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4.3 항쟁지 답사, 산란이 전투 현장을 찾아서
4.3 항쟁지 답사, 산란이 전투 현장을 찾아서
2022.08.24지난 7월 전북도연맹 간부수련회 참가자들은 산란이(궤펜이)오름 일대를 답사했다. 조천읍과 남원읍의 경계에 걸쳐 있는 속칭 '산란이'는 남쪽에는 (큰)궤펜이오름이 있고 그 뒤쪽(샛궤펜이, 섯궤펜이오름)이 능선으로 둘러싸여 있어 천연적인 요새를 이룬 곳으로 4.3 당시 군경 토벌대와 유격대가 맞붙은 전투 현장 가운데 하나다. 초겨을 이른 눈이 쌓였던 1949년 11월경에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산란이오름 전투는 해병대, 경찰 1개 조와 김의봉(제주도 인민유격대 3대 사령관)을 필두로 한 유격대가 맞붙었다. 양쪽 모두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제주 백 년은 “하룻밤의 격전이 끝난 후 공비 6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으나 아군도 많은 전사자를 내는 희생이 따랐다”라고 설명한다. -제주의 소리(전투·고난의 산란이오름,..
난생처음 병원 신세
난생처음 병원 신세
2022.08.23뱀사골에는 설핏 가을이 내리고 있었다. 은연중 비도 내리고.. 출발할 땐 내리지 않던 비가 굵어졌다. 세찬 빗줄기를 뚫고 우리는 단심 폭포에 도착했다. 단심 폭포에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사고는 순간에 일어났다. 나는 바위에서 미끄러져 추락했고 한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내 뒤에 서 있던 이의 비명 소리를 들은 듯한데 내가 내지른 비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오늘 여기서 이렇게 죽는 건가 생각되었다. 숨을 가다듬으며 몸을 일으키려 애썼으나 딸싹도 할 수 없다. 신발 한 쪽으로 물이 흘러 들어오는 것이 몹시 불쾌했지만 역시 마음 뿐이다. 놀란 사람들이 달려오고 여기저기서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으나 어느 손 하나 쉬 잡을 수 없었다. 내 몸의 상태를 스스로 가늠하며 온전히 내 힘으로 일어나야 했다. 얼마..
관민상화, 도인과 정부는 묵은 감정을 버리고 협력할 것
관민상화, 도인과 정부는 묵은 감정을 버리고 협력할 것
2022.08.22전주화약이 성립된 6월로부터 재봉기하게 되는 10월에 이르기까지 농민군의 활동은 집강소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 시기 전봉준은 전라도 모든 군현에 집강소를 설치함은 물론 이를 합법적이고 체계화된 통치체계로 세우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쏟아부었다. 전봉준은 각 고을을 직접 순회하며 이를 추동하는 한편 관찰사 김학진을 집요하게 압박하고 재촉하여 집강소를 공인된 통치 기관으로 만들어나갔다. 전봉준은 김학진과 협조하여 합법적인 방식으로 폐정을 개혁하면서 전라도 전역을 손안에 거머쥐고자 했던 것이다. 8월 초 관찰사 김학진은 전봉준에게 “도인을 인솔하여 전주를 지킴으로써 국난을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김학진이 말하는 국난은 일본군의 경복궁 침탈(7월 23일)과 전쟁 도발을 의미한다. 그간 전봉준과 주도권 확보를 놓..
