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호사도요의 귀환
호사도요의 귀환
2010.09.20지난 6월 5일 마지막으로 보고 어제 다시 만났으니 백여일만의 대면이다. 허실 삼아 가본건데 직감이 어긋나지 않았다. 올망졸망한 새끼들을 거느린 수컷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때는 다시 한달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그 녀석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정말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어디 갔다 왔을까? 갔다 온 것은 나인가.. 녀석들인가.. 좌우튼 반갑다. 지난 6월 5일 마지막으로 보았던 외로운 암컷의 모습. 두 녀석을 보았다. 올해 새로 성장한 녀석들로 생각되지만 좀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귀한 녀석들이 이런 깨골창에서 살아가리라고 그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워낙 타고난 은신술 덕에 우리 눈에 띄지 않을 뿐 본래부터 텃새였거나 텃새화되었다고 봐야 하겠다. 역광 속에 그대가 있다. 언제 봐도 단아한 눈매..
도요새와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다.
도요새와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다.
2010.08.30심원 만돌 갯벌에 갔다. 만조가 되어도 물 위에 남아 작은 모래섬이 되는 갯등이 거기에 있다. 여름에는 흰물떼새, 쇠제비갈매기들의 번식처가 되고 도요새들의 이동시기에는 갯벌은 먹이터, 갯등은 휴식처가 된다. 그리고 겨울에는 민물도요, 흰물떼새 등이 월동을 한다. 그 뿐인가? 넓은 갯벌은 어민들의 밭이다. 바지락, 동죽, 백합 등이 무지하게 들어 있다. 4시 10분경 만조 시각을 10여분 앞두고 도착하였으나 갯등으로 들어가는 길이 닫히고 말았다. 첨벙거리고 들어갈만도 하겠으나 그러지 못하였다. 그러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 많은 모양이다. 대기가 맑아 위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중부리도요 한마리 갯등을 바라본다. 날개 단 놈이 사람 흉내를 낸다. 백로도 덩달아.. 왕눈물떼새. 갯벌을 팔짝거리고 뛰어다니는 ..
삼복더위 속 새홀리기 가족
삼복더위 속 새홀리기 가족
2010.08.13소나무 가지에 앉은 새홀리기를 보았다. 꽤 가까이 다가가도록 날아가지 않고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새홀리기가 앉아 있는 나무 꼭대기 부근에 둥지가 보이고 둥지 속에서는 새 꼬랑지가 보일락 말락.. 새 집을 장만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있다. 아마도 비둘기집이었던 듯 싶다. 보초를 서고 있던 녀석이 수컷, 알을 품고 있던 녀석을 암컷이라고 생각하였다. 편의상. 7월 19일의 일이다. 7월 23일, 열심히 알을 품고 있다. 오늘은 낯바닥이 보인다. 역시 이 녀석을 암컷이라 생각해본다. 여전히 보초 서고 있는 것일까? 둥지에서 다소 떨어진 나무가지에 앉아 여전한 눈초리로 나를 감시하고 있다. 위협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별볼일 없다 생각 했을까? 훌쩍 날아 거너편 전봇대 뽕아리에 앉는다. 새홀리기는..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
2010.07.04뜸부기 한마리 외롭게 외롭게 논을 헤집고 다닌다. 뭐 그다지 먹는 것에 연연하지는 않는 듯 하고 그저 이 논 저 논 옮겨다니며 울고만 있다. 아마도 짝을 찾는 듯.. 그러나 그 어디에도 암컷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논두렁에 오른 뜸부기 혼신의 힘을 다해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듯한 뜸부기 소리는 너른 들판에 멀리 멀리 퍼져나간다. 이 모습을 보는 내내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는 옛날 영화가 생각났다. 80년대 에로 영화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집에 와 뒤적거려보니 몸으로 운 것은 뜸부기가 아니라 앵무새였다. 다만 뜸부기는 새벽에 날았을 뿐이다. "고향도 못간 뜸부기가 이 도시의 처마에서 지금 슬피 울고 있다" "이 슬픈 뜸북새를 .. 고향으로 돌려보내라" 광고 문구도 애틋한 ..
