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그렇게 살 수는 없었을까? 민들레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었을까? 민들레처럼..
2009.05.25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은 것은 갯벌체험에 나선 공부방 조무래기들 뒷바라지를 빙자한 나들이에서였다. 썰물때인지라 바닷물이 십리는 물러난 갯벌 한가운데서 전해들은 서거 소식은 믿기 어려운 것이었고 마음의 갈피는 허공을 맴돌았다. 분노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그 무엇도 아닌 허탈함, 허망함.. 허 그것 참.. 죽어야 할 놈들은 따로 있는데.. 학살자 전두환이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가슴 속 한 점 분노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이 허망한 죽음이라니.. 도데체 무엇이란 말인가.. 명복을 빈다는 흔한 생각조차 잘 들지 않았다. 밀물때가 되어 바닷가로 밀려나온 후로도 하루 점드락 바닷가를 맴돌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민들레처럼'이라는 노래를 반복하고 있었다. 민들레처럼.. 무수한 발길에 짓밟..
퇴출 대상인 농민들은 참여할 수 없다?
퇴출 대상인 농민들은 참여할 수 없다?
2009.05.22이 무슨 풍경인가? 전주의 한 호텔을 경찰들이 에워싸고 있다. 무려 600여명.. 개정된 농협법의 주요내용을 설명하겠다는 농식품부 설명회장 앞이다. 그런데 왠 경찰들이 이렇게.. 무슨 고위 인사라도 납신걸까? 아니다. 농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왜? 전농 전북도연맹과 농민들은 이날 설명회가 이명박 정부의 농업선진화 방안에 대한 일방적인 선전, 홍보의 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을 제기하고 '작지만 강한 농업으로 가는 길'이라는 농업선진화 관련 강연을 뺄 것을 요구하였다. 아울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들녘이 모내기로 눈코 뜰 새 없는 상황에서 농민을 철저히 배제하고 무시한 설명회의 중단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끝내 강행하였고 이에 문제제기하기 위해 들녘에서 달려온 몇 안되는 농민들을..
슬퍼보이는 빨간 눈망울 '검은머리물떼새".
슬퍼보이는 빨간 눈망울 '검은머리물떼새".
2009.05.20농민회 청년들 단합 등산하던 날, 선운사 앞을 흘러 바다로 가는 인천강 하구 갯벌에 잠시 들렀다. 뭐 좀 특이한 새 없나 하고 허실 삼아 간 것인데 거기에서 검은머리물떼새를 만났다. 물이 빠지는 중인지 바닷물은 십리나 밖에 있고 인천강 물줄기는 실개천이나 다름 없다. 도요새도 별반 없고 괭이갈매기들만 시끄럽게 날아다니는 가운데 경쾌한 울음소리와 함께 나를 향해 날아오는 녀석이 있다. 한눈에 알아보겠다. 빨간 눈이 슬퍼보이는 '검은머리물떼새'가 나타났다. 예민해서 사람을 잘 붙여주지 않는다는데 이 녀석들은 오히려 멀리 있는 나를 발견하고 나를 향해 날아온 양 머지 않은 곳에 착륙한다. 살금살금 다가가니 왠걸 달아나지도 않고 제법 거리를 준다. 이 녀석이 먼저 날아오고.. 한마리가 더 날아왔다. 내외간일까?..
솔부엉이가 싸운다.
솔부엉이가 싸운다.
2009.05.16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솔부엉이가 움직일 시간이 얼추 되었다. 아무래도 한번 앉았던 나무를 먼저 쳐다보게 되는데 바로 그 자리에 솔부엉이가 앉아 있다. 하! 그런데 오늘은 두마리가 한 나무에 앉아 있다. 나무 밑에서 아무리 왔다 갔다 해도 "우리 오늘은 여그서 딸싹도 안할라요" 하듯이 그냥 앉아 있다. "그럼 나도 일 좀 더 해야 쓰겄다" 하고 낭깥에 뻗어들어온 대나무를 한바탕 베어내고 다시 가보는데.. 솔부엉이 두마리 공중에서부터 엎치락 뒤치락하더니 할아버지 산소 앞 잔디밭으로 떨어진다. 이 녀석들 싸우느라 뽀짝 다가가도 달아날 생각이 없다. 달아날 생각이 없는 정도가 아니다. 나더러 쩌리 가라고 위협하는 듯 하다. "부엉이 쌈 하는거 첨 보슈" "신경 끄시고.." "사람은 가라!" "이걸 그냥 칵.."..
