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우렁이 된장볶음
우렁이 된장볶음
2020.01.23얼마 전 공력 높은 호래비 집에서 하루를 묵고 받은 아침밥상. 그 밥상에 볶은 된장이 있었다. 어찌 만드는가 물었다. 우렁이, 멸치, 청양고추, 들기름.. 물 쩨까 넣고 볶으면 된다 했다. 그처럼 간편한데 이런 맛이 나온단 말인가? '나도 해 먹어야겠다', 가슴에 새겼다. 우렁이살 사놓고 집에서 밥 먹을 날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드디어 나도 된장을 볶았다. 물이 약간 많아 지졌다 말해도 별반 그르지 않겠다. 멸치 다듬어 우렁이살, 다진 마늘, 달군 뚝배기에 들기름 쳐 살짝 볶다 물 자작하게 붓고, 된장 퍽퍽 퍼 넣고 달달 볶는다. 적당한 시기에 대파, 청양고추 댓 개 썰어넣고 들들 볶는다. 들기름 좀 더 치고 끝, 맛을 봤다. '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내 오늘 이걸 끝내 다 먹고 말지.. 반주 한..
아바나 거리 풍경
아바나 거리 풍경
2019.12.31연수단 일정은 농업기관, 단체 혹은 여러 가지 형태의 농장 방문이 주를 이룬다. 농산물 시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장거리 이동 도중 대규모 국영농장 지대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우리는 쿠바의 농업 현실을 빠르게 이해하고, 농민들의 형편과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특별히 쿠바의 농산물 가격결정 구조를 파악하고 여기에서 국가와 당, 농민단체, 생산농민이 각기 어떠한 지위를 점하고 기능하는지에 관심을 집중했다. 나머지 시간이야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처음 가보는 이국의 거리는 그 자체로 호기심 가득한 관광지. 일상의 모습이야 사람 사는 것이 다를 바 없다. 어딘가를 부지런히 오고 가고.. 헤밍웨이가 낚시를 즐겼다는 곳, 그곳에서 우리는 거리의 음악가들을 만났다. 유쾌한 사람들, 느닷없이..
Yo Soy Fidel!
Yo Soy Fidel!
2019.12.30쿠바 연수 사흘째인 11월 25(2017년)일은 피델 카스트로 서거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한 그 어떠한 사회적 분위기도 감지할 수 없었다. 11월 24일 혁명광장, 깊은 생각에 잠긴 호세 마르티가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Voy bien Camilo?. 까밀로, 나 지금 잘하고 있어? Vas bien Fidel. 잘 하고 있어, 피델 까밀로 시엔푸에고스는 혁명 이후 토지개혁을 주도했다. Hasta la Victoria Siempre 아바나 대학 교정, 학생들이 정부군으로부터 노획한 장갑차(1957년)가 전시되어 있다. 치열하게 싸웠나 보다. 어라 무슨 행사하나? 내일이 피델 서거 1주기가 되는 날이라는 걸 여기에 와서 비로소 알게 됐다. 무대를 꾸미고 의자를 배치하고, 무대 ..
아바나의 밤
아바나의 밤
2019.12.29연수 이틀째 식물방역 연구소, 관광농장, 한인회관, 아바나 대학 등을 방문했다. 연수단 공식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오직 관광객이 되어 아바나의 밤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어가 봐야 얼마나 들어갔겠는가? 좌우튼 가긴 했다. 여기가 카리브핸가? 해적들이 출몰하던.. 돛단배 한 척, 그림 같다. 밤에 저기에 간다 했다. 뭐라 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알 수 없다. 할랑 할랑 걷기 좋더라. 빨리 걸으면 땀난다. 낮에는 저 짝에 있었겠지. 여기서 대포도 쏘고 뭔가를 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가 보다. 약간은 번잡하면서도 한가로운 분위기가 좋았다는.. 우리는 무슨 클럽같은데로 이동했다. 자정 무렵이 돼야 문을 연다던가.. 나래비 선 손님들이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심야에 들어가 새벽..
