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가을이 왔다. 부인할 수 없는 가을이다.
가을이 왔다. 부인할 수 없는 가을이다.
2013.09.08가을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을이 왔다. 불볕더위가 어제일 같은데 어느결에 이불 안덮고는 못자게 되었다. 집에 내려와 들판을 한바퀴 돈다. 묏등마다 예초기 소리 요란한데 길섶 풀밭에는 둥근잎유홍초가 피었다. 잡초와 어우러져 아무렇게나 피는 꽃, 둥근잎유홍초는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과도 같은 녀석이다. 이 녀석은 늦가을까지 진한 꽃대를 올린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들판에는 참새떼들이 신났다. 섀끼들 쳐다만 봐도 배부르겄다. 허수아비 하나 없는 들녘, 농민들은 공갈포를 쏘아대지만 참새들은 아랑곳 않는다. 바야흐로 가을.. 하늘은 높고 사람은 살찐다. 벌초 하러 가야겄다.
경순왕릉이 왜 여기에 있지?
경순왕릉이 왜 여기에 있지?
2013.09.01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 경순왕의 무덤은 어디에 있을까? 이래저래 집에 내려가지 못한 일요일 임진강변으로 바람을 쐬러 갔다가 난데없는 곳에서 경순왕릉 안내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봤다. 최전방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 민간인 출입통제선에 물려있다시피 한 곳이다. 알고보니 경순왕릉으로 하여 민간인 통제선이 뒤로 물러선 것으로 되어 있다. 왕릉 뒷쪽으로는 군사 철책이 둘러쳐져 있고 '지뢰' 표시가 살벌하다. 신라왕이 어인 일로 여기에.. 같이 간 사람들 이러저러한 추측의 결론은 고려 개국 이후 개성에 볼모로 잡혀 있다 생을 마치지 않았겠는가 하는 것이다.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니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찌되었건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다. 경순왕릉 안내문 등에 따르면 국운이 쇠하고 후백제의 침략이 ..
소금땀 흘리흘리
소금땀 흘리흘리
2013.08.10생육의 최절정기에 달한 잡초와의 전쟁, 휴가 기간 내내 예초기를 돌렸다.논밭 정리하고 나니 집안이 풀바다에 잠겼다. 풀들이 숫제 혓바닥 날름거리는 뱀마냥 대그빡 바짝 치켜들고 집을 노린다.아주 집 안으로 들어온 녀석들도 있다. 아무리 비워놓은 방이라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 휴가도 끝나고 이제 집 주변만 대충 정리하고 예초기 내려놓을란다. 숨쉬는 자체로 땀이 쏟아지는 무더위 속, 예초기질은 이른 새벽과 해질녘을 이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초기를 돌리는 휘발유와 내가 쏟는 땀과..쏟는 땀이 배는 되겠다. 예초기 들쳐업고 한바탕 내두르고 나면 몸무게는 거의 정확히 1kg이 '빠진다.깡맥주 하나 먹고 나면 500g, 밥 한술 뜨면 원상복귀.. ㅎㅎ 먹어 치우는 깡맥주만 하루 대여섯개, 깡맥주 없었으면 어찌 ..
매콤하고 시원하게 비벼먹는 라면, 뿔면
매콤하고 시원하게 비벼먹는 라면, 뿔면
2013.08.09매콤하고 시원한 라면, 이름하여 . 알만한 사람은 아는 감방 특식 화기가 허용되지 않는 조건에서 뜨거운 물로 불린 컵라면이 주재료가 된다. 언젠가 구치소에 다녀와 선보인 것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 아이들이 찾는다. 이번에는 며칠 후 있을 학교 캠프 요리 경연대회에 출품하겠다고.. 감방 음식 괜찮겠나 했더니 지네 학교 감방 다녀온 학부모 많아 흉 될 일 없단다. 날도 덥고 하니 한번 해 보는디.. 초장, 훈제 닭 혹은 오리, 묵은지는 필수 재료. 초장은 봉지 고추장에 사이다, 레모나 등을 섞어가며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는 바깥세상이니 알아서 정성껏 만들면 되겠다. 훈제오리는 뜨거운 물에 봉지째 넣어서 덥힌 후 잘게 찢으면 된다. 여기야 뭐 칼도 있고 도마도 있으니.. 묵은지도 잘게 찢..
