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달과 별
달과 별
2010.05.17씨나락 담그고 나니 어두워져버린 날 문득 하늘을 보니 달과 별이 만나고 있다. 금성이라 한다.
5월의 밥상, 가는 봄이 아쉽다.
5월의 밥상, 가는 봄이 아쉽다.
2010.05.16며칠간 집을 치워야 했다. 봄 제사와 가을 추석, 1년에 두차례 뿐인 집안 대청소. 각시는 집안을 맡고 나는 외부 집터를 맡는다. 내 임무의 핵심은 잡초 제거이다. "나 죽으먼 쩌그도 풀 나고 사방간디 풀밭 될거이다"고 늘 말씀하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으셨다. 지난 가을 우리집에 온 병길이성은 황성옛터에 온 기분이라며 운치 있어 좋다 하였다. 어머니하고 죽이 잘 맞아 늘 드나들었던 터라 어머니가 집을 어찌 관리해왔는지 잘 아는 양반이다. 좌우튼 사방간디 쳐올라오는 풀을 맸다. 이렇게 해서 뽑아낸 풀이 트럭으로 두대를 치우고도 뿌리째 캐낸 억새 한트럭이 아직 남았다. 한 사날 서대고 나니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집 안도 마찬가지, 무지하게 버리고 나니 좀 말끔해졌다. 뭘 그리 끼리고 살았던 건..
순창 오은미, 회문산.
순창 오은미, 회문산.
2010.05.02어느새 여드레 전 일이 되어버렸다. 아들 딸 하나씩 데불고 순창엘 갔다. 맛난 것 사주기로 하고.. 지역구 돌파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오은미 후보 공보물에 쓰일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부담 백배, 쓸만한 사진이 찍혔는지는 알 수 없다. 못자리를 하고 있던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굉장히 대견해하신다. 사진 찍었으면 빨리 가라는데도 굳이 모판 한 줄을 다 깔았다. 논두렁 한포짝에 하얀 민들레가 이쁘게 피었다. 하얀 꽃이 피는 서양민들레는 보지 못하였다. 하얀 민들레는 다 토종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오은미 후보 일행과 헤어져 순창읍내 시장통에 있는 순대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장통에는 2대 3대째 이어져 온다는 원조 순대집들이 모여 있다. 맛이 괜찮다. 회문산에 갔다. 10년도 훌쩍 더 지난 오래전에..
냥이와 복돌이
냥이와 복돌이
2010.04.21마당가에 봄맞이꽃이 피었다. 인자 차말로 봄이다. 솜방망이도 꽃대를 올렸다. 꽃대가 아스라하다. 고양이 소리가 나 고갤 들어보니 담장 위에 냥이가 있다. 복돌이가 들어온 이후 잘 보이지 않고 이따금 집 주변을 맴돌기만 하던 녀석. 막둥이 딸을 부르니 잠결에 달려 나와 냥이와 어렵게 상봉하여 마루 끝에 자리를 잡았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녀석.. 슬금슬금 다가오는 복돌이를 보더니 쩌리 가라 소리친다. 냥이의 냥냥한 표정을 보라. 해장 이슬을 얼마나 차고 다녔는지 녀석 너저분하기 짝이 없다. 해장에 바짓가랑이에 이슬 묻히고 다니는 사람 신고하라던 박정희가 생각난다. 이 녀석 혹시 간첩일까? 느닷없이 영문도 모르게 집에 들어와 뻗대고 사는 것도 그렇고.. 혹 몸 속에 도청장치라도.. 시무룩해진 녀석 수연이만..
점심밥상 돌나물무침.
점심밥상 돌나물무침.
