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해장에 둘러본 주변, 실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해장에 둘러본 주변, 실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2010.06.17이른 아침, 뒷낭깥에서 '꾹꾹꾹' '꾹꾹' 하는 낯선 새소리가 들린다. 며칠 전부터 각시가 이야기하던 가슴 답답하게 간신히 소리를 낸다던 그 소리.. 혹 벙어리뻐꾸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진기 둘러메고 자징게 타고 살살 가본다. 날이 흐리고 안개가 살짝 낀 좋지 않은 날씨, 전봇대에 앉아 울고 있는 그 녀석은 후투티다. 아~ 후투티가 저리 우는구나.. 물까치 한마리 옆에 날아와 앉는다. 후투티 훌쩍 날아가버리고 동네 앞낭깥 쪽으로 가본다. 청아하고 복잡스럽게 울어대는 꾀꼬리들이 있다. 얼마나 낭자하게 울어대는지 온 산이 다 울린다. 바로 지척에서 울어대건만 찾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못찾겠다. 꾀꼬리'다. 갑자기 날아든 오색딱따구리, 수컷이다. 삑! 삑! 삑! 울어내며 열심히 나무를 오르내리더니 포..
엄마 같은 아빠 천연기념물 호사도요의 육추.
엄마 같은 아빠 천연기념물 호사도요의 육추.
2010.06.17호사도요의 번식을 관찰하기 위한 탐조객들의 발길이 한바탕 휘몰아친 개천에 풀들이 자라나 관찰이 어려워지면서 탐조객들의 발길도 잦아들었다. 둥지 짓기와 산란을 거듭하며 번식을 위해 애쓰던 호사도요들도 계속되는 실패에 어디론가 떠나버린 듯했다. 나는 나대로 농번기가 시작되어 10여 일 가까이 발길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모나 심어놓고 인근의 논을 살펴봐야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기억조차 희미해질 무렵 새끼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 용한 녀석 어디에 숨어서 알을 품고 있었을까?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녀석들, 네 개의 알을 낳는다더니 정확히 네 마리의 새끼를 품에 안고 있다. 꺼병이를 닮은 똘망똘망한 새끼들이 천진스럽기 짝이 없다. 그놈들이 다 들어가네. 아빠 품은 넓기도 하다. 위..
모내기를 마친 여유로움이라니..
모내기를 마친 여유로움이라니..
2010.06.13오늘은 하루 종일 선선한 바람에 비가 오락가락, 일하기 딱 좋거나 놀기 딱 좋은 날씨. 어제 모내기를 마친 나는 한갓진 마음으로 논배미를 오가며 모내기 뒷수습을 할랑할랑 하고 다녔다. 세상사 어찌 되었건 모 숨어놓고 나니 올 농사 다 지은 것 같고 세상이 다 내것 같다. 이제 크는 모와 더불어 모가 나락이 되고, 나락 목아지 숙어 가울걷이 할 때까지 농사꾼 세월은 일사천리로 흘러가고 말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 시작인 듯 하지만 올해도 이미 다 가부렀다. 농사꾼한테 이보다 흐뭇한 광경이 또 있을까? 내 논에 물이 들어간다. 콸콸.. 옛 어른들이 꼽는 세상에서 가장 옹골진 풍경 두가지,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것. 물 잡힌 논을 고른다. 이른바 써레질이다. 어떤 지방에서는 ..
노래를 잘 하는 순창 오은미 도의원
노래를 잘 하는 순창 오은미 도의원
2010.06.08선거 기간 꽤 여러차례 순창에 다녔다. 도움이 될만한 일이라면 무엇이건 하고 싶었지만 얼마나 도움이 되었겠는가? 누가 뭐라 해도 오은미 의원의 당선은 순창농민, 순창군민의 승리이다. 그리고 그 누구의 당선보다도 더욱 의미있고 값진 승리였다 생각한다. 이제 오은미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 아닌 순창군민이 뽑아준 순창지역 의원이 되었다. 뒷북치는 말이지만 나는 오은미 의원의 당선을 확신하였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지난 총선 막바지의 강기갑 사천, 작년 보궐선거 막바지의 정우태 장흥을 모두 가보았기게 진정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지역에서 벌어지는 유권자와 후보자의 뜨거운 교감, 그리고 이에 고무된 선거운동원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익히 보았던 터이다. 순창의 분위기는 사천보다도, 장흥보다도 더욱 ..
모내기
모내기
2010.06.07선거를 마치고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이미 한고비를 넘기고 다소 늦은 모내기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은 별 볼일 없었지만 전국적인 선거농사가 잘 된 탓에 마음은 비교적 가볍습니다. 특히 순창의 선거농사는 가슴 벅찬 쾌거였습니다. 한 20여년 농사를 지으면서 열번 이상은 6월 6일에 모를 심었지요. 어찌 한번 땡겨볼라 해도 묘하게 6월 6일날 심어지곤 했습니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그래서 올해도 6월 6일로 날을 잡아뒀는데 올해는 6월 6일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모도 덜 크고 여러모로 준비가 순조롭지 못합니다. 한 9일경에나 심어질듯 합니다. 예년같으면 막바지일텐데 올해는 봄 일기가 불순하여 못자리들을 늦춘 탓에 아직 그리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우리것은 아직 심지 못하고 있지만 요사이 ..
오세훈 막판 역전의 막후
오세훈 막판 역전의 막후
2010.06.04이들이 있었다. 우리하고는 끕이 다른.. 땅부자의 희망 서초구 농민회.