여름을 이겨먹는 밑반찬의 힘
여름을 이겨먹는 밑반찬의 힘
2013.08.03아들놈은 통선대 가고 나는 휴가라고 집에 내려왔다. 하늘의 구름이 두텁고 소나기가 서너 차례 왕림하였다. 주구장창 매미는 울어쌓고 하루 점드락 뺑뺑이 도는 선풍기가 안쓰랍다. 대청마루에서 앙겄다 누웠다 하루가 그렇게 갔다. 휴간께..ㅎㅎ 뉴스를 보고서야 아들놈 통선대 간 것을 알았다. 미안하기도 해서 몇차례 전화를 건네봤지만 받지도 않고, 하지도 않고.. 새끼, 이 참에 살이나 쪽 빠져부렀으먼 쓰겄다. 끈적거리는 몸뚱아리, 어리둥절한 입맛 휴가랍시고 빈둥거리기가 쉽지 않다. 한여름 무더위에 어리둥절해져버린 입맛을 달래주는 밑반찬 새콤함과 매움함을 기본으로 입맛을 일깨우고 곰삭은 새우젓, 칼칼한 물김치가 더위를 물리친다. 그 무슨 별미로도 충당할 수 없는 강력한 밑반찬의 힘 이 맛에 집에 온다. 논으로, ..
문배동 육칼
문배동 육칼
2013.07.31무더운 여름, 입맛을 잃기 쉬운 시기이다. 어차피 늘 집밥을 먹을 수 없는 처지인지라 이것저것 먹을 것을 떠올리며 고민할 때가 많지만 막상 밥 먹을 때가 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럭저럭 때우게 되는 것이 일상사다, 밀가리것을 좋아하는지라 막국수, 칼국수, 짭뽕, 냉면, 매밀국수 등을 선호하지만 함께 생활하고 활동하는 사람들과 기호가 맞지 않아 의사와 달리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만에 내 의사에 따라 먹을거리를 정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삼각지에서 효창동 쪽으로 철길 넘어 고가도로 밑에 있는 '문배동 육칼'집.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 간판을 봤을 뿐인데.. 간판이 뿜어내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식당은 허름하고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몇개 되지 않는 탁자에 선풍기가 ..
백두대간 넘어 손님이 찾아오는 보신탕집
백두대간 넘어 손님이 찾아오는 보신탕집
2013.07.30정감록이 전하는 십승지 중의 한 곳, 무풍은 무주에 속해 있다. 무주에서도 무풍은 몹시 외진 곳이다. 무풍은 3개 도의 경계에 있다. 삼국시대에는 신라 땅에 속했다 한다. 무주에서 가자면 나제통문을 지나야 하고, 경북 김천과 경남 거창에서 오자면 백두대간을 넘어야 한다. 그 옛날에는 얼마나 오지였을까? 그곳 무풍에 잘하는 보신탕집이 있다. 무풍은 또한 무주군농민회의 요람이다. 무주 농민회 대부분의 역량이 무풍면에 집중되어 있고 무풍 회원의 주력이 나와 같은 말띠 갑장들이다. 그렇게 해서 맺어진 인연으로 알게 된 보신탕집이 무풍 면소재지에 있는 만복 식당이다. 오늘도 손님이 많다.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 박대하는 주인 양반을 설복하여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보신 전골을 주문하였다. 야무진 청양고추와 토종 조선..
10년 전 사진..
10년 전 사진..
2013.07.24하드디스크를 뒤적거리다 10년 전 사진들을 본다. 이것들은 고딩, 중딩이 되었는데 모양성 아래 한가롭던 이 할매들은 어찌 되셨을까?......술 묵고잡다.
