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검은멧새
검은멧새
2013.02.11새를 보아온 경력이 짧은 나로서는 검은멧새가 얼마만큼 보기 힘든 녀석인지 잘 모른다. 다만 새로운 녀석이니 근처에 간 김에 꼭 보고자 했을 뿐이다. 여느때처럼 나중에서야 안다. 무지 보기 힘든 녀석을 본 것이로구나..검은멧새는 우리나라에 정기적으로 도래하지 않고 간혹 나타나는 미조로 기록되어 있다. 시베리아흰두루미에 검은멧새에 제주에는 길잃은 녀석들이 여럿이구나 싶다. 수목원에는 다양한 새들이 오며 가며, 혹은 붙박이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보니 사람들에 대한 경계가 심하지 않다. 수목원에 도착하자마자 본 녀석이다. 노랑턱멧새와 어울려 서너마리가 빠르게 바닥을 옮겨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몸 전체가 거의 검다시피 한 수컷만 검은멧새로 머리속에 입력하고 있었기에 녀석을 알아보지 ..
설맞이 특선 가창오리 군무
설맞이 특선 가창오리 군무
2013.02.10해남으로 내려가 월동하던 가창오리가 동림 저수지로 옮겨왔다. 한 보름 전쯤 다시 왔다 하는데 그 수가 줄었다 불었다 한단다. 초대형 군무는 아니지만 어제에 비해 오늘은 제법 성의를 다해 군무를 펼친다. 설맞이 특선 공연이라도 하는 듯하다. 하지만 배경지는 어제가 좋았는데..
홀로 겨울을 나는 시베리아흰두루미
홀로 겨울을 나는 시베리아흰두루미
2013.02.09제주에서 겨울을 나는 시베리아흰두루미는 사람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다. "왔으니 보고 가쇼!" 하듯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옆에서 태연자약하게 갈대인지, 줄인지 풀뿌리를 캐먹고 있다 .진흙 속 깊이 부리를 박고 한참을 실갱이해서 캐낸 뿌리를 몇번이고 물에 흔들어 깨끗이 흙을 씻어내고 먹는다. 인기척만 느껴져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날아가버리던 녀석들과는 사뭇 다르다. 새들도 자신이 선택한 환경에 잘 적응하는 듯 하다. 하지만 유유자적하는 녀석의 몸짓에도 불구하고 짙게 묻어나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다. 동료 없이 홀로 서성이는 모습이 짠하기 그지 없다. 극히 적은 개체만이 어렵사리 생존을 이어가는 멸종 위기에 빠진 녀석들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우리나라에 오는 녀석들은 길 잃은 미조로 취급하니.. 무슨..
긴꼬리홍양진이
긴꼬리홍양진이
2013.01.15지난 일요일에는 멋쟁이가 집에 오더니 어제는 긴꼬리홍양진이가 우리집에 왔다. 휙~ 휙~ 소리에 멋쟁이가 다시 왔나 했더니 이 녀석이다. 눈 쌓인 들판에는 먹을 것이 없어 풀 많은 우리집에 왔나보다. 도끼질을 잠시 멈추고 녀석을 따라다녔다. 탱자울타리 주변에서 이래저래 모델을 서주더니 휙 하고 날아가버린다. 맘 편히 배나 채우게 가만 둘걸..가고 나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홍양진이가 가고 나니 딱새가 왔다. 훨씬 저렴하게 가까이서 모델을 서준다. 귀여운 녀석..
황진이? 양진이!
황진이? 양진이!
