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속 새홀리기 가족
삼복더위 속 새홀리기 가족
2010.08.13소나무 가지에 앉은 새홀리기를 보았다. 꽤 가까이 다가가도록 날아가지 않고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새홀리기가 앉아 있는 나무 꼭대기 부근에 둥지가 보이고 둥지 속에서는 새 꼬랑지가 보일락 말락.. 새 집을 장만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있다. 아마도 비둘기집이었던 듯 싶다. 보초를 서고 있던 녀석이 수컷, 알을 품고 있던 녀석을 암컷이라고 생각하였다. 편의상. 7월 19일의 일이다. 7월 23일, 열심히 알을 품고 있다. 오늘은 낯바닥이 보인다. 역시 이 녀석을 암컷이라 생각해본다. 여전히 보초 서고 있는 것일까? 둥지에서 다소 떨어진 나무가지에 앉아 여전한 눈초리로 나를 감시하고 있다. 위협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별볼일 없다 생각 했을까? 훌쩍 날아 거너편 전봇대 뽕아리에 앉는다. 새홀리기는..
잡초
잡초
2010.07.29논잡초의 대명사, 나락밭에서 피가 자란다. 뭐 이 정도 피야 나락을 어쩌지는 못할 것이니 내버려두자. 심지어 그럴 듯하게 이쁘기조차 하지 않은가? 이 정도 가지고 뭐라 할 어른들도 이제는 없다. 씨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도 붙들어매자. 어피차 발아를 위해 투쟁하는 피 종자는 논바닥 전역에 깔리고 깔려 있을 터.. 정작 큰 문제는 나락밭의 피가 아니라 올해도 풍년들겠다는 암울한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어려운 식량 사정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민족의 절반을 지척에 두고도 쌀이 남아돈다 아우성치며 개를 먹일까, 소를 먹일까 고심하는 mb 각카와 휘하 관료들에게 또 다시 찾아오는 풍년은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땅콩밭에서도 잡초가 자란다. 미국자리공, 쩌 잡녀러 풀은 당장 뽑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방치하면..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
2010.07.04뜸부기 한마리 외롭게 외롭게 논을 헤집고 다닌다. 뭐 그다지 먹는 것에 연연하지는 않는 듯 하고 그저 이 논 저 논 옮겨다니며 울고만 있다. 아마도 짝을 찾는 듯.. 그러나 그 어디에도 암컷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논두렁에 오른 뜸부기 혼신의 힘을 다해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듯한 뜸부기 소리는 너른 들판에 멀리 멀리 퍼져나간다. 이 모습을 보는 내내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는 옛날 영화가 생각났다. 80년대 에로 영화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집에 와 뒤적거려보니 몸으로 운 것은 뜸부기가 아니라 앵무새였다. 다만 뜸부기는 새벽에 날았을 뿐이다. "고향도 못간 뜸부기가 이 도시의 처마에서 지금 슬피 울고 있다" "이 슬픈 뜸북새를 .. 고향으로 돌려보내라" 광고 문구도 애틋한 ..
백약이오름, 일단 올라보시라.
백약이오름, 일단 올라보시라.
2010.06.26약초가 많아 백약이오름이라.. 오래 전 이야기일 따름인지, 보고도 모르는 것인지 여느 오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 탓인지 느릿하게 풀 뜯고 있는 소들 때문인지 오름 초입의 모습은 평범하다 못해 권태롭기까지 하다. 표선면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어디에서 보아도 매끈한 몸매로 위용을 과시하는 다랑쉬를 비롯하여 이름난 오름들이 주위에 포진하고 있다. 주위 오름들을 조망하는 맛이 좋겠다. 본격적인 오름짓이 시작되는 지점, 어디서 왔냐고 소가 묻는다. 좌보미오름이 배경이 되어주었다. 능선에 오르는 순간 탄성이 터진다. 오르는 동안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움푹 패인 커다란 굼부리와 굼부리를 둘러싼 다양한 기복의 능선에 눈이 번쩍 뜨인다. 직접 올라보지 않고 섣불리 평가해서는..
