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잡초
잡초
2010.07.29논잡초의 대명사, 나락밭에서 피가 자란다. 뭐 이 정도 피야 나락을 어쩌지는 못할 것이니 내버려두자. 심지어 그럴 듯하게 이쁘기조차 하지 않은가? 이 정도 가지고 뭐라 할 어른들도 이제는 없다. 씨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도 붙들어매자. 어피차 발아를 위해 투쟁하는 피 종자는 논바닥 전역에 깔리고 깔려 있을 터.. 정작 큰 문제는 나락밭의 피가 아니라 올해도 풍년들겠다는 암울한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어려운 식량 사정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민족의 절반을 지척에 두고도 쌀이 남아돈다 아우성치며 개를 먹일까, 소를 먹일까 고심하는 mb 각카와 휘하 관료들에게 또 다시 찾아오는 풍년은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땅콩밭에서도 잡초가 자란다. 미국자리공, 쩌 잡녀러 풀은 당장 뽑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방치하면..
된장이 끓는다.
된장이 끓는다.
2010.07.27덥다. 많이 덥다. 오늘은 소나기도 없다. 말 그대로 불볕더위! 삽질 잠시 해보았더니 숨이 콱콱 막히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깨달았다. 아~! 지금은 삽질할 때가 아니구나. 4대강 삽질에 대한 국민적 원성이 드높다. 각카도 얼른 깨달아야 할 터인데.. 아~! 이러다 정권이 절단나는 수가 있겠구나. 어느새 점심 때가 되었다. 옷 훌훌 벗고 선풍기 앞에 앉으니 에어콘 바람 부럽지 않다. 이런 날엔 매운 고추 썰어넣고 된장 지져 호박잎 싸먹는 것이 좋다. 더울 때는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 더위를 덜 느낀다고 한다. 이열치열의 원리가 이 아니겠는가?
전주막걸리집 '일번지'
전주막걸리집 '일번지'
2010.07.26전주 사람들은 어쩌다 이런 방식으로 막걸리를 팔 생각을 하였을까? 엄청난 규모의 상차림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가격의 불일치. '박리다매'의 전형이라 하지만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막걸리 골목을 지나다 보면 극한의 두 풍경을 쉽게 보게 된다. 아무도 없이 텅 빈 집과 미여터져 발 디딜 틈조차 보이지 않는 막걸리집. 그것은 아마도 상차림의 차이에서 비롯될 것이다. 가지수는 많으나 젓가락질 할 데 없는 상차림으로는 결코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전주 막걸리집에 처음 가시는 분들은 두가지를 경계해야 한다. 늦은 밤에 가는 것과 한산한 집에 들어가는 것. 잘 되는 집은 이미 장만한 안주를 모두 소진하고 장사를 마쳤을 것이고 안되는 집들이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
된장물회는 어떻게 먹는가?
된장물회는 어떻게 먹는가?
2010.07.17작년, 정우태 의원을 당선시킨 장흥 농민들의 뜨거웠던 선거열풍. 덩달아 들뜬 객지 사람의 가슴을 시원하게 갈무리해주던 회진의 된장물회. 무더운 여름날 혹은 묵은 술기운의 찌꺼기가 몸과 마음을 짓누를때마다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한사발씩이나 고이게 하던 그 된장물회. 어찌나 노래를 불렀던지 각시까지 덩달아 된장물회를 동경해오던 터.. 강진까지 왔는데 그냥 가겠느냐는 은근한 압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비 할라 내리는데.. 태생부터 장흥인 전농 총장님께 전화를 건다. 읍내 두어군데 횟집을 점지해주고는 덧붙인다. "그래도 회진으로 가야지, 우리횟집이 젤 낫어" 그래서 달렸다. 회진으로.. 때깔만으로도 맛을 좌우하는 근본이 된장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잘 익은 열무김치 그리고 청양고추. 언뜻 보면 얼음 띄워놓은 시래..
영태야~ 막국수 묵으로 가자.
영태야~ 막국수 묵으로 가자.
2010.07.15올해는 꼭 하고야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했던 마을좌담회. 그 마을좌담회를 앞두고 마지막 힘다지기로 단합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름하여 '고창군농민회 하계 단합대회'. 많은 회원들이 함께 하였다. 오해하지 마시라. 다 가불고 파장에 박은 사진이다. 오늘의 슬로건은 "일단 해보면 알 수 있다" 이제 그만 망설이고 일단 한번 해보고 말하자는 것이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그런데 술을 어찌나 묵어부렀던지.. "한번 잘 해봅시다" "못헐거이 무이다요"하면서 권커니 잣커니 한 술이 다소 과하였다. 이제 술이 깬다. 목이 타고 속은 어리둥절하고.. 고창에 막국수 잘하는 집이 있다. 강원도에 가서 먹었던 것보다 더 밋난 막국수. 국물은 평양에서 먹어보았던 냉면 국물맛이 떠오르고 면발은 정말 잘한다는 일식..
재고미를 개사료로 쓰신다고라?
재고미를 개사료로 쓰신다고라?
