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나는 지금 산으로 간다.
나는 지금 산으로 간다.
2013.10.18요사이 너무 많은 술을 먹었다. 어젯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화들짝.. 눈 밑이 거뭇하다. 순간, 드디어 간이 신호를 보내는구나 싶었다. 그간 배 나오는 것만 우려했지 간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바가 없다. 술을 멀리 해야겠다는 생각에 많은 동지들 앞에서 금주를 선언했다. 회의를 마치고 당분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진하게 한잔했다. ㅎ 아침 해장차 찾은 삼각지 국수집, 국물이 좋다. 나는 지금 산으로 간다. 구파발역 2번 출구로 나가 북한산으로 들어간다. 일탈이다. 능선에 올라 세상 한번 굽어보고 내 몸 한번 돌아보고 내 마음 한번 들여다볼란다.
무교동 낙지.
무교동 낙지.
2013.10.15뜨거웠던 여름 한복판, 서울역에서 열린 8.15 평화통일대회를 마치고 시가행진을 하던 도중 허기를 견디지 못한 일부 참가자들이 먹을 것을 찾아 을지로 부근 골목으로 스며들었다. 때는 휴가철, 거기에다 휴일인지라 문을 연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어렵사리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들어가니 낙지를 전문으로 다루는 집이었다. "회가 동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제때 밥을 먹지 않으면 뱃속의 회충이 요동친다는 말이다. 이제는 잊혀져가는 옛날 말이다. 어찌 되었건 간단히 요기나 할 요량으로 들어왔으나 살아 꿈틀대는 낙지를 보니 고픈 배에 더해 술생각까지 그야말로 회가 동한다. 낙지연포탕을 주문하였다. 미나리에 느타리버섯, 새우, 바지락 등으로 구성된 냄비가 끓기 시작하자 산낙지를 투여한다. 아니 이런 비인도적인 처사..
서산 우럭젓국
서산 우럭젓국
2013.10.11늘 술을 끼고 사는지라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장국에 관심이 많다. 어느 땅에나 술꾼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술꾼들의 속을 풀어주는 그 땅의 해장국이 있을 터이다. 언젠가 테레비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서산 우럭젓국이 늘 머릿속에 떠 다녔다. 서산 간다. 토박이 요리사가 직접 끓여주는우럭젓국 먹으러, 정말로.. 그간 몇차례 날을 잡았다 연기했다 했던 터라 기대가 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오늘은 구경을 먼저 한다. 간월암에서 만나 안면도 일몰을 보고 숙소에 당도했다. 우럭젓국은 어떻게 끓이는가? 삐득삐득 말린 우럭포가 주재료, 호박, 배추, 고추 등의 부재료를 넣고 끓이는 데 새우젓만으로 간을 한다. 우럭포에 새우젓 간, 그래서 우럭젓국인 모양이다. 우리의 요리사는 반드시 쌀뜨물을 받아서 끓여야 비린내..
가을날의 풍경들
가을날의 풍경들
2013.10.09태풍도 지나가고 가을 하늘이 다시 열렸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가을날의 풍경들을 본다. 코스모스 한들거리고 하늘은 높고 푸르며알곡이 익어가고 도요새 무리지어 나는 바닷가지는 해를 바라보는 연인들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어느날 석양, 핏빛 노을이 지다.
어느날 석양, 핏빛 노을이 지다.
2013.10.08우리 동네 저수지에서 떨어지는 해를 보았다. 가을 어느 날 석양, 온 세상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논 일을 마치고 고개를 드니 저수지 너머로 해 넘어간다.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장엄하게도 넘어간다. 꼴까닥.. 서산 너머 해 떨어지고 하늘은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저수지는 온통 불구덩이가 되었다. 핏빛으로 흐르는 강이 되었다. 그렇게 해는 넘어가고 핏빛 찬란한 여명 속에 밤이 깃들고 있다.
가을
가을
2013.10.07가을이 오고 어김없이 구절초가 피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 변한 것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실상 모든 것이 변했다. 꽃도 작년 것이 아니요, 집도 늙어가고 그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변해간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변한다.
우정회관 게장백반
우정회관 게장백반
2013.09.30늘 술을 입에 달고 산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양재동 aT센터 앞 고추 투쟁 마치고 한 잔 걸친 것이 어중간하여 저녁을 따로 먹지 않았다. 이 시각 술기운이 가시고 허기가 찾아온다. 어쩌란 말인가? 일찍 눈을 감았어야 하는데 때를 놓쳤다. 눈요기라도 해야겄다. 고창 바닷가 심원 우정회관 게장백반. 만돌 갯벌에 새 보러 갔다 허탕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을 것이다. 게장백반으로는 나름 이름 있는 집이다. 맛있다. 밴댕이젓, 요 거이 또 일품이다. 게장에 하나, 밴댕이젓에 하나, 밥 두 공기 뚝딱. 손님이 늘 끊이지 않는 집, 겨울에는 자연산 굴요리가 좋다. 다만.. 너무 비싸다. 게장백반 17,000원, 거기다 소주 한 병에 공깃밥 추가 21,000원, 내 돈 내고 먹기 쉽지 않다. 밥값 대신 내 줄 동무 ..
