻물을 달이고 가끔은 막걸리도 받아 놓지만 막걸리가 식초가 되고 찻물이 다 닳도록 아무도 찾아 주는 이 없고 오늘은 사람이 그리워 사람이 그리워 괭 이 도 놓아 버렸다. 글쓴이 : 은둔을 꿈꾸는 자
'까마치'를 아시나요?
'까마치'를 아시나요?
2009.07.07가물치를 우리 동네에서는 까마치라고 합니다. 산모에게 고와 먹이면 좋다고 하지요. 디스토마가 우려스럽지만 회로 먹으면 기가 막힙니다. 막걸리에 주물러서 무쳐먹는 '회평'도 좋구요. 큼직한 놈 한 마리 썰어 놓으면 서너 명이 소주 댓 병쯤 금방 깝니다. 자연산 까마치는 가격이 좀 나갑니다. 방죽 가상에 까마치 두 마리 어슬렁거립니다. 내외간일까요? 봄 가뭄으로 바닥이 거북이 등 껍닥처럼 갈라졌습니다. 까마치는 방죽이 완전히 말라도 진흙 속에 박혀서 산다고 하지요. 물 밖에서도 호흡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딸래미 산후조리시키러 서울 가는 친정엄마, 비료푸대에 물 없이 담아가도 까마치는 삽니다. 요즘은 까마치로 산후조리하는 사람 없을 겁니다. 뭔가 새까만 무리가 따라다니네요. 까마치 치어들입니다. 가만히 보..
장맛비 내리는 날
장맛비 내리는 날
2009.07.01장맛비가 하루종일 오락가락 하였다. 부지런한 사람 일하게 좋게, 게으른 사람 잠자기 좋게, 술 좋아하는 사람 술 먹기 좋게.. 연방죽에는 연꽃이 피기 시작하고.. 내외간일까? 해오라기 한쌍이 정다워보인다. 새끼를 바라보는 어미의 눈빛이 그윽하고.. 새끼를 떼어낸 내외간, 금슬 좋아보이는 망중한이 부럽다. 해오라기 한쌍, 낚시질 하는 강태공같다. 암수 서로 정다운데.. 야는 왜 혼자일까? 풀이 죽었다. 한가로와보여도 꽤나 바쁜 그들이다. 암수 서로 정다운데.. 야는 왜 혼자일까? 홀로 가는 쇠물닭이 외로워보인다. 지심 매시나? 붕어라도 한마리 튀어줘야.. 봄내 가물라 물이 없던 연방죽에는 꽃대를 일찍 올린 연꽃이 하늘거린다.
고양이의 선물
고양이의 선물
2009.06.23우리집 냥이 쥐를 잡아왔다. 작은 쥐 새끼(Mouse Baby).. 방문 앞에 물고 와서 의젓하게 묻는다. 주인님 어찌 할까요? . . "내다 버려라" ㅋㅋㅋㅋ
장흥 회진 된장물회
장흥 회진 된장물회
2009.06.22장마가 시작되었다 한다. 예년보다 이른 장마다. 밤사이 꽤 많은 비가 내리고 다시 내리고 있다. 그간 가물랐던 땅을 충분히 적시고 남을 양이다. 엊그제 심은 철쭉에게는 더없이 좋은 단비가 되었다. 이제 그만 와야 된다. 비가 계속된다면 수확이 한창인 복분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비가 내리니 막걸리 생각이 난다. 술 생각이 떠오르면 안주 생각이 뒤따르기 마련이고.. 지난 4월 장흥에서 먹은 회진포 물회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날 날씨는 달아오른 선거 열기만큼이나 무더웠다. 누렇게 익은 보리가 물결치고 있었고 양파 수확이 한창이었다. 고창보다는 달포 가량이나 철이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진포 물회는 된장을 풀어넣은 국물에 그날그날 잡힌 잡어를 가시 째 썰어 넣고 여기에 잘 익은 열무김치를 주된 재료로 첨가하여..
부디 잘 가시라.
부디 잘 가시라.
2009.05.29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많은 것이 혼란스럽고 망연하였다. 너무나 갑작스런 것이었고 죽음 자체가 주는 '청산', '허무'의 정서가 우리들 의식 속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되었다. 그랬기에 죽음으로 모든 것을 청산해버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게 볼 수 없었다 . 그런데 초등학생들까지도 서슴없이 "이명박이 때문에.." "이명박이가.."라고 하고 있다. 극우 꼴통들을 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왜?'라는 의문을 던지며 이명박 정권을 향해 분노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나는 왜 모두가 받아들이는 당연한 사실을 그 자체로 직시하지 못했을까? 이제 벼랑 끝에 선 것은 이명박이다. 그 누구도 내다보기 힘든 '예측불허', '일촉..
그렇게 살 수는 없었을까? 민들레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었을까? 민들레처럼..