대왕팔랑나비
대왕팔랑나비
2022.08.03꽤 커다란 나비 한 마리 펄럭이며 땅바닥에 내려앉는다. 앗, 독수리다 생각했으나 대왕이네. 살펴보니 독수리팔랑나비와 대왕팔랑나비는 자태가 영판 다르다. 몸집이 큰 만큼 민첩한 여타 팔랑나비들에 비해 행동이 굼떠 보인다. 산에 머무는 6시간 동안 단 한 마리를 보았을 뿐이다. 야가 귀한 것인지, 내 눈이 해태인 것인지.. 우리나라 팔랑나비류 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서, 대부분 35° 이북지역에 국지적으로 분포한다. 중부지방에서는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에서 관찰되기도 하나, 강원도 태백산지가 주 산지이다. 남부지방에서는 지리산 일대(한신계곡, 뱀사골)에 채집기록(박중석 등, 1993: 206)이 있다. 국외에는 극동러시아에서 중국 남부까지 분포한다. 연 1회 발생하고, 저산 지대보다 고산지대 중심으로 6월부..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
2022.08.03고창 농민회와 정선 농민회는 자매지간이다. 올해로 4년째, 이번에는 고창에서 정선을 방문할 차례다. 그 노정에 함께 하고 나는 정선에 남았다. 나비를 보기 위함이었다. 7월 초, 중순이 지나고 폭염이 몰려오면 나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곤 했는데 올해는 영판 다르다. 아차 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니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지간한 나비들 얼른 봐불고 본업에 충실해야지.. 가리왕산 임도를 탄다. 해발 1천 미터를 넘어서면 아직 보지 못한 나비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매우 커다란 부전나비 한 마리 눈앞에 나타났다.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 부전나비가 이리 커도 되나 싶을 정도.. 500원짜리 동전만 하다는데 그보다도 더 크게 느껴졌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는..
가락지나비
가락지나비
2022.08.01한라산 높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나비 삼총사가 있다 했다. 산굴뚝나비와 가락지나비, 그리고 산꼬마부전나비. 한 번 걸음에 다 만났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산꼬마부전나비는 보지 못했다. 볼 날 있겄지, 살다 보면.. 가락지나비 한 쌍이 나란히 꽃에 앉아 있다. 오른쪽이 확실한 암컷, 저 날개의 무늬를 가락지로 본 것이다. 왼쪽에 앉은 나비는 수컷일 가능성이 높다. 암컷의 경우 날개 아랫면 뱀눈 무늬를 둘러싼 주황색 테가 크게 발달한 개체가 있다(한국나비도감, 김용식 저). 하여 석주명은 날개에 많은 가락지를 지녔다 하여 '가락지장사'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산굴뚝나비에 비해 개체수가 월등히 많고 꽃 위에 잘 앉으니 사진기에도 많이 담겼다.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한라산의 1,300m부터 백록담까지의 건조한 풀밭에..
줄꼬마팔랑나비
줄꼬마팔랑나비
2022.08.01이 녀석은 줄꼬마일까, 수풀꼬마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더 많이 자주 보게 되면 알 수 있을까? 아니면 손으로 잡아서 이모저모 되작거려봐야 알 수 있을까? 아무튼 일단 나는 줄꼬마팔랑나비라 이름 붙여두기로 했다. 줄꼬마가 좀 더 귀한 녀석이니.. 이 녀석은 수풀꼬마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같은 장소에서 담은 것이니 함께 줄꼬마로 정리해 둔다. 보다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보다 명확하게 줄꼬마와 수풀꼬마를 구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흰줄점팔랑나비
흰줄점팔랑나비
2022.08.01고창 농민회와 함께 정선에 왔다. 숙소에 짐 풀고 자유시간, 화암동굴이 옆에 있어 대부분 그 짝으로 갔다. 나는 사진기를 들고 할랑할랑, 척박한 돌밭들이 이어진다. 숲으로 드는 길 입구에서 발견한 팔랑나비 한 마리, 돌아와 살펴보니 '흰줄점팔랑나비'다. '미기록 희귀 나비' 국내 첫 발견 - KBS뉴스 ‘미기록 희귀 나비’ 국내 첫 발견 국내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미기록종 희귀 나비가 영월에서 발견돼 관심을 모... news.kbs.co.kr 2008년도 일이로군.. 이 업계에서는 떠들썩한 일이었나 보다. 미기록종을 발견한다는 것, 그것도 나비학자가 새로운 나비를 발견하고 보고한 것이었으니.. 나한테는 이런 일이 있었다. [주간해피데이] 황록선운족도리풀 ① 흔히 볼 수 있는 족도리풀(쥐방..
