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등 뒤에서 쏙독새가 울었다.
등 뒤에서 쏙독새가 울었다.
2014.06.22모판 반납하고 돌아서는 길, 유리창에 빗방울이 비친다. 임도를 타고 올랐다. 임도 주변으로 빨갛게 익은 나무딸기가 유혹한다. 야생딸기 중에서 맛으로는 으뜸이겠다. 한참을 따먹는데 문득 쏙독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쏙쏙쏙쏙쏙쏙쏙.. 전설의 고향 밤중 숲 속 음향에 올빼미 우는 소리와 더불어 빠지지 않는 소리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어둑한 날씨 탓인지, 아니면 나 찾아보라는 신호인지.. 소리 나는 곳을 가늠하니 그리 멀지 않으나 접근하기가 만만하지 않겠다. 한번 가봐? 그냥 가? 간다고 볼 수 있을까? 모르는 척 앉아 있거나 훌쩍 날아가버리면.. 이러저러한 갈등을 떨치고 산을 오른다. 주변을 에돌아 산 위쪽에서 치고 내려와 접근한다.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짐작한 지점에 이르니 이따금 외마디 기척이 들린다..
까막딱다구리를 보다.
까막딱다구리를 보다.
2014.06.19정선에서 전화가 왔다. 까막인지 까마귄지 아직 안갔는데.."까마귀가 왜 딱다구리 흉내를 내지?" 했던 정선 사람들이다. 새로 두시, 네시간 반가량을 밤을 새워 달렸다. 정선에 도착하니 예초기 싣고 막 밭일 하러 갈 찰라.. 길을 막아서고 길안내를 재촉한다. 이 차가 갈 수 있나? 좌우튼 앞장서라 하고 차로 따른다. 가파른 언덕길을 하염없이 올라 산 속으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들어온것만 해도 얼마나 산 속인데 또 산 속으로 들어가나 싶다. 정상부에 거의 다다랐다 싶은 산 속에 거짓말처럼 밭이 나타난다. 밭을 에워싼 건너편 산 능선에 소나무 고사목들이 보인다. 왼편에 보이는 고사목에 둥지가 있다고 일러준다. 홀로 사진기 배낭을 매고 산을 오른다. 따로 뚜렷한 길은 없다. 숲 바닥에는 자생하는 야생복분자가 지..
오랫만에 찍어본 새사진, 알락꼬리마도요
오랫만에 찍어본 새사진, 알락꼬리마도요
2014.06.16어느새 유월도 중순이다. 아직까지 모내기를 하지 못한지라 마음이 바쁘다 바뻐..지난 13일 트렉타 논고랑창에 빠뜨리고 잠시 짬이 났다. 저수지 아래 들판을 지나는데 논두렁에 우두거니 서 있는 녀석..내심 뜸부기를 기대했던 터라 뜸부기 암컷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건 오리도 아니고.. 알락꼬리마도요, 도요새류 중 가장 크고 부리도 가장 길다. 어라, 논에서 녀석을 보는건 처음이다. 저 긴 부리는 때론 편리하기도 하겠지만 또 얼마나 불편할까?이동시기도 다 지난 지금 녀석의 출현이 쌩뚱맞다. 벌써 남하할리는 없고 아마도 북상이 늦은 모양이다. 도감에는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 위기근접종으로 분류되어있는 국제보호조라 명시되어 있다. 국제적으로는 희귀하나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보기 쉬운 새라 한다. 중백로인지 ..
꼬까울새, 이 꼬마둥이가 정말 유럽에서 왔을까?
꼬까울새, 이 꼬마둥이가 정말 유럽에서 왔을까?
2014.02.08꼬까울새, European Robin. 2006년 홍도에 나타나 국내 미기록종으로 이름을 올린 귀한 녀석이 서울 한복판에 나타났다. 예가 어디라고 서울까지 거침없이 날아든 녀석도 대단하지만 이 녀석을 발견하신 분도 대단하다. 이 녀석이 주로 서식하는 유럽에서는 우리나라 딱새만큼이나 흔하고 사람과 친숙하게 지내는 모양이다. 본고장을 떠나 이역만리 날아든 녀석의 출현에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하지만 지나쳐서는 안 되겠다. 무슨 연유로 어떤 경로를 거쳐 서울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편히 쉬다 제갈길 가게 해야 할 것이다. 일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인지라 시간을 내어 녀석을 보러 갔다. 어디에 있을까, 볼 수는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새를 기다리는 많은 ..
