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외로운 가창오리
외로운 가창오리
2012.01.09번식지에서 흩어져 생활하던 가창오리들은 월동하기 위해 내려오면서 대규모 군집을 형성한다. 때문에 수십만마리가 떼로 몰려다니며 펼치는 군무는 대규모 월동지인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 그래서 무리와 떨어져 홀로 있는 가창오리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어딜 가나 해찰하고 다니는 놈은 꼭 있다. 그런 녀석들을 보면 왜 그럴까에 앞서 몹시 외로워보인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창오리 한마리 저수지 가상에서 홀로 헤엄쳐다니고 있다. 수컷 한마리 저수지 가상 아직 녹지 않은 얼음 위에 홀로 서 있다. 내외간일까? 서로 외면하고 있지만 그래도 들 외로워보인다. 휘영청 달 밝은 밤 먹이터로 향하는 가창오리떼들이 달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오묘한 색감, 먹황새
오묘한 색감, 먹황새
2011.12.07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전남 모처에 먹황새가 도래하였으니 틈나는대로 다녀와보라는 지인의 전언에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달렸다. 바람끝이 시린 꽤나 추운 날이었다. 여러차례 전화 안내를 받은 끝에 지정한 장소에 도착하였으나 새는 보이지 않고.. 이리저리 둘러보던 차에 문득 하늘 높이 뜬 일단의 먹황새 무리를 발견하였다. 하늘을 빙글빙글 활공하며 내려앉을 곳을 찾는 듯한 우아한 비행이 까마득히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와지기도 하다가 홀연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어디로 갔을까? 한참을 기다리다가 차를 끌고 길을 따라 돌아가본다. 한 십리나 달렸을까? 댐 기슭에 내려앉은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꽤 먼 거리, 이 정도면 문제 없겠다 싶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녀석들 날아오르고 만다. 몸값을 아는지 경계심이 투철하다. ..
두루미를 보다.
두루미를 보다.
2011.09.30지난 겨울 해남에서 보았던 두루미. 철원에나 가야 볼 수 있다던 두루미를 뜻하지 않게 해남에서 만났다. 몹시 큰 몸집에 다른 새들을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가짜새인 줄 알았더랬다. 어찌나 흥분했던지 차분히 관찰하지 못하고 금새 날려보내고 말았다. 호수 넘어 멀리멀리 하염없이도 날아가버린 야속한 녀석이다. 이렇게 남쪽에까지 내려와 기록된 예가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귀한 두루미를 의외의 장소에서 보았으니 희귀한 만남이었다. 늠름한 자태가 눈에 선하다.
긴꼬리홍양진이
긴꼬리홍양진이
2011.09.30지난 겨울 본 긴꼬리홍양진이. 이름도 이쁜 놈들이 암수 서로 정답다. 더 이뻐보이는 놈이 수컷이라는 것 쯤이야 누구나 아는 사실일 터..
호랑지빠귀
호랑지빠귀
2011.09.30초여름에 보았던 호랑지빠귀,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지렁이를 무슨 수로 한입에 물고 있을까? 바로 옆에서 사진기를 눌러대도 모른척 하고 지렁이를 잡던 녀석 목표량을 채우자 쏜살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새깽이들이 기다리는 둥지로 달려갔겠지..
심원 만돌갯벌 새 사진.
심원 만돌갯벌 새 사진.
2011.09.20요새는 새 보러 다닐 새가 없었다. 오래도록 거른 탓에 막상 나가려니 귀찮아지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하루라도 새를 안보면 좀이 쑤시던 일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다. 추석 차례 모시고 처가집 가는 길, 심원 앞 갯벌로 에둘러 갔다. 도요새 이동시기가 시작된 지도 꽤 되었기에 적지 않은 새들이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많지 않다. 청다리도요사촌,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지느러미발도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희귀하게 보이는 녀석들을 찾아보지만 흔한 녀석들조차 희귀하게 보인다. 이미 썰물로 바뀐 바닷물은 빠른 속도로 빠지고 있었고 많지 않은 새들도 멀리멀리 너른 갯벌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상념에 젖은 괭이갈매기. 청다리도요가 난다. 덩치 큰 마도요 외로운 청다리도요, 니 사촌 얼굴 한번 보자고.. 마음씨 착..
[고창의 자연] 흰배뜸부기의 귀환.
[고창의 자연] 흰배뜸부기의 귀환.
2011.06.29흰배뜸부기(두루미목 뜸부기과) 암컷으로 추정해본다.산란기는 5~7월, 북한에서는 흰배물닭이라 부른다. 암수를 구분하는 특징은 명시된 바가 없어 사진에 보이는 뺨의 검은 반점이 암수를 구분짓는 특징이 될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소리 높이 짝을 부르던 녀석. 이를 근거로 수컷이라 짐작하였다.저수지 가상 습지 주변에 있는 우리 논에 흰배뜸부기가 다시 찾아왔다. 흰배뜸부기는 중국 남부, 동남아 등 아열대 지방에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문 나그네새로 남원과 수원에서 번식한 기록이 있다. 내가 이 새를 처음 본 것은 4년 전인 2007년의 일이다. 무더운 여름 논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귀에 낯선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얼핏 뜸부기 소리처럼 들렸으나 음정이 높고 박자가 빨라 다른 녀석임이 분명하였..
