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선운족도리풀을 아시나요?
선운족도리풀을 아시나요?
2009.04.20다양한 무늬와 색의 잎사귀와 꽃색깔을 가진 족도리풀이 한데 엉켜 큰 군락을 이룬 골짜기가 있었다. 이 중 노란 꽃을 피우는 족도리풀을 야생화 동호회 사이트에 게재하였고 이를 계기로 두차례 탐사 안내를 하게 되었다. 두번째는 식물학자 이영노 박사를 안내하였고 이 분이 선운족도리풀이라 이름붙였다. 그 후로 입소문을 타 탐사객들 발길이 이어져 자생지가 몸살을 다소 앓았다. 지어 이듬해에 가서 보니 노란색 꽃이 피는 개체를 누군가가 싹 훑어가버렸다. 아마도 내가 안내했거나 나중에 다녀간 사람 중에 불순분자가 잠입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인기가 시들해져 사람들 발길이 뜸한 모양이다. 많은 개체가 건강하게 자리를 잡고 꽃을 피웠다. 다만 선운족도리라 이름붙은 녀석들은 이제 대단히 귀하신 몸이 되어버렸다. 단 두개체만..
내장산에서 만난 새
내장산에서 만난 새
2009.04.20내장산 서래봉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집은 선운사 10분, 내장사 20분 거리에 있다. 봄인지 여름인지 구분이 안되는 날씨가 계속되던 날, 땀도 식힐 겸 내장산 금선계곡을 찾았다. 지난번 보았던 굴뚝새를 볼 수 있을까 해서이다. 가는 길목 길가에서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황조롱이를 보았다. 하늘에 높이 떠 있는 모습만 보다 비등한 높이에서 보니 색다르다. 흰배지빠귀는 처음 본다. 계곡 입구에서 목욕하는 녀석을 본 이후로 계속 눈에 띈다. 낙엽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면 다람쥐 아니면 이 녀석이다. 목욕을 마친 박새가 몸을 털고 있다. 곤줄박이가 물을 마시고 있다. 산골짜기에도 원앙이 있다. 수컷을 뒤따르는 암컷, 나들이 나선 옛날 부부를 보는듯하다. 내외지간에 2~3미터 떨어져서 꼭 이렇게 걸었다. 폭포..
고창 청보리 축제
고창 청보리 축제
2009.04.19고창 청보리 축제가 시작되었다. 보리는 이제 목아지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축제는 보리가 노릇노릇해지려고 할 무렵까지 약 한달간 진행된다. 청보리밭 가는 길은 고창에만 들어서면 산지사방에 표시가 되어 있어 찾기 쉽다. 어제 하루 있어보니 선운사 등산을 마친 등산객들이 많이들 들르시는 것으로 보인다. 주 행사장이 되는 잔디밭 주위 벚나무에서 꽃비가 내리고 있다. 주막에 앉아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있노라면 꽃잎이 내려앉아 꽃잎이 동동 뜬 꽃동동주가 되어 젓가락 장단이라도 두드리고 싶은 취흥이 절로 난다. 여기 주 행사장에서 각종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청보리 축제는 보리밭 사잇길을 거닐면서 보리피리 부는 맛이 아닐까 싶다. 보리밭 한바퀴 돌고 배 고프면 보리밥집에 가..
엄나무순(개두릅) 데쳐먹기
엄나무순(개두릅) 데쳐먹기
2009.04.18가시가 사나워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던 나무, 그래서 문지방에 걸어놓기도 했다. 엄나무의 새순은 참두릅 못지 않은 향취가 있다. 쌉소롬한 향은 오히려 더 강하다. 줄기는 약재로도 쓰는데 닭 삶을 때 생가지를 꺾어 넣으면 국물이 파릇해져 보기에도 좋고 독특한 향취가 맛을 둗군다. 시골 동네에는 거목이 되어 울타리를 지키는 엄나무가 종종 보인다. 동네 앞 낭깥에 엄나무가 자라는데 아직은 나만 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누구랑 먹을까 고민하는 차에 영태한테서 "일 쩨까 도와달라"는 전화가 왔다. 다듬어놓으니 참두릅과는 자태가 사뭇 다르다. 막걸리는 빠질 수 없는 구색. 일하기 전에 한잔 먹고 시작하자고 참부터 먹는다. 혼자 사는 영태가 잘 데쳤다. 젓가락보다는 부모님이 주신 손가락이 좋다. 눈까지 지긋이..
