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산 꼭대기 바위에 사는 바위종다리
산 꼭대기 바위에 사는 바위종다리
2010.12.02텃새가 아닌 철새를 해가 바뀐 후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매우 감동적이다. 홀연히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듯 하지만 새들은 계절의 변화와 운행의 질서를 정확히 파악하여 어김없이 제 때에 이동한다. 텃새로 사는 새들보다 이동을 숙명으로 하는 철새에게 더욱 끌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서해안 갯벌을 중간 기착지 삼아 상상하기 힘든 장거리를 이동하는 도요새 무리, 전세계 생존 개체의 대다수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가창오리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규모 방문객들 외에도 많은 새들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거나 여름을 난다. 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라져가는 갯벌, 사라져가는 서식처, 사라져가는 먹이.. 이런 변화들은 모두 사람 세상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들의 생존과 관련된 가장 직접적..
호흡을 함께 해야 장단이 맞는다.
호흡을 함께 해야 장단이 맞는다.
2010.11.28굿 가락 맞추듯 이렇게 할 수 없을까요? 귀 열고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손발의 움직임을 봐야 가능한 일인데.. 장단을 맞추려면 자꾸 만나고 대화하고 같이 호흡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조상 대대로.. 5천 년 넘게 한 민족이었다는데.. 왜 한 민족끼리 장단을 맞추지 못하고 외세와 호흡하려 하는지.. 몹시 걱정스러운 일요일 아침입니다.
[박홍규 농민만평]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박홍규 농민만평]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2010.11.27나라 안팎이 매우 어수선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수선한 정도가 아니라 한반도가 전쟁의 포화 속에 잠길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미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놈들 10명 중에 7명은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바다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지 미국 본토에도 전쟁의 참화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쟁의 당사자가 될 놈들이 그리 생각하고 있다니 우리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반면 우리는 피난길에 나선 연평도 주민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일상을 무탈하게 이어가고 있다. 너무 무딘 것인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 전쟁 발발 여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빈말을 하지 않아온 것으로 알려진 북의 태도는 "대결에는 대결, 전쟁에는 전쟁.."이니 무력시..
전북도청의 농민 대하는 법,"정중히 모셔 주세요"
전북도청의 농민 대하는 법,"정중히 모셔 주세요"
2010.11.25'모시라'고 말하고 '끌어내'라고 알아듣는다. "정중하게 모셔 주세요" 전북도청 기획관리실장(이인재)의 말씀 한마디에 농민 대표들은 잠시간의 안락한 소파를 뒤로 하고 다시 아스팔트 바닥으로.. 농민들의 요구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밤 10시 55분.
동림 저수지 이야기
동림 저수지 이야기
2010.11.18저희 동네 앞에 오래된 저수지가 있습니다. 일제 식민 초기 건설되어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귀 꽤나 기울여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피땀과 나라 잃은 설움을 겨우 짐작이나 할 수 있을 그런 저수지입니다. 이 저수지의 물은 고창, 정읍, 부안, 김제 벌판을 적시고 동진강으로 스며들어 바다에 도달합니다. 저수지 부근의 습지는 논으로 정비되어 꽤 큰 규모의 들판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저수지에 기대어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 뿐인가요? 한여름 타는 대지를 적셔 곡물을 키운 저수지는 겨울이면 온갖 철새들의 쉼터가 됩니다.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가창오리 등의 천연기념물, 그리고 제가 아직 알지 못하는 많은 새들이 월동을 하거나 나그네새로 쉬어갑니다. 특히 ..
아! 고재원 동지 - 고재원 동지 추모 노제에 부쳐.
아! 고재원 동지 - 고재원 동지 추모 노제에 부쳐.
2010.11.081957년 11월 성내면 옥제리 406번지에서 출생 1970년 성내 초등학교 졸업 1976년 정읍 농고 졸업 1993년 귀농 후 현재까지 농업 종사 2002년 농민운동 시작 2006년~ 성내면 농민회 회장 2009년~ 고창군농민회 수석부회장 2010년 11월 6일 별세 故 고재원 동지 추도사 아~! 고재원 동지 이것이 정녕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닌 밤중의 날벼락도 유분수지 세상에 이럴 수는 없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별 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털고 일어날 듯한 그 호방한 너털웃음 어디다 두고 연기처럼 바람처럼 이리도 쉽게 훌쩍 떠나버렸단 말인가? 배추밭을 적시는 스프링쿨러, 짓다 만 하우스.. 동지의 손길을 기다리는 그 숱한 일거리들이 어찌 잊혀 바짓가랭이 묻은 먼지 툴툴 털어내듯 이처럼 홀연..
2박5일 울릉도 여행 결산.
2박5일 울릉도 여행 결산.
2010.10.30울릉도 다녀온 지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왜 2박 5일인가? 울릉도에 오며 가며 길에다 버린 시간이 이틀은 된다. 그만큼 멀고 외진 곳, 꽤나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울릉도이다. 아쉬움이라는 것. 간고분투했을 개척민들의 숨결, 울릉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한, 이를테면 옛길을 걷는 것. 그리하여 점점이 흩어져 있는 외딴집과 텅텅 비어가는 오지 마을을 지키는 진짜배기 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울릉도의 빼어난 외관에만 감탄하다 다시 떠나오니 뭔가 무지 허전하더라는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의 심사에는 다 이유가 있다. 풍치수려한 해안길을 벗어나 숨 할딱거리며 땀 한바탕 쓰겄게 쏟아야 넘을 수 있는 옛 고갯길을 걸어보지 못한 아쉬움. 이는 울릉도 개척기 각 지역과 마..