한라산 산굴뚝나비
한라산 산굴뚝나비
2022.07.26우리나라에서 산굴뚝나비는 오직 한 곳,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다. 함경도, 양강도 등 북부 고산지대에서도 볼 수 있다 하나 지금 우리 형편에서 이 나비를 볼 수 있는 곳은 한라산이 유일한 것이다. 이 나비가 이리 된 데에는 기후 변화의 영향이 크다. 빙하기 이후 기온이 상승하면서 제주가 섬으로 되고 한랭한 지역에 살던 산굴뚝나비는 한라산과 북부 고지대의 산봉우리에 갇히게 됐다. 분단이 이 시대 우리 겨레의 삶을 갈라놓은 것처럼.. 하여 더 보고 싶었다, 산굴뚝나비. [꿀벌 기획② 나비가 아무도 모르게 산을 오른다] 한라산 산굴뚝나비, 더위에 삶터 잃어…해발 17 2022년 겨울, 전국적으로 발생한 꿀벌 실종 사건은 ‘미스터리’가 아닌 악재에 악재가 겹친 복... www.khan.co.kr 날로 가속화되는..
제주꼬마팔랑나비
제주꼬마팔랑나비
2022.07.24제주에 가면 흔하게 보이는 나비도 허투루 보지 않게 된다. 아직 보지 못한 나비가 허다한 나로서는 새로운 나비를 보는 것이 가장 큰 재미인 탓이다. 가파도는 처음이었다. 돌아보면 식중독 증상으로 몸에 신호가 오던 참에 담아놓은 나비, 돌아와 확인하니 제주꼬마팔랑나비였던 것이다. 이름과 달리 제주에만 있는 나비는 아니다. 남해서부 일대에 분포한다. 먹이식물은 참억새, 바랭이, 잔디, 5~8월 연 2회 발생한다. 다시 찾은 제주도, 이번에는 눈을 밝혀 제주꼬마팔랑나비를 찾았다. 하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으니 그리 보기 어려운 나비는 아닌 것이다.
남방남색부전나비
남방남색부전나비
2022.07.24우리 땅에서 단 한 곳,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다는 나비. 그런 나비가 여럿 있더라. 과거에는 넓게 분포했으나 여러 요인으로 그리 된 나비가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그랬던 나비도 있는 모양이다. 그중의 하나 남방남색부전나비는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오히려 사람의 간섭으로 분포 지역이 넓어진 경우, 하여 최근에는 동백동산 말고도 안덕 계곡 등지에서도 볼 수 있다 한다(. 민속자연사박물관 학술보고서). 딱 예상했던 바 종가시나무가 있는 숲 사이 하늘이 열리고 햇빛이 풍부하게 내리쬐는 곳에서 녀석을 만났다. 나무 위에서 활발하게 날아다니는 녀석들이 간혹 눈에 띄지만 눈으로만 확인할 따름이다. 키 낮은 나무, 혹은 땅바닥에 내려앉은 녀석들이 있어 꽁무니를 쫒는다. 높은 곳에서 노는 건 수컷, 낮은 곳에 강림한 ..
홍줄나비
홍줄나비
2022.07.24이 나비를 보겠다고 먼 길 달리기 네 번째, 보겠다고 맘먹은 지 6년. 잣나무 숲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시간은 대개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라 했다. 장마통 고르지 않은 날씨 오늘은 다행히 햇살이 맑고 하늘은 푸르다. 먼저 와 사방을 순찰하며 나비를 기다리던 이 바삐 손짓하며 나를 부른다. 여기는 오대산, 드디어 본다. 열 시 반 무렵이었다. 절 기둥에 내려앉은 단 한 마리 홍줄나비, 날개를 열었다 닫았다 무척이나 여유롭다. "나 오늘 한가해요". 햇빛을 쬐는 걸까? 사진기에 담기는 걸 즐기기라도 하는 양 초면에 허둥대는 나를 도리어 다독인다. 날아갈세라, 일단 거리 유지하고 '나도 봤다'는 증거를 남긴다. 살금살금 거리를 좁혀가는데 이 녀석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제 대놓고 활개 치며 사진기를 ..