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림 저수지 큰고니들의 겨울나기
동림 저수지 큰고니들의 겨울나기
2011.01.31연일 이어지는 강추위로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 우리나라 전래의 겨울 기후인 삼한사온 현상이 자취를 감추었다. “지구 온난화라 걱정들 하더니 어찌 된거야?” 하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한데 올 겨울 맹추위가 실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올라가 북극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와 생긴 현상이라 하니 과히 좋은 징조라 할 수 없다. 어찌되었건 모든 저수지들이 꽁꽁 얼어붙어 심지어 얼음낚시를 즐기는 태공들까지 등장하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지라 그제서야 저수지 얼음장 위에 올라가보니 얼마나 짱짱하게 얼었는지 얼음 갈라지는 쩡쩡거리는 소리가 심장을 울린다. 한 30년 하고도 오륙년은 족히 거슬러 올라가야 가능했던 일이다. 이 겨울 월동을 위해 저 위쪽 대륙 북부에서 남하한 새들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많은 새들..
고요한 휴식
고요한 휴식
2011.01.15동림저수지. 얼어붙은 저수지 한복판, 한무리의 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덩치 하는 큰고니들과 시커먼 오리떼들. 한복판.. 얼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 얼어 있다.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새들의 고요한 휴식이 평화롭기만 하다. 시커먼 무리 속,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가 많고 그 다음으로 무리에서 이탈한 가창오리 상당수, 소수의 물닭, 논병아리 몇마리, 재갈매기 한마리, 큰기러기 한마리가 식별된다. 이 외에 쇠오리, 홍머리오리, 청머리오리 등이 섞여 있을 것이다. 착한 녀석들 싸우지도 않고.. 사진 여러장을 이어붙였다. 사진을 눌러 크게 하고 마우스로 조작해가며 보시면 좋다.
'스윈호오목눈이'를 아시나요?
'스윈호오목눈이'를 아시나요?
2011.01.09새 보던 중에 정말 귀엽고 깜찍한 녀석들을 본다. 쾌걸 조로가 두르고 다니는 두건을 둘러쓴 듯도 하고 쓰리랑 부부의 순악질 여사가 떠오르기도 하는 순진한 표정의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20~30여 마리쯤 되는 무리가 갈대숲 사이를 부지런히 헤집고 있다. 주위에는 뱁새, 검은머리쑥새 등이 또 다른 무리를 이루어 재잘거리며 섞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어쩌다 저런 얼굴 무늬를 지니게 되었을까? 참으로 묘한 녀석들이다. 이름은 또 어떤가? 스윈호.. 스윈호.. 야들 고향땅 어디에 있는 갈대 무성한 호수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검색해보니 예기치 않은 결과가 튀어나온다. 스윈호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하여 이름을 붙였는 바 그 이름은 'Chinese Penduline Tit'이다. 맨 ..
새해맞이 방장산 심설산행 1박2일.
새해맞이 방장산 심설산행 1박2일.
2011.01.03해가 바뀌는 시점에 몰아닥친 폭설에 강추위, 좋지 않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스산하고 걱정스러운 소식이 넘쳐난다. 이것저것 덮어버리고 해가 바뀌는 며칠간이라도 잊고 가자고 내린 눈일까? 하여튼 우리는 산에 올랐다. 새벽에 오르기 걱정스럽지 않겠냐며 텐트 싸짊어지고 1박을 감행하였다. 저녁 9시 40분경 양고살재를 출발한다. 추위도 잠시 몸은 이내 후끈한 열기에 휩싸인다. 능선에 오르니 세찬 바람에 눈발이 날리고 길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벽오봉, 고창읍내의 불빛이 휘황하다. 허리까지 차는 폭설과 매서운 칼바람 속, 눈이 낮은 곳을 찾아 텐트를 친다. 쉽지 않다, 악전고투. 몸이 다시 얼어붙고 이빨이 부딪힐 지경이 되어서야 텐트가 쳐졌다. 11시 30분. 여기까지 두시간가량이 걸렸다. 눈과 바람이 ..
원앙의 사생활
원앙의 사생활
2010.12.17눈내린 아침, 날이 몹시 차다. 작년 이맘때 청도요를 본 딱 그 날씨에 그 분위기인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청도요를 찾아 나선 길, 그 길목 어귀에서 떼 지어 쉬고 있는 원앙 무리를 발견하였다. 수컷은 화려한 번식깃을 하고 있다. 암컷보다는 수컷의 수가 월등히 많아보인다. 대략 50여마리는 되어보이는 녀석들이 차소리를 듣고 슬금슬금 저수지 중앙으로 헤엄쳐간다. 한쌍의 원앙이 갑자기 짝짓기를 한다. 하 이놈을 내가 보는 걸 빤히 알면서.. 번식기도 아닌데.. 엉겁결에 원앙의 사생활을 엿보고 말았다.
노랑허리솔새가 오는 탐조 스튜디오.
노랑허리솔새가 오는 탐조 스튜디오.
2010.12.03숲 속 덤불 속을 누비는 작은 새들을 관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집이 작은 만큼 잔가지 사이로 몸을 은신해가며 대단히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새들이 인기척을 느끼면 더욱 깊이 은신하기 마련이어서 나같은 초보 탐조객은 산새를 본다고 산에 들었다가 새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헛걸음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산새들이라 해서 인적 없는 깊은 산 속에 있을거라 생각하면 잘못이다. 들꽃이 사람들 발 밑에서 피어나듯 새들 또한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숲 가장자리와 논밭의 경계, 볕 잘 들고 먹이 풍부하며 마시고 목욕할 물이 있는 곳이 새들이 살아가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에만 들면 자꾸 안창으로만 들어가려 하니 초보 딱지를 떼지 못..