해장에 둘러본 주변, 실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해장에 둘러본 주변, 실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2010.06.17이른 아침, 뒷낭깥에서 '꾹꾹꾹' '꾹꾹' 하는 낯선 새소리가 들린다. 며칠 전부터 각시가 이야기하던 가슴 답답하게 간신히 소리를 낸다던 그 소리.. 혹 벙어리뻐꾸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진기 둘러메고 자징게 타고 살살 가본다. 날이 흐리고 안개가 살짝 낀 좋지 않은 날씨, 전봇대에 앉아 울고 있는 그 녀석은 후투티다. 아~ 후투티가 저리 우는구나.. 물까치 한마리 옆에 날아와 앉는다. 후투티 훌쩍 날아가버리고 동네 앞낭깥 쪽으로 가본다. 청아하고 복잡스럽게 울어대는 꾀꼬리들이 있다. 얼마나 낭자하게 울어대는지 온 산이 다 울린다. 바로 지척에서 울어대건만 찾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못찾겠다. 꾀꼬리'다. 갑자기 날아든 오색딱따구리, 수컷이다. 삑! 삑! 삑! 울어내며 열심히 나무를 오르내리더니 포..
엄마 같은 아빠 천연기념물 호사도요의 육추.
엄마 같은 아빠 천연기념물 호사도요의 육추.
2010.06.17호사도요의 번식을 관찰하기 위한 탐조객들의 발길이 한바탕 휘몰아친 개천에 풀들이 자라나 관찰이 어려워지면서 탐조객들의 발길도 잦아들었다. 둥지 짓기와 산란을 거듭하며 번식을 위해 애쓰던 호사도요들도 계속되는 실패에 어디론가 떠나버린 듯했다. 나는 나대로 농번기가 시작되어 10여 일 가까이 발길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모나 심어놓고 인근의 논을 살펴봐야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기억조차 희미해질 무렵 새끼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 용한 녀석 어디에 숨어서 알을 품고 있었을까?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녀석들, 네 개의 알을 낳는다더니 정확히 네 마리의 새끼를 품에 안고 있다. 꺼병이를 닮은 똘망똘망한 새끼들이 천진스럽기 짝이 없다. 그놈들이 다 들어가네. 아빠 품은 넓기도 하다. 위..
아니 벌써.. 새끼 딱새가.. 둥지를 박차고..
아니 벌써.. 새끼 딱새가.. 둥지를 박차고..
2010.05.13아직 멀었는 줄 알았다. 부산하게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딱새들을 보면서 짝짓고 집 지을 자리 찾나다니나 하였다. 하! 그런데.. 짹짹거리고 쪽쪽거리면서 먹이를 재촉하는 어린 딱새들의 소리가 들린다. 시끄럽기 짝이 없다. 오매 그새? 그렇다. 둥지지을 때나 되었나보다 한 녀석들이 어느새 새끼를 키워 데리고 나온 것이다. 허! 그것 참.. 삽시간에 한 보름은 더 늙어버린 기분이다. 날각지를 쉴 새 없어 퍼덕이며 끊임없이 먹을 것을 요구하는 새끼딱새. 가만히 구부다보고 있자니 은근히 꼬라지난다. 에미 애비 섯빠지는 줄을 알아야지말여.. 에미 애비는 뭇 나온다. 낯선 세상 의지가 되자고 풀이라도 볼라놓은 듯 찰싹 달라붙어 있던 녀석들 갑자기 혼비백산한다. 문 일인고 하였더니.. 복돌이가 나타났다. 개노모새끼..
올 땅콩농사 잘 될거이다.
올 땅콩농사 잘 될거이다.
2010.05.12확실히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 금방이라도 심을 양으로 서대보았으나 올 봄 유난히 지짐거리는 비로 하여 어버이날인 5월 8일에야 땅콩 파종을 끝내었다. 늦으면 늦은대로 급한 녀석들이 빨리 순을 올린다는 어른들 말씀도 있고, 5월 10일 안에만 심으면 무난하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때를 놓치지는 않은 것이 분명하다. 초벌 로타리를 쳐놓은 밭에 석회와 비료를 뿌린다. 다시 재벌 로타리를 치고.. 막걸리 한잔 묵고.. 골을 딴다. 여기까지 하루에.. 비닐 씌우기를 시작한다. 양쪽에 삽 질러놓고 혼자 하는 일이라 일이 잘 굴지 않는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갈 길이 너무 멀어보인다. 낼 모래 또 비온다는데 마음은 바쁘고.. 비닐피복기, 10년을 넘게 굴려온 작업기라 손에 익숙하다. 오후 4시 반, 이제 술기운이 ..
