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논짓물 노천 목욕탕
논짓물 노천 목욕탕
2009.09.02논짓물과 인연이 맺어진 것은 2006년 한미FTA저지 제주도 원정투쟁 때이다. 당시 숙소가 바로 논짓물에 있는 펜션이었다. 그때 이후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마다 않고 제주도 땅을 밟아왔고, 그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른 곳이 바로 논짓물 하고도 이 목묙탕이다. 무덥고 끈끈한 날씨에 쳐진 몸을 용천수에 담그는 순간 온몸 구석구석 티끌만큼의 흔적도 없이 더위가 씻겨 흘러간다. 잠시만 몸을 담그고 있어도 몸은 이내 탱글탱글 탱자가 되는 느낌이다. 똑같은 모양의 여탕이 반대편에 있다. 외부와의 경계는 그리 높지 않은 돌담이다. 보일락 말락.. 용천수의 양은 엄청나고 수온은 시리듯 차갑다. 논짓물은 8번째 올레길이 지나는 길이다. 천안에서 왔다는 올레꾼 하나 목욕하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정말 시원하다. 목욕탕을 ..
그리운 섬처녀, 위도상사화
그리운 섬처녀, 위도상사화
2009.09.02세상에 단 한군데 위도에만 피는 꽃이 있다. 위도상사화를 처음 안 것은 핵폐기장 반대투쟁이 한창 벌어지던 때, 핵폐기장이 위도에 들어서서는 안되는 이유중의 하나로 꼽은 것이 위도상사화였다. 헥폐기장이 들어서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위도상사화 자생지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것. 부안군민의 치열한 투쟁 끝에 핵폐기장은 결국 들어오지 못하고 자생지는 이렇듯 살아남았다. 고구마가 심어진 밭가상에 줄을 지어 피어 있다. 위도상사화는 꽃이 피고 이삼일이면 곧 시들어버린다고 한다. 다만 개체마다 꽃피는 시기가 달라 피고지기를 반복한다. 위도해수욕장 언덕에 바다를 바라보며 피어 있다. 본래 자생지가 아닌 곳에 위도 면사무소에서 심은 것이다. 위도 사람들은 이 꽃을 '몸모릿대'(몸몰이대?)라고 부른다. 듣는 귀가 좋지 않..
뻐꾹나리, 영아자, 맥문동, 이질풀, 은꿩의다리
뻐꾹나리, 영아자, 맥문동, 이질풀, 은꿩의다리
2009.08.26상사화를 보러 갔다가 같이 담아온 녀석들. 꽃은 저마다 독특함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질풀, 대충 대고 담아도 사진빨 잘 받는 이쁜 녀석이다. 맥문동 이파리에서 난과 같은 기품이 느껴진다. 꽃은 꽃대로 이쁘고.. 은꿩의다리, 꿩의다리도 중류가 많다. 영아자, 처자 이름같은 꽃이름. 뻐꾹나리, 왜 뻐꾹나리일까? 암만 들여다봐도 모를 일이다.
은은한 빛 노랑상사화 vs 단아한 자태 백양꽃
은은한 빛 노랑상사화 vs 단아한 자태 백양꽃
2009.08.25얼마만의 꽃걸음인가? 상사화가 그리워 날짜만 곱씹고 있다가 근처에 간 길에 얼른 얼굴도장만 찍고 왔다. 그리고 이튿날 ,, 한번 내딛은 걸음이 이웃 동네까지 이어졌다. 고창산 노랑상사화, 개상사화라고도 부른다. 흔히들 상사화라고 하는 꽃무릇은 꽃이 너무 요란스러워 과히 좋아하지 않는다. 단아하면서도 은은한 빛을 내는 우리 꽃이 좋다. 아직 꽃대를 올리지 않는 녀석도 있고 이미 지는 녀석도 있으니 언제가 전성기일지 그 시기가 묘연하다. 빛이 부족하여 진노랑상사화에 가깝게 보이지만 역시 개상사화이다. 하필 왜 개상사화라 했는지.. 참.. 모를 일이다. 정읍산 백양꽃, 아직 전성기에 이르지 못한 것이 확실하다.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꽤 많은 개체가 곷대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몇년을 벼르다가 비로소 ..
