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고창의 자연]호사도요를 아시나요?
[고창의 자연]호사도요를 아시나요?
2011.04.02사진기 들고 새 보러 다닐 새가 없다. 고창 지역신문에 연재하는 '고창의 자연'이라는 나에게 할애된 지면을 위해 주말에라도 사진기 들고 나가보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하는 수 없다. 지난 사진이라도 들춰가며 소재를 찾는 수밖에.. 호사도요를 아시나요? 새나 짐승이나 보통의 경우 암컷보다는 수컷이 크고 화려하다. 자연계에서 다만 사람만이 좀 다르다 한다. 그런데 종종 예외는 있는 법, 바로 호사도요가 그러하다. 호사도요는 수컷보다 암컷이 화려하고 더 클 뿐만 아니라 암컷이 수컷을 유혹하는 특이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암컷은 알만 낳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곧 다른 수컷을 찾아 떠나며 일정한 영역 안에 여러 마리의 수컷을 거느리는 일처다부를 유지한다. 수컷은 암컷이 낳아준 알을 품어 부화시키고..
갈대보다 더 갈대같은.. 갈대밭의 은둔자 알락해오라기.
갈대보다 더 갈대같은.. 갈대밭의 은둔자 알락해오라기.
2011.02.27지난 2월 초 해남 모처에 알락해오라기가 월동중이니 틈나는 대로 가보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녀석을 찾아나섰다. 갈대밭 속에 숨어 있을 것이며, 행동 반경이 매우 좁으니 가면 반드시 볼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해당 장소에 도착하니 강이라 하기에는 좁은 수로 양안에 갈대밭이 무성하고 바로 인근에서는 낚시꾼들의 정담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망원경을 들고 아무리 훑어봐도 없다. 훑고 다시 훑고.. 꽝이로구나 포기하려는 찰라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정면 여러차례 망원경으로 훑은 그 자리에 녀석은 태연히 숨어 있다. 숨어 있다기보다 그냥 그러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게 맞겠다. 그 보호색이라니.. 계속 보고 있어도 순간적으로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갈대보다 더 갈대같다는 어느 동물학자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
오리 잡는 매
오리 잡는 매
2011.02.02멋진 녀석, 날쎈돌이 매를 봤다. 황조롱이, 새매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엄과 속도. '응시'라 했던가? 부릅뜬 매의 눈, 바로 그것이다. 얼어붙은 저수지 복판. 일군의 오리떼가 얼지 않은 작은 물웅덩이에 몰려 있다. 가창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기타등등.. 눈치 빠른 기러기떼는 날아가 버리고.. 그 뒤에 태연자약 오리를 뜯고 있는 매가 있다. 꽁꽁 언 얼음판 위로 접근한다. 오리나 매나 다 제 볼 일 보느라 별 관심이 없다. 그 놈 딴 데 가서 먹을 일이지 오리 면전에서.. 하루에 한마리나 잡아먹는걸까? 매력적인 사냥터, 손쉬운 사냥감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눈치는 보이는 모양이라.. 청둥오리가 날개짓을 하니 흘끔거리며 눈치를 본다. '저 놈들이 몽땅 달려들면 어쩌지' 하는 걱정스러..
설원의 쇠부엉이
설원의 쇠부엉이
2011.02.02석양이 비끼는 저녁 나절 눈 덮인 하얀 들판을 느린 날개짓으로 소리없이 활공하는 쇠부엉이를 보았다. 그닥 크지 않은 몸뚱이, 몸에 비해 큰 날개. 쉬는 건 잠시, 끊임없이 선회하며 들쥐를 노린다. 사과를 쪼개놓은 듯한 우스꽝스런 얼굴이지만 매서운 눈에서는 광선이라도 나올 듯 맹금의 위엄이 서려 있다. 황조롱이나 말똥가리 등 여타 맹금과는 다른 차분하면서도 삼엄한 기운이 엄습한다. 야간에만 사냥하는 수리부엉이 등과 달리 이 녀석은 낮에도 움직이며 사냥을 한다. 낮이 극히 짧은 대륙의 북쪽에서 번식하면서 환경에 적응한 탓이라 한다. 소리나지 않는 날개짓은 사냥감으로 하여금 마지막 순간까지 사냥꾼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레이다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기처럼.. 드디어 쥐를 잡았다. 주변에 있던 황조롱이..