금강지류 보청천 어죽국수.
금강지류 보청천 어죽국수.
2013.07.01옥천에서 진행중인 농활, 학생들과 농민회원이 모여 중간풀이를 진행하는데 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통합진보당 정책당대회를 마치고 정읍 거쳐 옥천으로 직행하였다. 청성면사무소 앞에서 전화를 하니 군농 사무국장님이 금새 데리러 온다. 강변으로 가자 한다. 헉! 강변에서 교육을 한다고라..교육장소에 도착하니 농활대원과 회원들이 강변 커다란 미류나무 밑에 모여 아직 당도하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몇 사람은 강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있다.속리산에서 발원하여 금강으로 흘러든다. 보은에서 청산현으로 흘러든다 하여 보청천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비릿한 물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하~ 이런 목가적인 분위기에서 교육을 하자니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고문이지 싶다. 한 40분 했나? 고된 농활노동..
꽃뱀과 참개구리
꽃뱀과 참개구리
2013.06.23화단 가상 풀섶에서 개구리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숨 넘어가는 소리, 그간 경험에 따르면 틀림없이 뱀에게 먹히는 중일 것이다. 막대기 하나 들고 풀을 헤쳐보니 아니나 다를까 꽃뱀이 참개구리를 자시고 계신 중이다. 꽃뱀이나 참개구리나 참 친근한 녀석들인데.. 어릴 적 학교 다닐때는 보이는 족족 잡아서 가지고 놀다시피 했다. 여학생들 놀래키는 데는 꽃뱀만한 게 없었고 참개구리 뒷다리는 별난 간식거리였다. 그런데 꽃뱀 이 녀석 무시무시한 맹독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았다. 그나 개구리는 머리부터 들어간 듯 한데 잘 구분이 안된다. 비명소리는 계속되고..이걸 어찌해야 하나 망설이다 뱀 대가리를 한대 툭 치니 순식간에 개구리가 탈출하고 뱀도 온데간데가 없다. 눈을 깜짝하지 말았어야 하..
멜국
멜국
2013.05.09큼지막한 생멸치를 통으로 넣고 국을 끓인다. 글쌔올씨다.. 비리지 않을까? 제주 사람들 국이라 하는 것에는 '퍼데기'라 부르는 배춧잎을 많이 넣는다. 갈치국도 그렇고 또 뭣이냐.. 잘 모르겄다. 퍼데기가 들어간 멀건 국물을 보면 이게 무슨 맛일까 싶다. 멜국을 뒤집으니 큼지막한 통멸치들이 나타난다. 국물을 한술 뜨니 웬걸 시원하다. 비린 맛에 민감한 사람들은 혹간 느낄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리 민감하지 못한 듯 비린 맛도 없다. 음.. 해장엔 딱이겠군. 한라산 하얀거 한병정도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 멜국이나, 갈치국이나, 각제기국이나 한결같이 비릴 것 같으면서도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비결이 뭘까? 퍼데기일까? 아니면 제주 사람만의 독특한 제주가 있을까? 좌우튼 시원한 맛이 별미다. 제주에 가시거든 ..
옻순 쌈밥
옻순 쌈밥
2013.05.09옻순 먹을 때가 되었다. 변덕스런 날씨, 맵찬 꽃샘추위가 영향을 미친 듯 작년에 비하면 1주일가량 늦었다. 고창 기준이니 중부 지방, 강원도 산간까지 감안하면 향후 열흘 정도가 옻순을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09년도 첫맛을 본 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옻순을 먹고 있는 바 해가 거듭될수록 옻에 대한 면역능력이 증강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1주일가량은 이래저래 고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니 첫손가락으로 꼽자면 독특한 식감과 뛰어난 맛이다. 식감을 표현하자면 '사각사각', 맛을 표현하자면 '달콤 살벌'이라 할 것이다. 옻이 지닌 독성에 비하면 맛은 매우 순하고 달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람은 옻 오를 것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