산 꼭대기 바위에 사는 바위종다리
산 꼭대기 바위에 사는 바위종다리
2010.12.02텃새가 아닌 철새를 해가 바뀐 후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매우 감동적이다. 홀연히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듯 하지만 새들은 계절의 변화와 운행의 질서를 정확히 파악하여 어김없이 제 때에 이동한다. 텃새로 사는 새들보다 이동을 숙명으로 하는 철새에게 더욱 끌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서해안 갯벌을 중간 기착지 삼아 상상하기 힘든 장거리를 이동하는 도요새 무리, 전세계 생존 개체의 대다수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가창오리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규모 방문객들 외에도 많은 새들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거나 여름을 난다. 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라져가는 갯벌, 사라져가는 서식처, 사라져가는 먹이.. 이런 변화들은 모두 사람 세상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들의 생존과 관련된 가장 직접적..
호흡을 함께 해야 장단이 맞는다.
호흡을 함께 해야 장단이 맞는다.
2010.11.28굿 가락 맞추듯 이렇게 할 수 없을까요? 귀 열고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손발의 움직임을 봐야 가능한 일인데.. 장단을 맞추려면 자꾸 만나고 대화하고 같이 호흡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조상 대대로.. 5천 년 넘게 한 민족이었다는데.. 왜 한 민족끼리 장단을 맞추지 못하고 외세와 호흡하려 하는지.. 몹시 걱정스러운 일요일 아침입니다.
동림 저수지 이야기
동림 저수지 이야기
2010.11.18저희 동네 앞에 오래된 저수지가 있습니다. 일제 식민 초기 건설되어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귀 꽤나 기울여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피땀과 나라 잃은 설움을 겨우 짐작이나 할 수 있을 그런 저수지입니다. 이 저수지의 물은 고창, 정읍, 부안, 김제 벌판을 적시고 동진강으로 스며들어 바다에 도달합니다. 저수지 부근의 습지는 논으로 정비되어 꽤 큰 규모의 들판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저수지에 기대어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 뿐인가요? 한여름 타는 대지를 적셔 곡물을 키운 저수지는 겨울이면 온갖 철새들의 쉼터가 됩니다.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가창오리 등의 천연기념물, 그리고 제가 아직 알지 못하는 많은 새들이 월동을 하거나 나그네새로 쉬어갑니다. 특히 ..
[울릉도] 흑비둘기와 한국동박새를 만나다.
[울릉도] 흑비둘기와 한국동박새를 만나다.
2010.10.26학포의 아침. 울릉도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이다. 눈을 뜨니 하늘이 발그레하다. 해는 동짝에서 뜨는데 서짝 하늘은 왜 달아오르는가? 사진기를 챙겨 밖으로 나선다. 학포는 고종 임금의 명을 받아 조사 임무를 띠고 울릉도를 방문한 이규원 검찰사 일행이 처음 발을 디딘 곳이라 한다. 이규원 검찰사는 10여 일간 울릉도 구석구석을 답사한 내용을 왕에게 상세히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조정은 개척령을 내려 개척민들을 섬으로 이주시킨다. 불과 130여 년 전의 일이다. 이처럼 유서 깊은 학포에서 하룻밤을 묵고도 흑비둘기를 제대로 보겠다는 일념이 지나쳐 이규원 일행이 남긴 자취를 온전히 느끼고 기록하지 못하였다. 여기저기서 흑비둘기들이 날아오른다. 대부분 나를 먼저 본 녀석들이 날아오른 다음에야 녀석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
도요새와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다.
도요새와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다.
2010.08.30심원 만돌 갯벌에 갔다. 만조가 되어도 물 위에 남아 작은 모래섬이 되는 갯등이 거기에 있다. 여름에는 흰물떼새, 쇠제비갈매기들의 번식처가 되고 도요새들의 이동시기에는 갯벌은 먹이터, 갯등은 휴식처가 된다. 그리고 겨울에는 민물도요, 흰물떼새 등이 월동을 한다. 그 뿐인가? 넓은 갯벌은 어민들의 밭이다. 바지락, 동죽, 백합 등이 무지하게 들어 있다. 4시 10분경 만조 시각을 10여분 앞두고 도착하였으나 갯등으로 들어가는 길이 닫히고 말았다. 첨벙거리고 들어갈만도 하겠으나 그러지 못하였다. 그러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 많은 모양이다. 대기가 맑아 위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중부리도요 한마리 갯등을 바라본다. 날개 단 놈이 사람 흉내를 낸다. 백로도 덩달아.. 왕눈물떼새. 갯벌을 팔짝거리고 뛰어다니는 ..
지난 겨울 눈 내리던 날.
지난 겨울 눈 내리던 날.
2010.08.22오늘까지 폭염, 내일부터 폭우라고 합니다. 폭우 끝에 다시 폭염이 오지는 않을란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내일이야 어찌 되건 오늘이 마지막 더위다 생각하고 견뎌봐야지 어찌하겠습니까? 지난 사진을 뒤적거리다 보니 지난 겨울 눈 오던 날 사진이 있네요. 시원한 눈에 눈이 시원해지면 머리가 시원해지고 몸조차 시원해질까요? 눈 많은 고창 지난 겨울 여지간히 왔습니다. 마당에 먼저 길을 내고.. 껄맠을 치운 다음.. 고샅으로 나갑니다. 손 시렵고 발 시려웠을 건데 저 날이 그립습니다. 사진 속의 제가 무지 부러운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