2010.04.06몇해 전 꽃을 보겠노라고 옮겨다 심어놓은 돌나물이 집안 곳곳에 퍼져 지천으로 올라오고 있다. 지금이 보기 좋지 여름 장마철이 되면 너무 커버려 보기에 좋지 않다. 풀 매면서 뽑아 던져놓은 녀석들이 이제는 집안 곳곳을 차지하고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한번 저것을 뜯어먹어야지 하다 오늘 드디어 점심밥상에 올리게 되었다. 사실 돌나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진한 풀냄새 탓이다. 하여 머위잎하고 같이 버무려서 무쳐먹었다. 머위잎이야 대를 뚝뚝 분질러 꺾으면 되고 돌나물은 다듬어 씻을 일을 생각해서 녹차 새순 지르듯이 꼭대기만 똑똑 따담았다. 뭐 정성스레 씻을 것도 없이 흐르는 물에 대충 헹궈내니 깨끗하다. 조선간장 한숟가락 흩뿌리고 깨소금 넉넉히 치고 초고추장을 찾으니 없다. 초고추장 대신 며..
고기가 먹고 싶을 땐.. 양송이 버섯구이
고기가 먹고 싶을 땐.. 양송이 버섯구이
2010.03.31현미밥 채식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찹쌀과 맵쌀 현미를 반반씩 섞어 지은 현미밥에 채소 반찬, 삭힌 홍어를 제외하고는 육식을 하지 않았고 막걸리를 제외하고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 결과 약 5kg가량 몸무게가 줄었다. 겨울 동안 불어난 몸무게가 빠진 수준이긴 하지만 육식을 하지 않을 뿐 배불리 먹고도 감량을 한 것이니 나쁘지 않다. 이제는 백미로 지은 밥은 싱겁기도 하거니와 씹는 맛이 없어서 먹기가 사납다. 다만 이따금 찾아오는 고기 생각이 떨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양송이버섯구이가 좋다. 그간 몇 차례 먹어봤지만 먹을 때마다 맛이 새롭다. 밥상이 준비되었다. 완전한 현미밥, 백여번 이상 씹어야 제 맛이 난다. 장모님이 주신 갓김치, 갓김치 좋아한다고 늘 갓김치를 주신다. 양송이 3천..
입맛을 일깨울 강력한 봄내음, 머위무침.
입맛을 일깨울 강력한 봄내음, 머위무침.
2010.03.24사방천지에 풀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눈이 오건 비가 내리건 봄은 여지없는 봄이다.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작년 밭농사 풀을 못잡아 많이 망쳐버렸기에 올해는 기필코 풀의 기세를 꺾고야 말리라는 각오를 날카롭게 세워야 할 때이다. 묵어버리다시피 한 철쭉밭을 어제 오후부터 매기 시작하였다. 아직은 뭐 손댄 표시도 안나고 언제 끝을 볼 지 모를 기나긴 싸움의 시작이다. 오전 내 밭을 매고 나니 몸땡이는 나른하고 입 속이 텁텁한게 요상시랍다. 뭔가 입맛을 일깨울 강력한 봄내음이 필요하다. 며칠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일을 실행에 옮길 때이댜. 집안 곳곳에 돋아나기 시작한 머위잎을 무쳐먹기로 한다. 막 돋아나기 시작한 어린 잎이라 생으로 그냥 무쳐먹기 좋을 때이다. 며칠 전 엄마의 지도를 받아 겉저리 맛나게..
잦은 비에 때아닌 폭설, 올 농사가 걱정이다.
잦은 비에 때아닌 폭설, 올 농사가 걱정이다.
2010.03.10봄이 오면서 궂은날이 너무 잦습니다. 날이 한번 궂기 시작하면 사나흘은 보통, 추적추적 비가 내리거나 짙은 구름이 해를 가리기 일쑤. 이쯤 되니 비닐하우스 농사 많은 고창지역, 농민들 애가 자진합니다. 이미 들어간 수박은 크질 않아 애가 타고 새로 이식 준비를 하는 농민들은 제때 밭 닦달을 하지 못해 애가 탑니다. 정칠월이라, 정월 날씨가 7월 날씨라 하였는데 벌써부터 7월 날씨를 걱정하시는 농민들도 많습니다. 올 농사는 지어먹기 힘들 거라는 말씀들을 많이 합니다. 풍년 들어도 걱정, 흉년 들어도 걱정, 농민들 걱정은 한이 없습니다. 급기야 폭설이 내렸습니다. 산수유, 매화를 위시한 봄꽃을 시샘하는 한 번쯤 올만한 눈이긴 하지만 그 양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도 폴폴 내리고 있네요. 잔뜩 찌푸린 하늘만큼..
