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초승달
초승달
2020.12.24가창오리 보겠다 논두렁 타고 넘어 논바닥 가로질러 당도한 저수지 가상, 오리 떼는 뚝방 너머 들판으로 맥없이 사라지고 해 넘어간 붉은 자리 그 하늘가로 초승달 하나 담박질 치고 있더라. 비로소 드러난 자신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로 만든 음식들
무로 만든 음식들
2020.12.20웃집 아짐 우격다짐으로 무를 던져놓고 갔다. 이걸 또 언제 다 먹나?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아무래도 집에서 밥을 자주 먹어야겠다. 해본 적 없는 무 요리의 새로운 지경을 개척하면서.. 참고할 요리 방안이야 널리고 널려 있으니.. 가장 먼저 끓인 것은 쇠고기 황태 뭇국. 이름 그대로 쇠고기와 황태와 무를 함께 넣고 끓이면 되겠다. 쇠고기, 황태, 무에 간장 살짝 치고 볶다가 물을 붓고 끓였다. 한데 간장을 과하게 부었다. 하여 오직 간장만으로 간을 가름해야 했다.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첫 번째 시도.. 이번엔 돼지고기 뭇국, 더러 돼지고기로도 뭇국을 끓이나 싶어 인터넷을 뒤지다 찾았다. 제주도 토속 음식이라는 말에 솔깃, 나는 질박한 제주도 음식을 좋아한다. 제주도 방식의 핵심은 밀가루를 물에 개..
흥덕 아리산 홍어탕
흥덕 아리산 홍어탕
2020.12.17아리산은 본래 중국집이었다. 중화요리를 작파하고 한식으로 바꾼 지 오래, 그간 여러 가지 음식을 선보였지만 과히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올여름부터였는지 홍어탕이 좋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다. 최근에는 아리산 홍어탕을 찾는 단골층이 더러 생기기도 한 모양이라. 그간 몇 차례 가서 먹어본 바 그 맛이 일정하고 변함이 없더라. 아리산 홍어탕은 투박하다. 잘 삭힌 홍어에 무, 배추, 고춧가루.. 그리곤 잘 모르겠다. 한데 그 맛이 훌륭하다. 뜨거운 콧김을 유발하는 홍어 특유의 맛과 향은 물론이거니와 몹시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홍어탕 특유의 거품이 마구 일어난다. 소주 한 잔 곁들여 밥 한 공기 뚝딱.. 입천장이 훌렁 벗겨지기도 하지만 홍어탕에 덴 입천장은 쉬이 회복되니 과히 걱정할 일이 아니다..
순창 구림식당 시래기 해장국
순창 구림식당 시래기 해장국
2020.12.15토박이 순창 사람이 가는 식당, 아침 일찍 문을 열어 좋고 맛이 있어 좋다 하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우리는 해장이 필요해. 실가리국(시래기해장국)을 주문한다. 구수하고 깊은 맛, 어떻게 끓이면 이런 맛이 나지? 심지어 추어탕 맛이 나기도 하여 추어탕도 하는지 살폈지만 메뉴판에 없다. 좌우튼 해장에 딱이다. 순창에 가시거든 찾아가 잡솨보시라. 순창군청 가까이 천변에 있다.
수두리보말 칼국수
수두리보말 칼국수
2020.12.12여기는 제주도, 사람 맛으로 술을 마신다. 밤사이 적잖이 달렸다. 해장이 필요해.. 나는 밀가리것으로 속을 푼다. 수두리보말 칼국수, 수두리 보말이 어디냐 묻지 마시라. 지명이 아니다. 그러니 띄어 쓰면 안된다. 곶자왈에 속고, 수두리에 속고.. 수두리나 보말이나 그것이 그것, 나의 무지를 탓할 일이다. 제주 섬 사람들이야 어찌 구분하겠지만 나한테는 내나 갯고동일 따름이다. 중문에서 제일 잘 한다는 원조 집에서 먹었다. 속이 확 풀린다. 아침부터 손님이 줄을 잇더라.
미역국
미역국
2020.12.10미역국을 몇 차례 끓여봤는데 이렇게 끓이는 게 젤로 맛나더라. 쇠고기 적당량 썰어 들기름 치고 볶는다. 다진 마늘 한 숟갈 넣고 간장 쳐가면서.. 반 나마 익었다 생각되면 물에 불린 미역을 넣고 좀 더 볶다가 물을 붓는다. 소금으로 부족한 간 맞추면 끝, 팔팔 끓인다. 매운 거 좋아하니 청양고추 좀 썰어 넣었다. 추석 무렵 한우협회에서 보내준 쇠고기, 땡땡 얼었더도 결을 찾아 칼질하니 잘 썰어지더라. 조도에서 가져온 자연산 돌미역, 물에 담가 잠시 불리면 금방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생생해지더라. 깊은 맛이 난다. 하도 맛이 좋아 두 끼니 연속 끓여 먹었다. 한 번은 밥상, 또 한 번은 술상..
