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불편한 여행, 환상방황
불편한 여행, 환상방황
2019.12.25야동 전문가가 기획한 야생에서의 하룻밤, 이름하여 '불편한 여행'. 야생동물과의 만남, 천수만 살쾡이가 표적이라 했다. 저 건너 잔솔밭에 야영 자리 봐 두고 간월호 양편을 한 바퀴 휘돌며 새들을 본다. 해 질 무렵 돌아와 무인 카메라 설치하고 텐트 치고 밥 먹고..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술이 과했다. 그것도 몹시..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져 자다 새벽녘 소변보러 나섰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구신에 홀린 듯 족히 두어 시간은 헤매다 희뿌연 날이 밝아올 무렵에야 다시 텐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방향을 가늠하며 기를 쓰고 길을 찾았으나 같은 자리를 빙빙 맴도는 마법에 걸렸던 모양이라, 이른바 환상방황(環狀彷徨).. 끊임없이 걸었으나 도무지 천지분간이 되지 않았다. 달랑 반팔 티 하나 입고 있었다. 문..
신선나비, 상제나비, 왕붉은점모시나비, 쐐기풀나비
신선나비, 상제나비, 왕붉은점모시나비, 쐐기풀나비
2019.08.23제목에 열거한 것들은 한랭한 지역에 사는 북방계 나비들이다. 하여 한반도 남녘땅에서는 거의 혹은 아주 보기 어렵다. 과거 관찰되었으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 녀석들도 있고, 국지적으로 분포하던 집단이 절멸된 경우도 있다. 기후변화, 사람의 간섭 혹은 환경파괴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몽골 초원과 산지에서 이런 나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을 조선 땅에서 만났더라면 훨씬 값지고 감동 또한 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신선나비, 늑대 찾아 온 산을 뒤지다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 자작나무 숲에서 만났다. 늑대를 만나지 못한 보상 치고는 몹시도 반갑고 값진 만남, 가슴이 뛰었다. 도포자락 유유히 휘날리며 자작나무 숲 속을 나풀나풀 날아다니고 있었다. 왕붉은점모시나비, 붉은점모시나비보다 덜 우아..
노래하는 큰유리새
노래하는 큰유리새
2019.07.09숲 가득 울려 퍼지는 청아한 울음소리, 사람들은 새 좀 봤다는 나한테 저건 뭔 새냐 물어보곤 한다. 나는 그저 문 지빠귀 아니겄냐 몰라도 아는 척 답하곤 했다. 목청 큰 새는 지빠귀류라 속 편히 생각하고 살았다. 그날도 그랬다. 그저 그렇겠거니.. 그러다 만난 녀석, 어라 큰유리새, 짜식 이렇게도 우는구나. 내 너를 기억하마.
귤암리 나비탐사
귤암리 나비탐사
2019.07.08상원사를 떠나 정선 귤암리로 간다. 귤암리에는 정선 농민회장이 살고 있는데 고창과 정선 농민회는 자매지간이다. 연을 맺은 지 얼마 안 되고 너무나 멀어 자매간의 정이 돈독하지 않다. 정은 쌓아가면 되는 것이고.. 간밤, 소나기라 하기에는 다소 긴 비가 내렸다. 밤새 마신 술이 약간의 숙취로 남았다. 자매간에 마주 앉아 오소리 중탕 한잔씩 마시며 속을 달랜다. 농민회장은 읍 지회 공동경작한 콩밭 맨다 나가고 홀로 남아 할랑할랑 집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강원 남부 험악한 산중인지라 특별한 나비들이 적지 않다. 매년 많은 나비를 만난다. 점차 안개가 걷히고 해가 나오자 나비들도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깊은산녹색부전인가, 산녹색부전인가를 놓고 검토를 거듭했다. 앞, 뒷날개 중앙부의 짤막한 막대 무늬가 미..
