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라기와 쇠백로의 물고기 사냥
해오라기와 쇠백로의 물고기 사냥
2009.07.15농민회 사무실 가는 길목, 장맛비가 내린 고창천에 물이 넘쳐흐른다. 해오라기와 쇠백로가 물고기 사냥을 하고 있다. 사냥하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쇠백로가 물 속의 물고기 동향을 파악하고 부리를 던져 잡아올리는 반면 해오라기는 물 밖으로 튀어오르는 물고기를 받아먹으려 애쓰고 있다. 이 사냥법이 성공하려면 얼마나 순발력이 좋아야 할까? 쉽지 않아보인다. 쇠백로가 사냥에 성공하였다 한결 쉬워보인다. 그러나 쇠백로의 사냥솜씨도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쇠백로가 해오라기 근처로 이동하였다. 약이 올랐을까 해오라기가 태클을 건다. 교련복 무늬의 대물, 까마치가 나타났다. 그저 바라만 볼 뿐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내겐 너무 큰 당신이다. 전화가 울린다. 어째 안오냐고.. 아뿔싸 약속시간 늦어간다. 물새들 사냥놀음에..
이 한몸 총알이 되어..
이 한몸 총알이 되어..
2009.07.13날마다 장맛비가 내린다. 놀기 좋다. 검게 그을렀던 얼굴과 팔뚝이 뽀얀 본래의 색으로 돌아가고 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우중충한 날씨에 저수지 뚝 밑 수로에 갔더니 물총새들이 즐비하게 앉아 물에다 총질을 해대고 있다. 대개 이런 자세로 앉아 물 속의 물고기 동향을 예의 주시하다가 불시에 총질을 한다. '어' 하면 상황 끝이다. 혹은 이렇게 앉거나.. 이 한몸 총알이 되어 물에 꽂힌다. 물총새는 몸이 곧 총알이다. 그런데 그 총알이 부메랑이다. 수차례의 실패 끝에 드디어 총질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촛점은 제대로 맞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물총새 총질 장면을 사진기에 담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눈으로만 가끔 봐왔을 뿐이다. 한번 더.. 이번에는 한박자 느리게 찍혔다. 누가 더 진지하게 ..
장맛비 내리는 날
장맛비 내리는 날
2009.07.01장맛비가 하루종일 오락가락 하였다. 부지런한 사람 일하게 좋게, 게으른 사람 잠자기 좋게, 술 좋아하는 사람 술 먹기 좋게.. 연방죽에는 연꽃이 피기 시작하고.. 내외간일까? 해오라기 한쌍이 정다워보인다. 새끼를 바라보는 어미의 눈빛이 그윽하고.. 새끼를 떼어낸 내외간, 금슬 좋아보이는 망중한이 부럽다. 해오라기 한쌍, 낚시질 하는 강태공같다. 암수 서로 정다운데.. 야는 왜 혼자일까? 풀이 죽었다. 한가로와보여도 꽤나 바쁜 그들이다. 암수 서로 정다운데.. 야는 왜 혼자일까? 홀로 가는 쇠물닭이 외로워보인다. 지심 매시나? 붕어라도 한마리 튀어줘야.. 봄내 가물라 물이 없던 연방죽에는 꽃대를 일찍 올린 연꽃이 하늘거린다.
우리가 아니면 세상 누구도 볼 수 없는 노랑부리백로.
우리가 아니면 세상 누구도 볼 수 없는 노랑부리백로.
2009.06.17겨울이면 동네 앞 저수지에 날아와 석양이 물든 하늘을 뒤덮는 가창오리의 군무를 보면서 저놈들은 얼마나 많길래 여기까지 날아와서 저 야단일까 싶었다. 그런데 가창오리의 그 군무를 전세계 오직 우리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 내가 보는 가창오리떼가 전세계 가창오리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노랑부리백로도 그렇다. 전세계 생존 개체 2천여마리 뿐이라 한다. 그 대부분이 한반도 서해안에 서식하고 있다 하니 우리가 보지 못하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보지 못하는 새가 되고 말 것이다. 비교적 흔한 백로 종류 중에 왜 유독 노랑부리백로만이 얼마 남지 않은 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논이나 하천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야산 소나무 숲에 둥지를 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여타 백로무리와 ..
