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들꿩
들꿩
2020.04.28바래봉 가는 길 오래된 헬기장 햇살 따스한 양지 암컷은 소스라쳐 몸을 감추고 그 자리 얼음으로 시간 벌던 녀석 슬그머니 숲 속으로 들어가 낯선 침입자를 감시한다. 추적자는 아쉬움에 입맛만 다신다. 일락서산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참매
참매
2020.03.08며칠 전 만났던 흰죽지수리 생각에 저수지 아래 들판을 공연히 돌아보곤 한다. 예상대로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이동 중인 나그네였던 것이 확실하다. 해 질 무렵 잔디밭 농약 치고 홀가분해진 마음에 다시 들판을 찾았다. 길 가상 논 속에 뭔가 있다. 음 참매로군.. 새를 잡았는가? 뜯어먹느라 여념이 없다. 누가 오거나 말거나, 쳐다보거나 말거나.. 차 안에 있는 나도, 두런거리며 지나가는 할매들도 안중에 없다. 새들의 앞모습은 무척이나 무뚝뚝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심지어 사납기조차 하다. "예, 형씨.. 가던 길 가소", 짜식 한칼 하네.. 훌쩍 날아가버린 자리, 희생자는 어떤 녀석일까? 처참한 잔해만 남았다. 훌쩍 날아갔던 녀석, 저 멀리 논두렁에 다시 와서 앉았다. 너무 멀다.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다..
흰죽지수리
흰죽지수리
2020.03.05부안 갔다 돌아오는 길 동림지 아래 들판, 커다란 맹금 한 마리 자그마한 녀석한테 쫓기고 있다. 멍청한 독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끈질기게 따라붙어 되게 못살게 군다. 얼핏 까마귀로 보이는데 설마 까마귀가 이렇게 용맹스러울까 싶다. 말똥가린가 했으나 크다. 머리 쪽이 하얗다. 큰말똥? 도감을 뒤져 알아내고 싶지만 몹시 바쁘다. 이럴 때는 전문가한테 물어보는 것이 쉽다. 이런 패턴은 우리나라에 매우 드물게 온다는 말과 함께 흰죽지수리 아성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4년생 정도로 추정된다고, 5년은 커야 성조로 본다 한다. 귀한 녀석을 본 게로군.. 아마 이동 중일 게다. 너나 나나 이동 중, 이동 중에 만난 귀한 녀석.. 이런 게 조복이라는 거다. 그 날 이후 녀석은 보이지..
만경강 느시
만경강 느시
2020.01.18몇 해 전이었던가? 여주 논벌에 느시가 나타났다. 강원도에서 내려오는 길, 달려갔으나 허탕.. 빈 들판을 맴돌다, 아쉬움에 돌고 돌다, 막걸리만 댓 잔 걸치고 내려왔더랬다. 그리고 어제, 느시가 나타났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그것도 만경강.. 오늘 그 위치가 파악되었다. 그래서 달렸다. 강변에 설치된 여러 문의 대포, 강 건너 모래톱, 유유자적 혹은 태연자약 거닐다 쉬다, 그곳에 느시가 있었다. 쉽게 찾았다. 새를 보다 이런 날도 온다 싶다. 그러나 멀다. 겁나 멀다. 맨 눈으로는 보일락 말락.. 대포를 난사하고 집에 와 겁나 크롭,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서식 이베리아 반도, 동유럽, 중동 부근에서 러시아 중부, 몽골, 중국 북부, 아무르 지방에 분포. 매우 희귀한 겨울 철새. 행동 광활한 평야, 초지,..