장흥 도깨비방망이 닭도리탕
장흥 도깨비방망이 닭도리탕
2020.12.06고2 때쯤이었던지.. 형과 함께 장흥에 갔더랬다. 그것도 정초에.. 난생처음이었는데 딱 세 가지 기억이 남아 있다. 읍내를 관통해 흐르던 탐진강, 강 건너 산 중턱 며느리바위와 그에 얽힌 전설, 멋모르고 떠먹었다 곤욕을 치른 매생이 떡국. 그 후 30여 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최근 몇 년 사이 이래저래 꽤 자주 오가는 고장이 되었으니.. 어제는 산에 못 가는 대신 "장흥이나 가자" 하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산에는 왜 가지 못했는가? 발 병이 났다. 틀림없는 족저근막염, 적절한 치료대책이 필요하다. 장흥에서는 뭘 했을까? 몇 차례 자리를 옮겨가며 여러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음식과 다량의 술을 마셨다. 그중에 하나 기억에 남길만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닭도리탕'이다. 맛을 잘 아는 냥반..
짤막한 제주 여행
짤막한 제주 여행
2020.11.30제주는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마침 전농이 제주에서 '농민 기본법' 토론회를 열었다. 다른 볼일까지 끼워 넣어 제주로 달린다. 맨 처음 당도한 곳은 김경훈 시인의 농막, 시인은 키우던 청계를 두 마리나 솥단지에 넣었다. 민중가수까지 동석하여 술자리는 금세 달아올랐다. 막걸리에 담금주까지 마셨다는데 나는 소주 단계에서 기억이 끊겼다. 앉은 자세 그대로 자다 쓰러졌다는.. 시인이 끓여준 떡국으로 속을 풀고 따라비 오름으로.. 토론회 장소가 표선이다. 가방을 둘러메는데 뭔가 허전하다. 하이고~ 렌즈만 챙기고 카메라를 두고 왔다. 이 무슨.. 갈수락 큰일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화기 속 사진기가 있으니.. 따라비오름 끝자락 무덤가 작은 동자석이 망자의 영혼을 지키고 있다. 하루가 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아..
우럭젓국
우럭젓국
2020.07.09왠지 속이 허하여 뭔가 보가 될만한 묵직하고 시원한 국물이 간절하다. 냉장고 속에서 늙어가는 우럭포가 생각났다. 지난 설 무렵 보성 율포에서 사다 둔 것이다. 서산 특급 요리사로부터 전수받은 대로 재현하기 위해 애썼다. 애호박과 자그마한 배추 한 포기 사 왔다. 현미 박박 문질러 어거지로 쌀뜨물 받아 날카로운 지느러미 제거한 우럭포 넣고 호박, 배춧잎, 다진 마늘, 청양고추 등을 넣어가며 끓인다 팔팔.. 대가리를 꼭 넣으라는 말 잊지 않았다. 새우젓 넣어 간을 맞추고 불을 살짝 줄여 진득하게 끓였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길 기다리지만 썩 우러나지 않는다. 파 썰어넣고 끝.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대략 만족.. 국물이 시원하긴 하지만 기대했던 묵직한 맛은 우러나지 않았다. 우럭포에 문제가 있나? 우럭포가 아..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
2020.07.06한밤중에 배가 고파, 난데없는 떡볶이에 꽂혀..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에 착수한다. 재료는 충분하다. 냉장고에서 늙어가는 떡국 떡을 한 주먹, 두 주먹.. 물 낙낙히 붓고 불을 켠다. 고추장, 조청, 고춧가루, 간장을 취향과 입맛에 맞게 투여한다. 마늘, 대파, 청양고추도 빼놓을 수 없다. 워낙 익숙하고 친근한 음식인지라 요리에도 거침이 없다. 잘 되얐다. 실패하는 것은 늘 양 조절이다. 문제는 식탐, 나이와 식탐은 반비례하는가 비례하는가?
표고버섯 들깨 파스타
표고버섯 들깨 파스타
2020.06.14장 본지가 언젠지.. 있는 걸로 해 먹기, 오늘은 파스타. 표고버섯 세 개, 청양고추 한 개, 들깻가루 다량, 올리브기름이 없어 들기름으로.. 1. 면을 삶는다. 2. 후라이팬에 들기름 두르고 표고버섯 먼저 3. 면을 투여하고 뒤적거리다 면 삶은 물을 적당량 붓고 들깻가루 4. 베트남 쌀국수 소스 적당량 5. 청양고추 썰어 넣고 끝 맛 죻타!
우렁이 된장볶음
우렁이 된장볶음
2020.01.23얼마 전 공력 높은 호래비 집에서 하루를 묵고 받은 아침밥상. 그 밥상에 볶은 된장이 있었다. 어찌 만드는가 물었다. 우렁이, 멸치, 청양고추, 들기름.. 물 쩨까 넣고 볶으면 된다 했다. 그처럼 간편한데 이런 맛이 나온단 말인가? '나도 해 먹어야겠다', 가슴에 새겼다. 우렁이살 사놓고 집에서 밥 먹을 날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드디어 나도 된장을 볶았다. 물이 약간 많아 지졌다 말해도 별반 그르지 않겠다. 멸치 다듬어 우렁이살, 다진 마늘, 달군 뚝배기에 들기름 쳐 살짝 볶다 물 자작하게 붓고, 된장 퍽퍽 퍼 넣고 달달 볶는다. 적당한 시기에 대파, 청양고추 댓 개 썰어넣고 들들 볶는다. 들기름 좀 더 치고 끝, 맛을 봤다. '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내 오늘 이걸 끝내 다 먹고 말지.. 반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