모내기 끝나가니 복분자가 익어간다.
모내기 끝나가니 복분자가 익어간다.
2009.06.10모내기가 마무리되어간다. 논 스무마지기 갓 넘는 놈이 이백마지기 농사짓는 놈이랑 품앗이를 했다가 쎄가 빠질 뻔 하였다. 이제 양파 심어놓은 논 네마지기만 정리하면 모내기는 완전히 끝난다. 지금 수확하는 양파는 그 사이 가격이 다소 죽었다 한다. 이제야 모내기가 끝나가는데 이장님 방송하신다. 지난번 바람에 중국에서 날아온 애멸구 때문에 줄무늬잎마름병 피해가 예상되니 속히 방제약을 살포하라 한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은 모래바람만이 아니다. 중국매미, 벌거지.. 벨 잡것들이 다 날아온다. 모내기가 끝나가니 밭에서는 복분자가 기다렸다는 듯 익어간다. 앞으로 한 열흘 고창사람들 복분자 따느라 또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 할 것이다. 복분자 농사 시도했다 엎어버린 나는 마음이 한갓지다. 이제 철쭉 엿마지기, 콩 두어..
딱새를 노리는 고양이
딱새를 노리는 고양이
2009.06.05날지 못하는 네발 짐승의 분풀이일까? 우리집 고양이 새만 보면 매복에, 잠복에, 기습까지 갖은 기술을 동원한다. 주로 어린 딱새가 주요 공격대상이 되는데 간혹 사냥에 성공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날개나 내장을 문지방 앞에 가져다 바친다. 허걱! 냥이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다 보이거든~! 아자씨! 내 목아지. 심기 불편한 아빠 딱새 한마디 한다. "어이 냥이! 쥐쉐끼냐 잡어~"
5월 해변, 모래언덕에 피는 꽃.
5월 해변, 모래언덕에 피는 꽃.
2009.05.305월 23일, 고창의 바닷가 심원 만돌 갯벌에서 해리 명사십리 해변까지 더듬고 다녔다. 물이 들어오니 바다 같다. 만돌 갯벌, 모래지치 너머로 갯벌과 죽도가 보인다. 물이 쪽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다. 무슨 팔자를 타고났을까? 척박한 모래땅에서 잘도 자란다. 갯씀바귀, 몸의 대부분을 모래에 파묻고 꽃을 피웠다.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 해안에 자생한다고 한다. 왜 울릉도는 빼먹었을까? 줄기만 보아 오다 때 맞춰 꽃을 보기는 처음이다. 잎모양만 다를 뿐 꽃은 메꽃과 다를 바 없다. 척박한 환경에서 물을 많이 간직하기 위함인지 바닷가 모래 언덕의 식물들은 잎이 다들 두툼하다. 역시 모래에 대부분 묻혀버렸다. '해애애당화 피고 지이이는~' 지금도 섬마을에 총각 선생이 있을까? 있다 해도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없..
슬퍼보이는 빨간 눈망울 '검은머리물떼새".
슬퍼보이는 빨간 눈망울 '검은머리물떼새".
2009.05.20농민회 청년들 단합 등산하던 날, 선운사 앞을 흘러 바다로 가는 인천강 하구 갯벌에 잠시 들렀다. 뭐 좀 특이한 새 없나 하고 허실 삼아 간 것인데 거기에서 검은머리물떼새를 만났다. 물이 빠지는 중인지 바닷물은 십리나 밖에 있고 인천강 물줄기는 실개천이나 다름 없다. 도요새도 별반 없고 괭이갈매기들만 시끄럽게 날아다니는 가운데 경쾌한 울음소리와 함께 나를 향해 날아오는 녀석이 있다. 한눈에 알아보겠다. 빨간 눈이 슬퍼보이는 '검은머리물떼새'가 나타났다. 예민해서 사람을 잘 붙여주지 않는다는데 이 녀석들은 오히려 멀리 있는 나를 발견하고 나를 향해 날아온 양 머지 않은 곳에 착륙한다. 살금살금 다가가니 왠걸 달아나지도 않고 제법 거리를 준다. 이 녀석이 먼저 날아오고.. 한마리가 더 날아왔다. 내외간일까?..