영실에서 돈내코까지, 한라산의 진면모를 보았다.
영실에서 돈내코까지, 한라산의 진면모를 보았다.
2010.05.10서귀포 중산간마을 회수, 폰깡 농사 짓는 문철이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7시까지는 항에 도착해야 하고 바쁜 걸음이 아닌 할랑할랑 느긋한 기분으로 가고 싶어 6시가 되기도 전에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을 나서는 순간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말짱 드러난 한라산, 하얀 옷을 입은 백록담이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끌어 당긴다. "가긴 어딜 가, 내 품에 안겨 봐" 홀린 듯이 달려가 차를 세우니 영실 입구, 아직 등산객은 아무도 없다. 오후 1시 30분 발 완도행 배를 예약해두고 오르기 시작하니 6시 30분이다. 상고대가 피어오른 영실기암을 바라보며 경사 급한 길을 한시간여 오르니 문득 시야가 트인다. 이스렁오름 뒤로 안덕, 한림 지경의 오름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누구 발자국일까? 앙증맞기 짝..
제주도 하도리 탐조
제주도 하도리 탐조
2010.05.06제주도 비는 한라산에서부터 시작해서 밑으로 내려온다더니 바닷가는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도리로 향한다. 사진 속에서만 보던 새, 장다리물떼새들이 한가롭다. 다리 정말 아스라하니 길다. 장다리물떼새 옆에 조용히 있던 녀석. 큰부리도요. 실은 이 녀석이 훨씬 보기 힘든 귀한 녀석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잘 담아둘 걸 그랬다. 이 녀석은 뭐지? 큰부리도요인 모양이네 하고 찍어둔 사진, 날아오르는 장다리물떼새 사진에서 오려낸 사진 달랑 두장뿐이다. 여러 종이 섞인 한 무리의 도요들이 물가에 모여 있다. 이밖에도 청다리도요, 뒷부리도요, 좀도요, 붉은발도요, 삑삑도요 등 좁은 공간에 참으로 많은 종들이 어울려 있다. 저어새도 처음 본다. 하도리는 우리나라의 저어새 유일한 월동지라 한다. ..
중산간에 비가 내린다.
중산간에 비가 내린다.
2010.05.06가시리 총각 석대와 서귀포 열리 총각 경록이와 함께 마신 술이 거나하여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해가 솟았다. 표선 해수욕장은 제주바다답지 않게 간만의 차이를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마치 서해의 작은 해수욕장같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들여다보니 좀도요, 민물도요 등이 이리저리 종종거리며 몰려다니고 있다. 새우란을 보러 중산간 마을 가시리로 올라가니 금방이라도 비가 올 양으로 날이 겁나게 우중충하다. 정석항공관 근처 유채꽃길이 곱다. 길은 이렇게 휘어지고 돌아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요사이 새로 뚫는 길은 너무나 폭력적이다.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잡목 숲으로 들어간다. 전혀 길이 없을 것 같은 숲 속에 길이 사방팔방으로 뚫려 있다. 고사리꾼들 덕이다. 고사리꺾기가 한창일 때는 고사리보다 사람이 더 많..
제주에서 쇠부리도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제주에서 쇠부리도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2010.05.04자그마한 트집이라도 잡히기만 하면 간다. 내가 제주도를 기를 쓰고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라산, 오름, 사람, 바람, 바다.. 다 좋다. 무엇보다도 어딘가 떠나왔다는 느낌, 당면한 세상사를 순간순간 내려놓을 수 있는 동떨어진 느낌이 좋다. 유배당하고 싶다. 다시 찾은 제주, 언제나 그렇지만 바람이 겁나게 분다. 이제는 제주도 길들이 너무나 익숙하다. 바람을 뚫고 먼저 찾아간 곳은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일제가 최후 거점으로 건설해놓은 군사시설 중의 하나다.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역이겠지만 이번에는 새를 보기 위해 알뜨르 비행장을 찾았다.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 단 번에 수천 키로, 심지어 1만 키로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나그네새들에게 있어 지친 날개를 잠시 접고 다시 날기 위한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