굴러들어온 개, 복돌이
굴러들어온 개, 복돌이
2010.03.093월 1일. 새 학기가 시작되어 고등학생 나이가 되는 큰 놈과 중학생이 되는 딸을 묶어서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갖다 놓고 돌아오는 길이 다소 헛헛하다. 집에 혼자 남게 된 막둥이 딸이 많이 심심하고 허전하겠다. 이럴 때는 아이들이 크는 속도가 쏘아놓은 화살 같다는 세월보다도 빠른 느낌이다. 저것들이 언제 클까 싶고 평생을 물팍 아래 끼고 살 것 같았는데 어느새 곁을 떠나가다니.. 논에 심어놓은 모 크는 것이나, 아이들 크는 것이나, 흐르는 세월이나.. 돌아오는 길 흥덕에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 집에 들어오니 말캉 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난다. 어라? 뭔 소리여? 언놈이 주인 없는 집에 들어와 주인 행세여? 자그맣고 하얀 개 한 마리 말캉 밑에서 튀어나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튿날 아침, 토방에서 알짱거..
석인
석인
2010.02.22꽤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서 있었겠다. 꽤나 지체가 높았거나 가세가 심상치 않았을 봉분 속의 주인을 좌우에서 지키고 있다. 묘역 주위로는 잘 늙은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겨울임에도 햇살이 따사롭다. 치켜 올라간 눈꼬리, 굳게 다문 입이 겁나게 고집스러워 보인다. 오랜 세월 마주하다 보니 닮아버린 것인지, 애초에 형제간이었는지 둘이 많이 닮았다. 세월의 풍파를 능히 이겨낼 만한 딱 적합한 인상이다. 전라도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섣달 그믐밤 벌교 꼬막맛.
섣달 그믐밤 벌교 꼬막맛.
2010.02.17전라도 사람들은 꼬막을 참 좋아라 한다. 그 중에서도 벌교 참꼬막이라 하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전라북도의 산골마을 순창 사람들이 꼬막장사를 하였다. 고창이 팔고 있는 폰깡(제주밀감)과 교환하여 떨어진 할당량 중 한차데기를 집에 가져와 섣달 그믐밤 식구들과 둘러 앉아 삶아먹었다. 꼬막을 닥달하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바가지에 꼬막을 담아 적당히 물을 붓고 빡빡 문질러 서너번 행궈낸 다음 소금물에 담궜다 꺼내면 된다. 내가 하였다. 너무 과하게 삶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긋함이 살아있는 꼬막맛을 볼 수 있다. 물을 끓인 후 찬물을 살짝 부어 온도를 낮춘 다음 꼬막을 투입하고, 꼬막이 한두개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건져내서 찬물을 두르면 된다 했다. 그대로 했더니 잘..
과정과 절차가 필요한 꿩 한마리 먹기.
과정과 절차가 필요한 꿩 한마리 먹기.
2010.02.13아끈다랑쉬에서 내려오니 기다렸다는 듯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빗방울이 굵어진다. 이제 오름은 그만 오르라는 한라산의 뜻인 듯.. 다소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하고 멀지 않은 교래리로 향한다. 지나다니면서 봐두기만 했던 꿩요리를 먹어보기 위함이다. 제주도에서 먹어본 음식 중 가장 격식있게 먹어본 고급요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과정과 절차에 따라 먹는 이른바 꿩 한마리 코스 요리. 홍합, 꽃게, 쏙, 양애, 꿩뼈다귀 등이 푸짐하게 들어간 국물을 끓인다. 생으로 먹는 가슴살과 모래집 가슴살 육회에 소주 한잔 하며 국물이 끓기를 기다린다. 살짝 데쳐먹을 꿩고기를 얄포롬하게 썰어놓았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각종 야채를 넣고 휘휘 젓는다. 이제 샤브샤브를 먹을 시간이다. 약 1초간 두번 담갔다 먹으니 가장 알맞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