초랭이 방정 굴뚝새
초랭이 방정 굴뚝새
2020.01.17굴뚝새는 정말 굴뚝을 좋아하는 걸까? 금방 굴뚝에서 나온 것처럼 까맣다 해서 굴뚝새라던가.. 높은 산 위에서 번식하고 평지로 내려와 겨울을 나는 굴뚝새, 어릴 적 기억으로 굴뚝 주변에서 자주 목격이 되곤 했었다. 화목 보일러에 나무를 넣다 보면 녀석이 나타나 주위를 맴돌곤 한다. 마치 연기 냄새라도 맡는 것처럼.. 몹시 작은 몸집에 들릴 듯 말 듯 짹! 짹! 하지만 이른 봄 번식기가 다가오면 청아한 노랫소리로 계곡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꼬리를 치켜세우고 초랭이 방정.. 새들의 앞모습은 너나 할 것 없이 몹시 무뚝뚝하다. "뭘 봐여 아자씨, 굴뚝새 첨 봐?" 귀여운 녀석.. 노래하는 굴뚝새 산지와 평지를 오가며 생활하는 굴뚝새. 여름철에는 높은 산지로, 겨울철에는 평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늦가을과 봄에 ..
불편한 여행, 환상방황
불편한 여행, 환상방황
2019.12.25야동 전문가가 기획한 야생에서의 하룻밤, 이름하여 '불편한 여행'. 야생동물과의 만남, 천수만 살쾡이가 표적이라 했다. 저 건너 잔솔밭에 야영 자리 봐 두고 간월호 양편을 한 바퀴 휘돌며 새들을 본다. 해 질 무렵 돌아와 무인 카메라 설치하고 텐트 치고 밥 먹고..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술이 과했다. 그것도 몹시..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져 자다 새벽녘 소변보러 나섰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구신에 홀린 듯 족히 두어 시간은 헤매다 희뿌연 날이 밝아올 무렵에야 다시 텐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방향을 가늠하며 기를 쓰고 길을 찾았으나 같은 자리를 빙빙 맴도는 마법에 걸렸던 모양이라, 이른바 환상방황(環狀彷徨).. 끊임없이 걸었으나 도무지 천지분간이 되지 않았다. 달랑 반팔 티 하나 입고 있었다. 문..
노래하는 큰유리새
노래하는 큰유리새
2019.07.09숲 가득 울려 퍼지는 청아한 울음소리, 사람들은 새 좀 봤다는 나한테 저건 뭔 새냐 물어보곤 한다. 나는 그저 문 지빠귀 아니겄냐 몰라도 아는 척 답하곤 했다. 목청 큰 새는 지빠귀류라 속 편히 생각하고 살았다. 그날도 그랬다. 그저 그렇겠거니.. 그러다 만난 녀석, 어라 큰유리새, 짜식 이렇게도 우는구나. 내 너를 기억하마.
아침나절 저수지, 동림지 큰고니
아침나절 저수지, 동림지 큰고니
2019.01.05밤이면 밤마다 저수지가 왁자지껄,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기러기, 큰고니들이 주범인 듯.. 아침나절 살째기 들여다본 저수지, 복판에서는 한무리 가창오리가 이리저리 떼로 몰려다니고 들판과 저수지를 오가는 부산한 기러기떼 울음소리 요란하다. 저수지는 만수위. 물이 꽉 찼다. 여름이면 물이 빠지고 줄과 넝검지가 무성하게 자라는 곳, 뜸부기가 번식하고 이따금 흰배뜸부기가 출몰하기도 하는 저수지 가상. 물이 짤박짤박한 습지에 새들이 몰려 있다. 물닭,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넒적부리, 흰죽지.. 자잘한 것들 말고 압도적인 몸집과 기품을 뽐내며 유유자적 수면을 누비는 녀석들, 큰고니를 본다. 앗! 사람이다. 슬금슬금 멀어지는 녀석들.. 때 낀 녀석들을 다른 종류 고니로 알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 성장 중인 어린 녀..