그날 이후 가창오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 가창오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2014.01.30녀석들은 본격적인 이륙 전 대오를 정비하는 군무를 한바탕 펼쳤다. 가창오리들이 내려앉고 저수지는 다시 정적 속에 휩싸였다. 서산에 해는 걸리고 수면은 민경처럼 고요하다. 가창오리떼는 행적이 묘연하다. 해가 넘어가고 얼마나 지났을까?일순 가창오리떼가 부상한다. 고요한 수면 아래 또 한무리의 가창오리떼가 군무에 동참한다. 동림저수지에 떠본 적이 없는 거대한 배가 되었다. 좀 더 빠른 쾌속선이 되어 함수가 부상한다. 이 뭐꼬.. 한마리 예쁜 고래가 되어 하늘을 난다. 허~! 날렵한 물메기가 되었군. 이날 이후 가창오리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기장밭의 하얀참새
기장밭의 하얀참새
2013.07.15"어이 흐건 참새 봤는가?" 고부에서 농사짓는 택근이형 전화를 받고 집에 내려간 김에 흰참새를 보러 갔다. 고부, 우리집에서 멀지 않다. 한 5~6천평쯤 되어보이는 넓은 밭에 기장을 갈아놓았다. 기장은 수수, 조 등과 함께 오곡밥에 들어가는 중요한 잡곡 중의 하나이며, 7~8천년 전의 고대로부터 재배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기장이 익어간다. 장마통에 쓰러져서 그렇지 농사는 잘 되었다. 고부 참새들 다 모이기라도 한 듯 기장밭 이곳 저곳에 수천마리는 되어보이는 참새떼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기장을 먹고 있다. 참새가 기장 다 먹는다고 걱정했더니 새 주고도 충분히 남는단다. 그나 참새들 복 터졌다. 기장 타조하고 나면 이 많은 참새들 뭇 묵고 살지, 논으로 달려들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비는 내리고 이 ..
운곡습지 칡때까지
운곡습지 칡때까지
2013.07.07운곡습지에 갔다. 운곡습지는 지금은 없어진 수길이네 동네 매산 뒷산 너머에 있다. 운곡댐이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사람 손길이 끊긴 땅, 수십년 묵은 산다랭이 논이 습지로 변한 곳으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수달도 있고 삵도 있다고 쓰여 있다. 20여년 전쯤 고창 청년농사꾼들하고 나들이간 이후로 그다지 넘어가볼 일이 없던 지역이다. 때는 바야흐로 장마통, 숲은 몹시 습하다. 습지답게 숲 바닥 전면에 물이 졸졸 흐르거나 고여 있고 다양한 습지 식물로 덮혀 있다. 데크에는 개미들이 득실거리고 각종 날것들이 웽웽거리며 진로를 방해한다. 산을 쩌렁쩌렁 울리는 되지빠귀 노랫소리가 청아하다.묘한 녀석이 와 있다 하였다. 소리만 실컷 들었다. 제 스스로 걸어나오지 않는 한 도저히 관찰할 수 없는 조건이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운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운다.
2013.07.04장맛비가 오락가락한다. 저수지 뚝방 산딸기 흐드러졌겠다 싶어 논 둘러보는 길에 차를 몰고 살살..산딸기 곤해둔 사람이 많았던 듯 누군가 다 따먹어부렀다. 다행히 손 안탄 몇 포기 있어 누가 볼새라 허겁지겁.. ㅎㅎ이때여..저 멀리 들판 가운데에서 뜸부기 소리 들려온다. 온 몸을 쥐어찌듯 발산하는 뜸부기 소리는 단전에서 소리를 끌어올린다는 소리꾼 목청만큼이나 울림이 강하다.쯤부기 소리는 잠시 쉬었다 다시 울리기를 반복한다. 소리에 귀 기울여가며 더듬어간다. 들판을 거의 가로질러 여수로 근방에 이르니 소리가 가끼워지고 모폭 사이로 들락거리는 녀석의 목아지가 포착된다. 뜸부기는 논에서 운다. 뜸부기 소리는 구슬프기 짝이 없다. 어쩌다 한마리씩 이따금 보게 되니 더욱 그렇게 들린다. 이 녀석은 수컷이다. 가을 ..
예지몽, 꿈에 본 벌매가 현실로..
예지몽, 꿈에 본 벌매가 현실로..