혼이 담긴 새 사진
혼이 담긴 새 사진
2009.04.17사라져가는 한국의 새를 찾아서 - 김연수 글.사진/당대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하였다. 글보다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는 순간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을 먼저 쭉 들여다본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진을.. 사진만 들여다보고도 받은 감동이 쉬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잘 읽혀지지 않는다. 책을 펴면 사진만 한참 들여다보다가 덮고, 덮고..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마음에 드는 새, 좋아하는 새 하나씩 잡아서 읽어나가면 된다. 하나 하나 읽어나가면서 비로소 어떻게 이런 사진을 담을 수 있었는지, 사진에 담긴 저자의 땀과 정성, 자연에 대한 경외와 사랑이 어떠한지를 알게 된다...
흙으로 만든 책, 땀과 노동으로 빚은 '오래된 책'
흙으로 만든 책, 땀과 노동으로 빚은 '오래된 책'
2009.04.16진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사람이 있다. 진짜 농사란 무엇인가? 땅에 모든 것을 걸어 땅이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그런 사람이라야 진짜 농사꾼이요, 그런 사람이 짓는 농사라야 진짜 농사라 할 만하다. 더하여 땅에 쏟은 농사꾼의 정성, 땅의 결실이 온당한 처우를 받지 못할 때 더불어 함께 소리쳐 싸울 수 있는 아스팔트 농사꾼이라면 진짜 훌륭한 농사꾼이라 할 것이다. 갑오년 죽창 든 농민군이 있었다면, 이 시대에는 아스팔트 농사꾼이 있다. 직접 책을 만든 사람으로부터, 그것도 시인으로부터 책을 받기는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감격도 잠시, 어디론가 사라진 책을 석 달도 더 지난 오늘에야 트럭 의자 뒤, 먼지 구덩이에서 찾아내 밤을 도와 뒤적거렸다. '오래된 책' 그것은 흙으로 만든 책이라 했다. 엄청 ..
아랫집 할매 파지를 주셨다.
아랫집 할매 파지를 주셨다.
2009.04.14우리 아랫집 여든아홉 잡수신 할매가 사신다. 작년 이맘때 백수를 아깝게 못 채우신 하나씨 먼저 보내고 혼자 되셨다. 아들네들도 근방에 살면서 자주 오고 기력도 쟁쟁하셔서 다른 문제는 없다. 다만 귀가 꽉 막혀서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루 한 번은 오셔서 당신 하고 잡은 말씀만 마구 해대고 가신다. 뭐 주로 "말캉 쓸어라" "대문 앜으 좀 치워라".. 하루 한번 이상 잔소리를 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서운하다. 며칠 전 해장 일찌감치 파지를 갖고 오셨다. "아들 오먼 줄라고 무쳤는디 자네도 좀 먹어보소" "자네 파지 안 좋아헝가" 집에서는 도통 밥 먹을 일이 없는지라 막걸리에 콩국수 먹는 자리에 싸들고 가서 풀어놓았다. "뭔 할매 손맛이 아직도 이리 좋다냐" 순식간에 다 먹어부렀다. 우리보다 우리..
참두릅 데쳐 막걸리 한잔.
참두릅 데쳐 막걸리 한잔.