덕유 주릉의 휘파람새
덕유 주릉의 휘파람새
2010.06.27장맛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앞에 두고 덕유산에 올랐다. 곤돌라를 타고 중봉까지만 다녀왔으니 올랐다 할 것도 없다. 봄은 가고 여름은 아직 일러 모든 것이 어정쩡하다. 재작년 7월엔가 나무 그루그루마다 터를 잡고 울어대던 두견이를 꼭 한번 보고야 말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두견이 소리 딱 한번, 휘파람새 역시 많은 개체가 있지는 않은 듯 하였다. 몇 안되는 휘파람새 녀석들이 마치 따라다니며 숨바꼭질하듯 숲 속 가까운데서, 혹은 바로 옆에서 우렁차게도 울어댄다. 마치 "나 찾아봐~라" 하고 늘리는 듯 하다. 좀체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녀석, 대피소 부근 소나무 가지에 높이 올라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것인지, 짝을 찾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야는 단 한군데에서 확보된다. 다가설..
해장에 둘러본 주변, 실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해장에 둘러본 주변, 실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2010.06.17이른 아침, 뒷낭깥에서 '꾹꾹꾹' '꾹꾹' 하는 낯선 새소리가 들린다. 며칠 전부터 각시가 이야기하던 가슴 답답하게 간신히 소리를 낸다던 그 소리.. 혹 벙어리뻐꾸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진기 둘러메고 자징게 타고 살살 가본다. 날이 흐리고 안개가 살짝 낀 좋지 않은 날씨, 전봇대에 앉아 울고 있는 그 녀석은 후투티다. 아~ 후투티가 저리 우는구나.. 물까치 한마리 옆에 날아와 앉는다. 후투티 훌쩍 날아가버리고 동네 앞낭깥 쪽으로 가본다. 청아하고 복잡스럽게 울어대는 꾀꼬리들이 있다. 얼마나 낭자하게 울어대는지 온 산이 다 울린다. 바로 지척에서 울어대건만 찾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못찾겠다. 꾀꼬리'다. 갑자기 날아든 오색딱따구리, 수컷이다. 삑! 삑! 삑! 울어내며 열심히 나무를 오르내리더니 포..
엄마 같은 아빠 천연기념물 호사도요의 육추.
엄마 같은 아빠 천연기념물 호사도요의 육추.
2010.06.17호사도요의 번식을 관찰하기 위한 탐조객들의 발길이 한바탕 휘몰아친 개천에 풀들이 자라나 관찰이 어려워지면서 탐조객들의 발길도 잦아들었다. 둥지 짓기와 산란을 거듭하며 번식을 위해 애쓰던 호사도요들도 계속되는 실패에 어디론가 떠나버린 듯했다. 나는 나대로 농번기가 시작되어 10여 일 가까이 발길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모나 심어놓고 인근의 논을 살펴봐야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기억조차 희미해질 무렵 새끼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 용한 녀석 어디에 숨어서 알을 품고 있었을까?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녀석들, 네 개의 알을 낳는다더니 정확히 네 마리의 새끼를 품에 안고 있다. 꺼병이를 닮은 똘망똘망한 새끼들이 천진스럽기 짝이 없다. 그놈들이 다 들어가네. 아빠 품은 넓기도 하다. 위..
아니 벌써.. 새끼 딱새가.. 둥지를 박차고..
아니 벌써.. 새끼 딱새가.. 둥지를 박차고..
