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베트남 메밀국수
베트남 메밀국수
2019.07.09여름은 국수의 계절, 요건 무슨 국수일까? 메밀 생면에 베트남 쌀국수 국물, 청양고추에 고추냉이. 메밀 생면을 팔더라. 그런데 딸려오는 소바 국물이 형편없다. 직접 제조하자니 번거롭고 실력이 안되고.. 베트남 쌀국수도 팔더라. 딸려오는 소스가 제법 훌륭하다. 그런데 쌀국수는 삶는 과정이 번거로워.. 해서 이 국수가 만들어졌다. 라면보다 빨리 삶아지는 메밀 생면, 고수 향 은은한 베트남 국물이 궁합이 잘 맞는다. 맛나다. 그리고 간편하다. 그래서 좋다.
꼴뚜기볶음
꼴뚜기볶음
2019.06.04나는 꼴뚜기를 매우 좋아한다. 어린 시절 멸치에 섞인 꼴뚜기를 골라먹자고 상자 채로 엎어놓고 뒤지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정작 꼴뚜기를 한 번도 양껏 먹어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꼬록젓은 상에 자주 올렸으나 단 한 번도 꼴뚜기 반찬을 만들어준 적이 없다. 망둥이 따라 뛰는 꼴뚜기처럼 살지 말라는 가르치심이었을까? 하지만 어머니는 친구들 도시락 반찬 속 꼴뚜기를 내 얼마나 탐했던 지 모르셨을 것이다. 엊그제 장 보러 갔다 눈에 띈 꼴뚜기를 한 봉다리 사 왔다. 어떻게 해 먹는 건가 살펴보니 물에 불려 깨끗이 한 후 양념장 치고 볶아 먹으면 되겠더라. 하라는 대로 했다. 다만 번거로운 공정을 보다 단순화했다. 불린 꼴뚜기 건져 물기 대충 짜내고 기름 두르고 다진 마늘 넣어 볶다가 간장 알맞게 치고 다진 고추,..
황태국에 법성토종
황태국에 법성토종
2019.05.21황탯국을 끓인다. 멸치, 황태, 양송이, 마늘, 계란, 양파, 청양고추, 대파.. 순서대로 적당 시간씩 팔팔 끓인다. 나는 모든 요리에 마늘, 양파, 청양고추, 대파를 넣는다. 오래된 새우젓, 고개미젓 혹은 세하젓, 아닐 수도 있고.. 얼마나 오래된 건지 알 수 없다. 이걸로 간을 하니 국물 맛이 예술이 되네. 소금, 간장으로 간한 것과는 다른 칼칼하고 씨원한 맛을 낸다. 요것이 핵심이다. 스무 살 먹어가는 오래된 법성토종 반주 삼아 밥 한 그릇 뚝딱.. 법성토종은 오래돼서인지 독특한 향이 많이 순화되었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 부드럽게 넘어가 뱃속 깊은 곳에서 불꽃으로 타올라 뱃구레를 후끈하게 달군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2019.03.27산에는 눈이 나리고 들판에는 된서리가 쳤다. 그렇다 한들 오는 봄을 어찌 막을소냐? 된서리 맞은 목련에 상흔이 남았다. 그래서 더 곱다. 꽃샘추위는 오는 봄을 더욱 값지게 할 따름이다. 미선나무는 우리 누이 닮은 꽃을 피웠다. 개화 기간이 짧고 다소곳해서 아차 하면 내년을 기약해야.. 토종민들레는 단아하다. 굳이 꽃받침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개불알풀, 그 이름이 상스러워 점잖은 양반들은 봄까치꽃이라 부른다더라. 꽃 지고 맺힌 열매를 봐야 그 이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너는 여태 안가고 뭇 허냐? 여그서 살래? 산수유는 오래 간다. 남보다 먼저 봄을 밝혀 눈도 맞고 서리도 맞았지만 여전히 꿋꿋하다. 짝을 찾으시나? 장서방 시선이 아련하다. 꿩꿩 장서방 너의 집이 어딘가이산저산 넘어서 솔밭집이 ..