2009.04.13요즘 방장산에는 두릅순을 따러 다니는 사람들로 임도가 빡빡할 정도라고 한다. 여간 부지런하거나 자기만 아는 비밀스런 창고가 있지 않는 한 자연산 두릅을 맛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른 새벽 이슬을 털며 올라간 두릅밭이 이미 다른 사람이 지나간 다음일 때의 허탈한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래서 두릅을 따러 갈 때면 행여 다른 사람 손을 타지는 않았을까 하고 가슴이 뛴다. 가시 사나운 두릅나무 사이를 헤집어 순을 따 돌아오는 길은 향긋 쌉싸름한 맛도 맛이지만 남 먼저 부지런내서 따냈다는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올 봄, 그간 때를 맞추지 못하거나 덜 부지런하거나 하여 한번을 제대로 따먹어보지 못하던 두릅을 연이틀 따다 데쳐먹고 구워먹고 복이 터졌다. 처가집 장모님 손끝을 거쳐 알맞게 데쳐내고....
전여옥 재판, 이렇게 황당할 데가..
전여옥 재판, 이렇게 황당할 데가..
2009.04.1270대 할머니한테 1분동안 폭행당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은 전여옥 재판이 진행중이라 한다. 그런데 검찰측 증인들이 "때리거나 욕설을 하는 모습을 보거나 듣지도 못했다"고 증언하고, 하지도 않은 말이 심문조서에 담겨 있다고 지적하였다 한다. 검찰이 전여옥을 기소한건가? 아니면 검찰이 전여옥을 제거하기로 결심한건가? 어떻게 검찰측 증인들이.. 참으로 황당하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진실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것일 뿐이다. 재판부는 구속된 이정이 할머니를 당장 석방하고 전여옥을 구속시켜라. 아니면 헐리우드에 팔아버리든가. 검찰측 증인들 "전여옥 맞거나 눈 찔리지 않았다" 경찰이 조서 조작했다 주장도 김태환 기자 docu6mm@vop.co.kr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민가협 이정이 (69세..
박홍규의 농민만평 - 천하장사 이명박 땅을 가르다.
박홍규의 농민만평 - 천하장사 이명박 땅을 가르다.
2009.04.12이명박이 가른것은 정녕 땅인가, 세상인가.
화산섬의 바람자리 '오름'
화산섬의 바람자리 '오름'
2009.04.11화산섬의 바람자리 오름 - 서재철 지음/일진사 김영갑 선생은 외지인이면서도 제주도에 반하여 아예 제주도에 들어가 살았다. 제주도의 무엇에 반했을까? 아마 오름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주도에서 가장 흔하게 눈에 밟히면서도 제주를 가장 제주답게 하는 것, 오름이다. 오름은 제주도의 역사 그 자체이다. 얼마나 활발한 화산활동이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에 섬 생성의 역사가 거기에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선 섬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기에 제주 사람들의 삶과 투쟁의 역사가 거기에 있다. 3년전 한미FTA 반대투쟁단의 일원으로 제주도에 다녀온 이후 나름 수시로 제주에 드나들고 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보고 또 봐도 오르고 싶은 것이 오름이다. 그래서 오름인 모양이다. 그리고 오름과 오름들이 만들어내는 풍광에..
노래도 버리고 울음도 버린 호랑지빠귀 소리에 반하다.
노래도 버리고 울음도 버린 호랑지빠귀 소리에 반하다.
2009.04.09꼭 새벽 3~4시경이면 앞낭깥, 뒷낭깥에서 호랑지빠귀 울음소리가 들려온 지 꽤 되었다. 이른 새벽 호랑지빠귀 소리가 귓전에 걸리기 시작하면 쉽게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음습하고 낮게 깔리는 소리가 가슴 깊은 곳에 스며 있는 슬픈 기억을 긁어대는 듯하기 때문이다. 새벽녘 가늘게 들리던 휘파람 소리가 아침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오늘은 맘먹고 소리를 추적해본다. 특이한 울음소리 때문에 몹시 궁금했던 새, 호랑지빠귀를 만났다. 사진을 찍어대는데도 연신 울어댄다. 가까이에서 들으니 의외로 소리가 청아하고 맑기 그지없다. 맑고 긴 휘파람 소리와 함께 이따금 고음의 작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짐작하기에 열심히 암컷을 부르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이 녀석이 날아가고 다른 녀석이 날아왔으나 사진 찍기에는 실패하였다.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