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냉갈이 올라가 구름이 된다.
냉갈이 올라가 구름이 된다.
2014.03.02복분자밭 너머 안율아짐네 귀뚝에서 냉갈난다. 냉갈이 올라가 구름이 된다.
아침 풍경
아침 풍경
2014.02.28날이 흐리다. 동짝으로 난 방창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풀이 우거진 텃밭에서 참새들이 짹짹거리며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야는 되새, 흔한 겨울철새.무엇이 되자 하는걸까? 풀에 매달려 열심히 먹어대고 있다. 이동을 준비하는 듯, 이제 곧 안보이겠군. 짜식 아련하게 앉아 있기는..폼 잡아봐야 참새다. 아랫집 방울이 등장풀밭에서 참새떼 날아오르고 일순 사방이 고요해진다.새 한마리 잡아보겠다고 이리저리 나대다 사진기를 바라본다. 우리집 댕갱이랑 몹시 친하게 지낸다. 산수유 꽃망울이 마구 터지고 있다. 여기저기 어지러이 널린 전깃줄에 앉은 녀석들..까치보다 많은 물까치들이 어디론가 몰려간다.
봄
봄
2014.02.27꽃은 피고 새는 노래한다.찍, 짹이 아니라 지저구지저구..봄이 오는게다.
발리에서 오토바이 타기
발리에서 오토바이 타기
2014.02.18인도네시아 발리, 처음 가보는 동남아 지역.오토바이 많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오토바이 행렬, 중앙선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질서에 골머리가 다 아프려고 한다. 더군다나 우리하고는 차량통행이 반대방향이다. 좌측통행인가? 차량은 숫제 오토바이에 포위되고 위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이건 당췌 질서도 없어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해보였다. 더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모자 안쓴 사람은 없다. 단속이 심한건지 안전의식이 센건지.. 도로는 좁고, 도로를 점령하다시피 한 오토바이 물결에 차량이 나아갈 틈이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 잘 다녔다. 실제 사고가 얼마나 나는지는 알 수 없으나 3박4일 머무는 동안 단 한건의 사고도 목격하지 못했다. 우리같..
산골 초입 임실 강진
산골 초입 임실 강진
2014.02.01밤새 마신 술로 몸이 해장을 요구한다.순창가는 길, 전주 인근을 벗어나니 사면팔방에서 산이 달려든다. 산모탱이를 도는 맛도 물길을 따르는 멋도 없이 그저 일직선으로 뚫린 새 도로에는 자연을 거스르는 폭력만이 낭자하다. 왜놈들이 뚫어놓은 신작로를 걷는 옛 어른들 맘이 이랬을까 싶다. 30여분을 달려 도달한 산골 마을에는 곳에 따라, 때에 따라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임실에 속한 강진, 장터로 들어가는 다리 아래로 산에서 내려온 물이 흐른다. 강진장터 국수집 행운집을 찾아들어간다. 국수 마는동안 공것으로 나온 머릿고기에 자동으로 막걸리가 따른다. 막걸리잔을 내려다보는 홍규형의 그윽한 표정에서 꽤 오랜 세월 덧쌓인 격조높은 내공이 엿보인다. "술은 술로 푸는 것이여" 거진 도인의 지경이다. 행운집 국수는 장인..
설
설
2014.02.01우리 식구들 다 모였다. 설이다. 삐약삐약하던 것들이 그새 컸다고 이제 말도 안타고 애비를 숫재 갖고 놀자고 한다. 우리 식구 다 해봐야 손하고 발만 나온놈, 술잔만 기울이는 놈까지 도합 다섯이다. 딸래미들이 컸다고 제몫을 한다. 옆에서 평가해주는 남정네들까지 해서 이렇게 손맛은 전승되는 모양이다. 차례상보다 성주상이 더 그럴듯했다. 떡국이 얼매나 맛나등가 어제만 다섯그륵을 자과대부렀다. 어렸을 적에는 한살이라도 얼른 더 묵어볼라고 그랬다치고 어제는 왜 그랬을까?밥도 힘으로 묵는거이라 힘 있을 때 한그륵이라도 더 묵어둘라고 그런 모양이다. 아들만 4형제를 둔 옆집 칠암할매 손주들허고 통화허는 모양이다. "어이 잘 갔는가?" "어이 어이" 하는 목소리가 촉촉히 젖어 담을 넘는다. 다들 처갓집으로, 혹은 다..