페루 산삼 마카 얼지
페루 산삼 마카 얼지
2018.11.18남미(페루)의 산삼이라 일컬어지는 마카, 인터넷 세상에 그 효능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유난히 강조하는 것은 남성 성기능에 관한 것이지만 나는 잘 알 수 없다. 나는 다만 고추냉이 닮은 알싸한 매운맛을 좋아할 따름이다. 매운맛에 광적인 나는 음식을 매운 것과 안 매운 것 두 가지로 분류한다. 무쳐먹을 요량으로 공음 마카 농사꾼한테 가서 어린 마카를 얻어왔다. 이 농사꾼은 고집이 있어 농약도 안 치고.. 연장 쓸 것도 없이 손톱으로 훑어 뿌리를 다듬고 전잎 뜯어냈다. 씻으면서 통째로 우걱우걱 몇 뿌리 씹어 먹는다. 매움한 맛이 좋다. 많이 먹으면 설사한다는데 그런 거 한 번 해봤으면 쓰겄다. 얼지라 할 것도 없다.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들지름을 제각각 쓰임새에 걸맞은 양만큼 넣고 잘 버..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실가리 된장국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실가리 된장국
2018.11.13웃집 아짐 후타리 너머로 애타게 부르더니 막 건져낸 실가리 한 보따리, 된장 한 양판을 건넨다. 된장은 두고 먹는다 치고 실가리는 언제 다 먹는다냐.. 일단 한 댓새는 실가리 된장국으로 밀고 나가야겄다. 실가리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공력이 들어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허나 실가리 된장국은 무척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실가리 잘게 썰어 한 뚝배기 빡빡하게 넣고, 된장 아까라 말고 한 숟갈 듬뿍. 오로지 된장만으로 간을 맞춘다. 다진 마늘 적당히, 청양고추 양껏 투여. 끝. 무슨 육수 따로 낼 것 없이, 다른 양념 없이 이렇게만 해도 충분히 맛나다. 본연의 맛에 충실한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실가리 된장국. 한그럭 뚝딱, 남김없이..
문수사 단풍놀이
문수사 단풍놀이
2018.11.04오래된 기억을 추억으로 공유하는 옛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내장산 갔다 고창에 왔노라고, 짱어 맛난 집 갈챠도라고.. 덕분에 짱어 한 점 얻어묵고 답례차 문수사 단풍을 구경시켰다. 내장산 단풍은 사람 구경, 진짜 단풍 구경은 문수사가 제격이다. 문수사는 수백년 묵은 애기단풍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란디 문수사 단풍, 아직 덜 익었더라. 다음주는 돼야 절정에 이르겠더라. 절정을 맛보시려거든 후지 오시라. 문수사에 가시거든 이 냥반은 꼭 뵙고 오시라. 엷은 미소 머금은 듯 만 듯 사람 마음 어루만지는 재주를 지닌 문수보살님이시다. 이 친구 내오간에 곱게, 차분히 늙어가더라. 단풍보다 더 곱더만..부도전 가는 길, 이 길은 지금 막혀 있다. 참 좋은 길인데.. 부도전을 개방하라! 개방하라!
가을 붕어찜
가을 붕어찜
2018.09.11여름 끝자락, 아니 인자 가을이다. 하늘로만 오르던 능소화 더 이상 오를 곳 없고, 저녁노을은 붉게도 탄다. 어젯밤 꿈에 나오신 어머니, 부석짝 허적이며 군불 때셨다. 완연한 가을이다. 농민 총회 준비하고 치르느라 고생한 영태가 홀연히 장비 챙겨 밤낚시를 다녀왔다. 4짜 넘는 것들 다 떨키고 33짜리 겨우 하나 건졌다고.. 어머니 해드리락 해도 기필 나를 줬다. 손질하면서 꼬랑지 쳐부렀더니 영 볼품없다. 꼬랑지는 남겨둬야제 못쓰겄다. 삐친 듯 보이던 붕어가 손질해 놓으니 슬퍼 보인다. 둠벙 속 물고기 건져 올리는 데는 귀신인 동네 형님, 물고기 지지는 데도 타인의 추종을 불허한다. 동네 사람들은 이 냥반 돌아가시면 둠벙 속 물고기들 잔치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 형님 붕어 한 마리 얻어왔는디요. - 먹..