봉화에서 영월까지 주마간산(춘양에서 김삿갓면 지나 한반도면으로).
봉화에서 영월까지 주마간산(춘양에서 김삿갓면 지나 한반도면으로).
2013.09.30봉화군 춘양면, 난생 처음 봉화땅을 밟아보았다. 그러나 바쁜 걸음이다. 볼일만 간단히 보고 다시 발길을 재촉하는데 워낙 깊숙히 들어온지라 영월을 경유하는 길을 택하였다. 흔하디 흔한 사과는 눈으로만 보았다. 도래기재, 남한강물과 낙동강물이 갈리는 백두대간을 넘는다. 보통 큰 산줄기를 넘으면 도 경계나 최소한 시군 경계를 넘게 되는데 도래기재를 넘어도 여전히 봉화 춘양면이다. 좌우튼 도래기재 고갯마루에 개설된 임도가 있어 잠시 쉬어간다.가을꽃들이 한창이다. 시기로 봐서 고려엉겅퀴가 맞겠지요? 다른 이름으로 곤드레나물. 습한 곳에 자리잡은 물매화 도로변에 갈려 있던 구절초, 구절초도 종류가 많은데 어떤 구절초일까? 길은 고개를 넘어도 산에서 산으로 이어진다. 영월땅으로 들어서니 김삿갓면.면사무소, 소방대, ..
달마가든 산채비빔밥
달마가든 산채비빔밥
2013.09.27달마산 입구, 미황사 바로 아래 단 하나의 식당 달마가든이 있다. 달마산 아래 당도하니 마침 점심때가 되었다. 산채비빔밥을 먹는다. 커다란 양푼에 돌미나리를 깔아준다. 이것저것 나물을 넣고 고추장 넣고 비벼먹는다. 먹다보니 직접 담궜다는 막걸리가 땡긴다. 점심밥 먹으면서 절반, 산 타고 내려와 절반을 마저 먹는다. 맛이 좋다. 명절 다음날이라 손님이 없다. 남도 사투리를 원단으로 쓰는 주인 아주머니와 도란도란 얘기 주고받는 맛도 좋다.
임진강은 흐른다.
임진강은 흐른다.
2013.09.27연천 다녀오는 길, 임진각 근처 반구정에 들렀다. 반구정은 황희 정승의 유적지로 임진강이 한강과 만나기 직전의 최하류에 자리하고 있다. 바닷물이 들락날락하고 그 물을 따라 갈매기도 드나들고 시절 변화에 따라 기러기 등 철새들이 오가는 곳.개성 출신 황희 정승은 고향의 송악산이 보이고 도성의 삼각산도 보이는 이 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한다. 지금의 반구정은 어떤가? 단 한발자욱도 강 쪽으로 내딛을 수 없다. 삼엄한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을 뿐만 아니라 총 든 군인들이 눈을 밝히며 오가는 최전방. 그래도 굳이 강이 궁금해 내려서고 싶다면 총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경고판에는 "적 또는 불순분자로 오인받아 사격을 받을 수 있다"고 쓰여 있다. 바람은 참 시원하다. 바람은 거침없이 철책을 오가고 남북을 넘나든다...
2013 한가위 보름달
2013 한가위 보름달
2013.09.192013년 한가위 보름달옥토끼가 안보인다. 옆으로 누운건가?박끄네한테 말해서 국정원 보내서 압수수색 해봐얄랑갑다.
마포 을밀대 평양냉면
마포 을밀대 평양냉면
2013.09.19추석날 아침 음복 술에, 성묘 다니면서 마신 술에.. 술이 깰 무렵 시원한 평양냉면 생각이 문득 간절해진다. 남북 간의 왕래와 교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던 시절, 금강산에도 가보고 평양, 개성에도 가봤다. 아스라한 옛일처럼 느껴지는데 하물며 실향민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남북관계라는 것이 살얼음판과 같다는 생각에 기회가 올 때마다 놓치지 않았는데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급기야 개성공단조차 폐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가 최근 다시 열렸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는 여전히 꽉 막혀 있다. 추석 안에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나 싶었는데 당국 간의 협의가 너무 굼뜨게 진행된다. 내란음모네 뭐네 나라 안에 온통 난리 판굿을 벌여놓고 종북 마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