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내리는날
장맛비 내리는날
2013.07.05간밤에 시작한 비가 "이것이 장맛비다" 하고 시위라도 하듯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쉼없이 내리고 있다. 쏟아지는 빗발을 뚫고 논밭 둘러보고 저수지 가상 모타 건져내고 나니 온몸이 쫄딱 젖고 말았다. 뭐 더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목욕하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비가 다소 꺼끔하다. 꽤 말랐던 저수지가 다시 만수위가 되었다. 대단히 큰 저수진데 비가 많이 왔다. 물 넘는 문행기에서는 동네냥반들 나와 떠내려가는 붕어랑 잉어 잡고 있다.아그들은 없고 죄다 중늙은이들이다. 남쪽 하늘부터 떠드는 것이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비가 그치는가 싶었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비가 내리고 있다. 수로가 감당하지 못하는 또랑물이 논으로 달라들어 모폭을 위태롭게 한다. 큰또랑물이 빵빵하..
한중 fta 중단 해운대 투쟁, 못다한 이야기
한중 fta 중단 해운대 투쟁, 못다한 이야기
2013.07.057월 3일, 한중 FTA 중단 해운대 투쟁 2일차. 부산, 경남 농민들의 결의대회가 진행되었다. 2천여 농민들이 해운대역 광장에 모였다. 오락가락하던 비가 그치고 간간이 해까지 비친다. 다행이다. 연사들이 많다. 대회가 끝났다.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한중 FTA로 절단날 한국농업을 상징하여 상복을 입었다. 한미 FTA가 한국농업에 대한 사형선고였다면 한중 FTA는 사형집행이라고 말한다. 자 이제는 거리로 나갈 시간이다. 상복 입은 농민대표자들이 앞장서 협상장으로 향한다. 경찰 저지선 앞, 차벽이 단단하다. 어쩔 것인가? 부딪쳐봐야지.. 경찰벽을 향한 농민들의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젊은 청춘들의 두터운 벽을 뚫기에 백발이 성성한 농민들의 힘이 역부족이다. 지휘관의 서슬이 시퍼렇다. 저 작자도 쌀밥 먹..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운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운다.
2013.07.04장맛비가 오락가락한다. 저수지 뚝방 산딸기 흐드러졌겠다 싶어 논 둘러보는 길에 차를 몰고 살살..산딸기 곤해둔 사람이 많았던 듯 누군가 다 따먹어부렀다. 다행히 손 안탄 몇 포기 있어 누가 볼새라 허겁지겁.. ㅎㅎ이때여..저 멀리 들판 가운데에서 뜸부기 소리 들려온다. 온 몸을 쥐어찌듯 발산하는 뜸부기 소리는 단전에서 소리를 끌어올린다는 소리꾼 목청만큼이나 울림이 강하다.쯤부기 소리는 잠시 쉬었다 다시 울리기를 반복한다. 소리에 귀 기울여가며 더듬어간다. 들판을 거의 가로질러 여수로 근방에 이르니 소리가 가끼워지고 모폭 사이로 들락거리는 녀석의 목아지가 포착된다. 뜸부기는 논에서 운다. 뜸부기 소리는 구슬프기 짝이 없다. 어쩌다 한마리씩 이따금 보게 되니 더욱 그렇게 들린다. 이 녀석은 수컷이다. 가을 ..
오월, 무등산에 오르다.
오월, 무등산에 오르다.
2013.06.13오월 무등산에 올랐다. 어느새 한달이 되어간다. 5월 17일 석가탄신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인지라 한적한 길을 찾아 원효사길을 골랐다. 원효사에서 서석대에 이르는 4km 남짓한 길은 무등산 옛길이라 이름붙여져 잘 닦여 있다. 계곡을 끼고 흐르는 호젓한 산길을 시간 반 가량 오르면 중봉 부근 능선에 이르러 무등산의 웅장한 산세가 드러나고 광주시내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무등산에 올라 오월 광주를 생각한다. 80년대의 '오월' 광주'에 담겨 있던 역동성과 비장함을 되새겨본다. 복사에 복사를 거듭하여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든 오월영령들의 사진집을 보며 느꼈던 비분강개, 피가 거꾸로 흐르는 분노에 피를 떨던 시절이다. 역사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학살자가 애국자가 되고 학살의 배후가 여전히 은인 행세를 하고..
