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오은미, 회문산.
순창 오은미, 회문산.
2010.05.02어느새 여드레 전 일이 되어버렸다. 아들 딸 하나씩 데불고 순창엘 갔다. 맛난 것 사주기로 하고.. 지역구 돌파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오은미 후보 공보물에 쓰일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부담 백배, 쓸만한 사진이 찍혔는지는 알 수 없다. 못자리를 하고 있던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굉장히 대견해하신다. 사진 찍었으면 빨리 가라는데도 굳이 모판 한 줄을 다 깔았다. 논두렁 한포짝에 하얀 민들레가 이쁘게 피었다. 하얀 꽃이 피는 서양민들레는 보지 못하였다. 하얀 민들레는 다 토종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오은미 후보 일행과 헤어져 순창읍내 시장통에 있는 순대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장통에는 2대 3대째 이어져 온다는 원조 순대집들이 모여 있다. 맛이 괜찮다. 회문산에 갔다. 10년도 훌쩍 더 지난 오래전에..
냥이와 복돌이
냥이와 복돌이
2010.04.21마당가에 봄맞이꽃이 피었다. 인자 차말로 봄이다. 솜방망이도 꽃대를 올렸다. 꽃대가 아스라하다. 고양이 소리가 나 고갤 들어보니 담장 위에 냥이가 있다. 복돌이가 들어온 이후 잘 보이지 않고 이따금 집 주변을 맴돌기만 하던 녀석. 막둥이 딸을 부르니 잠결에 달려 나와 냥이와 어렵게 상봉하여 마루 끝에 자리를 잡았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녀석.. 슬금슬금 다가오는 복돌이를 보더니 쩌리 가라 소리친다. 냥이의 냥냥한 표정을 보라. 해장 이슬을 얼마나 차고 다녔는지 녀석 너저분하기 짝이 없다. 해장에 바짓가랑이에 이슬 묻히고 다니는 사람 신고하라던 박정희가 생각난다. 이 녀석 혹시 간첩일까? 느닷없이 영문도 모르게 집에 들어와 뻗대고 사는 것도 그렇고.. 혹 몸 속에 도청장치라도.. 시무룩해진 녀석 수연이만..
지붕 위의 새
지붕 위의 새
2010.04.20지붕 위의 새 두마리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을까? 빈집이 되어버린, 언제 어개질 지 모를 위태로운 지붕 위에 새가 있다. 눈비를 마다 않고 희로애락을 함께 했을 새를 두고 주인만 떠나버렸다. 딸싹 못하게 시멘트로 발 묶어놓고.. 애절하게 서로를 바라보게 해놓고.. 저 지붕이 어개져내리기 전에 만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산은 말이 없다.
어느새 땅콩 심을 때가 되었다.
어느새 땅콩 심을 때가 되었다.
2010.04.20농사꾼은 때를 알아야 한다. 그 '때' 중에서도 씨 뿌릴 때를 아는 것이야말로 농사꾼이 갖출 기본 소양이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멀었다. 봄 햇살이 좋아 무거워지는 눈꺼풀이 힘겹던 어느날 차창 밖,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땅콩 비닐을 씌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메! 그새 땅콩 숨을 때가 돼야부렀는가?" 땅콩 밭으로 달려가니 이웃 밭은 이미 말끔히 정리되어 다음 공정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우리 밭은 냉이꽃이 흐드러진 채로 오지 않는 주인장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매고 있던 철쭉밭을 할매들에게 맡기고 땅콩밭으로 달려간다. 토막일 사흘째가 되어서야 겨우 쟁기질을 마쳤으나 내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그래도 이쯤 일을 해놓고 나면 늘 생각나는 "눈은 게..
조복 좋은 날 만난 새들 - 호사도요,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녹색비둘기..
조복 좋은 날 만난 새들 - 호사도요,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녹색비둘기..
2010.04.06새를 보러 다니다 보니 탐조인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전혀 나하고는 인연이 없었던 말을 듣게 된다. '조복', 처복밖에 모르던 내가 조복 좋다는 말을 이따금 듣는다. 보기 힘든 귀한 새를 보는 운이 따른다는 것인데.. 재작년 5월, 논바닥에 앉아 있는 백로들만 봐도 사진기를 들이대며 신기해하던 시절 묘하게 생긴 녀석을 발견하였다. 오리도 아니고 뭇도 아닌 묘한 생김새를 보고 '그놈 참 이상하게 생겼다' 하고 찍어두었었다. 뒷걸음질 치던 소가 쥐를 밟은 격. 나의 범상치 않은 조복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에 이 녀석의 정체를 알았다면, 그래서 눈여겨 보았더라면 아마도 이 녀석의 산란과 주위에 있었을 수컷의 포란과 육추 등을 관찰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두달이 더 지나서야 이 녀석..
노래하는 굴뚝새
노래하는 굴뚝새
2010.03.27산지와 평지를 오가며 생활하는 굴뚝새. 여름철에는 높은 산지로, 겨울철에는 평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늦가을과 봄에 관찰하기 좋은 산지 계곡에 머무르는 듯하다. 지금이 딱 적당한 시기, 녀석이 있을법한 계곡에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계곡 바위틈으로 쏜살같이 사라지는 녀석의 뒷모습이 포착된다. 적당한 위치에서 여유를 가지고 잠시 기다리니 바위 틈새에서 고개를 내밀고 나와 깡총거리며 바삐 이동한다. 뭐가 그리 바쁜지.. 굴뚝새는 상모솔새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중에서 가장 작은 축에 낀다고 한다. 짧은 꼬리를 치켜들고 쉴 새 없이 자세를 바꾸며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녀석을 보면 귀엽기 짝이 없다. 과격한 도리도리.. 째도 엄청 낸다. " 흥~! 뭘 찍고 그러셔~ 이쁜 건 알아가지고.." 저 멀..