Hasta la Victoria Siempre!
Hasta la Victoria Siempre!
2019.12.27어떤 사람 쿠바 간다는 자랑질에 생각났다. 그래 나도 쿠바에 갔었는데.. 어느새 3년이 지났다. 강렬했던 쿠바의 기억도 이제는 남은 것이 별로 없다. 쿠바는 먼 나라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쿠바에 다녀와서 3개의 글을 썼다. [쿠바연수1] 쿠바는 굴하지 않는다. 얼마 전 쿠바에 다녀왔다. 그새 보름을 넘어 한달이 되어간다. 누가 말해줬다. "가슴 속에 느낌이 살아 있을 때 메모라도 해놓게. 기억력은 시간 따라 바래고 기억은 편집되는 거라네." 이 말씀을 단단히 새겨들었.. nongmin.tistory.com [쿠바연수2] 쿠바의 전봉준, 조선의 호세 마르티 쿠바로 연수를 가자니 쿠바에 대해 아는 게 너무나 없었다. 오래 전 건성으로 읽었던 쿠바혁명사는 머리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고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
가을 호박
가을 호박
2019.10.11뙤밭에 호박이 넝쿨째.. 내 진즉 걷어낼까 했으나 밤톨만이나 한 애호박 키워 묵자 하고 내비뒀다. 제법 컸다. 오늘 점심은 호박이다. 호박에는 새우가 잘 어울린다. 새우, 마늘, 양파, 엊그제 따온 노루궁뎅이버섯 넣고 팔팔 끓인다. 아쉽게도 청양고추가 없다. 오직 새우젓, 간을 맞춘다. 강된장을 만든다. 넣는 것은 내나 같다. 마늘, 양파, 된장, 노루궁데이, 물, 거기에 쇠고기 , 북어 약간.. 어지간히 넣을만한 것 다 넣고 졸인다. 뚝딱 한 상 잘 처려졌다. 깊어가는 가을 애호박에 호박잎으로 한 끼를 잇댄다.
능이, 송이, 버섯 산행
능이, 송이, 버섯 산행
2019.10.10버섯 따러 가자는 친구 성화에 길을 나섰다. 모후산과 백아산이 앞뒤에 있는 곳, 화순 사람한테 물어서 갔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순전 못 먹는 버섯뿐, 발길은 그저 능선으로만 향한다. 버섯 산행 체질이 아닌 모양이다. 태풍 뒤끝 하늘이 몹시 어둡다. 주둥패기 노란 해서 새낀가 했더니 살모사 중에 가장 흔한 쇠살모사라네. 여기서 '쇠'는 작다는 의미가 되겠다. 가을은 독사의 계절,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친구가 딴 능이를 전리품으로 나눈다. 나는 세 송이.. 이번에는 걸음을 멀리 잡았다. 강원도 정선, 정선에서도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한참을 이동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데 강원 영동, 그중에서도 북쪽, 여기만 비가 안 온다. 난생처음 땅에 박힌 송이도 보고.. 구절초 흐드러졌더라. 노루궁뎅이는..
황태호박국
황태호박국
2019.09.08"아이 후타리 호박 좀 따다 히 먹으란 말이.." 시시때때로 실가린나 뭇나 후타리 너머로 챙겨주시는 웃집 아짐 애원하다시피 신신당부한다. 차마 외면할 수 없어 태풍을 무릅쓰고 어덕을 기어올라 하나 따왔다. 무엇을 해 먹을꼬 하니.. 뚝배기에 물 받아 멸치, 마른 새우, 황태 넣고 뚝배기 달구다가 애호박 나박나박 썰어 넣고 팔팔 끓인다. 다진 마늘 양껏, 간은 오로지 곰삭은 새우젓으로.. 양파 반쪽 썰어 넣고 다 끓였다 싶을 때 청양고추, 대파 투척하고 마무리. 황태 호박국 되시겄다. 시원하고 좋다. 애호박찌개는 저리 가라 하네.
