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곶자왈, 정물오름.
곶자왈, 정물오름.
2010.05.11곶자왈이 안덕에 있는 지명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형이었다. 제주에만 있는.. 제주 친구들한데 곶자왈에 한번 가자 하고서야 곶자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직도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하겠다. 다만 제주 친구들은 곶자왈을 제주의 허파, 숨골이라 하였다. 그리고 빗물이 스며들어 해안에서 용출하는 제주 지하수맥의 원천이 되는 곳이라 하였다. 이렇게 생겼다. 양치식물과 남방계 상록수목이 울창하여 한낮에도 어두침침하고 습한 듯 하면서도 공기가 상쾌하다. 바닥에는 커다란 돌들이 얼키설키..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제주 특산식물, 생태계의 보고라 하였다. 자생란이 많게 생겼다. 팔색조, 삼광조 등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새들도 스며 살기 좋게 생겼다. 기회가 되면 길게 더듬어보고 싶다. 그런데 곶자..
영실에서 돈내코까지, 한라산의 진면모를 보았다.
영실에서 돈내코까지, 한라산의 진면모를 보았다.
2010.05.10서귀포 중산간마을 회수, 폰깡 농사 짓는 문철이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7시까지는 항에 도착해야 하고 바쁜 걸음이 아닌 할랑할랑 느긋한 기분으로 가고 싶어 6시가 되기도 전에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을 나서는 순간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말짱 드러난 한라산, 하얀 옷을 입은 백록담이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끌어 당긴다. "가긴 어딜 가, 내 품에 안겨 봐" 홀린 듯이 달려가 차를 세우니 영실 입구, 아직 등산객은 아무도 없다. 오후 1시 30분 발 완도행 배를 예약해두고 오르기 시작하니 6시 30분이다. 상고대가 피어오른 영실기암을 바라보며 경사 급한 길을 한시간여 오르니 문득 시야가 트인다. 이스렁오름 뒤로 안덕, 한림 지경의 오름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누구 발자국일까? 앙증맞기 짝..
제주도 하도리 탐조
제주도 하도리 탐조
2010.05.06제주도 비는 한라산에서부터 시작해서 밑으로 내려온다더니 바닷가는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도리로 향한다. 사진 속에서만 보던 새, 장다리물떼새들이 한가롭다. 다리 정말 아스라하니 길다. 장다리물떼새 옆에 조용히 있던 녀석. 큰부리도요. 실은 이 녀석이 훨씬 보기 힘든 귀한 녀석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잘 담아둘 걸 그랬다. 이 녀석은 뭐지? 큰부리도요인 모양이네 하고 찍어둔 사진, 날아오르는 장다리물떼새 사진에서 오려낸 사진 달랑 두장뿐이다. 여러 종이 섞인 한 무리의 도요들이 물가에 모여 있다. 이밖에도 청다리도요, 뒷부리도요, 좀도요, 붉은발도요, 삑삑도요 등 좁은 공간에 참으로 많은 종들이 어울려 있다. 저어새도 처음 본다. 하도리는 우리나라의 저어새 유일한 월동지라 한다. ..
중산간에 비가 내린다.
중산간에 비가 내린다.
2010.05.06가시리 총각 석대와 서귀포 열리 총각 경록이와 함께 마신 술이 거나하여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해가 솟았다. 표선 해수욕장은 제주바다답지 않게 간만의 차이를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마치 서해의 작은 해수욕장같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들여다보니 좀도요, 민물도요 등이 이리저리 종종거리며 몰려다니고 있다. 새우란을 보러 중산간 마을 가시리로 올라가니 금방이라도 비가 올 양으로 날이 겁나게 우중충하다. 정석항공관 근처 유채꽃길이 곱다. 길은 이렇게 휘어지고 돌아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요사이 새로 뚫는 길은 너무나 폭력적이다.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잡목 숲으로 들어간다. 전혀 길이 없을 것 같은 숲 속에 길이 사방팔방으로 뚫려 있다. 고사리꾼들 덕이다. 고사리꺾기가 한창일 때는 고사리보다 사람이 더 많..
제주에서 쇠부리도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제주에서 쇠부리도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2010.05.04자그마한 트집이라도 잡히기만 하면 간다. 내가 제주도를 기를 쓰고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라산, 오름, 사람, 바람, 바다.. 다 좋다. 무엇보다도 어딘가 떠나왔다는 느낌, 당면한 세상사를 순간순간 내려놓을 수 있는 동떨어진 느낌이 좋다. 유배당하고 싶다. 다시 찾은 제주, 언제나 그렇지만 바람이 겁나게 분다. 이제는 제주도 길들이 너무나 익숙하다. 바람을 뚫고 먼저 찾아간 곳은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일제가 최후 거점으로 건설해놓은 군사시설 중의 하나다.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역이겠지만 이번에는 새를 보기 위해 알뜨르 비행장을 찾았다.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 단 번에 수천 키로, 심지어 1만 키로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나그네새들에게 있어 지친 날개를 잠시 접고 다시 날기 위한 힘..
뱃길로 가는 제주도.
뱃길로 가는 제주도.
2010.05.03제주도에 한번 가고 싶던 차에 전화가 왔다. 어린이날 행사에 쓰일 어린모가 필요한데 어찌해야겠는가 하고 묻는다. "걱정을 마시라" 하고 직접 가져다주겠다 대번에 약속하였다. '울고 싶자 뺨 때린다'더니 딱 그 짝이다. 미나리깡에 심으려고 육묘중인 모판 20장을 구해 두고 여러모로 연구하였으나 트럭에 싣고 가는 방법 외에 딱히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판 20장을 적재함 바닥에 깔고 바람타지 않게 포장으로 잘 덮었다. 왕복 도선비 24만여원, 배보다 훨씬 큰 배꼽이 부담스럽긴 하나 도리가 없다. 이른 해장 길을 나서 목포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꽤나 북적거린다. 차를 먼저 선적하고 표를 끊으러 가는데 수학여행길에 나선 까마귀들이 엄청나게 몰려온다. 감당하기 힘들것 같은 무리들을 피해 침대칸을 요구하니 1인..