보신 적 있나요? 자생지의 석곡.
보신 적 있나요? 자생지의 석곡.
2009.05.15자생지의 석곡. 한 시간가량 산길을 타고 가서 나무에 오르고 바위 끝에 매달리는 등 대단히 어려운 자세를 잡아가며 찍었습니다. 하지만 편안히 보셔도 되겠습니다. 환경부에는 멸종위기 식물로 되어 있지는 않고 희귀 식물로 등재되어 있군요. 하지만 찾아다니는 사람 눈에 띄면 보는 족족 뜯어가 버릴 것이 분명하기에 조만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대단히 척박한 환경에서 자생하는 것이기에 한번 훼손된 자생지가 다시 복구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자생지의 석곡을 뜯어다가 집에서 키우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기왓장에도 얹어놓고 갖은 기교를 부려놓았지만 자생지의 석곡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야생화나 자생난이나 제가 나서 자란 그 자리에서 가장 큰 아름다움과 향기를 발하지 ..
혁이
혁이
2009.05.13붉을 주(朱), 붉을 혁(赫)을 이름자로 쓰는 녀석이다. 혁이 아빠는 '돌싱'이다. 수박농사, 나락농사, 고추농사,, 이른바 복통농사를 짓고 있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아스팔트 농사가 전문이다. 이런 쎈 이름을 안겨준 아빠 마음이야 어찌되었건 혁이는 그냥 아가일 따름이다. 아직 사타구니에 한짐이나 되는 기저귀를 타고 다니는.. ㅋ. 고창농민회 청년부 단합산행 하는데 녀석이 따라나섰다. 아빠 등 뒤에서이긴 하지만 산꼭대기에 올라 세상을 굽어보기도 하고.. 녀석에겐 잠재의식 속에라도 깊이 간직될 값진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피곤하신가? 아빠 등 뒤에서 곱게 잠이 들었다. 할매와 아들, 손주 3대가 길을 걷고 있다? "할매 맞어?" 녀석에게도 상념이 있을까? 무얼 그리 바라보시나?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저 ..
말벌은 어떤 집에서 살까? 속을 들여다보다.
말벌은 어떤 집에서 살까? 속을 들여다보다.
2009.05.13이제는 아무도 솔밭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들어갈 일도 사람도 없다. 갈쿠나무(소나무 낙엽)를 땔감으로 쓰던 시절도 가고 솔밭에서 뛰어놀 만한 조무래기들도 사라졌다. 있다 해도 더 이상 나가놀지 않는다. 떼를 지어 놀만한 아이들 집단도 없거니와 굳이 솔밭에 가지 않아도 더 재미난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솔밭이 머리빗으로 빗겨지듯 싹싹 빗겨지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불장난하던 그 시절 솔밭에는 진짜 소나무만 있었다. 그런데 그 솔밭이 지금은 대밭이 되어버렸다. 동네를 삥 돌아 대밭에서 뻗어들어간 대나무가 솔밭을 거의 집어삼키고 말았다. 나는 지금 그 대를 제거하고 솔밭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였다. 우선 대나무를 모조리 베어제끼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망을 치고 닭을 집어넣으려 한다. 허적거리기 ..
산과 들에 약비가 내린다.
산과 들에 약비가 내린다.
2009.05.12새벽녘부터 내리던 비가 이슬비가 되어 촉촉히 땅을 적시고 있다. 좀 더 와도 좋을 약비인데 이미 그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는 듯 하다. 차분하고 한가로와진 마음에 사진기 들고 동네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제비 한마리 처마 밑에서 비를 긋고 있다. 대문간에 서니 딱새소리 요란하다. 며칠 사이 솜털도 빠지고 제법 의젓해진 딱새, 생애 첫비를 맞으며 생각한다. "이게 뭐당가?" 땅콩밭에서는 땅콩 싹이 땅을 뚫고.. 이 비 맞고 나면 다 올라오겠다. 작년 늙은호박 썩었던 자리 모종이 되어 부활하고 있다. 그냥 옮겨주기만 하면 되겠다. 이 비 그치고 나면 때 늦기 전에 탱자 울타리 다듬어야겠다. 할미꽃의 진수를 보여주마. 은방울꽃은 핀 새도 없이 늙어가고.. 토방 밑 개구리자리 노란색이 싱싱하다. 복분자가..