오대산 나비 여행
오대산 나비 여행
2019.07.08홍줄나비 출현 시기가 됐다. 올해로 3년째, 올해는 꼭 볼 수 있으리라는 느낌에 가슴이 뛴다. 올해도 달린다. 오대산으로.. 하지만 또 못 봤다. 그러니 내년에 다시 가야 한다. 좋지 아니한가.. 나비가 어찌 홍줄 뿐이더냐? 나는 아직 못 본 나비가 한둘이 아니다. 상원사에서 북대암 방면 산길을 따라 타박타박 걷는다. 산네발나비는 그냥 네발나비와 무엇이 다른가? 결정적인 차이가 있더라. 이른바 동정 포인트.. 이제는 한눈에 알아보겠다. 작년 이맘때 이 나비 빼다 박은 나방 녀석한테 깜빡 속았더랬다. 전국적으로 흔한 나비라는데 나는 왜 이제야 보는 걸까? 암컷은 알을 낳고, 한 녀석은 쉬고.. 수컷한테서는 사향 냄새가 난다네. 제일, 제이, 제삼. 다 같이 흔한 나비라 생각했다. 그런데 제삼은 매우 귀한 ..
봄바람 타고 슬렁슬렁..
봄바람 타고 슬렁슬렁..
2019.03.20약간의 꽃샘추위, 하지만 봄은 봄이다. 작고 가벼운 장망원렌즈 하나 장만해놓고 좀처럼 써보지 못했다. 봄바람 타고 슬렁슬렁 산길을 걸어보는디.. 틀림없이 들꿩을 볼 수 있는 곳, 역시 있다. 이 녀석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가 먼저 발견하기가 어려워 동료들 소리를 들려줬다. 아니나 다를까. 수컷 한 마리 푸드덕하고 나뭇가지 위로 날아올라 사주경계에 들어간다. 속은 걸 알았을까? 이내 숲 속으로 사라진다. 이 녀석은 언제 봐도 군침이 돈다. 도토리 한 마리 다람쥐를 먹고 있다. 볼테기가 씰룩씰룩.. 뜨릅지 않을까? 노랑턱멧세 산길은 온통 뿔나비 세상 버들강아지 혹시나 했는데 아직 남었다. 꽃들이 궁시렁거린다. 뭇허다 인자 왔으까이.. 모가지 빠져분지 알었네. 갓 피어난 청초함은 잃었으나 기품 있게 ..
아침나절 저수지, 동림지 큰고니
아침나절 저수지, 동림지 큰고니
2019.01.05밤이면 밤마다 저수지가 왁자지껄,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기러기, 큰고니들이 주범인 듯.. 아침나절 살째기 들여다본 저수지, 복판에서는 한무리 가창오리가 이리저리 떼로 몰려다니고 들판과 저수지를 오가는 부산한 기러기떼 울음소리 요란하다. 저수지는 만수위. 물이 꽉 찼다. 여름이면 물이 빠지고 줄과 넝검지가 무성하게 자라는 곳, 뜸부기가 번식하고 이따금 흰배뜸부기가 출몰하기도 하는 저수지 가상. 물이 짤박짤박한 습지에 새들이 몰려 있다. 물닭,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넒적부리, 흰죽지.. 자잘한 것들 말고 압도적인 몸집과 기품을 뽐내며 유유자적 수면을 누비는 녀석들, 큰고니를 본다. 앗! 사람이다. 슬금슬금 멀어지는 녀석들.. 때 낀 녀석들을 다른 종류 고니로 알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 성장 중인 어린 녀..
갈대밭의 작은 친구들, 스윈호오목눈이
갈대밭의 작은 친구들, 스윈호오목눈이
2018.12.09스윈호오목눈이. 이른 아침 바닷가 갈대밭, 소근대듯 작은 소리로 지즐대며 부산히 움직이는 녀석들.. 우스꽝스럽고 귀여운 낯바닥, 나는 이 녀석들을 보면 쾌걸 조로가 생각난다. 동족들 소리를 들려주니 가까이 다가와 나를 관찰한다. 아자씨.. 뭐여? 야들은 어찌하여 눈 주위에 이런 깜장 선이 생겼을까? 볼수락 우습다. 워매 이노모 새끼는 또 어쩌다가 이 모양이다여? 사나운 천적이라도 만났는가, 꽁지는 얻다 빼내쑤고.. 글 안해도 웃기게 생긴 녀석이 참말로.. 꽁지깃이 새로 나올까? 이 녀석 장가 가기 쉽지 않겄다. 행국이 닮은 것도 같고.. 아자씨 깍꿍~ 중국 동북부,와 중부, 아무르강 유역에서 번식. 국내에는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철새, 흔하지 않은 나그네새.