고창 천안문 짬뽕
고창 천안문 짬뽕
2009.08.23세 군데 술자리를 전전하며 부어댄 술. 하루가 지났음에도 술기운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오랜만에 경험해보는 숙취의 고통. 이런 날은 쓰린 속을 달랠 강력한 국물이 절실하다. 천안문 짬뽕이다. 정확히 말하면 삼선짬뽕. 고창에서 짬뽕을 가장 잘하는 집이다. 내가 아는 한 그렇다. 빨간 국물에 담긴 해산물이 요란스럽지 않게 적절하다. 적절하게 매움한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천안문 짬뽕을 먹기 시작한 지 10여 년, 한결같은 맛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숙취에 시달리는 아침이 고창에 가까울 때면 천안문 짬뽕을 찾는다. 숙취를 풀 목적이 아니라면 이과두주 한병 주문해서 곁들이면 매우 좋다. 내가 짬뽕을 먹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이다. 그전까지는 짜장면이 가장 맛있는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2009.08.21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 결국 ..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 독재자들이 이 말을 옳게 이해할 수 있다면 역사상 그 많은 독재자들이 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뻔한 말로를 알고도 그 길을 걸을 어리석은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기의 지적대로 '자신은 다를 것'이라는 나름의 신념과 자신이 있기에 그들은 독재자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김대중 대통령의 이 일기를 그 어느 독재자도 옳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독재자들은 죽어도 이해할 수 없다. 오직 한생을 독재와 싸워온 지도자이거나.. 독재에 맞서 싸우는 '민중'만이 옳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 자신이 바로 역사의 주인이기에.. 이미 우리 민중이 피로 검증해온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이..
똥 먹는 어미 뱁새.
똥 먹는 어미 뱁새.
2009.08.208월 17일 아침. 밤새 이런 자세로 잤을까? 어미 머리가 이슬에 젖었다. 날이 밝자마자 사냥에 나서고.. 밤사이 새끼들은 더 큰 듯 하다. 새끼 배설물을 받아 삼키는 어미. 보통은 이렇게 먹어버린다. "뭘 보요. 새끼 똥 먹는것 첨 보요?" 19일. 새끼 크는 것이 눈에 보인다. 터럭도 나고.. 눈도 똥그래지고.. 제법 새같다. 쓰러진 풀줄기에 위태롭게 매달린 둥지가 좁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언가 골똘히 사색에 젖은 듯한 녀석이 똘똘해 보인다. 한 녀석은 정신없이 잠만 자고.. 2009/08/18 - [새 이야기] - 뱁새 2009/08/18 - [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 뱁새의 위대한 모성. 의 위대한 모성. 2009/08/14 - [새 이야기] - 뱁새는 억울하다.
뱁새의 위대한 모성.
뱁새의 위대한 모성.
2009.08.188월 14일. 덥다. 어미가 둥지를 가리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어미도 덥다. 연신 입을 벌리고 헐떡거리고 있다. 새끼들은 그늘 아래 쌔근쌔근 자고 있다. 위대한 모성이다. 8월 16일. 알에서 나온지 나흘이 되었다. 무지하게 더운 날이다. 어미는 더 이상 그늘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노출된 둥지 속에서 새끼들이 몸부림치고 있다. 혀까지 빼물고..ㅎ 어미가 나타났다. 연해보이는 연두색 애벌레만 골라 잡아왔다. 꽤 맛있어보인다. 언제 더웠냐는 듯 일제히 입을 벌린다. 그사이 꽤 컸다. 둥지가 그득하다. 어미는 잡아온 먹이를 골고루 나누어 먹인다. 금방 받아 퍼먹고 또 아우성이다. 이 식성을 어이 감당할꼬. 앗! 그런데.. 새끼들 눈이 벌어지고 있다. 자세히 보시라. 막에 덮혀 ..