보신 적 있나요? 자생지의 석곡.
보신 적 있나요? 자생지의 석곡.
2009.05.15자생지의 석곡. 한 시간가량 산길을 타고 가서 나무에 오르고 바위 끝에 매달리는 등 대단히 어려운 자세를 잡아가며 찍었습니다. 하지만 편안히 보셔도 되겠습니다. 환경부에는 멸종위기 식물로 되어 있지는 않고 희귀 식물로 등재되어 있군요. 하지만 찾아다니는 사람 눈에 띄면 보는 족족 뜯어가 버릴 것이 분명하기에 조만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대단히 척박한 환경에서 자생하는 것이기에 한번 훼손된 자생지가 다시 복구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자생지의 석곡을 뜯어다가 집에서 키우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기왓장에도 얹어놓고 갖은 기교를 부려놓았지만 자생지의 석곡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야생화나 자생난이나 제가 나서 자란 그 자리에서 가장 큰 아름다움과 향기를 발하지 ..
말벌은 어떤 집에서 살까? 속을 들여다보다.
말벌은 어떤 집에서 살까? 속을 들여다보다.
2009.05.13이제는 아무도 솔밭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들어갈 일도 사람도 없다. 갈쿠나무(소나무 낙엽)를 땔감으로 쓰던 시절도 가고 솔밭에서 뛰어놀 만한 조무래기들도 사라졌다. 있다 해도 더 이상 나가놀지 않는다. 떼를 지어 놀만한 아이들 집단도 없거니와 굳이 솔밭에 가지 않아도 더 재미난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솔밭이 머리빗으로 빗겨지듯 싹싹 빗겨지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불장난하던 그 시절 솔밭에는 진짜 소나무만 있었다. 그런데 그 솔밭이 지금은 대밭이 되어버렸다. 동네를 삥 돌아 대밭에서 뻗어들어간 대나무가 솔밭을 거의 집어삼키고 말았다. 나는 지금 그 대를 제거하고 솔밭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였다. 우선 대나무를 모조리 베어제끼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망을 치고 닭을 집어넣으려 한다. 허적거리기 ..
산과 들에 약비가 내린다.
산과 들에 약비가 내린다.
2009.05.12새벽녘부터 내리던 비가 이슬비가 되어 촉촉히 땅을 적시고 있다. 좀 더 와도 좋을 약비인데 이미 그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는 듯 하다. 차분하고 한가로와진 마음에 사진기 들고 동네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제비 한마리 처마 밑에서 비를 긋고 있다. 대문간에 서니 딱새소리 요란하다. 며칠 사이 솜털도 빠지고 제법 의젓해진 딱새, 생애 첫비를 맞으며 생각한다. "이게 뭐당가?" 땅콩밭에서는 땅콩 싹이 땅을 뚫고.. 이 비 맞고 나면 다 올라오겠다. 작년 늙은호박 썩었던 자리 모종이 되어 부활하고 있다. 그냥 옮겨주기만 하면 되겠다. 이 비 그치고 나면 때 늦기 전에 탱자 울타리 다듬어야겠다. 할미꽃의 진수를 보여주마. 은방울꽃은 핀 새도 없이 늙어가고.. 토방 밑 개구리자리 노란색이 싱싱하다. 복분자가..
뒷낭깥에 솔부엉이가 산다.
뒷낭깥에 솔부엉이가 산다.
2009.05.11지금도 낭깥에서 솔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소리를 들어보실 분은 눌러보시라. 낮에는 정말 찾기 어렵다. 분명 어딘가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졸고 있을 것인데.. 이 녀석들은 "내가 다 알고 있어" 하는 표정으로 사람을 내려다본다. 과히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빤히 내려다보는 모습이 능청스럽다. 딸싹도 않고 앉아 있던 녀석들 어스름 황혼녘이 되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지막한 울음소리를 신호로 암컷인지 수컷인지 그 근방 어디에선가 짝이 날아들고 날렵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면 조폭까치도 가볍게 몰아내고 온전한 부엉이 세상을 준비한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나면 사람의 눈으로는 솔부엉이의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워진다. "그래 니 시간은 니가 지배해라" 하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