2010.05.13아직 멀었는 줄 알았다. 부산하게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딱새들을 보면서 짝짓고 집 지을 자리 찾나다니나 하였다. 하! 그런데.. 짹짹거리고 쪽쪽거리면서 먹이를 재촉하는 어린 딱새들의 소리가 들린다. 시끄럽기 짝이 없다. 오매 그새? 그렇다. 둥지지을 때나 되었나보다 한 녀석들이 어느새 새끼를 키워 데리고 나온 것이다. 허! 그것 참.. 삽시간에 한 보름은 더 늙어버린 기분이다. 날각지를 쉴 새 없어 퍼덕이며 끊임없이 먹을 것을 요구하는 새끼딱새. 가만히 구부다보고 있자니 은근히 꼬라지난다. 에미 애비 섯빠지는 줄을 알아야지말여.. 에미 애비는 뭇 나온다. 낯선 세상 의지가 되자고 풀이라도 볼라놓은 듯 찰싹 달라붙어 있던 녀석들 갑자기 혼비백산한다. 문 일인고 하였더니.. 복돌이가 나타났다. 개노모새끼..
제주도 하도리 탐조
제주도 하도리 탐조
2010.05.06제주도 비는 한라산에서부터 시작해서 밑으로 내려온다더니 바닷가는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도리로 향한다. 사진 속에서만 보던 새, 장다리물떼새들이 한가롭다. 다리 정말 아스라하니 길다. 장다리물떼새 옆에 조용히 있던 녀석. 큰부리도요. 실은 이 녀석이 훨씬 보기 힘든 귀한 녀석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잘 담아둘 걸 그랬다. 이 녀석은 뭐지? 큰부리도요인 모양이네 하고 찍어둔 사진, 날아오르는 장다리물떼새 사진에서 오려낸 사진 달랑 두장뿐이다. 여러 종이 섞인 한 무리의 도요들이 물가에 모여 있다. 이밖에도 청다리도요, 뒷부리도요, 좀도요, 붉은발도요, 삑삑도요 등 좁은 공간에 참으로 많은 종들이 어울려 있다. 저어새도 처음 본다. 하도리는 우리나라의 저어새 유일한 월동지라 한다. ..
제주에서 쇠부리도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제주에서 쇠부리도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2010.05.04자그마한 트집이라도 잡히기만 하면 간다. 내가 제주도를 기를 쓰고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라산, 오름, 사람, 바람, 바다.. 다 좋다. 무엇보다도 어딘가 떠나왔다는 느낌, 당면한 세상사를 순간순간 내려놓을 수 있는 동떨어진 느낌이 좋다. 유배당하고 싶다. 다시 찾은 제주, 언제나 그렇지만 바람이 겁나게 분다. 이제는 제주도 길들이 너무나 익숙하다. 바람을 뚫고 먼저 찾아간 곳은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일제가 최후 거점으로 건설해놓은 군사시설 중의 하나다.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역이겠지만 이번에는 새를 보기 위해 알뜨르 비행장을 찾았다.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 단 번에 수천 키로, 심지어 1만 키로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나그네새들에게 있어 지친 날개를 잠시 접고 다시 날기 위한 힘..
각하의 전용기
각하의 전용기
2010.04.24문득 하늘을 보다 각하를 보았습니다. 전용기를 타고 오셨더군요. 머나먼 호남까지.. 들녘의 민심이 궁금하셨을까요? 복분자 냉해 피해 상황을 직접 점검하러 나오신 걸까요? 어디로 갈 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은 듯합니다. 탑승 자세가 영 의젓하지 못합니다만 떨어지거나 불시착할 염려는 없어 보였습니다.
지붕 위의 새
지붕 위의 새
2010.04.20지붕 위의 새 두마리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을까? 빈집이 되어버린, 언제 어개질 지 모를 위태로운 지붕 위에 새가 있다. 눈비를 마다 않고 희로애락을 함께 했을 새를 두고 주인만 떠나버렸다. 딸싹 못하게 시멘트로 발 묶어놓고.. 애절하게 서로를 바라보게 해놓고.. 저 지붕이 어개져내리기 전에 만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산은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