2013.01.10긴꼬리홍양진이 무리에 섞인 양진이를 역광에서 안타깝게 본 바 있다. 잠시 앉았다가 휘리릭 날아가버린 통에 아쉬움만 잔뜩 남았던 녀석들을 2년만에 실컷 보고 왔다.하루 점드락 진을 치고 있었을 먼저 와 계신 분들이 깔아놓은 밑밥 덕에 가까이에서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양진이는 귀한 티를 내느라 다소 까칠하지만 곤줄박이, 동고비 등은 사람 머리며 손, 어깨 위에 올라와 먹을 것 더 내놓으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강추위와 쌓여 있는 눈으로 배를 많이 곯은 탓일 것이다. 주로 화려한 수컷이 사진기에 잡혔다. 자태 고운 양진이는 직접 보지 않더라도 이름 자체에서 황진이가 연상된다. 어째 양진이라 이름지었을까? 짜식..짝다리 짚었다. 너는 물푸레나무가 아니란다. 수수한 암컷
다시 만난 멋쟁이
다시 만난 멋쟁이
2012.12.30멋쟁이를 다시 보러 갔다. 고창말로 째쟁이.이번에는 시간 반을 걸려 산을 타고 넘었다. 처음 눈으로만 스쳤던 곳을 지나 두번째 만난 장소를 지나도록 기척도 없다. 해는 이미 산능성이를 넘어가부렀고 눈발까지 폴폴 날린다. 아~ 오늘은 아니구나.. 사진기 넣고 가야 쓰겄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새 두마리 포로로 날아간다. 한놈은 그냥 그대로 앉아 먹느라 정신이 없다. 요사이 계속된 눈으로 사람이 오건 말건 체면 자릴 겨를이 없다. 달아났던 두마리도 다시 돌아온다. 수컷 한마리, 암컷 두마리.. 수컷이 경계가 심하다. 배가 틀 고팠군..빛이 부족하다. 볕 좋은 날 다시 와야 쓰겄다.
방장산 멋쟁이
방장산 멋쟁이
2012.12.27산행중 얼핏 스치듯 마주친 '멋쟁이', 녀석들을 보러 방장산에 다시 갔다. 멋쟁이는흔치 않은 겨울철새다. 맨눈으로 봤지만 틀림없다.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등산로가 어슷하게 빗나가는 지점이었다. 휴양림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차를 받치고 행전 차고 수북한 눈길을 헤쳐 임도를 따라 오른다. 하늘은 싯푸르고 날씨 참 징하게 좋다. 가파른 고바위를 지나 길이 다소 평탄해질 무렵 소리도 없이 홀연히 나타난 녀석들이 숲 속으로 꽁지를 뺀다.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바로 그 지점, 임도 주위의 잡목 숲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번 마주친 지점과는 꽤 멀다. 임도를 따라 산의 한쪽 사면을 전반적으로 오가는듯 하다. 가파른 비탈을 미끄러지듯 따라 들어가 키 큰 나무 아래 잡목숲에서 열심히 뭔가를..
나무발발이와 쇠동고비
나무발발이와 쇠동고비
2012.11.29처음 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시절이니 3~4년쯤 전인가보다. 그 당시 흔하게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던 녀석이 있었으니 그 이름 '나무발발이'.그래서 흔한 녀석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 해에만 그랬다 한다. 그리고 몇년간 매우 재수 있는 사람들 눈에만 이따금 관찰되던 녀석이 올해 다시 풍년이다. 새풍년이라 해야 하나? 특정 새가 특정 시기에 많이 관찰되는 현상을 전문용어로 birds irruption이라 한다고 한다. 번식지 환경이 좋아서 새끼를 많이 깠던지 뭐 그런 이유가 있다 한다. 나무발발이, 직접 보니 이름 참 잘 지었다 생각된다. 매우 작은 체구에 나무에 착 달아붙어 기어다니는 모습이 영락없이 발발이다. 좀 정신없는 녀석이다. 나무에 달라붙어 기어오르며 나무껍질 속에 숨은 작은 곤충, 거미류를 찾..
