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삵
삵
2011.02.02삵, 우리 동네에서는 살카지라 부른다. 어릴 때부터 무던히 그 이름을 듣고 부르면서 자랐지만 정작 직접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닭이 없어지면 무조건 이 녀석 짓이라고 믿고 살았다. 이제는 귀해진 녀석.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쇠부엉이를 보겠다고 저수지 아래 여수로 근방을 오가다가 만났다. 고양인가? 하고 보았으나 사뭇 다르다. 풍기는 분위기는 흡사 작은 범이다. 사람을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갈대숲에 은신해 있다. 갈대 숲 사이로 촛점을 잡느라 애쓰는 나를 한동안 노려보더니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글자 그대로, 이름 그대로 살그머니.. 문득 중학교땐가 고등학교땐가 국어책에 나온 '삵'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살쾡이는 식육목 고양이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삵이라고도 부른다. 다만, 조선민주..
설원의 쇠부엉이
설원의 쇠부엉이
2011.02.02석양이 비끼는 저녁 나절 눈 덮인 하얀 들판을 느린 날개짓으로 소리없이 활공하는 쇠부엉이를 보았다. 그닥 크지 않은 몸뚱이, 몸에 비해 큰 날개. 쉬는 건 잠시, 끊임없이 선회하며 들쥐를 노린다. 사과를 쪼개놓은 듯한 우스꽝스런 얼굴이지만 매서운 눈에서는 광선이라도 나올 듯 맹금의 위엄이 서려 있다. 황조롱이나 말똥가리 등 여타 맹금과는 다른 차분하면서도 삼엄한 기운이 엄습한다. 야간에만 사냥하는 수리부엉이 등과 달리 이 녀석은 낮에도 움직이며 사냥을 한다. 낮이 극히 짧은 대륙의 북쪽에서 번식하면서 환경에 적응한 탓이라 한다. 소리나지 않는 날개짓은 사냥감으로 하여금 마지막 순간까지 사냥꾼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레이다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기처럼.. 드디어 쥐를 잡았다. 주변에 있던 황조롱이..
누랭이와 흰댕이 _ 스마트폰으로 찍은 개사진
누랭이와 흰댕이 _ 스마트폰으로 찍은 개사진
2011.02.02진돗개 순종이라고.. 와서 가져가라고.. 상하 사는 병길이성한테서 전화가 왔다. 작년 10월이었던 모양이다. 암수 한쌍, 남매간이다. 흰댕이와 누랭이. 이제 중개가 되어 더 이상 풀어키울 수 없어 오늘 묶었다. 죽는다고 소리 지르고 난리가 아니다. 누랭이는 밥도 안퍼먹고 집에도 안들어가고 눈밭에서 농성중이다. 수컷의 오기. 흰댕이는 아픈척 다리를 질질 끌다가 밥 갖다 주니 벌떡 일어나 잘도 퍼먹는다. 너 나 없이 개 풀어 키우던 시절이 그립다. 내 전화기 사진기에 담겨진 누랭이와 흰댕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먹을것 사진
스마트폰으로 찍은 먹을것 사진
2011.01.31스마트폰을 구입한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버릇이 일상화되었다. 요사이 스마트폰 실행 속도가 심히 느려져 쌓여 있는 사진이 문제인가 싶어 몽땅 덜어냈더니 무려 800여장.. 기계가 가벼워졌는지 이것저것 실행속도가 꽤 빨라졌다. 전화기 속에 들어 있던 먹을것 찍어놓은 사진을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와 정리해보았다. 나이가 들어 새복잠이 없어지니 별 짓을 다한다.
동림 저수지 큰고니들의 겨울나기
동림 저수지 큰고니들의 겨울나기
2011.01.31연일 이어지는 강추위로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 우리나라 전래의 겨울 기후인 삼한사온 현상이 자취를 감추었다. “지구 온난화라 걱정들 하더니 어찌 된거야?” 하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한데 올 겨울 맹추위가 실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올라가 북극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와 생긴 현상이라 하니 과히 좋은 징조라 할 수 없다. 어찌되었건 모든 저수지들이 꽁꽁 얼어붙어 심지어 얼음낚시를 즐기는 태공들까지 등장하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지라 그제서야 저수지 얼음장 위에 올라가보니 얼마나 짱짱하게 얼었는지 얼음 갈라지는 쩡쩡거리는 소리가 심장을 울린다. 한 30년 하고도 오륙년은 족히 거슬러 올라가야 가능했던 일이다. 이 겨울 월동을 위해 저 위쪽 대륙 북부에서 남하한 새들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많은 새들..
고요한 휴식
고요한 휴식
2011.01.15동림저수지. 얼어붙은 저수지 한복판, 한무리의 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덩치 하는 큰고니들과 시커먼 오리떼들. 한복판.. 얼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 얼어 있다.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새들의 고요한 휴식이 평화롭기만 하다. 시커먼 무리 속,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가 많고 그 다음으로 무리에서 이탈한 가창오리 상당수, 소수의 물닭, 논병아리 몇마리, 재갈매기 한마리, 큰기러기 한마리가 식별된다. 이 외에 쇠오리, 홍머리오리, 청머리오리 등이 섞여 있을 것이다. 착한 녀석들 싸우지도 않고.. 사진 여러장을 이어붙였다. 사진을 눌러 크게 하고 마우스로 조작해가며 보시면 좋다.
'스윈호오목눈이'를 아시나요?
'스윈호오목눈이'를 아시나요?