순창 오은미, 회문산.
순창 오은미, 회문산.
2010.05.02어느새 여드레 전 일이 되어버렸다. 아들 딸 하나씩 데불고 순창엘 갔다. 맛난 것 사주기로 하고.. 지역구 돌파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오은미 후보 공보물에 쓰일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부담 백배, 쓸만한 사진이 찍혔는지는 알 수 없다. 못자리를 하고 있던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굉장히 대견해하신다. 사진 찍었으면 빨리 가라는데도 굳이 모판 한 줄을 다 깔았다. 논두렁 한포짝에 하얀 민들레가 이쁘게 피었다. 하얀 꽃이 피는 서양민들레는 보지 못하였다. 하얀 민들레는 다 토종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오은미 후보 일행과 헤어져 순창읍내 시장통에 있는 순대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장통에는 2대 3대째 이어져 온다는 원조 순대집들이 모여 있다. 맛이 괜찮다. 회문산에 갔다. 10년도 훌쩍 더 지난 오래전에..
각하의 전용기
각하의 전용기
2010.04.24문득 하늘을 보다 각하를 보았습니다. 전용기를 타고 오셨더군요. 머나먼 호남까지.. 들녘의 민심이 궁금하셨을까요? 복분자 냉해 피해 상황을 직접 점검하러 나오신 걸까요? 어디로 갈 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은 듯합니다. 탑승 자세가 영 의젓하지 못합니다만 떨어지거나 불시착할 염려는 없어 보였습니다.
냥이와 복돌이
냥이와 복돌이
2010.04.21마당가에 봄맞이꽃이 피었다. 인자 차말로 봄이다. 솜방망이도 꽃대를 올렸다. 꽃대가 아스라하다. 고양이 소리가 나 고갤 들어보니 담장 위에 냥이가 있다. 복돌이가 들어온 이후 잘 보이지 않고 이따금 집 주변을 맴돌기만 하던 녀석. 막둥이 딸을 부르니 잠결에 달려 나와 냥이와 어렵게 상봉하여 마루 끝에 자리를 잡았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녀석.. 슬금슬금 다가오는 복돌이를 보더니 쩌리 가라 소리친다. 냥이의 냥냥한 표정을 보라. 해장 이슬을 얼마나 차고 다녔는지 녀석 너저분하기 짝이 없다. 해장에 바짓가랑이에 이슬 묻히고 다니는 사람 신고하라던 박정희가 생각난다. 이 녀석 혹시 간첩일까? 느닷없이 영문도 모르게 집에 들어와 뻗대고 사는 것도 그렇고.. 혹 몸 속에 도청장치라도.. 시무룩해진 녀석 수연이만..
지붕 위의 새
지붕 위의 새
2010.04.20지붕 위의 새 두마리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을까? 빈집이 되어버린, 언제 어개질 지 모를 위태로운 지붕 위에 새가 있다. 눈비를 마다 않고 희로애락을 함께 했을 새를 두고 주인만 떠나버렸다. 딸싹 못하게 시멘트로 발 묶어놓고.. 애절하게 서로를 바라보게 해놓고.. 저 지붕이 어개져내리기 전에 만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산은 말이 없다.
어느새 땅콩 심을 때가 되었다.
어느새 땅콩 심을 때가 되었다.
2010.04.20농사꾼은 때를 알아야 한다. 그 '때' 중에서도 씨 뿌릴 때를 아는 것이야말로 농사꾼이 갖출 기본 소양이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멀었다. 봄 햇살이 좋아 무거워지는 눈꺼풀이 힘겹던 어느날 차창 밖,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땅콩 비닐을 씌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메! 그새 땅콩 숨을 때가 돼야부렀는가?" 땅콩 밭으로 달려가니 이웃 밭은 이미 말끔히 정리되어 다음 공정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우리 밭은 냉이꽃이 흐드러진 채로 오지 않는 주인장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매고 있던 철쭉밭을 할매들에게 맡기고 땅콩밭으로 달려간다. 토막일 사흘째가 되어서야 겨우 쟁기질을 마쳤으나 내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그래도 이쯤 일을 해놓고 나면 늘 생각나는 "눈은 게..
점심밥상 돌나물무침.
점심밥상 돌나물무침.
2010.04.06몇해 전 꽃을 보겠노라고 옮겨다 심어놓은 돌나물이 집안 곳곳에 퍼져 지천으로 올라오고 있다. 지금이 보기 좋지 여름 장마철이 되면 너무 커버려 보기에 좋지 않다. 풀 매면서 뽑아 던져놓은 녀석들이 이제는 집안 곳곳을 차지하고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한번 저것을 뜯어먹어야지 하다 오늘 드디어 점심밥상에 올리게 되었다. 사실 돌나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진한 풀냄새 탓이다. 하여 머위잎하고 같이 버무려서 무쳐먹었다. 머위잎이야 대를 뚝뚝 분질러 꺾으면 되고 돌나물은 다듬어 씻을 일을 생각해서 녹차 새순 지르듯이 꼭대기만 똑똑 따담았다. 뭐 정성스레 씻을 것도 없이 흐르는 물에 대충 헹궈내니 깨끗하다. 조선간장 한숟가락 흩뿌리고 깨소금 넉넉히 치고 초고추장을 찾으니 없다. 초고추장 대신 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