민물도요의 집단 춤사위
민물도요의 집단 춤사위
2012.10.25민물도요는 가장 흔한 도요새로 꼽힌다. 대부분 우리나라 서해 갯벌에서 힘을 보충하고 다시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데 반해 이 녀석들은 많은 수가 우리나라에서도 월동한다. 심원 갯벌에 가면 한겨울에도 많은 수의 민물도요들을 볼 수 있다. 이 녀석들이 갯등으로 모여드는 시간에 맞춰 매가 사냥에 나서는 것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매는 군무를 펼치는 민물도요떼를 습격하여 무리에서 벗어나 외따로 방향을 잡은 녀석을 끝까지 추격하는 방식으로 사냥한다. 사냥당한 민물도요의 입장에서는 여기가 살길이다 하고 무리를 벗어나 방향을 잡았겠지만 순간의 판단착오가 돌이킬 수 없는 황천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인간세상에서도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다만 매는 필요 이상으로 사냥하지 않는다는 것, 재미삼아 다른 새를 괴롭히지 ..
넓적부리도요와의 짧은 만남
넓적부리도요와의 짧은 만남
2012.10.22어지간히 물이 높지 않아서는 사리때에도 잠기지 않는 심원 바닷가 갯등에 물때를 맞춰 들어갔다. 음력 8월 열이렛날, 처음 이 갯등의 존재를 알게 되고 2년만의 일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갯등으로 들어오는 길이 닫히고 갯등은 섬이 되었다. 드넓은 갯벌에 산개하여 먹이를 찾던 도요새들이 갯등으로 몰려든다. 민물도요, 좀도요, 흰물떼새, 왕눈물떼새 등이 섞인 듯 만 듯 군무를 펼치기도 하고 갯등 곳곳에 무리를 지어 내려앉는다.좀도요 무리 속에 혹 섞여 있을지 모를 낣적부리도요를 찾는다. 특별히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늘상 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였다. 문득 넓적부리도요를 본 듯 하다. LCD 창으로 확인해보니 녀석이 맞다. 아뿔싸.. 다시 찾으려 하나 종적이 묘연하다. 아직 날지는 않았으니 분명 그 근방에 있을..
곱게 늙어가는 중년의 느낌, 백양꽃.
곱게 늙어가는 중년의 느낌, 백양꽃.
2012.08.27백양사 근처에 핀다 하여 백양꽃이렸다. 그러나 정작 백양사에 핀 백양꽃을 보지 못하였다. 정맥을 넘고 돌고 돌아 가는 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피는 상사화 종류 중에서 꼽으라면 단연 위도상사화와 백양꽃을 꼽겠다. 저마다 지닌 품세가 있겠지만 백양꽃은 중후하면서도 단아한 맛이 난다. 곱게 늙어가는 중년의 여인을 보는 듯한..순창 다녀오는 길에 잠시 들렀다. 정확하게 적기에 왔다. 더 깊이 들어가보지 못하였으나 딱 그 자리에만 피어 있다. 사진에 드러나진 않지만 모기 징하다. 떼로 달라들어 띠머갈락 한다. 사진이 다 말해주지 않는 현장의 진실. ㅎㅎ서래봉 너머 뭉게구름 피어난다. 그야말로 뭉게구름.
아열대에서 온 진객, 물꿩을 보았다.
아열대에서 온 진객, 물꿩을 보았다.
2012.08.23나도 물꿩(Pheasant-tailed Jacana)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먼 길을 나서야 하는 부담감, 그러하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가더라도 꼭 보게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난번 뜻하지 않게 팔색조를 본 이후 아무래도 우리동네 근방에서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보았다. 마음속에 점지해둔 곳은 상하에 있는 가시연 군락지.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선뜻 거기까지도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차 해장 일찌기 뜸부기가 출몰한다는 소성 냇갈을 뒤지다가 작파하고 돌아오는 길, 감동골 방죽에 들렀다. 논병아리가 정말 많은 논병아리 방죽. 예의 논병아리를 보고 있는데 "이오 이오" 하는 낯선 울음소리가 들린다. 한번도 대면해본 바 없고 소리를 들어본 바 없지만 물꿩이다 싶었다. 망원경으로 유심히 훑어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