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땅두릅은 어떤 맛일까?
땅두릅은 어떤 맛일까?
2009.04.22산에서 나는 약초를 잘 아는 친구가 있다. 작년 이맘때, 두릅 참 맛있더라고 두릅 좀 따오라 했더니 두릅보다 더 맛난 것 주겠다며 보여준 것이 땅두릅이다. 감탄사까지 늘어놓으며 얼마나 맛나게 먹었던지.. 집에다 심어놓고 뜯어먹으려고 모종까지 몇 포기 얻어다 집터 으슥한 곳에 심어두었었다. 땅두릅, 독활이라고도 하고 한방약재로, 민간 치료제로 널리 쓰인다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봄철 좋은 안주거리일 따름이다. 새싹이 씩씩하게 올라오는 것은 확인하였으나 언제, 어떻게 뜯어먹는지를 몰라 방치해두었더니 너무 자라 버렸다. 그 친구한테 전화하였다. 땅을 좀 헤작거리고 밑둥을 베어내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맵저를 한 10센티 두툼하게 덮어두라 한다. 그렇게 해두면 더 많은 순이 올라오고 연한 순을 먹을 수 있다 한..
고창 청보리 축제
고창 청보리 축제
2009.04.19고창 청보리 축제가 시작되었다. 보리는 이제 목아지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축제는 보리가 노릇노릇해지려고 할 무렵까지 약 한달간 진행된다. 청보리밭 가는 길은 고창에만 들어서면 산지사방에 표시가 되어 있어 찾기 쉽다. 어제 하루 있어보니 선운사 등산을 마친 등산객들이 많이들 들르시는 것으로 보인다. 주 행사장이 되는 잔디밭 주위 벚나무에서 꽃비가 내리고 있다. 주막에 앉아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있노라면 꽃잎이 내려앉아 꽃잎이 동동 뜬 꽃동동주가 되어 젓가락 장단이라도 두드리고 싶은 취흥이 절로 난다. 여기 주 행사장에서 각종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청보리 축제는 보리밭 사잇길을 거닐면서 보리피리 부는 맛이 아닐까 싶다. 보리밭 한바퀴 돌고 배 고프면 보리밥집에 가..
엄나무순(개두릅) 데쳐먹기
엄나무순(개두릅) 데쳐먹기
2009.04.18가시가 사나워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던 나무, 그래서 문지방에 걸어놓기도 했다. 엄나무의 새순은 참두릅 못지 않은 향취가 있다. 쌉소롬한 향은 오히려 더 강하다. 줄기는 약재로도 쓰는데 닭 삶을 때 생가지를 꺾어 넣으면 국물이 파릇해져 보기에도 좋고 독특한 향취가 맛을 둗군다. 시골 동네에는 거목이 되어 울타리를 지키는 엄나무가 종종 보인다. 동네 앞 낭깥에 엄나무가 자라는데 아직은 나만 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누구랑 먹을까 고민하는 차에 영태한테서 "일 쩨까 도와달라"는 전화가 왔다. 다듬어놓으니 참두릅과는 자태가 사뭇 다르다. 막걸리는 빠질 수 없는 구색. 일하기 전에 한잔 먹고 시작하자고 참부터 먹는다. 혼자 사는 영태가 잘 데쳤다. 젓가락보다는 부모님이 주신 손가락이 좋다. 눈까지 지긋이..
아랫집 할매 파지를 주셨다.
아랫집 할매 파지를 주셨다.
2009.04.14우리 아랫집 여든아홉 잡수신 할매가 사신다. 작년 이맘때 백수를 아깝게 못 채우신 하나씨 먼저 보내고 혼자 되셨다. 아들네들도 근방에 살면서 자주 오고 기력도 쟁쟁하셔서 다른 문제는 없다. 다만 귀가 꽉 막혀서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루 한 번은 오셔서 당신 하고 잡은 말씀만 마구 해대고 가신다. 뭐 주로 "말캉 쓸어라" "대문 앜으 좀 치워라".. 하루 한번 이상 잔소리를 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서운하다. 며칠 전 해장 일찌감치 파지를 갖고 오셨다. "아들 오먼 줄라고 무쳤는디 자네도 좀 먹어보소" "자네 파지 안 좋아헝가" 집에서는 도통 밥 먹을 일이 없는지라 막걸리에 콩국수 먹는 자리에 싸들고 가서 풀어놓았다. "뭔 할매 손맛이 아직도 이리 좋다냐" 순식간에 다 먹어부렀다. 우리보다 우리..
참두릅 데쳐 막걸리 한잔.
참두릅 데쳐 막걸리 한잔.
2009.04.13요즘 방장산에는 두릅순을 따러 다니는 사람들로 임도가 빡빡할 정도라고 한다. 여간 부지런하거나 자기만 아는 비밀스런 창고가 있지 않는 한 자연산 두릅을 맛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른 새벽 이슬을 털며 올라간 두릅밭이 이미 다른 사람이 지나간 다음일 때의 허탈한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래서 두릅을 따러 갈 때면 행여 다른 사람 손을 타지는 않았을까 하고 가슴이 뛴다. 가시 사나운 두릅나무 사이를 헤집어 순을 따 돌아오는 길은 향긋 쌉싸름한 맛도 맛이지만 남 먼저 부지런내서 따냈다는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올 봄, 그간 때를 맞추지 못하거나 덜 부지런하거나 하여 한번을 제대로 따먹어보지 못하던 두릅을 연이틀 따다 데쳐먹고 구워먹고 복이 터졌다. 처가집 장모님 손끝을 거쳐 알맞게 데쳐내고....
취중에 찍어놓은 부침개, 날이 흐리니 다시 생각난다.
취중에 찍어놓은 부침개, 날이 흐리니 다시 생각난다.