2010.07.14사료값 떨어지겄네. 개사료보다 싼 쌀금이었으니.. mb 지지율도 오르고.. 어피차 개판된 지지율 개라도 챙기시겄다? 이판 저판 다 개판 만들어버리는 저놈들은 대관절 개같은 놈들인지.. 개만도 못한 놈들인지.. 그나 그놈 삽질은 잘헌다. 만고강산 태평삽질이로고. 내가 농사지은 쌀이 개사료보다 싸게 팔려나갔다. 쌀 대란 본질을 외면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재고미 사료용 방출을 규탄한다! 지난 7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장관은 2005년 생산된 ‘고미’(묵은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농식품부의 이번 재고미 사료방출 계획을 접하고 또다시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쌀은 민족의 주식이다. 쌀은 단지 쌀이 아니다. 그저 주린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족의 정..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
2010.07.04뜸부기 한마리 외롭게 외롭게 논을 헤집고 다닌다. 뭐 그다지 먹는 것에 연연하지는 않는 듯 하고 그저 이 논 저 논 옮겨다니며 울고만 있다. 아마도 짝을 찾는 듯.. 그러나 그 어디에도 암컷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논두렁에 오른 뜸부기 혼신의 힘을 다해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듯한 뜸부기 소리는 너른 들판에 멀리 멀리 퍼져나간다. 이 모습을 보는 내내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는 옛날 영화가 생각났다. 80년대 에로 영화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집에 와 뒤적거려보니 몸으로 운 것은 뜸부기가 아니라 앵무새였다. 다만 뜸부기는 새벽에 날았을 뿐이다. "고향도 못간 뜸부기가 이 도시의 처마에서 지금 슬피 울고 있다" "이 슬픈 뜸북새를 .. 고향으로 돌려보내라" 광고 문구도 애틋한 ..
마른장마
마른장마
2010.06.30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그런데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장마통에 논 말린다'더니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예보에 지하수를 꺼버린 논마다 물이 보트고 있다. 마른장마다. 뿐인가? 파종한지 열흘이 넘은 콩이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스프링 쿨러라도 한바탕 돌려야 하나? 이번 주말 비가 온다고는 하나 영 미덥지가 않다. '제기랄'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래 저래 농사꾼은 애가 탄다. 덥다 더워!
덕유 주릉의 휘파람새
덕유 주릉의 휘파람새
2010.06.27장맛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앞에 두고 덕유산에 올랐다. 곤돌라를 타고 중봉까지만 다녀왔으니 올랐다 할 것도 없다. 봄은 가고 여름은 아직 일러 모든 것이 어정쩡하다. 재작년 7월엔가 나무 그루그루마다 터를 잡고 울어대던 두견이를 꼭 한번 보고야 말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두견이 소리 딱 한번, 휘파람새 역시 많은 개체가 있지는 않은 듯 하였다. 몇 안되는 휘파람새 녀석들이 마치 따라다니며 숨바꼭질하듯 숲 속 가까운데서, 혹은 바로 옆에서 우렁차게도 울어댄다. 마치 "나 찾아봐~라" 하고 늘리는 듯 하다. 좀체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녀석, 대피소 부근 소나무 가지에 높이 올라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것인지, 짝을 찾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야는 단 한군데에서 확보된다. 다가설..
노래하는 도의원, 오은미
노래하는 도의원, 오은미
2010.06.26순창 오은미 의원의 당선이 가지는 의미가 한두 가지이겠는가만은 단연 돋보이는 것은 여성이자 농민이라는 것이다. 더하여 말뚝만 꽂아두어도 된다는 민주당 텃밭에서 일군 민주노동당의 값진 승리라는 것, 진정으로 농민의 지지와 성원에 힘입은 농민후보로 승리하였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하기에 오은미 의원의 당선은 비단 오은미 개인을 넘어 농민의 승리, 여성의 승리, 민주노동당의 승리.. 오은미 의원은 유세장 곳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특이한 유세로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역 주민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전북여성농민 노래단 청보리 사랑의 단원이기도 한 오은미 의원의 노래는 청중은 물론 선거운동원, 유세 사회자까지 울려버리는 가슴을 후벼 파는 강한 울림이 있다. 오은미 의원이 부른 노래처럼 순창 농민들은 순창의..
백약이오름, 일단 올라보시라.
백약이오름, 일단 올라보시라.
2010.06.26약초가 많아 백약이오름이라.. 오래 전 이야기일 따름인지, 보고도 모르는 것인지 여느 오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 탓인지 느릿하게 풀 뜯고 있는 소들 때문인지 오름 초입의 모습은 평범하다 못해 권태롭기까지 하다. 표선면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어디에서 보아도 매끈한 몸매로 위용을 과시하는 다랑쉬를 비롯하여 이름난 오름들이 주위에 포진하고 있다. 주위 오름들을 조망하는 맛이 좋겠다. 본격적인 오름짓이 시작되는 지점, 어디서 왔냐고 소가 묻는다. 좌보미오름이 배경이 되어주었다. 능선에 오르는 순간 탄성이 터진다. 오르는 동안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움푹 패인 커다란 굼부리와 굼부리를 둘러싼 다양한 기복의 능선에 눈이 번쩍 뜨인다. 직접 올라보지 않고 섣불리 평가해서는..
제주도, 몸국이 있어 살아 돌아왔다.
제주도, 몸국이 있어 살아 돌아왔다.
2010.06.24'모내기만 끝나믄..' 큰일 하나 치르고 나면 다른 일이 꼬리를 물기 전에 벼락같이 하고 잪은 일을 해치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모내기 끝나먼 제주도 한번 갔다 오세" 하고 버릇처럼 말해두었었다. 평일, 휴일 가릴 것 없는 농사꾼 처지이기는 하나 공부방 일을 하고 있는 각시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휴일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장맛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으나 지금이 아니면 한정없이 미루어지거나 아예 없던 일로 되겠다 싶어 제주행을 결행하였다. 각시와 함께는 딱 거의 1년만이다. 이번에는 술을 몽땅 마시고 돌아다녔다. 아니 술을 이겨먹지 못하였다. 콩 갈고 논마다 물 틀어놓고 헐레벌떡 마감 직전 포도시 올라탄 제주행 막비행기, 내리자마자 한시간을 달려가 술을 먹기 시작하였으니 한라산 정기받으며 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