못자리
못자리
2010.05.25200마지기 농사를 짓는 친구한테 의탁하여 스무마지기 늦은 못자리를 하였다. 올해는 논이 더 줄었다. 준비하는데 한나절, 12시가 넘어서야 일판이 제대로 시작되었다. 새벽부터 비는 내리고.. 쉬지 않고 끊임없이.. 추적추적.. 흙담기에서부터 낙종, 복토까지 한꺼번에 해결되는 기계인지라 시작만 했다 하면 번갯불이다. 컨베이어 벨트의 위력인가보다. 기계가 돌기 시작하면 우리는 이내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버리고 각자 맡은 위치를 고수하며 쉴 새 없이 손을 놀린다. 빈 모판을 넣는다. 막둥이딸은 친구 집으로 놀러 가버리고 큰딸 수명이가 고생하였다. 빈 모판이 기계에 들어가면 먼저 흙이 담아지고 물이 주어진 다음 종자가 뿌려진다. 모판이 낙종부를 통과하고 있다. 복토가 되어 완성된 모판을 나르는 일은 아들놈이 맡았..
팻말 농사에 나선 농민들, 농민도 사람이다.
팻말 농사에 나선 농민들, 농민도 사람이다.
2010.05.19모 심을 준비가 말끔하게 되어 있는 논으로 일단의 농민들이 모여든다. 장화를 신고 밀대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모내기에 나선 농민들이 분명하다. 그런데 차량에는 모판 대신 구호가 적힌 팻말이 가득하다. 모내기임에는 분명하나 아직껏 한번도 해본 바가 없는 초유의 농사, 팻말농사를 짓기 위함이다. 이명박 정부는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더욱 심화된 쌀대란이 예견되는 가운데서도 아무런 대책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농사지어봐야 제값도 못받고 팔아먹기조차 어려워져 애물단지가 될 나락 심느니 우리 주장이라도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 팻말농사에 나선 농민들의 생각이다. 팻말에 적힌 구호를 확인하고 논에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모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모내기가 시작되었다. 저마다 팻말 하나씩을 들고 논..
달과 별
달과 별
2010.05.17씨나락 담그고 나니 어두워져버린 날 문득 하늘을 보니 달과 별이 만나고 있다. 금성이라 한다.
5월의 밥상, 가는 봄이 아쉽다.
5월의 밥상, 가는 봄이 아쉽다.
2010.05.16며칠간 집을 치워야 했다. 봄 제사와 가을 추석, 1년에 두차례 뿐인 집안 대청소. 각시는 집안을 맡고 나는 외부 집터를 맡는다. 내 임무의 핵심은 잡초 제거이다. "나 죽으먼 쩌그도 풀 나고 사방간디 풀밭 될거이다"고 늘 말씀하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으셨다. 지난 가을 우리집에 온 병길이성은 황성옛터에 온 기분이라며 운치 있어 좋다 하였다. 어머니하고 죽이 잘 맞아 늘 드나들었던 터라 어머니가 집을 어찌 관리해왔는지 잘 아는 양반이다. 좌우튼 사방간디 쳐올라오는 풀을 맸다. 이렇게 해서 뽑아낸 풀이 트럭으로 두대를 치우고도 뿌리째 캐낸 억새 한트럭이 아직 남았다. 한 사날 서대고 나니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집 안도 마찬가지, 무지하게 버리고 나니 좀 말끔해졌다. 뭘 그리 끼리고 살았던 건..
아니 벌써.. 새끼 딱새가.. 둥지를 박차고..
아니 벌써.. 새끼 딱새가.. 둥지를 박차고..
2010.05.13아직 멀었는 줄 알았다. 부산하게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딱새들을 보면서 짝짓고 집 지을 자리 찾나다니나 하였다. 하! 그런데.. 짹짹거리고 쪽쪽거리면서 먹이를 재촉하는 어린 딱새들의 소리가 들린다. 시끄럽기 짝이 없다. 오매 그새? 그렇다. 둥지지을 때나 되었나보다 한 녀석들이 어느새 새끼를 키워 데리고 나온 것이다. 허! 그것 참.. 삽시간에 한 보름은 더 늙어버린 기분이다. 날각지를 쉴 새 없어 퍼덕이며 끊임없이 먹을 것을 요구하는 새끼딱새. 가만히 구부다보고 있자니 은근히 꼬라지난다. 에미 애비 섯빠지는 줄을 알아야지말여.. 에미 애비는 뭇 나온다. 낯선 세상 의지가 되자고 풀이라도 볼라놓은 듯 찰싹 달라붙어 있던 녀석들 갑자기 혼비백산한다. 문 일인고 하였더니.. 복돌이가 나타났다. 개노모새끼..
올 땅콩농사 잘 될거이다.
올 땅콩농사 잘 될거이다.
2010.05.12확실히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 금방이라도 심을 양으로 서대보았으나 올 봄 유난히 지짐거리는 비로 하여 어버이날인 5월 8일에야 땅콩 파종을 끝내었다. 늦으면 늦은대로 급한 녀석들이 빨리 순을 올린다는 어른들 말씀도 있고, 5월 10일 안에만 심으면 무난하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때를 놓치지는 않은 것이 분명하다. 초벌 로타리를 쳐놓은 밭에 석회와 비료를 뿌린다. 다시 재벌 로타리를 치고.. 막걸리 한잔 묵고.. 골을 딴다. 여기까지 하루에.. 비닐 씌우기를 시작한다. 양쪽에 삽 질러놓고 혼자 하는 일이라 일이 잘 굴지 않는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갈 길이 너무 멀어보인다. 낼 모래 또 비온다는데 마음은 바쁘고.. 비닐피복기, 10년을 넘게 굴려온 작업기라 손에 익숙하다. 오후 4시 반, 이제 술기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