2013.05.28귀한 새를 보기 전에 꿈에서 먼저 보는 새들과의 영적 교류 현상이 날로 증강되고 있다. 쏙독새를 꿈에서 본 날 긴점박이올빼미를 보고, 긴꼬리올빼미를 본 날 긴부리도요를 보았다. 예지몽이라 하나?꿈과 현실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좌우튼 다소 신기한 일로 여겨왔다. 그러던 차 꿈에서 본 새와 동일한 새를 현실에서 보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서너마리가 공중에서 선회하는 모습까지 거의 동일한.. 꿈에서도 그랬다. "아~ 저것이 벌매로구나" 제주에서 열린 전농 상근일꾼 수련회 2일차, 본래 일정이 변경되어 갑작스레 마라도에 가게 되었다. 하늘 가득 날아다니던 칼새를 애써 찍고 있는 사이 갑자기 커다란 녀석들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왜가리다냐 뭇이다냐 하였다. 그 순간 꿈에서 본 영상이 떠올랐다. 벌매! 어쩜 이리도..
꿈에 본 긴꼬리올빼미가 긴부리도요가 되어 나타났다.
꿈에 본 긴꼬리올빼미가 긴부리도요가 되어 나타났다.
2013.05.14조복 좋은 날. 간밤 꿈에서는 긴꼬리올빼미를 보았다. 어찌 해서인지는 몰라도 올빼미를 잡았는데 잡고 보니 긴점박이올빼미라..너는 지난번 보았던 녀석이니 내 너를 놓아주마 하고 날려보냈는데 아뿔싸 긴꼬리올빼미다. 옆에 있던 각시더러 어디에 앉는지 잘 보라 이르고 헐레벌떡 사진기 갖고 달려와 사진에 담으려 하니 밧데리가 없다. 그러다 깼다. 아침나절 길을 나서 '야미도'로 향했다. 군산 사는 가무락이 일러준 탐조터. 새만금 방조제로 연결된 덕에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다. 야미도에서는 할미새사촌, 진홍가슴, 황금새 등 무려 6종의 새로운 새를 만났다. 돌아오는 길, 갈곡천 하구 수앙 들판에 들렀다. 일찌감치 모내기를 끝내 도요새들이 많이 내리는 논이 있다. 멀리서 보아도 구분이 되는 한무리의 학도요들이 ..
새만금 야미도의 나그네새들.
새만금 야미도의 나그네새들.
2013.05.14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야미도.앞으로 어떻게 변모해갈지 모르겠지만 야미도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차마 사진기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무너져내리는 폐가들과 군데군데 남은 집들을 지키는 쭈그렁 할매들. 새만금 관광객들을 노린 현대식 횟집들은 다들 폐업상태, 군데군데 뭔가 짓다가 멈추어버린 공사장들이 즐비한 섬 야미도. 하지만 한반도를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새들의 휴식처 노릇은 여전히 단단히 하는 모양이다. 여기저기 빈집 우거진 풀밭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새들. 처음 보는 녀석들이 즐비하다. 서해안 낙도, 어청도와 외연도 등을 찾아 먼길 떠나는 탐조객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듯 하다. 골목길에서 만난 야미도 할매 "어디서 오겼소?" "새 좀 볼라고요" "워매 우리집 마당에 이뿐 새 앙겄..
길기도 하여라 '장다리물떼새'
길기도 하여라 '장다리물떼새'
2013.04.18장다리물떼새를 본 적이 있는가?아스라한 기럭지에 순진한 생김새, 빨간 눈망울이 슬퍼보이는 나그네새.이 녀석들을 처음 본 것은 제주 하도리에서였다. 처음 보는 그 순간 "장다리물떼새다!" 하고 탄성이 나왔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참 잘 붙여진 이름 장다리물떼새. 이 녀석들을 다시 만난것도 역시 하도리. 이번에는 대단히 귀하게 볼 수 있다는 큰부리도요와 함께였다. 귀한 나그네를 보다 잘 알아보는 사람이었다면 큰부리도요를 주인공으로 찍었을 것이나 나는 그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역시 하도리. 이번에는 쇠청다리도요와 함께 있다. 쇠청다리도요도 짧은 다리는 아닐진대 이건 뭐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며칠 전 고창 심원 바닷가 마을 농수로에서 다시 만났다.머리 까만것이 수컷, 뒤에 있는 녀석이 암컷이다.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