모내기 풍경
모내기 풍경
2013.05.30전국 각지의 들녘마다 모내기가 한창이다. 모내기는 나락 농사의 절반, 연하디 연한 모를 보노라면 저것이 언제 커서 나락이 되고 모개를 숙여 추수를 할까 싶지만 일단 모내기만 마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쑥쑥 자라 금세 황금 들녘이 되고 만다. 모만 심어놓고 나면 농사꾼 1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가버리고 만다. 오늘은 이광석 전농 의장님 모내는 날.. 전농 본부 성원들이 다 같이 의장님 모내기에 출동하였다. 일거리로만 치면야 이렇듯 모일 일도 아니지만 1년 농사의 절반이라 하는 모내기 기분을 한껏 발산해보고자 전격적으로 기획하였다. 가랑비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 모내기 하기에는 모나 사람이나 더없이 좋다.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야트막한 동네, 20여 가구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형적인..
석곡
석곡
2013.05.28사람의 손을 피해 달아난 석곡. 새 잡는 망원렌즈로도 아스라히 보이는 절벽, 감히 오르려 하지 말라. 새 되는 수가 있느니..
꿈에 본 긴꼬리올빼미가 긴부리도요가 되어 나타났다.
꿈에 본 긴꼬리올빼미가 긴부리도요가 되어 나타났다.
2013.05.14조복 좋은 날. 간밤 꿈에서는 긴꼬리올빼미를 보았다. 어찌 해서인지는 몰라도 올빼미를 잡았는데 잡고 보니 긴점박이올빼미라..너는 지난번 보았던 녀석이니 내 너를 놓아주마 하고 날려보냈는데 아뿔싸 긴꼬리올빼미다. 옆에 있던 각시더러 어디에 앉는지 잘 보라 이르고 헐레벌떡 사진기 갖고 달려와 사진에 담으려 하니 밧데리가 없다. 그러다 깼다. 아침나절 길을 나서 '야미도'로 향했다. 군산 사는 가무락이 일러준 탐조터. 새만금 방조제로 연결된 덕에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다. 야미도에서는 할미새사촌, 진홍가슴, 황금새 등 무려 6종의 새로운 새를 만났다. 돌아오는 길, 갈곡천 하구 수앙 들판에 들렀다. 일찌감치 모내기를 끝내 도요새들이 많이 내리는 논이 있다. 멀리서 보아도 구분이 되는 한무리의 학도요들이 ..
새만금 야미도의 나그네새들.
새만금 야미도의 나그네새들.
2013.05.14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야미도.앞으로 어떻게 변모해갈지 모르겠지만 야미도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차마 사진기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무너져내리는 폐가들과 군데군데 남은 집들을 지키는 쭈그렁 할매들. 새만금 관광객들을 노린 현대식 횟집들은 다들 폐업상태, 군데군데 뭔가 짓다가 멈추어버린 공사장들이 즐비한 섬 야미도. 하지만 한반도를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새들의 휴식처 노릇은 여전히 단단히 하는 모양이다. 여기저기 빈집 우거진 풀밭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새들. 처음 보는 녀석들이 즐비하다. 서해안 낙도, 어청도와 외연도 등을 찾아 먼길 떠나는 탐조객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듯 하다. 골목길에서 만난 야미도 할매 "어디서 오겼소?" "새 좀 볼라고요" "워매 우리집 마당에 이뿐 새 앙겄..