예당 저수지 어죽
예당 저수지 어죽
2014.01.31예당 저수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내가 아는 가장 큰 저수지인 우리동네 동림 저수지의 약 3배 정도가 되니 커도 몹시 크다. 이름 그대로 예산과 당진, 예당평야의 젖줄이 된다. 그냥 바라만 봐도 붕어, 잉어 등 펄떡거리는 물고기들이 가득해 보인다. 군데군데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우리들이 무리를 이루어 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야생오리들이다. 저수지물이 발치에서 찰랑거리는 솜씨 좋은 음식점에서 붕어찜과 어죽으로 점심을 먹는다. 붕어찜은 일반적인 맛이다. 우리동네 아짐들이 끓이는 전라도 붕어찜에 비해 다소 쳐진다. 토막내지 않은 묵은지에 두툼하게 썬 무를 넣고 고추장 듬뿍 풀어 지진 붕어찜이 내가 아는 최고의 붕어찜이다. 제대로된 묵은지가 여의치 않다면 질 좋은 실가리가 2번 타자가 되어..
추사 선생 고택을 가다.
추사 선생 고택을 가다.
2014.01.30예산에 과히 자주 오는 편은 아니지만 올때마다 늘상 표지판만 보고 지나다녔다.언제 또 오랴 싶어 맘 먹고 짬을 냈다.1910년대 큰 불이 나 소실된 것을 70년대 다시 복원했다 한다. 그래서인가 이 집에 살다 간 옛 주인들의 손때 묻은 정감은 느낄 수 없었다. 사랑채와 안채, 추사 선생의 영정을 모신 영당이 있다. 집안 곳곳 기둥마다 주련이 걸려 있다. 추사 선생의 글씨와 싯구들일 것이다. 조선 선비들의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상, 추사 선생의 호방함과 학문에 대한 치열한 정진을 엿볼 수 있다. 그 중 시선을 잡아끄는 싯구가 있었으니.. 솔바람에 풀어진 옷고름을 날리고 산 위에 뜬 달은 타는 거문고를 비춘다. 고택 옆 나지막한 언덕에 소박하기 짝이 없는 추사 선생의 묘소가 있다.묘소와 고택 사이에 자리한 건..
오늘 아침
오늘 아침
2014.01.29오늘 아침.. 먼동이 튼다. 어.. 그새.. 해가 질어졌군. 말캉에 서서 볼 수 있는 폭이 몹시 좁다. 초승달 옆에 별 하나 밝게 빛난다. 샛별인가? 지붕 위의 안테나 별하고 교신이라도 하려는 듯.. 동네 앞 방죽두럭 시야가 좀 터진다. 해는 아무래도 내장, 입암 산줄기 너머에 숨었나보다. 곧 해가 뜰랴는가? 아침노을이 더욱 붉어진다. 해 돋는 새아침 민경 속에 내가 있다.
집념의 도끼질
집념의 도끼질
2014.01.18제 몸속 깊이 단단한 옹이를 품고 있던 녀석.. 그러나 때리고 또 때리는 집념의 도끼질을 피해갈 수 있는 나무는 없다. 세상에 안뽀개지는 나무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발리의 기억, 발리 도시락과 박소.
발리의 기억, 발리 도시락과 박소.
2014.01.12발리에 갔다 온지도 해를 넘어 벌써 세달이 되어간다. 놀러 갔다온 것도 아니고 씀뻑 다녀온지라 이러저러한 기억들이 고닥새 아스라해진다. 어딜 가나 제때 공급받지 못해 배고픈것 빼고 음식으로 해서 어려움을 겪는 일은 그다지 있어본 적이 없다. 머나먼 열대지방이지만 발리에 가면서도 음식 걱정은 달리 해보지 않았고 실제로 잘 먹고 잘 싸다 왔다. 일부러 이것저것 먹어왔지만 이렇다 하게 기억나는 음식도 없다. 다만 첫날 먹었던 도시락과 마지막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음식이 그중 기억에 남는다. WTO 발리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국제 행동의 날 시가행진을 마치고 점심으로 받은 도시락이다. 기름종이에 쌓인 도시락을 펼치는 순간 당혹감이 밀려왔다. "이걸 대체 어쩌라는 거지? ㅎㅎ" 무슨 라면땅 찌끄레기 물에 불..
선운사 눈강아지
선운사 눈강아지
2014.01.09눈 내리는 선운사, 도솔계곡을 걷는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 온 세상이 하얗다. 계곡을 건너는 무지개다리가 보이는 곳 막걸리 파는 주막집 앞 한 무리의 강아지들이 눈밭을 뒹군다. 이 집 진돗개 새끼들, 에미를 닮아 이쁘다. 때깔 묘한 놈이 한 마리 섞였다. 뒤이어 나타난 껌웅이 녀석, 눈망울이 똘망똘망하다. 이 녀석 필시 참당암.. 그래 애비가 은적이로구나.. 피는 못 속인다. ㅋㅋ 눈밭을 힘차게 내닫는 껌웅이.. 니가 짱이다. 불현듯 어릴 적 읽었던 '엄마 나만 왜 검어요' 책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왜 그 책을 사다 주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