2011.01.09새 보던 중에 정말 귀엽고 깜찍한 녀석들을 본다. 쾌걸 조로가 두르고 다니는 두건을 둘러쓴 듯도 하고 쓰리랑 부부의 순악질 여사가 떠오르기도 하는 순진한 표정의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20~30여 마리쯤 되는 무리가 갈대숲 사이를 부지런히 헤집고 있다. 주위에는 뱁새, 검은머리쑥새 등이 또 다른 무리를 이루어 재잘거리며 섞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어쩌다 저런 얼굴 무늬를 지니게 되었을까? 참으로 묘한 녀석들이다. 이름은 또 어떤가? 스윈호.. 스윈호.. 야들 고향땅 어디에 있는 갈대 무성한 호수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검색해보니 예기치 않은 결과가 튀어나온다. 스윈호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하여 이름을 붙였는 바 그 이름은 'Chinese Penduline Tit'이다. 맨 ..
새해맞이 방장산 심설산행 1박2일.
새해맞이 방장산 심설산행 1박2일.
2011.01.03해가 바뀌는 시점에 몰아닥친 폭설에 강추위, 좋지 않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스산하고 걱정스러운 소식이 넘쳐난다. 이것저것 덮어버리고 해가 바뀌는 며칠간이라도 잊고 가자고 내린 눈일까? 하여튼 우리는 산에 올랐다. 새벽에 오르기 걱정스럽지 않겠냐며 텐트 싸짊어지고 1박을 감행하였다. 저녁 9시 40분경 양고살재를 출발한다. 추위도 잠시 몸은 이내 후끈한 열기에 휩싸인다. 능선에 오르니 세찬 바람에 눈발이 날리고 길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벽오봉, 고창읍내의 불빛이 휘황하다. 허리까지 차는 폭설과 매서운 칼바람 속, 눈이 낮은 곳을 찾아 텐트를 친다. 쉽지 않다, 악전고투. 몸이 다시 얼어붙고 이빨이 부딪힐 지경이 되어서야 텐트가 쳐졌다. 11시 30분. 여기까지 두시간가량이 걸렸다. 눈과 바람이 ..
한장의 사진, 북한 길거리에 나타난 대북지원 쌀포대?
한장의 사진, 북한 길거리에 나타난 대북지원 쌀포대?
2010.12.23먼저 한장의 사진을 인용한다. 다음 메인화면의 사진을 따라가서 얻은 노컷뉴스에 실린 기사 속 사진이다. 이 사진은 주진조선이라는 중국에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사진이라 한다. 기사는 북한 길거리에서 우리가 올려보낸 대북지원 쌀포대가 촬영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농사꾼의 눈으로 보기에 사진 속 포대는 명백히 비료포대이다. 농사꾼 100명을 붙잡고 물어봐도 100명이 다 비료포대라 할 것이다. 사진이 작아 정확히 판별되지는 않지만 논농사에 쓰이는 밑거름용 복합비료 '신세대'가 아닌가 싶다. 포대 디자인을 보고자 인터넷을 검색하다 2006년도에 대북지원 비료로 다름 아닌 '신세대'가 북으로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006년 대북지원 비료 선적 지난 2월 28일 첫 출항을 시작한 대북..
원앙의 사생활
원앙의 사생활
2010.12.17눈내린 아침, 날이 몹시 차다. 작년 이맘때 청도요를 본 딱 그 날씨에 그 분위기인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청도요를 찾아 나선 길, 그 길목 어귀에서 떼 지어 쉬고 있는 원앙 무리를 발견하였다. 수컷은 화려한 번식깃을 하고 있다. 암컷보다는 수컷의 수가 월등히 많아보인다. 대략 50여마리는 되어보이는 녀석들이 차소리를 듣고 슬금슬금 저수지 중앙으로 헤엄쳐간다. 한쌍의 원앙이 갑자기 짝짓기를 한다. 하 이놈을 내가 보는 걸 빤히 알면서.. 번식기도 아닌데.. 엉겁결에 원앙의 사생활을 엿보고 말았다.
외톨이 황새
외톨이 황새
2010.12.15어렸을 적 우리 동네 동림저수지에도 황새가 왔었다. 중학교 때였던가 황새 덕에 면장님이 테레비에 나왔다. "방장산 맑은 물과.."로 시작되는 인터뷰 장면이 기억에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동림 저수지에 황새가 온 것은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보다 더 오랜 이전에는 좀 더 자주 황새가 도래하였을 것이고 더 오래된 과거에는 텃새로 흔히 살았을 것이다. 대부분이 백로류였을 새들을 보고 우리는 흔히 황새라 부르며 컸다. 과거 황새가 흔했던 시절의 반영일 것이다. 지금은 백로를 보고 황새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황새는 기억 저편의 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황새가 왔다. 물론 동림 저수지는 아니다. 약간은 먼 거리를 달려가서 보고 왔다. 벌써 한달이 지난 일이다. 이처럼 근거리에서 제대로 본 것은 난생 처음이..
노랑허리솔새가 오는 탐조 스튜디오.
노랑허리솔새가 오는 탐조 스튜디오.
2010.12.03숲 속 덤불 속을 누비는 작은 새들을 관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집이 작은 만큼 잔가지 사이로 몸을 은신해가며 대단히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새들이 인기척을 느끼면 더욱 깊이 은신하기 마련이어서 나같은 초보 탐조객은 산새를 본다고 산에 들었다가 새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헛걸음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산새들이라 해서 인적 없는 깊은 산 속에 있을거라 생각하면 잘못이다. 들꽃이 사람들 발 밑에서 피어나듯 새들 또한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숲 가장자리와 논밭의 경계, 볕 잘 들고 먹이 풍부하며 마시고 목욕할 물이 있는 곳이 새들이 살아가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에만 들면 자꾸 안창으로만 들어가려 하니 초보 딱지를 떼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