[고창의 자연]사라져가는 자생란 석곡.
[고창의 자연]사라져가는 자생란 석곡.
2011.06.29과거 춘궁기가 있던 시절, 석곡이 구황식물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녹말 성분이 풍부한 석곡 줄기를 식용했다는, 그래서 돌에서 나는 곡식이라 하여 ‘석곡石穀’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석곡의 한자 표기는 이와 다르다. 꽤 노력해보았지만 약용하거나 차로 마셨다는 기록 정도를 찾았을 뿐 ‘구황식물 석곡’에 관한 글을 찾지 못했다. 줄기가 대나무를 닮아 ‘죽란’이라고도 하고, 바위틈에 뿌리를 잘 내려 ‘석란’이라고도 부르며 본초강목 등 여러 문헌에 귀한 약재로 등재되어 있다는 것, 차로 마시면 오래 살 수 있어 일본에서는 ‘장생란’이라 부른다는 사실 등이 발견된다. 어찌 됐건 제주도와 남해의 도서 지방 등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 흔하게 자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
소쩍새 울면..
소쩍새 울면..
2011.05.08땅콩을 심어놓고 까치란 놈이 얼마나 극성스레 파먹어대던지 총을 들고 징벌한 적이 있었다. 낭깥 속으로 날아든 까치를 좇아 들어갔다가 문득 마주친 녀석, 소쩍새였다. 소쩍새나 나나 저으기 당황하여 빤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총이 아닌 사진기가 손에 있어야 했다. 그 후로 해마다 봄이 되어 앞산 뒷산에서 소 쩍 소 쩍 소 쩍 꿍 소 쩍 꿍 소리가 들린다 치면 저 녀석을 언젠가 다시 대면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잠을 설칠 지경이 되었다. 허나 야행성에 은신성까지 뛰어난 녀석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올해도 소쩍새가 울기 시작한 지 벌써 한달이 되어가지 않나 싶다. 간간히 소리가 들릴때마다 마루에 나가 위치를 가늠하며 기회를 엿보..
갯벌, 먼 길 나선 나그네 도요새들의 오아시스.
갯벌, 먼 길 나선 나그네 도요새들의 오아시스.
2011.04.29수많은 생물들의 삶터이자 먹이터가 되는 갯벌, 우리는 흔히 생명의 땅이라 부른다. 다양한 종류의 무수한 생명들, 여기에 우리 인간들까지 가세하여 빚어내는 갯벌의 풍경은 때로는 부산하게, 때로는 고요하게 사시사철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70km가 넘는 고창의 해안선 대부분은 이런 갯벌이 드넓게 형성되어 있고 심원면, 부안면 일대의 갯벌은 지난 2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이는 고창 갯벌이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중요한 습지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음을 의미이다. 이런 갯벌이 북적거리는 새들로 인해 활기가 넘치는 시기가 있으니 바로 요즈음이다. 초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도요새들은 수천km, 심지어는 1만km가 넘는 거리를 거의 쉬지 않고 날아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간다. 이들은 4월에서 5월 사이 ..
[고창의 자연] 황록선운족도리풀
[고창의 자연] 황록선운족도리풀
2011.04.152004년도의 일이니 꽤 지난 일이다. 선운산 어느 골짝에서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색깔의 꽃을 보았다. 전국 각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체이긴 한데 색깔이 영판 달랐다. 통칭 족도리풀, 옛 여인의 머리 장식에 쓰인 족두리를 닮은 꽃모양에서 이름이 유래하였다. 잎 모양과 꽃의 형태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검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짙은 밤색으로 꽃을 피우는 공통점을 지닌 녀석들이다. 그런데 선운산에서 발견한 이 녀석은 황록색 혹는 노란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하! 그 놈 참 이쁘다’ 생각하고 야생화 동호회 사이트에 공개하였다. 사이트 운영자를 비롯하여 몇몇 동호인들을 안내하고 식물학자들의 답사를 돕기도 하였다. 당시 그 골짝에는 풍성한 족도리풀 군락이 계곡을 뒤덮다시피 하고 있었고 다양한..
남녘땅 봄소식
남녘땅 봄소식
2011.04.03완전한 남도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중부 이남이니 남쪽임에는 틀림이 없다. 겨우 주말에나 일을 할 수 있는 요즘, 어젯밤부터 내린 비가 아침까지 이어지고 낮이 되도록 좀처럼 깨어나질 않으니 나처럼 게으른 농사꾼 핑계 삼아 놀기 딱 좋은 날씨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속이 탄다. 실로 간만에 사진기 둘러메고 집안 구석구석 살피다가 밭에 갔다 논에 갔다 되는대로 사진기를 눌러본다. 여기저기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고 봄은 봄이다. 너무 커버려 화단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목련이 꽃봉오리를 맺고 일부는 피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서리를 맞았을까? 꽃잎이 누렇게 변색되어 있다. 마당 한켠 홍매화, 둘째 수명이 어렸을 때 수명이 나무라고 심어놓은 것이 제법 목대가 굵었다. 미선나무. 얻어다 심어 놓은 지가 꽤 되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