태풍의 선물
태풍의 선물
2018.08.24긴장 속에 맞이했던 19호 태풍 솔릭은 상처 대신 선물을 주고 갔다. 비가 많이 왔으나 큰비라 할 수 없고, 바람 꽤나 쳤으나 된바람이라 할 수 없다. 폭염 또한 물러날 것이라 하니 선물도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나를 위주로 하는 말이니 보편타당하지 않다. 태풍전야, 22일의 저녁노을23일 오전, 집 앞 전나무밤 사이 태풍이 고요히 지나갔다. 들판은 무탈하다. 쫄아든 저수지에도 물이 차오르겠지..뙤밭 물주기도 이제 졸업이다. 밤사이 메밀싹이 올라왔다. 파종한지 열흘이 넘었다. 늦어서 어떨지 모르겠으나 좌우튼 싹이 텄으니 되얐다. 지가 늦게 올라온 만큼 서둘러 크것지. 우리집 껄맠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여럿 있었다. 오동나무 2주, 은행나무 암수 각 1주, 전나무 3주.. 이 전나무는 수차에..
파프리카 볶음
파프리카 볶음
2018.07.20파프리카를 왈칵 좋아하지 않는다. 맵지 않은 탓이다. 공으로 생겼으니 먹는다. 분명히 복숭아로 알고 받아왔는데 둔갑했다. 덕분에 냉장고 속에서 늙어가던 식재료들이 여럿 해방되었다. 파프리카 세개, 멧돼지고기 약간, 감자, 양파, 대파가 들어갔다. 멧돼지고기 누린내는 법성 토종소주로 말끔히 잡았다. 알콜이 누린내를 죄댜 붙들고 날아가버리는 모양이다. 오래되어 다소 눅은내 나는 들기름을 둘렀지만 나쁘지 않다. 간은 굵은소금과 간장으로 맞촸다. 청양고추가 없는 것이 옥의 티, 매운 파프리카가 있다면 겁나 사랑할텐데..얼마만의 집밥인지 헤아릴 수 없다.
새
새
2018.07.16폭염, 햇볕 아래 서 있기가 힘이 든다. 하늘은 푸르고 높다. 마치 가을 하늘.. 그 하늘에 벌매 한마리 떠다닌다. 그 그늘 아래 쉬고 싶다. 저 청한 하늘 흰 구름 왜 나를 울리나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마지막 살의 그리움 피만 흐르네 더운 여름날 썩은 피만 흐르네 함께 답세라 아 끊없는 새하얀 사슬소리여 낮이 밝을수록 어두워가는 암흑속에 볕발 청한 하늘 푸르른 저 산맥 넘어 멀리 떠나가는 새 왜 날 울리나 눈부신 햇살 새하얀 저구름 죽어 너되는 날의 아득함 아 묶인 이 가슴
메밀국죽
메밀국죽
2018.05.14밥 묵을란디 쌀이 떨어졌다. 기함할 지경인데..하지만 나에겐 메밀쌀이 있다.작년 이맘때쯤이었던지, 재작년인가?정선에 갈 때마다 메밀국죽 노래를 불렀더니 정선 사람 메밀쌀을 한봉다리 싸줬더랬다.좌우튼, 기억을 더듬어 맛을 재현해보는디.. 잘 될랑가 모르겄다. 먹어본 지 오래다. 멜치 넣고 물 끓이다가 메밀쌀 넣고 된장 풀고 고추장 풀고..고추장은 시늉만 했을 뿐인데 때깔을 장악해부렀다. 팔팔 끓이다가 청양꼬치 댓개 쓸어넣고, 씹는 맛 있으라고 황태 째까 찢어넣고 조미료 대신 김치 넣고 대파 쓸어넣는다. 또 팔팔 끓이는데 아뿔싸 물이 쫄아든다. 이러다 죽 되겄다. 명색이 메밀국죽인데..국과 죽의 경계에서 오묘한 줄타기를 한다. 퍼노니 그럴싸한데 짐이 안나서 차가워보인다.사진이라는게.. 실상은 뜨겁다. 싸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