두루미 춤추는 논벌
두루미 춤추는 논벌
2018.12.07얼마만의 일인가? 새를 보겠다고 꽤 먼 길을 다녀왔다.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 그리고 흑두루미 세 마리가 함께 지내고 있다 했다. 녀석들은 지목해준 그 장소, 그 논에 그린 듯이 내려앉아 있다. 배가 고픈가? 사람이 왔는데도 그닥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슬금슬금 멀어질 뿐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남유럽, 아프리카 북동부, 인도 북부,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겨울 철새. 눈 앞, 턱 밑, 앞 목, 뒷 머리가 검은색, 눈 뒤에서 옆 목을 따라 길게 흰색.. 북아메리카 북구, 시베리아 북동부에서 번식하고 북아메리카 중부와 남부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매우 희귀한 겨울철새. 전체적으로 회색, 날개덮깃과 등깃에 눅슨 듯한 갈색 깃. 이마에서 정수..
황새
황새
2018.11.26옅은 안개, 하늘엔 구름. 어제 내린 비까지 생각하면 쉽게 이슬이 걷히들 않겄다. 메밀 타작, 콩 타작이 걸리지만 어차피 기계는 오후나 돼야 오겠고.. 실로 오랜만에 망원렌즈 장착하고 길을 잡아 나선다. 저수지 아래 들판 둘러보고 후포 지나 갈곡천 하구 주변 들판까지 훑어볼 요량이다. 저수지를 들여다보니 다수의 기러기떼, 소수의 큰고니 그린 듯 앉아 있다. 백여 마리도 채 안돼 보이는 가창오리들만이 어지러이 날고 있다. 올해는 조류독감 소식이 없어 다행이다. 탈 없이 넘어가길.. 후포 지나 갈곡천 하구 배수 갑문을 지난다. 썰물의 정점. 갯벌에 물이 전혀 없다. 갈곡천을 빠져나온 물이 갯고랑창으로 쫄래쫄래 흘러든다. 수앙리 들판, 얼핏 황새가 스쳐 지난다. 차를 멈춘다. 후진.. 도합 다섯 마리, 한 마..
두줄제비나비붙이
두줄제비나비붙이
2018.07.24"앗! 사향제비나비다" 아직 보지 못한 나비는 훨 귀하게 여겨진다. 귀한 녀석을 본다 하고 열심히 사진기를 들이댄다. 잠시 짬을 내 전화기 검색을 해봐도 역시 사향제비나비 맞다. 그런데 이 녀석, 왜 이리 뒤뚱거리나? 잘 날지도 못하고.. 어디 다쳤나? 이리저리 살펴봐도 몸뚱이는 멀쩡한데 하는 짓은 영 석연치 않다. 다소 징그럽기도 하고.. 집에 와서 자세히 들여다본다. 보면 볼수록 좀 수상하다. 정밀검색을 시행한다. '두줄제비나비붙이', 나비도 아닌 것이 나비를 닮아 '붙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독이 있는 사향제비나비를 닮아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회피하려 한 '의태진화'[각주:1]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겠다. 그러고 보니 차이점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 쪽 붉은 점도 그렇고.. 끝이 뽀족한 더듬이는 피할 ..
담흑부전나비의 독특한 생활사
담흑부전나비의 독특한 생활사
2018.07.1538번 국도 정선-영월 구간 강원 남로 상의 동강 대피소. 휴게소 뒤편, 산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 길은 임도와 농로를 겸하고 있다. 아마도 내외간이겄지.. 콩을 때우고 있는 모양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나비를 찾는다. 오래된 무덤가 풀밭에서 담흑부전나비를 본다. 처음 보는 녀석, 화려하지 않다. 생긴 건 수수하고 칙칙해도 생활사는 매우 독특하다. 먹이 나눔을 기본으로 하는 적극적인 비호, 심지어 양육.. 자연계에는 신기한 일도 많다. 담흑부전나비는 일본왕개미와 공생한다. 담흑부전나비 암컷은 일본왕개미의 집 근처에 알을 낳는데, 알 낳는 장소는 새순에 진딧물이 있고 그 둘레에 일본왕개미가 모여드는 곳이다. 부화한 애벌레는 진딧물에게서 단물을 받아먹는다. 이후 3령 애벌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