2009.05.25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은 것은 갯벌체험에 나선 공부방 조무래기들 뒷바라지를 빙자한 나들이에서였다. 썰물때인지라 바닷물이 십리는 물러난 갯벌 한가운데서 전해들은 서거 소식은 믿기 어려운 것이었고 마음의 갈피는 허공을 맴돌았다. 분노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그 무엇도 아닌 허탈함, 허망함.. 허 그것 참.. 죽어야 할 놈들은 따로 있는데.. 학살자 전두환이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가슴 속 한 점 분노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이 허망한 죽음이라니.. 도데체 무엇이란 말인가.. 명복을 빈다는 흔한 생각조차 잘 들지 않았다. 밀물때가 되어 바닷가로 밀려나온 후로도 하루 점드락 바닷가를 맴돌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민들레처럼'이라는 노래를 반복하고 있었다. 민들레처럼.. 무수한 발길에 짓밟..
혁이
혁이
2009.05.13붉을 주(朱), 붉을 혁(赫)을 이름자로 쓰는 녀석이다. 혁이 아빠는 '돌싱'이다. 수박농사, 나락농사, 고추농사,, 이른바 복통농사를 짓고 있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아스팔트 농사가 전문이다. 이런 쎈 이름을 안겨준 아빠 마음이야 어찌되었건 혁이는 그냥 아가일 따름이다. 아직 사타구니에 한짐이나 되는 기저귀를 타고 다니는.. ㅋ. 고창농민회 청년부 단합산행 하는데 녀석이 따라나섰다. 아빠 등 뒤에서이긴 하지만 산꼭대기에 올라 세상을 굽어보기도 하고.. 녀석에겐 잠재의식 속에라도 깊이 간직될 값진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피곤하신가? 아빠 등 뒤에서 곱게 잠이 들었다. 할매와 아들, 손주 3대가 길을 걷고 있다? "할매 맞어?" 녀석에게도 상념이 있을까? 무얼 그리 바라보시나?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저 ..
말벌은 어떤 집에서 살까? 속을 들여다보다.
말벌은 어떤 집에서 살까? 속을 들여다보다.
2009.05.13이제는 아무도 솔밭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들어갈 일도 사람도 없다. 갈쿠나무(소나무 낙엽)를 땔감으로 쓰던 시절도 가고 솔밭에서 뛰어놀 만한 조무래기들도 사라졌다. 있다 해도 더 이상 나가놀지 않는다. 떼를 지어 놀만한 아이들 집단도 없거니와 굳이 솔밭에 가지 않아도 더 재미난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솔밭이 머리빗으로 빗겨지듯 싹싹 빗겨지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불장난하던 그 시절 솔밭에는 진짜 소나무만 있었다. 그런데 그 솔밭이 지금은 대밭이 되어버렸다. 동네를 삥 돌아 대밭에서 뻗어들어간 대나무가 솔밭을 거의 집어삼키고 말았다. 나는 지금 그 대를 제거하고 솔밭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였다. 우선 대나무를 모조리 베어제끼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망을 치고 닭을 집어넣으려 한다. 허적거리기 ..
선운사, 초록 숲길을 걷다.
선운사, 초록 숲길을 걷다.
2009.05.03초록의 향연이 싱그럽다. 산에 다니기 좋은 시절이다. 초파일, 얼마 전부터 절에 다니기 시작한 각시를 따라 선운사에 갔다. 단풍나무 숲길에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폐 속 가득히 싱그러움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는쟁이냉이가 초록 세상에 흰 꽃대를 올렸다. 우산나물이 잎사귀를 활짝 폈다. 참꽃마리, 두가지 색으로 피었다. 애기나리, 애기나리는 익을수록 고개를 쳐든다. 분냄새 찐한 옥녀꽃대, 한때 홀아비꽃대로 알고 있었다. 무리지어 피어 있는 전성기의 옥녀꽃대를 만나면 찐한 분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 된다. 정말이다. 애기나리도 끝물이다. 외래종일까? 꽃이 크다. 알아볼 일이다. 길가에 반디지치가 피어 있다.
옻순 데쳐먹기
옻순 데쳐먹기
2009.05.01옻닭을 처음 먹고 겪었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얼굴을 제외한 온 몸뚱아리가 갑옷을 입은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엄청난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어댄 자리에서는 진물이 흘렀다. 보건소 주사를 맞고도 가라앉지 않던 증상이 밤나무 삶은 물로 목욕을 수 차례 하고 나서야 비로소 완화되기 시작하였고 그 후로 나는 옻 오른 데는 밤나무 삶은 물이 좋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나는 지금 개옻이 올라 있다. 뒷낭깥에서 대나무를 베어내다 개옻나무와 수차례 접촉한 데다 쭉나무 순을 꺾다 개옻순을 함께 꺾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개옻을 거메나무라고 하고 개옻이 오른 것을 '거메올랐다'고 한다. 눈 주위, 귓불 등 얼굴의 연한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올라 영락없이 술 한잔 걸친 몰골이다. 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