동림 저수지 큰고니들의 겨울나기
동림 저수지 큰고니들의 겨울나기
2011.01.31연일 이어지는 강추위로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 우리나라 전래의 겨울 기후인 삼한사온 현상이 자취를 감추었다. “지구 온난화라 걱정들 하더니 어찌 된거야?” 하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한데 올 겨울 맹추위가 실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올라가 북극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와 생긴 현상이라 하니 과히 좋은 징조라 할 수 없다. 어찌되었건 모든 저수지들이 꽁꽁 얼어붙어 심지어 얼음낚시를 즐기는 태공들까지 등장하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지라 그제서야 저수지 얼음장 위에 올라가보니 얼마나 짱짱하게 얼었는지 얼음 갈라지는 쩡쩡거리는 소리가 심장을 울린다. 한 30년 하고도 오륙년은 족히 거슬러 올라가야 가능했던 일이다. 이 겨울 월동을 위해 저 위쪽 대륙 북부에서 남하한 새들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많은 새들..
고요한 휴식
고요한 휴식
2011.01.15동림저수지. 얼어붙은 저수지 한복판, 한무리의 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덩치 하는 큰고니들과 시커먼 오리떼들. 한복판.. 얼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 얼어 있다.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새들의 고요한 휴식이 평화롭기만 하다. 시커먼 무리 속,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가 많고 그 다음으로 무리에서 이탈한 가창오리 상당수, 소수의 물닭, 논병아리 몇마리, 재갈매기 한마리, 큰기러기 한마리가 식별된다. 이 외에 쇠오리, 홍머리오리, 청머리오리 등이 섞여 있을 것이다. 착한 녀석들 싸우지도 않고.. 사진 여러장을 이어붙였다. 사진을 눌러 크게 하고 마우스로 조작해가며 보시면 좋다.
'스윈호오목눈이'를 아시나요?
'스윈호오목눈이'를 아시나요?
2011.01.09새 보던 중에 정말 귀엽고 깜찍한 녀석들을 본다. 쾌걸 조로가 두르고 다니는 두건을 둘러쓴 듯도 하고 쓰리랑 부부의 순악질 여사가 떠오르기도 하는 순진한 표정의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20~30여 마리쯤 되는 무리가 갈대숲 사이를 부지런히 헤집고 있다. 주위에는 뱁새, 검은머리쑥새 등이 또 다른 무리를 이루어 재잘거리며 섞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어쩌다 저런 얼굴 무늬를 지니게 되었을까? 참으로 묘한 녀석들이다. 이름은 또 어떤가? 스윈호.. 스윈호.. 야들 고향땅 어디에 있는 갈대 무성한 호수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검색해보니 예기치 않은 결과가 튀어나온다. 스윈호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하여 이름을 붙였는 바 그 이름은 'Chinese Penduline Tit'이다. 맨 ..
원앙의 사생활
원앙의 사생활
2010.12.17눈내린 아침, 날이 몹시 차다. 작년 이맘때 청도요를 본 딱 그 날씨에 그 분위기인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청도요를 찾아 나선 길, 그 길목 어귀에서 떼 지어 쉬고 있는 원앙 무리를 발견하였다. 수컷은 화려한 번식깃을 하고 있다. 암컷보다는 수컷의 수가 월등히 많아보인다. 대략 50여마리는 되어보이는 녀석들이 차소리를 듣고 슬금슬금 저수지 중앙으로 헤엄쳐간다. 한쌍의 원앙이 갑자기 짝짓기를 한다. 하 이놈을 내가 보는 걸 빤히 알면서.. 번식기도 아닌데.. 엉겁결에 원앙의 사생활을 엿보고 말았다.