갈대밭의 작은 친구들, 스윈호오목눈이
갈대밭의 작은 친구들, 스윈호오목눈이
2018.12.09스윈호오목눈이. 이른 아침 바닷가 갈대밭, 소근대듯 작은 소리로 지즐대며 부산히 움직이는 녀석들.. 우스꽝스럽고 귀여운 낯바닥, 나는 이 녀석들을 보면 쾌걸 조로가 생각난다. 동족들 소리를 들려주니 가까이 다가와 나를 관찰한다. 아자씨.. 뭐여? 야들은 어찌하여 눈 주위에 이런 깜장 선이 생겼을까? 볼수락 우습다. 워매 이노모 새끼는 또 어쩌다가 이 모양이다여? 사나운 천적이라도 만났는가, 꽁지는 얻다 빼내쑤고.. 글 안해도 웃기게 생긴 녀석이 참말로.. 꽁지깃이 새로 나올까? 이 녀석 장가 가기 쉽지 않겄다. 행국이 닮은 것도 같고.. 아자씨 깍꿍~ 중국 동북부,와 중부, 아무르강 유역에서 번식. 국내에는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철새, 흔하지 않은 나그네새.
두루미 춤추는 논벌
두루미 춤추는 논벌
2018.12.07얼마만의 일인가? 새를 보겠다고 꽤 먼 길을 다녀왔다.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 그리고 흑두루미 세 마리가 함께 지내고 있다 했다. 녀석들은 지목해준 그 장소, 그 논에 그린 듯이 내려앉아 있다. 배가 고픈가? 사람이 왔는데도 그닥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슬금슬금 멀어질 뿐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남유럽, 아프리카 북동부, 인도 북부,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겨울 철새. 눈 앞, 턱 밑, 앞 목, 뒷 머리가 검은색, 눈 뒤에서 옆 목을 따라 길게 흰색.. 북아메리카 북구, 시베리아 북동부에서 번식하고 북아메리카 중부와 남부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매우 희귀한 겨울철새. 전체적으로 회색, 날개덮깃과 등깃에 눅슨 듯한 갈색 깃. 이마에서 정수..
황새
황새
2018.11.26옅은 안개, 하늘엔 구름. 어제 내린 비까지 생각하면 쉽게 이슬이 걷히들 않겄다. 메밀 타작, 콩 타작이 걸리지만 어차피 기계는 오후나 돼야 오겠고.. 실로 오랜만에 망원렌즈 장착하고 길을 잡아 나선다. 저수지 아래 들판 둘러보고 후포 지나 갈곡천 하구 주변 들판까지 훑어볼 요량이다. 저수지를 들여다보니 다수의 기러기떼, 소수의 큰고니 그린 듯 앉아 있다. 백여 마리도 채 안돼 보이는 가창오리들만이 어지러이 날고 있다. 올해는 조류독감 소식이 없어 다행이다. 탈 없이 넘어가길.. 후포 지나 갈곡천 하구 배수 갑문을 지난다. 썰물의 정점. 갯벌에 물이 전혀 없다. 갈곡천을 빠져나온 물이 갯고랑창으로 쫄래쫄래 흘러든다. 수앙리 들판, 얼핏 황새가 스쳐 지난다. 차를 멈춘다. 후진.. 도합 다섯 마리, 한 마..
노련한 뜸부기
노련한 뜸부기
2018.07.10논이라고 달랑 다섯 배미뿐인데.. 물꼬를 자른다는 것이 하나를 빼먹었다. 농사 많은 사람 어찌고 그 많은 물꼬 관리하며 농사짓는지 모를 일이다. 뙤밭 하나 풀이 많이 났다. 콩밭이나 뙤밭이나 메꽃이 말썽이다. 잠시 쭈그리고 앉아 풀을 매는데 저 멀리 저수지 가상에서 뜸부기 소리 간간이 들린다. 뜸부기 소리 크지 않지만 울림이 깊어 멀리까지 간다. 뜸부기 우는 모냥을 볼작시면 혼신의 힘을 다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소리를 토해낸다. 좌우튼 왔으니 봐야지.. 소리까지 들었는데 그냥 말 수 없다. 300미리 망원렌즈를 장착한다. 실로 오랜만이다. 뜸부기 은신처로 짐작되는 곳에 차를 세우고 뜸부기 울음소리를 튼다. 반응이 없다. 왜가리한테 묻는다. 뜸부기 못 봤냐? 왜가리, 고개를 외로 꼰다. 찰나.. 뜸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