[울릉도]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울릉도]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2010.10.28학포를 출발한 우리 일행은 남양천이 흐르는 서면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도동까지 이동하였다. 굳이 남양을 들른 이유는 그곳 남양천에 작은도요가 도래하였었다는 소식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도요류 이동의 절정기가 지나서인지 도요새는 보이지 않고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속뿐이다. 어제 갔던 태하천만 못하다. 도동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저동항으로 향한다. 울릉도의 어업전진기지라 하는 저동항은 협곡에 자리한 도동항과 달리 해안을 따라 넓게 포구와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싱싱한 생선과 오징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어판장이나 포구나 한산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하다. 오징어를 수소문하니 요즘 통 나오지 않아서 아마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바다가 한바탕 왈칵 ..
[울릉도] 흑비둘기와 한국동박새를 만나다.
[울릉도] 흑비둘기와 한국동박새를 만나다.
2010.10.26학포의 아침. 울릉도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이다. 눈을 뜨니 하늘이 발그레하다. 해는 동짝에서 뜨는데 서짝 하늘은 왜 달아오르는가? 사진기를 챙겨 밖으로 나선다. 학포는 고종 임금의 명을 받아 조사 임무를 띠고 울릉도를 방문한 이규원 검찰사 일행이 처음 발을 디딘 곳이라 한다. 이규원 검찰사는 10여 일간 울릉도 구석구석을 답사한 내용을 왕에게 상세히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조정은 개척령을 내려 개척민들을 섬으로 이주시킨다. 불과 130여 년 전의 일이다. 이처럼 유서 깊은 학포에서 하룻밤을 묵고도 흑비둘기를 제대로 보겠다는 일념이 지나쳐 이규원 일행이 남긴 자취를 온전히 느끼고 기록하지 못하였다. 여기저기서 흑비둘기들이 날아오른다. 대부분 나를 먼저 본 녀석들이 날아오른 다음에야 녀석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
농민화가 박홍규 - 굽이굽이 아름다운 강, 섬진강
농민화가 박홍규 - 굽이굽이 아름다운 강, 섬진강
2010.10.25구비구비 흐르는 아름다운 강 섬진강 쌀밥 같은 백사장은 이 놈 저놈 다 파먹어 자갈밭이 되었고 야속한 강바람만 철교 탑에 부딪혀 어두운 식민지 굴 속을 지나 텅 빈 대가리 들녘을 지나네. 사람들아 지발 좀 섬진강을 꽃내음 풀내음 싣고 유구 장창 흐르게 냅두게 - 향가에서 홍규 다섯 번째 열리는 순창 섬진 문화제 중 판화 찍기 행사를 위해 창작된 박홍규 화백의 최근작. 섬진 문화제는 섬진강 적성댐 반대 싸움 과정에서 열리기 시작한 순창 사람들의 행사이다. 능수버들 늘어진 강가에서 다슬기 잡는 사람들, 낚시질하는 태공, 삿대질하는 사공, 강줄기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강변의 곡선.. 나무랄 데 없는 강변 풍경 속 흉물스러운 직각 기둥은 무엇인가? 일제가 만들어놓은 식민의 잔재, 기찻길을 놓기 위한 다릿발이..
울릉도 해안 절경과 학포 일몰에 취하다.
울릉도 해안 절경과 학포 일몰에 취하다.
2010.10.13아침이 밝았다. 어젯밤 보았던 거대한 와불을 알현한다. 구름이 다소 낀 싱그러운 가을 하늘을 인 나리분지는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또르륵 또륵 방울 굴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방울새들만 분주하다. 밭에는 대부분 더덕이 심어져 있고 군데군데 참고비를 심어놓은 밭이 보인다. 이미 가을이 완연하여 묵은 밭처럼 보이고 쓸쓸하다 못해 황량한 감마저 든다. 할레 할레 걷다 보니 울릉도 전통가옥인 너와집이 보인다. 실제로 사람이 살았던 집을 보전하고 있는 듯 하나 관리상태가 영 좋지 못하다. 가장 큰 특징은 눈이 많이 쌓이면 굳이 집 밖에 나오지 않고도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건물 외벽을 다시 한번 견고하게 감싸는 '우데기'가 그것이다. 지붕에는 바람에 대비하여 굵은 돌들이 너와를 하나하나 세심..
나리분지의 밤.
나리분지의 밤.
2010.10.05울릉도에서의 첫밤을 보낼 곳은 나리분지의 산마을 식당이다. 먼저 도착해 있던 해안파와 합류하여 여장을 푸니 7시가 넘었다. 우리는 곧바로 저녁식사를 겸하여 막걸리 잔치에 돌입하였다. 해안을 돌아 험준한 고개를 넘어 나리분지에 입성한 해안파는 도처에 즐비한 기암절벽이 마치 정과 마치로 깎아 세운 것 같다며 감탄해마지 않는다. 산줄기를 타고 넘어온 우리 역시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가며 성인봉에서 내려다본 울릉도를 이야기한다. 과장법은 기본이다. 그러나 울릉도 풍광에 대한 감탄과 찬사도 잠시 우리는 울릉도의 막걸리와 산나물 맛에 그만 취해버렸다. 씨껍데기술, 나리분지 특산 막걸리라 한다. 조껍데기술과 마찬가지로 발음에 매우 유의해야 하겠는데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꽤 많은 막걸리를 마셔보았지만 이만한 막걸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