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멜국
멜국
2013.05.09큼지막한 생멸치를 통으로 넣고 국을 끓인다. 글쌔올씨다.. 비리지 않을까? 제주 사람들 국이라 하는 것에는 '퍼데기'라 부르는 배춧잎을 많이 넣는다. 갈치국도 그렇고 또 뭣이냐.. 잘 모르겄다. 퍼데기가 들어간 멀건 국물을 보면 이게 무슨 맛일까 싶다. 멜국을 뒤집으니 큼지막한 통멸치들이 나타난다. 국물을 한술 뜨니 웬걸 시원하다. 비린 맛에 민감한 사람들은 혹간 느낄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리 민감하지 못한 듯 비린 맛도 없다. 음.. 해장엔 딱이겠군. 한라산 하얀거 한병정도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 멜국이나, 갈치국이나, 각제기국이나 한결같이 비릴 것 같으면서도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비결이 뭘까? 퍼데기일까? 아니면 제주 사람만의 독특한 제주가 있을까? 좌우튼 시원한 맛이 별미다. 제주에 가시거든 ..
옻순 쌈밥
옻순 쌈밥
2013.05.09옻순 먹을 때가 되었다. 변덕스런 날씨, 맵찬 꽃샘추위가 영향을 미친 듯 작년에 비하면 1주일가량 늦었다. 고창 기준이니 중부 지방, 강원도 산간까지 감안하면 향후 열흘 정도가 옻순을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09년도 첫맛을 본 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옻순을 먹고 있는 바 해가 거듭될수록 옻에 대한 면역능력이 증강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1주일가량은 이래저래 고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니 첫손가락으로 꼽자면 독특한 식감과 뛰어난 맛이다. 식감을 표현하자면 '사각사각', 맛을 표현하자면 '달콤 살벌'이라 할 것이다. 옻이 지닌 독성에 비하면 맛은 매우 순하고 달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람은 옻 오를 것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기에..
메밀국죽, 메밀음식의 새로운 경지를 보다.
메밀국죽, 메밀음식의 새로운 경지를 보다.
2013.04.30정선 사람들과 인연을 튼지 불과 수개월, 멧돼지사냥에 동강할미꽃에 갖가지 핑계를 대고 참 많이도 들락거렸다. 저게 밭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파른 경사지의 돌밭만이 즐비할 뿐 아직까지 논을 보지 못하였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산골사람 특유의 솔직담백함이 두드러진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고 먹는 음식 맛은 어떨까?콧등치기에 곤드레밥에 늘상 밤새 술을 푸고 속풀이로 먹어온 터라 맛에 대해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다만 함께 먹는 사람들의 "아~ 좋다!" 감탄사와 이마와 콧등의 땀을 훔쳐가며 맛나게 먹었던 기억만이 선명하다. 이번이라고 다르진 않다. 밤새 마신 술이 강력한 속풀이를 요구한다. 정선사람 늘 가는 식당에 전화하더니 "해줄 수 있느냐?"며 뭔가 특별한 음식을 주문하는 듯 하다. 정선사람 덕에 메뉴판에는 ..
아리아리 정선 꼬들꼬들 곤드레밥
아리아리 정선 꼬들꼬들 곤드레밥
2013.04.25곰취가 곤드레나물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왜 이렇게 알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곤드레나물은 고려엉겅퀴의 다른 이름이다. 정선 읍내 장터에서 곤드레밥을 먹는다. 지난번 콧등치기를 먹었던 바로 그 집. 콧등치기는 그날 이후 정선역앞 다른 집에서도 먹어봤는데 이 집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드레밥이 나왔다. 들기름일까? 찰진 밥에 윤기가 흐른다. 코를 스치는 풍취가 구수하다. 참기름보다 낫다. 수선스럽지 않은 밑반찬 몇가지와 양념장, 강된장이 함께 나왔다. 정선사람 말씀하시길 곤드레밥을 반으로 나눠서 양념장 절반, 강된장 절반 비벼먹으란다. 하! 대처 맛이 다르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가지 맛을 동시에 본다. 역시 토박이들이 제 맛을 안다. 서울에서 먹었던 곤드레밥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그윽..