뒷낭깥에 솔부엉이가 산다.
뒷낭깥에 솔부엉이가 산다.
2009.05.11지금도 낭깥에서 솔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소리를 들어보실 분은 눌러보시라. 낮에는 정말 찾기 어렵다. 분명 어딘가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졸고 있을 것인데.. 이 녀석들은 "내가 다 알고 있어" 하는 표정으로 사람을 내려다본다. 과히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빤히 내려다보는 모습이 능청스럽다. 딸싹도 않고 앉아 있던 녀석들 어스름 황혼녘이 되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지막한 울음소리를 신호로 암컷인지 수컷인지 그 근방 어디에선가 짝이 날아들고 날렵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면 조폭까치도 가볍게 몰아내고 온전한 부엉이 세상을 준비한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나면 사람의 눈으로는 솔부엉이의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워진다. "그래 니 시간은 니가 지배해라" 하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솔..
목판화로 부활한 '동학무명농민군'
목판화로 부활한 '동학무명농민군'
2009.05.115월 8일 고부 신중리 대뫼마을 '무명농민군위령탑' 앞에서 진행된 무명농민군 위령제에 참가한 후 황토현으로 향하였다. 황토현 전승일에 즈음하여 개최되는 정읍 '황토현 동학축제'에 초대되어 목판화 체험을 진행하는 박홍규 화백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화백께서는 어디 막걸리집에라도 가셨는지 보이지 않고 새로 창작한 목판 '동학무명농민군'이 손님을 맞는다. 잠시 후 술기운이 보일락 말락하는 화백님이 돌아오시고 곧바로 목판체험이 이어진다. 오동나무에 새긴 목판에는 115년 전 탐관오리와 부패한 봉건정부, 외세의 침탈에 맞서 분연히 일어섰던 무명의 농민군 네분이 기념사진이라도 찍는것처럼 모여 계신다. 화승총과 죽창만 들었지 얼굴 그대로 농민들이다. 가운데 선 키 큰 이는 송기숙 선생의 소설 녹두장..
고양이를 물리친 용감한 참새
고양이를 물리친 용감한 참새
2009.05.10둥지에서 갓나온 새끼 딱새들은 보니 곧바로 고양이가 생각났다. 이것들을 고양이가 가만 놔둘까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가 나타났다. 우리집에는 막둥이 수연이가 귀애하는 '양이'라는 고양이가 산다. 처갓집에서 홀대받던 고양이를 성화에 못이겨 줏어다 기르고 있다. 요즘은 제법 고양이 꼴이 난다. 자랑하려는 것인지 무슨 욕구불만을 시위하는 것인지 가끔 쥐 토막시체를 방문 앞에 물어다놓아 우리집 여자식구들을 놀래키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새끼 딱새들을 따라다니면서 왜 이 녀석이 안보이나 했더니 참새 소리 요란한 곳에 이 녀석이 이러고 있다. 아 ~ 이 참새 대단한 녀석이다. 제 새끼도 아닌데 새끼 딱새를 노리는 고양이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엄청난 지저귐으로 혼을 쏙 빼버린다. 참새의 요란한 지저귐..
갓 이소한 딱새가족
갓 이소한 딱새가족
2009.05.07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낮에 딱새 둥지에서 듣던 낯익은 소리가 요란스럽다. 갓 이소한 새끼 딱새들이 감나무 가지 위에 오부대대하니 모여 앉아 둥지 밖에서의 첫밤을 맞고 있다. 둥지가 어디에 있었을까? 전혀 알지 못했는데 우리집 어디에선가 새끼를 길러온 모양이다. 하! 이것들이 밤을 잘 샐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달빛이 환하게 지켜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아침이 되었다. 나무가지에 앉았던 녀석들이 흔적도 없고 어미와 새깨들간의 교신하는 소리만이 요란스럽다. 내가 나타나서일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녀석들이 목련나무 가지 사이로 다시 오부대대하니 모여든다. 한바탕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이제 제법 대범해진 녀석들 서로들 각자 떨어져서 산지사방에 흩어져 있다. 지붕 위에 있는 놈, 대밭 속으로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