청도요와의 짧은 만남, 긴 여운.
청도요와의 짧은 만남, 긴 여운.
2010.02.28꽤 빠른 속도로 언덕배기를 내려오던 나는 나를 응시하던 한마리 새를 보았다. 순간 머리 속에는 '청도요 아니면 멧도요'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차를 돌려 녀석에게 다가갔을 때 녀석은 납짝 엎드려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청도요다. 이 자세로 딸싹도 하지 않던 녀석, 20여분이 지나서야 서서히 몸을 일으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꼬리를 깝작거리거나 머리를 까딱거리는 여느 도요류와 달리 몸 전체를 위 아래로 흔드는 매우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밤새 내린 꽤 많은 눈을 헤치고 다시 찾은 청도요. 어제보다 약 100여미터 아래에서 녀석을 발견하였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녀석의 등에 소복히 쌓였다. 이틀 후 다시 찾은 계곡, 이번에는 처음 만난 곳에서 약 30여미터 위 쪽에 녀석이 있다...
새로 변신한 토끼, 부엉이 4종 꾸러미
새로 변신한 토끼, 부엉이 4종 꾸러미
2010.02.25어릴적, 솔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학교에 다녔다. 이따금 커다란 날개로 소리없이 미끄러지듯 활강하는 녀석들을 보아왔다. 놀랄 겨를도 없이 솔숲 어디론가 이내 사라져버리는 녀석들이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경이롭기 짝이 없었다. 부엉이 아니면 올빼미라 생각했을 뿐 정확히 어떤 녀석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들은 이제 깊은 산중에나 가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잊고 살아왔다. 새를 보는 눈이 새삼 커지고 있는 요즈음.. 녀석들이 여전히 우리 주위에서 강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년 여름과 올 겨울을 지나며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부엉이라 이름 붙은 녀석들을 모두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토끼가 수리수리마수리 하고 새로 변신하였으나 내공이 부족하여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가장..
석인
석인
2010.02.22꽤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서 있었겠다. 꽤나 지체가 높았거나 가세가 심상치 않았을 봉분 속의 주인을 좌우에서 지키고 있다. 묘역 주위로는 잘 늙은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겨울임에도 햇살이 따사롭다. 치켜 올라간 눈꼬리, 굳게 다문 입이 겁나게 고집스러워 보인다. 오랜 세월 마주하다 보니 닮아버린 것인지, 애초에 형제간이었는지 둘이 많이 닮았다. 세월의 풍파를 능히 이겨낼 만한 딱 적합한 인상이다. 전라도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다랑쉬오름의 새끼오름, 아끈다랑쉬
다랑쉬오름의 새끼오름, 아끈다랑쉬
2010.02.13작년 8월 결혼식 참례를 핑계 삼아 아내와 함께 갔던 제주. 그 다음날에던가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들른 다랑쉬오름. 간간이 빗방울까지 뿌리던 궂은 날씨, 다랑쉬오름은 올려다만 보고 쉽고 만만해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을 올랐었다. 얼마나 걸린다 하는 시간이랄 것도 없이 그저 잠깐이면 오를 수 있다. 온통 억새밭, 가을이면 죽이겠다. 굼부리가 옴팡하다. 아끈다람쉬오름의 굼부리 너머 다랑쉬오름이 솟았다. 다랑쉬오름에서 내려다본 아끈다랑쉬오름. 2009년 1월 1일.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이라 한다. 아끈다랑쉬는 새끼다랑쉬이다. 12시 방향 성산일출봉이 바다에 떠 있다. 다랑쉬에서 익어가는 나락을 보았다. 아마도 산두찰벼인 듯..
유쾌한 고니들
유쾌한 고니들
2010.01.24줄포 가는 길, 길가 자그마한 방죽에 방죽을 꽉 채울 듯이 고니들이 앉아 있다. 정확히 말하면 큰고니, 나는 아직 그냥 고니는 보지 못하였다. 차를 돌려 살금살금 다가가는데 녀석들이 경계하지 않는다. 어인 일일까? 매우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섰는데도 경계는 커녕 왔으면 같이 놀자는 듯한 분위기이다. 깃털을 다듬거나 고개를 박고 쉬고 있는 녀석, 열심히 자맥질하는 녀석.. 제각기 제 할 일 하며 조용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이 때 멀리서부터 꽥꽥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고니 두마리가 새로이 방죽에 내려앉는다. 일순 방죽의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새로 합류한 녀석들 날개를 퍼덕이며 고개를 연신 꺼떡거리며 인사를 한다. 꽥꽥거리는 소리는 물론이다. 방죽에 앉아 쉬고 있던 녀석들 달려나가 반기며 환대를 한다. ..
눈 속의 호사도요
눈 속의 호사도요
2010.01.1012월 중순, 고창에 큰 눈이 내렸다. 이런 날을 기다려왔다. 눈 많은 고창에 터를 잡고 사는 호사도요들일진대 눈 속에서 생활하는 사진이 없어서야 쓰겠는가? 사흘간 내린 눈이 가장 많이 쌓인 날 더 이상 숨을 곳조차 없는 호사도요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강추위와 눈 속에서도 전혀 움추리지 않고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몸단장을 게을리하지 않는 녀석들이 볼수록 재미있고 예쁘기 그지 없다. 호사도요들에게는 시련일 수 있겠으나 이 또한 삶의 한 여정일 것이고 시련이 클수록 봄을 맞이하는 희열도 클 것이다. 845 이날 여섯마리의 호사도요들이 관찰되었다. 암컷 두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한참 아래쪽에서 관찰된 후 보이지 않는다. 눈이 녹은 이후 이 곳의 서식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눈에 눌려 납짝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