곡우에 내리는 눈, 4월의 설경
곡우에 내리는 눈, 4월의 설경
2013.04.23올 날씨 참 변덕스럽다. 날씨가 미쳐부렀다. 곡우에 내리는 눈, 농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우스 농사짓는 농민들 온도 관리에 우왕좌왕하는 것은 둘째 치고, 꽃 피고 새 순 돋는 각종 과수농사는 어찌 될까? 일찍 심은 감자순 녹아 없어져버렸다는 소식, 이놈의 날씨 미쳐부렀는갑다는 탄식이 쏟아진다. 그런데도 라디오에서는 곡우에 비가 내려 풍년이 예고된다는 말만 나온다. 눈보다는 비 내리는 지역이 더 많으니 그러려니 해야 되나? 그런데 이날 경북과 강원 산간지방뿐만 아니라 충남 부여에도 눈이 내렸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심란한 이상기후에 직면해 있는지 심각하게 짚어봐야 한다. 그즈음 서귀포 사는 은일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한라산 봉우리에 눈이 허옇게 쌓였수다." 4.3 항쟁도 그렇고 이재수의 난도 그렇고..
아이폰 속 묵잘것 사진
아이폰 속 묵잘것 사진
2013.04.13먹기 전에 사진을 찍어두는 버릇이 생겼다. 다소 어둡고 좋지 않은 조건에서도 아이폰은 그럴싸한 사진을 남겨둔다. 전화기속 사진을 덜어내다 보니 목젖 땡기는 그림들이 여러장 있다. 굴풋하니 술 땡길때 보면 침 깨나 고이겄다. 운대가 맞아야 먹을 수 있는 신길동 껍데기집 쭈께미 딸기 바지락칼국수 동죽 이사하던 날 청국장, 막걸리 행복레스트호프 홍어찜, 밥 ㅎㅎ 맛 좋은 선운산 생막걸리 버섯구이 버섯구이쌈 게장주먹밥 머웃대무침 달롱개장 봄너물비빔밥 말강막걸리 정선 콧등치기, 곤드레막걸리 미나리, 민들레, 달롱개, 쑥국, 막걸리 묵은지, 젓꼬치, 갓지 해남 백반
봄밥을 묵자, 쓱싹쓱싹 봄을 비벼불자.
봄밥을 묵자, 쓱싹쓱싹 봄을 비벼불자.
2013.03.23한 2주만인가? 오랫만에 집에 와보니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 산수유나무 밑에 서니 부지런한 벌들 붕붕거리며 부산하다. 꽃샘추위 맵다 하나 봄은 봄이다. 각시는 울타리밑 마당 가상을 더듬어 봄나물 한양판에 양념고추장을 장만해놓고 나갔다. 막 올라오기 시작한 머웃대에 돌미나리에 약간의 쑥, 참나물, 돌나물 등이다. 갓 올라오는 머웃대는 쌩으로 그냥 무쳐먹기 좋을 때다. 양념장 두어숟가락 넣고 버무리 버무리 내가 했지만 참 맛나보인다. 밥 두어주걱 얹어서 쓱싹쓱싹 비볐다. 내 너를 '봄밥'이라 명명하노라. 알싸하면서 쌉쏘롬한 머웃대의 향이 기가 막히다. 아삭아삭 씹히는 돌미나리는 또 어떻고..이렇게 한 댓끼니 잇대면 몸 말고 맘이 살지겄다.
조선 최고의 홍어탕, 전주 속초홍어
조선 최고의 홍어탕, 전주 속초홍어
2013.03.15홍어탕을 가장 잘 끓이는 집은 어디일까를 묻는다면 전주에 있는 '속초 홍어'집이라는 것에 나의 미각을 걸겠다. 전주 완주군청 옆골목에 있는 속초 홍어집 홍어탕은 잘 삭힌 홍어의 맛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면서 일체의 잡맛이 없는 깔끔함을 자랑한다. 정말 맛있는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홍어를 사랑하시는 분들 전주에 가시거든 꼭 가서 드셔 보시라. 감히 조선 최고의 홍어탕이라 추천하는 바이다. 사진은 다소 맛없어 보이게 나왔으나 실상은 정말 맛있다. 삭힌 홍어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삭히지 않은 것을 주문하거나 반반 섞어 주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왕 먹는 홍어 잘 삭힌 것으로 주문해서 드셔 보시길 권한다. 아래는 홍어찜이다.