2009.03.31늘 바쁜 일손을 놀려야 하는 농촌의 여성농민들은 집에 있는 재료만 가지고도 재빨리 음식을 빚어내는 마법사같은 손들을 가지고 있다. 석양녘에 만난 친구 집에 들어가 술추렴이 시작되었다. 수박 심을 비닐하우스에 갔다는 친구 각시는 아직 오지 않았다. 대충 라면 끓여 시작한 술이 제법 거나해질 무렵 친구 각시가 들어온다. 안주도 없이 무슨 술을 먹느냐더니 손만 대강 씯고 불과 10여분만에 만들어낸 안주가 근사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더니 색감이 죽인다. 맛을 보기도 전에 이미 색깔로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취한 눈에도 그냥 먹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사진기를 챙겨 박아두었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냉장고에 있던 솔(부추)을 꺼내는 순간 친구가 한마디 하였다. "어이 그거 믹서기에 갈..
불명산 화암사
불명산 화암사
2009.03.14불명산도 그렇고 화암사도 그렇고 모두가 낯이 설다. 내가 이 절을 알게 된 것은 화암사와 연동된 들꽃을 포착하면서부터이다. 화암사에 가면 그 꽃이 있겠거니 하고 나선 길에서 꽃은 찾지 못하고 절을 먼저 찾았으되 그 절이 화암사니 꽃을 찾아나선 걸음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불명산 또한 한번도 내 귀에 걸린 적이 없었으나 '불명산 화암사'라는 편액으로 접하게 되었다. 화암사를 안내하는 표지판에서 절로 오르는 길, 오를수록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어라' 절이 대체 어디에 있는것이여? 내를 두어차례 건너고 우람한 철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이런데 절이 있을까 싶은 그곳에 고색창연한 절이 들어앉아 있다. 철계단이 없으면 오를 곳이 없지 않을까 싶었은데 내려오면서 보니 옛길이 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그 길로 오르..
금산사 나한전에서 오백나한을 뵙다.
금산사 나한전에서 오백나한을 뵙다.
2009.03.06절집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열리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금산사에 볼 일이 있다는 홍규형에 이끌려 예정에 없던 걸음으로 금산사를 찾았다. 남는 시간 종무소의 허락을 얻어 나한전의 오백나한상을 사진에 담았다. 나한전 편액의 글씨가 먼저 눈길을 잡아 끈다. 서예에 대해 안목은 없지만 보는 순간 편안하고 소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한전에 들어서니 각기 다른 표정과 얼굴을 지닌 오백나한이 시선을 압도한다. 다들 열반의 경지에 이른 분들이라 하는데 험상궂어보이거나 웃기거나 기쁘거나 화난듯하거나 놀라거나 하는 표정들이 모두가 제각각이다. 무슨 법회에 나온 고승들을 보는 듯도 하고, 농민대회에 나선 농민들을 보는 듯도 하다. 겉모습은 이국적인데 그 표정들과 풍기는 분위기는 이웃집 할아..
눈은 게으르고 손은 부지런하다.
눈은 게으르고 손은 부지런하다.
2009.02.15손님이 오신다는 전화를 1주일 전쯤 제주도에서 받았다. 매우 어려운 손님이 더구나 사위, 며느리와 함께 오신다 하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로 크나큰 우리 집 터는 풀밭이 되기 일쑤였다. "나 죽으면 사방 간디 풀밭 될 거이다" 하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어머니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이다. 작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일찍 들었던 추석이 지나고 나서 방치한 가을 풀들이 새봄을 맞이하는 지금까지 어지럽게 너울거리고 있다. 어머니께서는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집안 풀 단속을 하셨고 그 호미질로도 다스려지지 않는 풀들은 가차 없이 그라목손으로 처단하시었다. 반면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밖으로만 싸돌아다니는 나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로 한 번도 약통을 짊어진 바가 없다. ..
설날 아침
설날 아침
2009.01.26설날 아침. 밤사이 내린 눈이 살포시 쌓여 있다. 내장산 망해봉 위로 붉은 노을을 이고 아침해가 떠오른다. 우리집에도 볕이 들기 시작한다. 섬돌 위에 놓인 신발들이 사람 꽤나 사는 집 같다. 아이들 다그쳐 세배 받고 차례 모실 준비에 들어간다. 차례를 모시려고 병풍을 편다. 호남의 명필 창암 이삼만 선생이 썼다는 글씨가 그럴듯하기는 하나 의미를 도통 알 수 없다. 그림이라도 볼 요량으로 반대쪽 면을 선택하여 펼친다. 다들 작다고 한복을 입지 않고 상대적으로 성장속도가 느린 막내만 한복을 차려입어 설날 아침 모델로 선정되었다. 한과를 차리는데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고 있다. 한 5분은 걸린듯 하다. 차례상이 그럴듯 하다. 차례를 마치고 떡국에 곁들인 반주가 기분 좋은 내곤함으로 몸을 덮친다. 동네를 돌면서..
반갑잖은 눈이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반갑잖은 눈이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2009.01.24어제 아침부터 반갑잖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 낮 하루종일 내린 눈이 밤에는 잠잠하더니 해장부터 다시 퍼붓기 시작합니다. 밤새 강치한 뒤끝에 내리는 눈이라 고스란히 쌓이고 있습니다. 눈이 겁나게 퍼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보였다가 또 눈이 퍼붓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눈이 계속 오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고향길 운전하시는 분들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이쁜 새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눈 속에서 인사하네요.
개
개
2009.01.18결혼 15주년을 기념하여 나선 길, 각시가 개띠라서인가? 유난히 개가 많이 보인다. 변산온천 앞에서 만난 개 두마리. 주인이 사료를 부어주고 간 뒤... 통역은 개와 잘 소통하는 우리 각시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