외톨이 황새
외톨이 황새
2010.12.15어렸을 적 우리 동네 동림저수지에도 황새가 왔었다. 중학교 때였던가 황새 덕에 면장님이 테레비에 나왔다. "방장산 맑은 물과.."로 시작되는 인터뷰 장면이 기억에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동림 저수지에 황새가 온 것은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보다 더 오랜 이전에는 좀 더 자주 황새가 도래하였을 것이고 더 오래된 과거에는 텃새로 흔히 살았을 것이다. 대부분이 백로류였을 새들을 보고 우리는 흔히 황새라 부르며 컸다. 과거 황새가 흔했던 시절의 반영일 것이다. 지금은 백로를 보고 황새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황새는 기억 저편의 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황새가 왔다. 물론 동림 저수지는 아니다. 약간은 먼 거리를 달려가서 보고 왔다. 벌써 한달이 지난 일이다. 이처럼 근거리에서 제대로 본 것은 난생 처음이..
노랑허리솔새가 오는 탐조 스튜디오.
노랑허리솔새가 오는 탐조 스튜디오.
2010.12.03숲 속 덤불 속을 누비는 작은 새들을 관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집이 작은 만큼 잔가지 사이로 몸을 은신해가며 대단히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새들이 인기척을 느끼면 더욱 깊이 은신하기 마련이어서 나같은 초보 탐조객은 산새를 본다고 산에 들었다가 새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헛걸음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산새들이라 해서 인적 없는 깊은 산 속에 있을거라 생각하면 잘못이다. 들꽃이 사람들 발 밑에서 피어나듯 새들 또한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숲 가장자리와 논밭의 경계, 볕 잘 들고 먹이 풍부하며 마시고 목욕할 물이 있는 곳이 새들이 살아가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에만 들면 자꾸 안창으로만 들어가려 하니 초보 딱지를 떼지 못..
산 꼭대기 바위에 사는 바위종다리
산 꼭대기 바위에 사는 바위종다리
2010.12.02텃새가 아닌 철새를 해가 바뀐 후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매우 감동적이다. 홀연히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듯 하지만 새들은 계절의 변화와 운행의 질서를 정확히 파악하여 어김없이 제 때에 이동한다. 텃새로 사는 새들보다 이동을 숙명으로 하는 철새에게 더욱 끌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서해안 갯벌을 중간 기착지 삼아 상상하기 힘든 장거리를 이동하는 도요새 무리, 전세계 생존 개체의 대다수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가창오리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규모 방문객들 외에도 많은 새들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거나 여름을 난다. 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라져가는 갯벌, 사라져가는 서식처, 사라져가는 먹이.. 이런 변화들은 모두 사람 세상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들의 생존과 관련된 가장 직접적..
[울릉도] 흑비둘기와 한국동박새를 만나다.
[울릉도] 흑비둘기와 한국동박새를 만나다.
2010.10.26학포의 아침. 울릉도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이다. 눈을 뜨니 하늘이 발그레하다. 해는 동짝에서 뜨는데 서짝 하늘은 왜 달아오르는가? 사진기를 챙겨 밖으로 나선다. 학포는 고종 임금의 명을 받아 조사 임무를 띠고 울릉도를 방문한 이규원 검찰사 일행이 처음 발을 디딘 곳이라 한다. 이규원 검찰사는 10여 일간 울릉도 구석구석을 답사한 내용을 왕에게 상세히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조정은 개척령을 내려 개척민들을 섬으로 이주시킨다. 불과 130여 년 전의 일이다. 이처럼 유서 깊은 학포에서 하룻밤을 묵고도 흑비둘기를 제대로 보겠다는 일념이 지나쳐 이규원 일행이 남긴 자취를 온전히 느끼고 기록하지 못하였다. 여기저기서 흑비둘기들이 날아오른다. 대부분 나를 먼저 본 녀석들이 날아오른 다음에야 녀석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