콧등치기
콧등치기
2013.03.02정선땅 무공해 사람들과, 술과, 의리를 아는 멋진 개들과 잘 놀고 먹고 쉬고.. 콧등치기 국수를 마지막 해장거리로 삼았다. 워낙 잘 알려진 정선의 대표음식이니 굳이 다른 설명은 필요 없겠고 맛 또한 먹어봐야 아는 것이니.. 다만 정선 막걸리에 아리아리~ 해진 탓에 면발이 콧등을 쳤는지 안쳤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거. 텁텁한 막걸리가 좋았던 것으로.. 겨울인지라 따뜻하게.. 일단 묵어봐야 맛을 안다는거. "아~! 좋다"를 연발하면서 먹었는데 사실 딱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리아리~ 정선 막걸리 탓이겠지. 빈그릇이 대신 말해준다. 맛있었노라고.. 수수부꾸미 정선말로 '노치'라 부르는 모양이다. 호남평야인 우리 동네에서는 찹쌀가루로 부꾸미를 만들었다. 어머니가 잘 만드셨는데.. 그러고 보니 정선에 와..
정선땅 주지육림
정선땅 주지육림
2013.02.26정선에서 2박3일, 술 참 많이 묵었다. 술뿐이겠는가? 못묵을 것도 많이 묵고.. 술자리에서 오간 대화들이란 또 어땠겠는가? 이 모든 것들을 다 옮길 수는 없겠고 그저 맨맛한 묵는 얘기나 하는게지. 멧돼지를 잡지는 못했으나 잡아논 멧돼지는 많이 묵었다. 멧돼지는 내장하고 쓸개 빼고는 묵을 것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뭐 막 잡았을때 야그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 할만큼 연한 안심은 생으로 묵어도, 살짝 구워묵어도 그지 없이 맛이 좋았다. 청양고추 초절임이 입안을 쾌적하게 달군다. 때깔은 이래도.. 갈매기살, 염통, 콩팥 등이 맛있다. 속없이 침이 고인다. 요거는 뭐이까? 멧돼야지 갈비는 아니다. 송어회는 이렇게 회평으로 무쳐묵고.. 남은것은 튀겨묵고.. 뻭따구와 대가리는 탕으로 묵고.. 느타리버섯탕이 익어..
돼야지 몰러 나간다~ 멧돼지 사냥을 나간다.
돼야지 몰러 나간다~ 멧돼지 사냥을 나간다.
2013.02.2690년대 후반 11월이었을 거이다. 민둥산을 가겠다고 서울에서 농민대회를 마치고 정선으로 냅다 튀었던 뒤로 두번째 밟아보는 정선땅. 일을 벌이려면 큰일을 치르고 난 직후가 좋다. 전농 대대를 마치고 간단한 뒷마무리 끝에 곧장 정선으로 달려가 2박3일을 머물렀다. 동강가 귤암리에 도착하니 밤 11시, 얼마나 깊은 산중에 들어왔는지조차 가늠이 안된다. 밤을 새워 술을 푼 탓에 예정된 시각을 훌쩍 넘겨 정오가 지나고서야 예정된 돼야지몰이가 시작되었다.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신동읍 매화동, 말이 동네지 이건 뭐 집들이 십리에 한칸씩이나 있다. 밭이라고 흙보다 더 많은 돌이 구르고 있는가 하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경사지도 밭이라고 일군 흔적들이 있다. 그래도 농사는 잘 된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양지에는 ..
이과두주..
이과두주..
2013.02.20짜장면에 이과두주 두병 묵고.. 저렴하게 묵었는데.. 신들린 듯 장작을 뽀개부렀다. 날 저무는지도 모르고.. 아들놈이 고생했다. 술도 안묵고 자~알 탄다. 아 따솨. 술이 깨니 온 몸이 뻑적지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