8월 15일, 고창 농민들의 하루
8월 15일, 고창 농민들의 하루
2009.08.17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 가을 쌀대란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라고 알만한 사람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정부가 나서서 10만톤을 매입하여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나섰다. 대통령은 쌀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살라면을 먹겠다고 했다. 농민들은.. '대북쌀지원'을 당면한 쌀 문제의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꽉 막힌 남북관계의 새로운 물꼬를 틀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묘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허울뿐인 생색내기 그만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 대북쌀지원에 조속히 나서라고 농민들은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급기야.. 정부가 안하면 우리가 직접 하겠노라고 전국 각 지역에서 모은 쌀을 싣고 임진각으로 모였다. 아침 8시, 임진각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고창군청 앞에서 간단한 출..
뱁새는 억울하다.
뱁새는 억울하다.
2009.08.14황새 쫓아가다 가지쟁이 찢어졌다는 뱁새. 제대로 된 이름은 '붉은머리오목눈이'이다. 하필 크고 귀하신 황새하고 비교되는 통에 '뱁새'는 억울하다. 단지 작다는 이유로 황새하고 비교가 되었을텐데, 그래서 작은 것도 서럽다 할만한데 '허영심 많고 분수를 모르는..' 이라는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있으니.. 내가 아는 뱁새는 절대 그런 새가 아니다. 뱁새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또 하나, 가늘게 째진 눈을 일컫는 '뱁새눈', 그러나 뱁새의 눈은 가늘게 째지지 않았다. 들여다보면 측은지심이 절로 드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동그랗고 순진한 눈을 가지고 있다. 뱁새눈에 대한 오해를 버리자. 우리집 텃밭을 감싸고 있는 탱자 울타리를 다듬고 탱자울타리 밑 풀을 베어내다 뱁새 둥지를 발견하였다. 하마터면 무자비한..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찬 정부의 쌀값대책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찬 정부의 쌀값대책
2009.08.13지난(11일) 농림수산식품부는 ‘08년산 쌀 과잉물량 10만톤 매입방안과 2009년산 공공비축제 시행계획’이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되었다고 밝혔다. 작년 기록적인 대풍작으로 쌀이 넘쳐나 쌀값이 하락하고 있기에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과잉물량 10만톤을 매입하여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 조치로 시중쌀값의 하락 추세가 진정되고 수확기 가격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과연 그러할까? 안타깝게도 농식품부의 보도자료는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자. 농식품부는 금년 쌀값 폭락의 원인을 지난해의 기록적인 대풍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쌀농사가 큰 풍년이 들어 시중의 재고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
된장 지지고, 호박잎 데치고..
된장 지지고, 호박잎 데치고..
2009.08.11요즘처럼 무더운 날씨, 입맛 떨어지고 몸이 쳐질 때에는 집에서 먹는 밥이 좋다. 더우기 일을 막 마친 뒤 땀이 줄줄 흐르는 상태라고 하면 빤쓰만 남기고 옷 훌훌 벗어던지고 활보할 수 있는 집이 좋다. 집안 곳곳에 굴러다니는 양파 벗기고 이웃집 울타리에서 넘어온 호박잎 따고 텃밭에서 고추 몇개 따다 점심 밥상을 준비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요즘 좋은 소금기를 섭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정제염이 아닌 천일염이 콩과 어우러져 발효, 숙성 단계를 거쳐 완성된 된장이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된장 지지고 호박잎 데치고 매운고추 된장에 푹 찍어 밥먹을 준비를 한다. 된장은 투가리에 물 부어 된장 듬뿍 풀고 냉장고 뒤져 넣을만한 것 몽땅 집어넣고 지지면 된다. 표고버섯과 마늘 다진것이 눈에 띄어 양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