몽골, 밤하늘 별사진
몽골, 밤하늘 별사진
2019.08.10몽골에 가거든 꼭 별 사진을 찍어오라는 딸래미의 부탁이 있었다. 별 사진은 한 번도 안 찍어봤는데.. 인터넷을 뒤져 대략 머릿속에 넣어두었다. 첫 번째 근거지에서 시도하다 포기했다. 뭘 잘못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인터넷도 안되고 춥기도 하고.. 두 번째 근거지 마지막 밤 양 한 마리 잡아먹고 바라본 밤하늘에 별이 총총,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재도전.. 사진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ISO를 높이고 후보정을 위해 RAW 촬영 모드로 전환. 밝은 불빛을 겨냥해 촛점을 맞춘 후 수동 초점으로 전환. 조리개, 셔터 속도 모두 수동모드로 전환. 사진기를 전화기와 와이파이로 연결해서 원격 조종. 세상 참.. 삼각대가 없으니 지형지물을 이용해 구도를 잡아 사진기를 땅바닥에 고정시킨다. 근데 왜 별이 안찍히지..
몽골, 양 잡아먹던 날..
몽골, 양 잡아먹던 날..
2019.08.09몽골은 지금 우기라 했다. 거의 매일 잠깐이라도 비가 내리거나 내리려 했다. 하지만 그 양이 하도 적어 우기라 우기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 그런데 이 날 하루는 많은 비가 내렸다. 하필 양 잡어먹는 날.. 늑대 찾아 헤매다 돌아오는 길, 근거지에서는 양고기 먹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찾아왔다. 십리에 하나나 있을까 말까 한 인근 주민들이겄지.. 우리가 손님인데 도리어 손님을 맞는다. 말 위의 몽골인들은 정말 멋지다. 멀리 사라져가는 매혹적인 뒤태에는 정말이지 반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빗방울은 더욱 굵어지고.. 아~ 분위기 죽인다. 술을 먹기도 전에 우리 술꾼들은 이미 취하기 시작했다. 아침나절 양은 이미 잡아놓았다. 목줄 따 피 받고, 내장 들어내고, 가죽 벗겨 몸통을 분리하는 전 과정에 ..
몽골 풍경
몽골 풍경
2019.08.08몽골에 다녀온 지 어느새 두 주가 되어간다. 마음의 여독을 추스르지 못해 한 주가 덧 없이 가버리고, 뒤늦은 후회 속에 미뤄둔 농사일 제끼느라 쎄가 빠진다. 농민회 일도 그렇고.. 이래 저래 몽골의 기억은 아스라한 추억으로 산화하기 일보 직전에 있다. 편집된 기억의 조각들만 떠다니기 전에 뭐라도 끄적여둬야 하겠다. 드넓은 땅덩어리, 고작 한 주, 내가 가본 곳이라곤 몽골 중앙부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몽골의 풍경은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압도적인 광활함이 지배한다. 허나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오름 많은 제주의 중산간을 뻥튀기해놓은 듯도 하고, 수목한계선을 넘어 백두고원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했다. 어중간한 렌즈로는 몽골 풍경을 감당할 수가 없겠더라. 하여 대부분의 풍경 사진은 전화기에 부착된..
여우가 온다.
여우가 온다.
2019.07.30난생처음 몽골에 다녀왔다.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금 뭐라도 기록을 한 가지는 남겨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몽골의 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그런만큼 사진도 많고 할 말도 많고.. 무엇보다 자신의 무용담을 중심으로 자랑거리를 늘어놓는 것이 사람인지라 내가 만난 여우 이야기를 먼저 풀어야겠다 마음먹는다. "늑대 보러 간다" "늑대 이빨을 뽑아오겠다" 큰소리 쳤지만 그 꿈이 실제 실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늑대가 실제 살고 있는 곳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실로 가슴 뛰는 일이었다. 이런 내가 숨소리조차 들릴만한 지근거리에서 여우를 대면하게 된 것은 최현명('늑대가 온다' 저자) 선생의 현명한 영도에 따른 것이다. 그분의 가장 큰 지침은 "혼자 다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지침에 철저히 따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