5월, 영실 선작지왓 윗세오름 주변의 야생화
5월, 영실 선작지왓 윗세오름 주변의 야생화
2013.05.09시간 반이면 오를 수 있는 영실-윗세오름길은 한라산 산길 중에서 가장 짧다. 짧기도 하거니와 제주 남서부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광활한 주위 조망과 백록담 화구벽을 보며 걷는 선작지왓의 이국적 정취는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 틈을 주지 않는다. 어리목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돈내코로 내려갈 수도 있겠으며 영 시간이 촉박하다면 되짚어내려가는 것도 문제 없으니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산을 잘 타지 못하는 등산객들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겠다. 영실입구, 산객을 반기는 까마귀가 신령스럽게 느껴진다. 털진달래가 피었다. 화구벽이 보이는 고산평원, 선작지왓에는 5월 말에서 6월 중순 사이 철쭉이 만개하는 모양이다. 한라산 특산 좀민들레. 일반 민들레에 비해 매우 작다. 노랑제비꽃이 지천이다. 오른짝 쳇망오름과 외약..
이런 족도리풀
이런 족도리풀
2013.05.01고구마 잎파리하고 닮은 잎이 그늘을 드리우고 그 아래 검다고 느껴지는 족도리 닮은 곷이 피는 풀. 식물학자들과 들꽃을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은 꽃모양과 잎파리의 무늬 등등을 따져 이래저래 분류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그저 족도리풀일 따름이다.보통의 족도리풀은 이렇게 생겼고 이런 색의 꽃을 피운다. 그런데 좀 다른 녀석이 있으니 줄기도 꽃도 노랗다. 흔히 보기 어려우며 특정 지역에서만 보인다. 노랗게도 보이고 녹색으로도 보이고 자주색 점무늬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족도리풀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 차이로 하여 한때 손을 타 거의 절멸하다시피 했던 녀석들의 개체수가 다소 늘어났다. 그날 이녀석 인근에는 이런 녀석들이 벗 삼아 피어 있었다. 금붓꽃 각시붓꽃 참꽃마리 개별꽃 야는 뭔지 모르..
곡우에 내리는 눈, 4월의 설경
곡우에 내리는 눈, 4월의 설경
2013.04.23올 날씨 참 변덕스럽다. 날씨가 미쳐부렀다. 곡우에 내리는 눈, 농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우스 농사짓는 농민들 온도 관리에 우왕좌왕하는 것은 둘째 치고, 꽃 피고 새 순 돋는 각종 과수농사는 어찌 될까? 일찍 심은 감자순 녹아 없어져버렸다는 소식, 이놈의 날씨 미쳐부렀는갑다는 탄식이 쏟아진다. 그런데도 라디오에서는 곡우에 비가 내려 풍년이 예고된다는 말만 나온다. 눈보다는 비 내리는 지역이 더 많으니 그러려니 해야 되나? 그런데 이날 경북과 강원 산간지방뿐만 아니라 충남 부여에도 눈이 내렸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심란한 이상기후에 직면해 있는지 심각하게 짚어봐야 한다. 그즈음 서귀포 사는 은일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한라산 봉우리에 눈이 허옇게 쌓였수다." 4.3 항쟁도 그렇고 이재수의 난도 그렇고..
길기도 하여라 '장다리물떼새'
길기도 하여라 '장다리물떼새'
2013.04.18장다리물떼새를 본 적이 있는가?아스라한 기럭지에 순진한 생김새, 빨간 눈망울이 슬퍼보이는 나그네새.이 녀석들을 처음 본 것은 제주 하도리에서였다. 처음 보는 그 순간 "장다리물떼새다!" 하고 탄성이 나왔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참 잘 붙여진 이름 장다리물떼새. 이 녀석들을 다시 만난것도 역시 하도리. 이번에는 대단히 귀하게 볼 수 있다는 큰부리도요와 함께였다. 귀한 나그네를 보다 잘 알아보는 사람이었다면 큰부리도요를 주인공으로 찍었을 것이나 나는 그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역시 하도리. 이번에는 쇠청다리도요와 함께 있다. 쇠청다리도요도 짧은 다리는 아닐진대 이건 뭐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며칠 전 고창 심원 바닷가 마을 농수로에서 다시 만났다.머리 까만것이 수컷, 뒤에 있는 녀석이 암컷이다.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